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추석 철길
기사입력 2013-09-09 09:39
추석을 앞둔 서울역. 열차 승객들로 북적입니다.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는 철도지만, 승객들의 표정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SYN▶ 이형복/울산 삼산동
"많이 불안하죠.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좀 철저하게 대비를 했으면 좋겠어요."
◀SYN▶ 구보은/서울 사당동
"우리 아들딸이 기차타고 왔다 갔다 많이해요. 그래서 많이 걱정 했지요."
민족의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하루에만 약 50만여 명이 철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빠르고 편하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최근 대구역 열차 사고 때문에 불안해하는 승객도 많습니다.
추석을 앞둔 우리의 철도, 안심하고 탈 수 있는지 점검해 봤습니다.
지난달 31일 오전 7시 14분.
대구역 1번 선로에는 서울행 무궁화호가 정차해 있었습니다.
승객들이 모두 타고 내리는 걸 확인한 여객전무가 출발해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자 기관사는 열차를 출발시켰습니다.
1번 선로의 신호는 빨간색이었지만 바로 옆 2번 선로의 파란 신호를 보고 출발해도 된다고 착각한 겁니다.
2번 선로에는 서울을 향해 가던 KTX가 대구역을 무정차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무궁화호는 KTX가 2번 선로를 통과하고 나면 1번 선로에서 2번 선로로 합류해 뒤따라가야 했지만 너무 일찍 2번 선로로 진입하고 말았습니다.
뒤늦게 KTX를 발견한 무궁화호 기관사는 열차를 멈추려 했지만 결국 KTX의 측면을 들이받았고 그 충격으로 KTX 객차 일부가 탈선해 3번 선로 일부를 가로 막았습니다.
◀SYN▶ 임홍근
"삑삑삑삑삑 그러더니 옆에 차에 갖다 부딪히더라고... 앞에 차가 안가니까 그랬겠지."
사고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3번 선로의 맞은편에서 대구역으로 진입하던 부산행 KTX가 탈선한 객차를 다시 들이받았습니다.
다행히 인명사고 없이 경상자 네 명으로 그쳤지만
탈선한 KTX 열차가 조금만 더 3번 선로 쪽으로 튀어 나가 선로를 가로막았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습니다.
기관사나 여객전무, 관제사 등 사람의 실수로 인한 열차 사고는 이번뿐이 아닙니다,
2007년 11월 3일 부산역에선 KTX가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났습니다.
당시 9번 선로엔 500여명의 승객을 태운 KTX 110호가 정차 중이었는데 차량기지를 출발한 KTX 112호가 부산역 9번 선로로 진입하다 110호를 들이받은 겁니다.
원인은 기관사의 졸음운전.
당시 KTX에는 ATS라는 안전 장비가 달려 있었습니다.
ATS는 신호등이 빨간 색이거나 전방에 위험이 있을 때 열차의 기관사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 기관사가 열차를 멈출 수 있게 하는 장비입니다.
당시 ATS는 전방의 위험을 감지해 기관사에게 정지 신호를 보냈지만, 졸음운전 중이던 기관사는 이를 알아채지 못한 채 부산역에 진입해 사고를 낸 것입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열차 사고는 사람의 실수가 개입돼 있습니다.
지난해 휴먼 에러 연구위원회가 열차 기관사 62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반 열차 기관사의 88%가 신호기의 신호를 착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전동열차 기관사는 80%, KTX 기관사도 72%나 됐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람의 실수를 즉시 바로잡을 수 있는 자동 안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합니다.
◀SYN▶ 박정원 교수/동양대학교 철도운전제어학과
"사람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잘못된 조작이 있어도 안전장치가 작동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는..."
코레일은 사람의 실수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ATP, 열차 자동 제어 장치를 모든 열차에 설치하기로 하고, 순차적으로 진행해 왔습니다.
ATP는 신호가 빨간색이거나 선로 앞에 다른 열차가 정차해 있는 경우 전자 신호를 보내 열차가 자동으로 멈춰 서게 하는 시스템입니다.
기관사가 신호를 잘 못 보거나 선로 앞에 벌어진 위험상황을 모르더라도 열차가 자동으로 멈추는 첨단시스템입니다.
◀SYN▶ 전영석 교수/ 한국교통대학교 철도운전시스템공학과
"속도가 지정된 속도보다 높은 경우에는 자동적으로 비상제동이 걸리고 정지 신호를 지나서 진행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자동적으로 비상 제동이 체결돼서 열차를 자동 정차시킬 수 있는 그런 안전장치입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대구역에서 사고를 낸 무궁화호 열차에는 ATP 장비가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SYN▶ 박흥수/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
"안타깝게도 이번 대구 사고에서는 여기에 투입된 열차가 기관차가 이 지상에서 보내는 신호를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눈으로만 확인해야 되거든요”
그렇다면 ATP가 장착돼 있던 3번 선로의 KTX는 왜 자동으로 멈추지 않았던 걸까?
ATP는 열차가 운행 중인 선로의 정보는 전달하지만 인접한 다른 선로의 위험 정보까지는 전달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1번 선로와 2번 선로에서 사고가 났지만 3번 선로의 ATP 장비는 이를 감지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때문에 관제사가 3번 선로의 KTX 열차에 사고를 통보해 줘야 했지만 이 조차도 이뤄지지 않아 결국 3중 추돌 사고가 벌어진 겁니다.
결국 이번 사고는 아무리 좋은 안전장치를 갖췄다 하더라도 사람의 실수로 인한 사고를 100%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셈입니다.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원인이 인력 감축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코레일은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2천명 넘게 인력을 감축했고 앞으로도 천 명의 인력을 더 줄일 계획입니다.
◀SYN▶ 박흥수/사회공공연구소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
"계속 인력을 감축해 오고 있는데 그 기간 동안 경춘선 안산선이 새로 생겼고, 장항선이 연장됐고 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코레일 노조 측은 과거에는 기관사와 보조기관사 2명이 탑승해 운행하면서 서로의 실수를 보완해 줬지만 지금은 기관사 혼자 근무하기 때문에 실수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인력 부족으로 사무직들이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대구역 사고에서도 10년간 내근을 했던 직원이 여객전무로 현장에 투입됐다 신호기를 확인하지 못하고 출발 신호를 보냈습니다.
◀SYN▶ 김병석/ 대구역 여객 전무
"인원이 모자라니까 대체자들이 와서 열차 승무를 한단 말이에요. 안전 교육을 잠깐 받고...그러니까 저 사람(사고 열차 여객 전무) 대체자라구요."
KTX가 대도시를 통과할 때 전용선로 대신 무궁화나 새마을호와 같이 일반 선로를 이용하고 있는 점도 사고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됐습니다.
대부분의 구간에서 전용 선로를 달리는 KTX 열차는 서울과 부산, 대구, 대전 등에 진입하면, 무궁화호나 새마을호가 이용하는 일반 선로로 진입하는데, 이 때문에 열차의 선로 변환과 신호대기가 많아지게 되고 사고 위험이 높아 진다는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대전과 대구 구간만이라도 우선 KTX 전용 선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SYN▶ 남재호 교수/경일대학교 철도경영학부
"대전 구간, 대구 구간이 그 화물열차 무궁화 일반여객열차 그 다음에 KTX열차가 혼선으로 지금 운행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 짧은 구간을 KTX 전용 선로를 구성해 주는 것이 근본적으로 이런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길이다."
잇단 철도사고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
국토해양부의 철도사고 조사보고서들을 보면 사고의 원인은 대부분 직원의 잘못이고, 결론은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일부터 코레일에 대한 특별 점검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대구 열차 사고를 계기로 코레일 철도운영과 기강문제 등 안전관리 전반을 근본적으로 점검하기로 한 겁니다.
현재 코레일은 용산 역세권 개발 무산과 경영 적자 누적으로 17조 6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고 철도 민영화를 둘러싼 노사 갈등까지 겹쳐 어수선한 분위기 이어지고 있습니다.
얼마나 확실한 안전 대책이 나올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예전에 보았던 동영상입니다! 그래도 다시 한번 보고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