미국 국회 내 몇 안되는 지한파 의원 중 한 사람인 민주당 Lane Evans의원을 미국 국회의원회관(2211호)에서 우리 시각으로 2월 13일 만났다. 1951년 생인 에반스 의원은 듣던 대로 46세부터 생긴 파킨슨 병으로 건강이 안 좋아 보였지만 그의 고향인 일리노이주, Rock Island에서 미국 의회 내에서도 보기 드문 11선의 다선의 경력을 갖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이승연의 ‘위안부 누드 프로젝트’는 꾸준히 미국 국회에서 정신대 위안부 법안(Comfort Women Act)과 혼혈아 차별 철폐법안 (Amerasian Act) 통과를 위해 장애를 안고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 에반스 의원과 소수민족의 역사적 아픔을 법으로나마 보상받아 보려는 동포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나마 시대를 잘 타고나 이렇게 잘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그 아픔에 대한 속죄와 보은은 커녕, 살아계신 몇 안 되는 정신대 할머니들뿐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여성 모두의 심장을 도려내는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데 사용하겠다지만 우리의 뼈아픈 역사를 성으로 상품화해서 돈을 벌겠다니 우리의 역사의식은 어디로 실종됐으며 피해 할머니들의 인권은 죽어서도 이 정도밖에 대접받을 수밖에 없단 말인가
미국 내 ‘하이 패밀리’라는 단체에서 한국 국가 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병역법에 ‘혼혈아’는 병역 변제 처분한다는 규정에서 18세 이상 성인된 사람을 혼혈아라고 칭한 것은 인권침해요 차별이라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 한국계 혼혈인들도 미국 시민권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Lane Evans 의원을 인터뷰했다.
역사의식, 인권의식이 이 정도라니
- 만나서 반갑다. 먼저 의회 내 소속은?
민주당 하원 국방위 소속이다.
-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는가?
월남전에도 참전했을 때 한국군이 그 곳에 있었고 미군 해병대 소속으로 오키나와 해병대 근무를 한 적도 있다. 아무래도 그런 경험을 갖지 않은 의원들에 비해 동양에 대해, 한국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 그동안 미 의회 내에서 해온 한국관련 일에 대해 말해달라.
한국계 미국인(Korean-American)을 위해 오랫동안 일해왔다. 일본이 정신대 위안부 여성들에게 보상하고 사과하라는 내용을 담은 의회결의안(House Resolution)을 주창했다. 2차대전 종전 후 독일인들은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 행적에 대해 속죄하고 보상했는데, 일본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원폭의 피해국민임만을 강조하고 있다. 대표적 피해 사례인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도 부인하는 자세로 일관하다가 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이 잇따르자 겨우 ‘유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유감’은 사죄의 의미가 아니다. 게다가 ‘국민기금’이라는 민간기금으로 할머니들을 분열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피해 할머니들은 제대로 보상을 받아야 한다.
또 비자 문제 시정을 위해 미 국무부와 주한 미 대사관에 국회의원 공문을 보내 한국인의 인권을 옹호해 왔다. 부당한 비자 거절로 인한 이산가족 문제를 인권 차원의 문제로 보고 비자문제가 해결되도록 한국인 전종준 변호사와 함께 노력해왔다. 비자 문제는 그런대로 잘 해결이 됐는데 위안부 여성문제는 국제적인 외교노력이라든가 독일의 전후문제 처리와 연결된 일본 내 입장도 있어 쉽지 않다. 그렇지만 잘 해결되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최근엔 베트남 혼혈인들에게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듯 한국 혼혈인들에게도 시민권을 주자는 법안을 준비중이다. 미국에서는 피부색이 다르다고 차별했다간 큰코 다친다. 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한국계 혼혈인들은 아버지가 미국인임에도 ‘미혼혈이민법’(Amerasian Immigration Act of 1982)에 의해 영주권 신청만 가능할 뿐이다. 작년 10월 베트남계 미국 혼혈인들에게 미국시민권을 자동으로 부여하자는 법안이 의회에 제출됐기 때문에 한국인도 그 권리를 찾아야 한다는 취지다.
- 오랫동안 노력해 오신 것에 비해 아직 좋은 결과가 없는 이유는?
우선 다른 의원들에게 홍보가 필요하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인 조 로프그렌 의원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른 의원들의 동의를 많이 얻어놔야 법을 상정할 수 있고 그래야 쉽게 통과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더 많은 동지들을 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 미국은 인권이 침해되는 곳이라면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그것을 해결할 의무와 원칙들을 갖고 있는 나라다”라며 설득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가치와 신념으로 있는 한 인권이 무시되고 침해된 사건에 대해 절대로 눈감고 모른 척 조용히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말할 의무와 행동할 권리를 갖고 있다.
- 그렇다면 가칭 ‘혼혈인 차별 금지법’은 언제 상정시킬 계획인가?
될 수 있는 한 빨리 하겠다. 국회가 앞으로 열흘 정도 쉰다. 준비하고 검토하다보면 아무래도 3월 중순은 돼야 할 것 같다.
파킨슨 병을 앓고 있는 11선 의원
- 한국 내 반미 정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걱정이다. 장갑차 여중생 사망 사건으로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얼마 전에는 외교부 장관이 경질됐다. 요즘엔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된 회의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모든 일은 한쪽만 탓할 수 없다. 분명 미군이 잘못 행동한 부분이나 한국인들이 미국에 대해 부족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존 케리 상원의원이 민주당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데도 지역구인 일리노이주 록 아일랜드에서 11선을 기록하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어눌한 말투로) 글쎄, 잘 모르겠다. 아마 말보다는 실천을 하는 의원으로 보여지는 것 같다. 아버지가 소방대원이셨는데 아주 평범했기 때문에 검소하게 생활했다. 국회의원이라고 직권을 남용허거나 어깨에 힘을 준 적도 없다.(천진하게 웃으며) 여전히 우리고향에 가면 아버지가 사시던, 그야말로 보잘 것 없는 집이 그대로 있다. 지역구인 Rock Island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일해 기쁘다 또한 장애가 있지만 전세계 민주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나를 지역구민들이 인정해 줘서 기쁘다. 얼마 전에는 “Environmental Hero'로 인식돼 고향에서 상도 받았다.
그의 방에는 월남전, 걸프전 등에 참전했던 사진과 재향군인을 위한 일을 해 받은 많은 상들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월남전 참전 당시 건강한 청년으로서 반듯하게 군복 입은 모습이 의원으로서의 지금 모습보다 더 잘 어울리는 레인 에반스 의원. 그는 고향에서 대학과 대학원을 졸업, 1978년 다시 워싱턴 D.C 조지타운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에반스 의원은 인터뷰 끝에 북핵 위협에 대한 공동 대처 등 일본과의 관계에는 현실적인 문재들이 많이 산재해있지만 과거 문제를 철저히 청산하지 않고 어떻게 과거의 침략자가 친구로 거듭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오는 4월 박관용 국회의장의 초청을 받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 한다. 좋은 소식을 갖고 서울에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는 인사말을 건네고 나온 국회의사당은 테러로 인해 예전과는 다르게 곳곳이 통제돼 예전 같은 자유로움을 느낄 수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덧붙여 일제 하 피해자들은 남의 나라 국민이 아닌 바로 우리나라 국민이다. 피해자들이 더 이상 돌아가시기 전에 아니 이미 돌아가신 분들의 존엄과 명예를 지키기위해 위안부 누드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