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비결은 '신앙심'과 '새벽기도' -＞3.1운동 직전 태어난 100세 정신오 할머니

[KIM YONG OK]

장수 비결은 '신앙심'과 '새벽기도'

3.1운동 직전 태어난 100세 정신오 할머니

정신여고 졸업 후 한때 여성운동 아들 최남해씨는 유명 건축가

지난 2월21일 100세 생일을 맞은 정신오 할머니는 매일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며 비교적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왼쪽은 아들 최남해씨.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강산이 열 번 바뀌는 세월을 겪어온 정신오(토론토 거주) 할머니가 지난달 21일 100세를 맞았다. 

정 할머니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 캐슬뷰양로원과 갈보리장로교회에서 100세 잔치가 열렸다. 

1919년 3.1운동 직전인 2월21일 경북 영주군 풍기면(현재 영주시 풍기읍)에서 출생한 정 할머니는 1남2녀 중 차녀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선홍 군수였다.

1930년대에 정신여고를 졸업한 정 할머니는 당시 고학력 신여성이었다. 동갑 최익현씨와 결혼해 1남1녀를 뒀다. 둘째를 임신했던 1943년 봄 용정으로 근무하러 간 남편이 사고를 당해 사별했다. 당시 24세였다. 

정 할머니는 인생에서 가장 후회되는 일에 대해 “24세 때 남편을 홀로 타지에 보낸 것”이라며 “어떻게든 가족이 함께 움직여야 했다”는 말을 지인들에게 종종 전한다. 지금도 정 할머니는 떨어져 지내는 기러기 부부를 보면 어떻게든 가족이 함께 살라고 조언한다.

남편과 사별한 정 할머니는 자녀를 키우기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한때 충청도의 탄광에서 경리로 근무하다가 영주로 귀향해 풍기면 사무소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며 풍기 여성회 총무도 맡았다. 1950년 청와대에서 일하던 김계수씨와 함께 여성운동도 펼쳤다. 

신여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던 정 할머니는 이승만 대통령의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활동해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선거운동을 위해 자녀들을 고향 가족에게 맡기고 1950년 6월23일 서울로 올라갔다. 그러나 서울 도착 이틀만에 한국전쟁이 터졌다. 

인민군을 피해 자녀를 찾아 고향땅으로 내려가던 중 신분증을 분실했다. 하필이면 함께 피난 가던 청년 중 한 명의 가방에서 인민사상 책이 발견됐고, 국군으로부터 간첩으로 몰리는 누명을 쓰기도 했다. 정 할머니는 총살 직전 상황에서도 국군에게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다. 당신들은 누구를 위해 싸우느냐?”며 당당히 반문했다. 이후 공무원이었던 신분을 증명, 죽을 고비를 넘겼다. 

아들 최남해(75)씨는 “어머니께서 전쟁통에 생이별한 누나와 나를 찾아 서울에서 영주까지 600리 길을 걸어오셨는데, 신발도 없이 나무 조각을 발에 동여맸고, 머리를 산발하고 옷도 누더기가 됐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죽을 힘을 다해 그 먼길을 걸어오셨는데, 당시 나는 철없는 꼬마여서 전쟁이 뭔지 잘 몰랐다”며 “어머니 얼굴을 한 번 보고 친구들과 감을 따러 놀러 나갔다.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정 할머니는 6.25 전쟁이 끝난 후 다시 경북 영주 군청으로 복직했다. 공무원 생활을 12년간 했고, 기독교 신앙심이 강해 잠시 전도사로도 사역했다. 

한국에서 은퇴한 정 할머니는 1975년 기술이민을 한 아들의 초청으로 1976년 캐나다로 건너와 노후를 보내고 있다. 3년 전부터는 아들 가족과 함께 머물던 집을 떠나 캐슬뷰양로원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아들 최씨는 어머니의 장수 비결로 ‘신앙심’과 ‘새벽기도’를 꼽았다. 할머니는 평생을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했으며 규칙적인 생활을 해왔다고 전했다.

할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었지만 평생 남편만을 그리워하며 재혼하지 않았다. 

아들 최씨는 한국 홍익대 건축공학과를 1966년 졸업하고, 한국과 캐나다 양국에서 활동한 유명 건축가다. 1966년 한국 최초의 공원묘지인 모란공원과 1968년 완공된 서울 동부이촌동 도시계획 설계, 경희대 방송국 및 음대 병원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1975년 이민 후 글로벌 건축기업인 바이서로이와 트라이델 등에서 건축가로 근무한 후 은퇴했다. 1970년대 중반 본보 만평 및 삽화를 그리기도 했으며, 한인낚시협회장도 역임했다. 

캐나다 한국일보

윤연주 (edit1@koreatimes.net) --

01 Mar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