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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행사에 대한 평가와 개인적인 소감
이번 제26차 세계오순절대회에 참가하고 나서 나는 오순절운동이 어떤 것인지 맛볼 수 있었다. 3일 동안 오순절 운동의 물결에 푹 잠긴 느낌이다.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느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새롭게 태어난 것 같다고 할 수도 있다. 각성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이것이 이번 대회에서 내가 느낀 소감의 핵심이다.
오순절 성령충만이란?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이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나는 ‘하나님의 경륜’에 대하여 설교를 했는데, 그것은 하나님이 이 세상을 경영하시고 통치하시며, 그 통치에 인간을 대리인으로 부르셔서 함께하시며, 그렇게 하여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신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번 대회에 와서 보니 하나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람들을 부르시고 그들을 통해서 다음 세대를 일으키시는지를 경험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르헨티나와 아프리카, 미국과 대만 등에서 다음 세대를 일으키고 있는 지도자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설교로 전한 나의 이야기가 다른 지역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들려준다. 그리고 나는 그들에게서 하나님의 대리인이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구해야 하는지 도전을 받을 수 있었다. 그것은 성령의 충만이었다.
특별히 다음 세대 가운데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들려준 아르헨티나의 다니엘라 프레이존 목사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내가 마치 영적인 소경이었구나! 하는 깨우침을 얻었다. 그 첫날의 깨우침으로 나는 간절히 기도를 드렸고, 그 메시지는 둘째날 저녁에 엘리 보니야 주니어 목사의 설교에서 다시금 부각되었다.
‘영적인 소경’이라는 말은 자극적이다. 그런데 둘째날 오전에 워크샵에서 케냐의 이와가타 목사는 하나님의 성품을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그 전까지는 하나님이 하시는 ‘새로운 일’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새 일을 행하실 때는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절차와 시간과 장소와 사람과 방법을 사용하시기 때문이다. 다윗과 예수님의 삶은 그것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다.
결국 성령 충만은 하나님의 성품을 깊이 이해하는 것을 말하며, 그것은 주님께 전적으로 자신을 드릴 때 받을 수 있는 영감과 담력이며, 그것을 순종할 때 나타나는 것이 하나님의 역사요, 성령의 은사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언제나 하나님이 찾으시는 예배는 진리와 성령으로 드리는 예배다. 이 말은 하나님의 뜻을 전적으로 따르리라는 결단과 성령의 감동을 받아 순종하는 삶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렇게 성령충만을 강조하고 경험하는 사람들이 오순절 운동가들이다. 오늘날 이 운동을 선도하는 단체가 바로 세계오순절협회(PWF, The Pentecostal World Fellowship)다. 그리고 그 총재인 윌리엄 윌슨 목사는 오랄 로버츠 대학(ORU) 총장이다. 그리고 그 대학은 지금 세계 오순절 운동의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대표적인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오순절식 메시지의 특징
이번 대회를 통하여 나는 지금 세계 오순절 운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대충 그 흐름을 볼 수 있었다. 오순절식 메시지를 들으면서 나는 한편으로는 그 강렬한 감동과 확신에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전에 갖고 있었던 생각과 충돌하면서 생각의 혼란을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오순절 신앙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오순절 신앙의 가장 큰 장점은 하나님이 오늘도 역사하신다는 것을 굳게 믿는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 믿음은 먼저 성령의 감동으로 마음에 부어지고 그 후에 성경 말씀으로 확증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성경말씀을 읽고 깨달은 후에 기도를 하기보다는 기도 가운데 성령의 음성을 듣고 그것을 성경에서 확인하고 더 큰 확신을 갖게 되었고 그런 확신으로 메시지를 전한다고 나는 판단했다.
성령을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과정을 경험한다. 사실 성경을 읽는 이들은 모두 자신의 문제 가운데서 성경을 통해서 답을 찾으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 사는 누구에게 임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오순절 운동의 설교자들의 메시지는 매우 단순하고 문제중심적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런 특징을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준 설교자는 영국의 글렌 베렛이다. 그는 오늘날 우리 목회자들에게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분위기를 바꾸는 지도력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성령의 충만을 받아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엘리 보니야 주니어 목사는 다음 세대를 놓치는 우리들은 사마리아를 볼 수 없었던 제자들과 같지 않는가 하고 말했다. 크리스틴 케인은 ‘롯의 처를 기억하라!’는 말을 우리들에게 깊이 각인시켰다. 그 한 이미지를 통해서 소금기둥처럼 굳어져 가는 교회와 목회자들의 현재 상태를 일깨워주었다.
나단 모리스 목사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의미하는 바를 다음 세대를 충분히 먹이실 수 있는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윌슨 총장는 개회 예배에서 다음 세대를 일으키기 위하여 하나님이 어떻게 일하시는지에 대하여 소개했다. 다음 세대는 하나님을 새롭게 만나야 하며, 그 결과로 새로운 비전을 받아야 한다.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일할 것이며 그 결과 지금 세대와는 다른 새로운 영향을 이 세대에 일으킬 것이라고 제시했다.
영어 설교와 통역의 문제
이번 대회 기간에 나온 여러 설교자들을 보면서, 영어 설교의 독특한 방식을 나는 발견했다. 그것은 비슷한 문장을 반복한다는 것과 단어의 대조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사무엘 로드리게스 목사의 설교에서 가장 두드러졌는데, 그는 ‘Be…’로 시작하는 문장을 사용하여 하나님의 뜻을 간략하게 제시했다. 그는 또한 다음과 같은 단어를 대조하여 우리가 무엇과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mind and mental, memory and imagination, Anointing and Anxiety, Drama and Destiny, fear and faith.
이런 짤막한 단어를 빠르게 말하는 설교를 통역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통역자들의 고충을 현장에서 보는 것을 때때로 안타깝고(?)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의 통역에서 가장 재미있던 시간은 안태경 목사가 사무엘 로드리게스 목사의 설교를 통역한 둘째날 저녁이다. 그리고 가장 멋진 통역은 마지막 날 부흥회에서 나단 모리스 목사의 설교를 통역한 박정호 목사의 시간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윤석호 목사의 통역도 상당히 깔끔하고 좋아서 나는 그에게 기념촬영을 요청했다.
오순절 신앙의 특징들
이번 대회를 마치고 나는 이 질문을 생각해 보았다. ‘오순절 신앙을 강조하는 사람들의 최종 목적은 무엇일가?’ 무슨 운동이든지 어떤 사상가든지 아니면 어떤 설교가든지 그가 바라는 최종목적이 있다. 그것은 그가 꿈꾸는 세상이며, 그것은 그의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오순절 운동가들이 꿈꾸는 세상을 보여주는 것은 오순절 신학이다.
나는 전에 오순절 신앙이 근본주의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신학교에서 배웠다. 그런데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이번 대회를 통해서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나는 이번 대회에서 여러 목회자들의 메시지와 기도, 그리고 회의의 결정문을 통해서 오순절 운동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그것은 현재 오순절 신학의 특징이기도 하다:
1. 오순절 운동은 세계복음화를 목표로 한다. 윌리엄 윌슨 총재는 주장하기를, 오는 2033년을 예수님이 부활하신지 2,000년이 되는 특별한 해이므로 그 앞서서 2023년부터 10년 동안 전 세계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10년간 운동을 선포했다.
2. 오순절 운동가들의 메시지는 예수님이 다시 오실 것을 고대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말세의 징조들을 보면서 우리는 말세에 주어진 약속인 성령 충만을 받아 복음을 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사무엘 로드리게스 목사가 이 부분을 가장 크게 설교했다.
3. 오순절식 설교는 성경말씀에서 약속의 근거를 찾기 때문에 성경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특징이 있다. 그래야 메시지에 힘을 싣기가 쉬울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글렌 베렛 목사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고 하나님이 오일 동안 세상을 준비하신 후에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복을 인류에게 주셨다고 설교했다. 이것은 일리 있는 말이지만,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나님은 셋째날에는 식물을 다양하게 나게 하시고, 다섯째 날에는 조류와 어류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복을 주셨다. 그리고 그 후에 동물들과 인간을 지으시고 그들에게 번성의 복을 주셨다. 이런 점에서 5일 동안 세상을 준비하신 후에 복을 명하셨다는 말씀에 대해서는 공감은 가지만 과연 그런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동수 교수가 ‘오순절 성령운동이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쓴 글에서 오순절 운동은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다른 교파나 다른 신학에 대해서도 마음의 문을 열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은 오순절 신학자로서 진정한 우려를 담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참고, 월간 교회성장 2022년도 10월호 81쪽).
나는 이번 대회 기간을 지내면서 무엇이 오순절 운동의 특징인가 하는 질문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게 ‘순복음 목회자답지 않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무엇이 오순절 목회자의 특징인가? 이번 대회에서 나는 이에 대하여 반성하게 되었다. 오순절 교회에 속하여 그 교회의 목회자로서 다시 마음을 바로잡고 사역에 임할 것을 다짐해 본다.
하지만 모세가 광야에서 백성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제작한 놋뱀으로 아무리 큰 역사가 나타났다 하여도, 하나님께 집중하여 하나님의 뜻과 성품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 놋뱀은 히스기야에 의하여 놋쪼가리(느후스단)라는 이름을 받고 박살나고 말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순절 신학이나 오순절 운동은 성경과 기독교 역사를 초월하여 있는 것이 아니다. 늘 성경과 그리스도 앞에 굴복하고 겸손하게 나아갈 길을 묻고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오순절 운동과 신학, 그리고 교회와 목회자들은 자신들의 정체성과 장점을 굳게 붙잡으면서 동시에 다른 운동과 신학, 교회와 목회자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해야 한다. 그 속에서 하나님이 우리를 더 크게 하나 되게 하시고, 더 넓은 곳으로 이끄실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자주 인용된 구절 중에 하나는 고린도후서 3장 17절로서 ‘주는 영이시니 주의 영이 계신 곳에는 자유가 있느니라’였다. 이 말씀은 성령충만을 받으면 사람의 평판이나 두려움이라는 족쇄를 끊어버리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되고 사역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번 대회에서 소개되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이 본문의 전후 맥락을 보면, 사도 바울은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전통에 매여 성경말씀을 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그리스도를 전하는 자신을 박해한다는 주장을 한다. 사도 바울은 ‘문자주의’를 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도 바울은 앞서서 고후 3:6에서 말하기를, ‘율법조문(문자)는 죽이는 것이요 영은 살리는 것이니라’ 라고 말했다.
오순절 신앙이 성령의 역사와 하나님의 말씀을 강조하지만, 유대인들처럼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게 된다면 비슷한 오류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언제든지 주께로 돌아가면 그 수건이 벗겨질 것이라고 바울은 말했다(16절). 그리고 그 주님은 회중 가운데 다양한 성령을 부어주셔서 서로를 세우고 공동체를 세우신다.
그러므로 우리의 눈을 가리는 수건을 벗으려면 우리는 그리스도께 우리의 생각을 내려놓고 진심으로 주님을 따르겠다는 내려놓음이 필요하고, 아울러 이번 대회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임한 하나님의 은혜를 들을 자리가 필요하다. 이번 대회는 오순절 대회이니만큼 오순절적 특징이 강조되어야 하겠지만, 기독교회 안에 있는 다양한 목소리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지고 대회를 운영한다면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끝>.
참고:
첫째날 행사 프로그램과 소감
https://blog.naver.com/newhopechurch1/222900222275
둘째날 행사 프로그램과 소감
https://blog.naver.com/newhopechurch1/222900229758
셋째날 행사 프로그램과 소감
https://blog.naver.com/newhopechurch1/222900806529
전체 행사 소감
https://blog.naver.com/newhopechurch1/222900809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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