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없던 날에 입고 싶었던 옷,
처음 그 옷을 입었을 때의 그 서걱거리는 불편함,
그러다가 양복을 입어야 정장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를 살았고
그럴수록 더욱 불편한 이 옷,
와이셔츠라는 희한한 옷을 속에 입어야 하고,
목에는 왜 매는지도 모르는 채 목댕기를 묶어야 하며,
반드시 구두를 갖춰 신어야 비로소 제대로 챙겨 입었다고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불합리하다는 걸 느끼게 되다가
어느 날인가 한 생각이 머리를 쳤고
그래서 스무 해 가까이 입었던 양복을 벗어버렸을 때의
그 개운함과 홀가분함,
그 후 지금까지 또 스무 해 남짓 양복을 입지 않고 산 내 나날들,
분명히 사전은 ‘양복(洋服)’을 ‘서양식 의복’이라고 간단하게 풀고 있는데
왜 그게 정장이어야 하는지
그 섣부른 인식이 깨지기까지는 또 얼마나 많은 세월이 필요한지
제 몸에 맞는 제 옷을 입는 것이 얼마나 편하고 좋은지를
뻔히 알면서도 아직도 그놈의 옷이 정장이라고 생각하는 저 어리석음,
누가 뭐래도 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양복을 입는 일은 없을 겁니다.
허, 그러고 보니 간밤 꿈에는
내가 죽었다고 하면서 입관하는 걸 구경하는
희한한 일을 겪었는데
아마 오늘 아침에 ‘죽을 때까지’라는 말을 하려고 그랬는가 싶습니다.
산 내가 죽은 나를 입관하는 걸 보다니,
이제 꿈은 끝난 생시,
나는 내 안에서 다시 한 번
양복을 죽여 정중하게 입관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