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길을 잃다
파리를 여행하다 보면
한 번쯤은 길을 잃게 됩니다.
골목마다 오래된 석조 건물이 이어지고,
카페와 꽃가게, 작은 서점들이
서로 닮은 듯 다른 풍경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당황합니다.
지도를 몇 번이고 들여다봐도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파리에서는 길을 잃을수록
여행이 더 깊어집니다.
목적지를 향해 서둘렀다면
그저 스쳐 지나갔을 작은 골목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거리의 음악가를 만나고,
우연히 들어선 오래된 카페에서
향긋한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여유로운 파리지앵의 하루를 바라보게 됩니다.
센 강변을 따라 걷다가
노을에 물든 다리를 만나고,
이름조차 몰랐던 작은 광장에서
여행의 가장 아름다운 사진을 남기기도 합니다.
인생도 여행과 닮았습니다.
계획대로만 흘러갔다면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도,
예상치 못한 행복도,
숨겨진 보물 같은 순간도
발견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때로는 길을 잃는 용기가
새로운 세상을 선물합니다.
파리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정답만 따라가는 여행보다
잠시 헤매며 만난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는 것을.
그래서 여행은
길을 잘 찾는 사람이 아니라,
길을 잃은 순간마저
추억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더 아름답게 완성해 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