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가 불순하면 산행 예약이 여기 저기서 펑크 사태가 나기 마련인데 영동 고속도로 상에서 잠시
마이크를 잡은 강 대장님 말씀에 의하면 오늘처럼 태풍 말로가 북상을 한다는 불길한 조짐에도 불구하고
단 한 분의 예외도 없이 우리 느림보는 예약하신 전원이 참석을 하셨다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약속과 그에 따른 신의는 숙녀와 신사분들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고 한다.
앙드레 총무님이 주시는 원두 커피 한잔을 마시곤 깜빡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강 대장님이 몸을 두드리며 안전 벨트를
매라고 하시며 차내를 바삐 움직이신다.
태풍 걱정으로 한 순간 산행지를 비교적 태풍의 영향권에서 많이 벗어 난 곳이라 예상되는 원주 치악산으로 변경했다가
고심에 고심을 거쳐 오늘 새벽에서야 원안대로 삼척 두타산으로 산행지를 최종 결정했다고 하는데 차창으로 내다 보니
대관령은 온 세상이 안개로 뒤 덮여 있다.
긴장된 탓이지 차내가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다.
앞 좌석에 큼직한 베낭을 걸고, 머리에는 비장한 모습의 띄를 동여 매고선 검정색 스틱을 힘차게 움켜 쥔 모습들을 보노라니
마치 고공낙하에 앞서 최종 점검을 하는 공수부대원들을 연상시킨다.
이때 믿을 수 있는 건 딱 하나 뿐이다. 최 기사님.
대관령을 벗어 나기 바쁘게 동해 휴계소에 잠시 정차를 하고 보니 웬걸 이미 시야가 동해바다 수평선까지 한 눈에 내다 보인다.
모든 이들이 우르르 바닷가 전망대 쪽으로 몰려 가선 좀 전의 긴장된 분위기가 언제였던 가 하며 들뜬 분위기로 재잘거리며
즐거워 들 한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구름 과자 아니 부처님께 향 공양을 올리고 있노라니 느림보님들의 목소리가 너무도 요란하다.
아마도 에쉴리 여사님이 오늘 산행에 동참하심이 틀림없다.
이 분이 동참한 산행에서 느림보 일행이 조용한 순간은 딱 세 가지 뿐이다.
화장실 가셨을 때와 먹거리 입에 들어 갈 때 그리고 깔딱 고개에서 숨이 찰 때.
본인이 늘 하는 말이 깔딱 고개에서 자기가 넘 조용하다 싶은 그 순간은 말도 붙이지 말라고 하신다. 히 히.
동해 바다와 삼척 시내가 보인다던 쉰움산 (오십정산)에 올르기 직전에 약간 모습을 보여서 잠시 걱정을 했던 빗님도 그렇고
우려했던 태풍 마저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참으로 우리 느림보는 복을 많이 받은 산악회가 틀림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 정상에 올라 조망이 보이질 않으면 무척 실망들을 하는데 세상사 새옹지마라고 이 또한 우리에게
또 다른 어떤 가르침을 던져 준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건너 편 먼 산을 훔쳐만 보지 말고 자신이 서 있는 가까운 곳의 비경을 세세히 살펴 보라는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원래 산이란 곳이 여자와 똑 같다.
줄 꺼 다 주고 보여 줄 것 다 보여 주고 나면 어느 한 순간 독 짓는 늙은이가 아니라 밥이나 짓고 빨래나 하는 파출부로
전락하고 만다.
오늘도 만 부득히 죄 없는 제 예팬네를 희생양으로 삼을 수 밖에 달리 방뻡이 엄따.
신혼 첫날 밤 컴컴한 이불 밑에서 난생 처음으로 손에 쥐어 본, 정말 한줌도 안되는 핑크빛 앙증맞은 삼각 팬티의 영원히
잊지 못할 감동이 전 정말로 무궁하리라 착각을 했었지 멉니껴.
같이 붙어 살기 시작한지 채 육개월이 되지 않아 화장실에 틀고 앉아서 노 사연의 만남을 구성지게 불르질 않나 식탁에
앉아서 아침밥을 먹는 넘을 보곤 화장지 가져 오라고 소리 치질 않나 구래도 이 정도는 견딜만 합니더.
어쩌다 직장 동료들과 불콰하게 한잔을 걸치고 들어 와서 급한 김에 이불 걷어 젖히고 곤히 잠 자는 마누라 잠옷 바지부터
우선 내리고 보면 눈깔 뒤 집어 집니다.
제가 입다 버린 광목으로 만든 누리끼리한 사각 트렁크 팬티를 어느 새 줏어 입고 잠옷 바지가 내려 갔는지도 몰르고
방귀마져 퍽 퍽 쏟아 내는 꼬락서리를 보노라면 정말 만정이 떨어진다 이겁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가 목이 몹시 말라서 행군을 하기 힘 들어 하는 병사들에게 저 산을 넘으면 시큼한 자두 밭이 있다고
하면서 병사들의 입에 침이 고이게 하여 힘을 북 돋아 주었던 것 처럼 앞서 가시던 애교만점 막내님께서 오늘은 특별식으로
제육 뽂음을 해서 왔다고 하시며 의향이 있으시면 어서 따라 오라시며 발길을 재촉한다.
쎄주 한잔에 제육 뽂음 얻어 먹을 욕심에 죽을 바 살 바를 모르고 필사적으로 따라 붙었다. 약발이 정말 대단했다.
두타산 정상을 목전에 둔 삼거리 갈림길에 오르니 비교적 협소한 장소에서 우리 느림보님들이 막 점심상을 펼치고 있었다.
막내님은 행여 제육 뽂음이 식을 새라 보온용기에 담아 오셨다.
우리 신랑(김 재석 대장님)으로 부터 넘치는 사랑을 받는 분들은 일거수 일투족이 예사로운 경우는 결코 없다.
제 예팬네를 비롯하여 뭍여성들의 귀감이자 사표가 되셔야 할 분이 바로 애교만점 막내님이 아니냐고
만방에 소리쳐 알리고 시푸다.
쐐주 한잔을 종이컵에 철 철 넘치게 따루어서 한 입에 킬잇(kill it) 하고선 막내님이 준비해 오신 보양식 제육뽂음을 세 점이나
거푸 입에 쑤셔 넣을 즈음 강시처럼 창백한 얼굴에 머리카락이 어지럽게 들러 붙은 에쉴리 여사님이 가쁜 숨을 몰아 쉬며
우리 좌석에 털석 앉는다.
오늘은 지나 데이비스 선영이 누나가 아마도 델마와 루이스에서 함께 열연을 했었던 수잔 서랜던 인 듯한 친구분을 데리고
나오셨는데 누나처럼 훤칠한 키에 역쉬 팔등신 미인이시다. 난 그냥 루이스라고 불르고 싶은 이 분께서
너무도 힘 들어 하시는 에쉴리 여사님을 몹시도 가슴 아파 하시며 측은지심으로 한말씀 위로를 하신다.
에쉴리 여사님! 요즘 너무 무리한 성생활을 하시는 가 봅니다.
옆에서 가만히 앉아 술이나 마시고 있었으면 본전이나 할 틴데 개X에 보리알처럼 끼여 든 내 불찰이 너무도 크다.
에쉴리 여사님! 저 처럼 청정 수행을 하는 사람을 함 보세요. 산에 올라도 힘이 펄펄 넘치지 않습니껴?
갑자기 으앙하며 울음을 터 트리는 가 하더니 어깨를 들석이며 기어 들어 가는 목소리로 딱 한말씀 하신다.
야 임마! 밤이면 밤마다 자꾸 찝쩍거리는데 난들 어쩌란 말이야? 응
점입 가경이라고나 할까?
옆에서 아무 말 없이 사태를 주시하시던 젊잖은 신사분 김 재석 대장님께서 보다 못해서 옆지기 막내님이 직접 경작해서
따 오신 순수 무공해 풋고추 하나를 날된장에 푹 찍어서 에쉴리 여사님께 권 하시며 재차 위로를 하신다.
이 고추 처럼 허여멀건한 색깔에 크기만 드립따 크고 허물 허물 한 것은 진짜 고추가 아니라며 작아도 좋으니 독이 올라서
빠닥 빠닥 한 놈으로 골라 주시라고 하신다. 허걱.
거북 바위와 12폭포가 한 눈에 들어 온다.
이제서야 두타산님이 그 복숭아 살 처럼 불그스레한 속살을 보여 줄 듯 말 듯 하신다.
산 또한 여자처럼 할라당 벗어 버리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닌데 이처럼 보일 듯 말 듯 하면 사람이 환장을 한다.
여러 느림보님들이 돌아 가며 사진을 찍으면서 연신 탄성을 올리시는데 도무지 하산 할 생각들을 않는다.
나 역시 오랜 시간을 머무르다 혼자서 두타산성 쪽으로 몇 걸음 채 옮기지 않았는데 이건 또 무슨 요술같은 광경이 펼쳐 진다.
병풍처럼 둘러 싼 암벽 사이에 청정한 모습의 관음암이 보이고 일대 장관을 이루는 관음폭이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두타란 산스크리트어 (범어)를 음역한 말인데 두타행이라고 하여 의식주에 집착하지 않고 운수 행각을 하며 수행을 하는 것을
뜻하는데 석가모니의 십대 제장 중 가섭 존자가 두타 제일이라고 한다.
난 정말 우리 한국 땅에 두타산이라는 산이 있는 지도 몰랐을 뿐 아니라 이러한 비경이 내 나라 땅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믿기 어려웠다.
이곳 두타산에 올라 이처럼 신선들이나 노니는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 보면서 나 역시 대오 각성을 하게 된다.
그래 나도 지금부턴 새나라 새사람이 되어 너무 돈 돈 하며 물욕에 어두운 사람이 되지 말아야 겠다고 굳게 다짐을 하면서 이제
집에 돌아 가면 매주 어김없이 월요일 새벽이면 내 방에서 남몰래 치루었던 비밀의식을 중단해야 겠다고 입을 꽉 물었다.
비밀의식이라고 해서 무어 별 대단한 건 물론 아닙니더.
자그만 소반에 물 한사발 떠 놓고 옆에 올린 롯또 복권에 머리 조아리고 공중을 향해 두 손 싹싹 비는 그런 정도입니더.
삼화사를 지나 주차장으로 내려 오니 리무진 옆에서 뒷풀이가 걸판지게 벌어 지고 있었다.
최 기사님이 떠 주시는 얼큰한 국물을 부여 안고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러 보니 새로운 벗들이 네분이나 계신다.
새로운 벗이 생긴다는 건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오래도록 함께 산행을 하며 우의를 다졌으면 얼마나 좋을 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아직까지도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는
관음폭과 병풍같은 바위들의 절경이 아심삼삼한 모습으로 나타 난다.
어떤 분의 말씀처럼 정말 머무르고 싶었던 그 순간이...
돌아 오는 길에 비구름 때문에 아무래도 제대로 감상치 못한 조망이 영 찜찜했었던 가 보다 강 대장께서 예의 그 옹골찐
표정으로 꼬옥 다시 한번 더 오겠다며 다짐을 하신다.
귀환을 하는 길에 느림보 리무진이 바닷가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어떤 곳에 정차를 했었던 가 보다.
넘들이 사진 찍느라 부산하게 움직이는 걸 비 맞은 초상집 개 처럼 멀건하게 지켜 보고 있는 내가 몹시도 처량해 보였던지
천사의 마음과 선녀의 미모를 겸비한 몇 분이 손짓을 하시더니 나를 보리알 처럼 옆자리에 끼워 주신다.
손발이 와들 와들 떨리고 왼통 숨이 막혔지만 구래도 마음만은 엄청나게 즐거웠다.
이 순간은 사진으로 찍었으니 아무래도 영원히 머무르고 싶은 순간이 꼬옥 되고야 말 것이다.
자비와 보시행을 베푸신 세 분의 영화 배우님들께 다시 한번 더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항시 원만한 성생활로 행복 충만한 가정을 가꾸시길. 어느 분 처럼 무리는 절대 금물임다.
탄천변 보리알 돌삐 올립니다.
첫댓글 으이구~~~ 돌삐님땜시 에쉴리 돌아삔다 돌아뼈
에이구 여하튼 돌삐님 글속에 제가 가끔 소제가 되는것도 영광이지만서두
워제 과장이 무척이나 으~~음
이러시면 응징이 기다리고 있음을 아셔야 합니다요 치~~~
멎모르고 십이폭상단에올라 아래를처다보면서 아찔한소름이...나도모르게 오줌을찔끔...ㅋ ㅋ(작년 산행때)
두타청옥 넘멎진곳입니다,늘아쉬움에 미련이남은곳인데 산행기읽으면서 옛기억을 더듬어보네요.
철철넘치는 쇄주에제육볶음이라...목젖이침을삼키네요 ㅋ ㅋ...!그자리에 함께못함이 아쉬울뿐...
돌삐님 기다리삼 가지산에서뵐때 정상주 찐하게한잔하자구요,느림보님들 내려보내시고
정상에서 별보면서 하룻밤을 지내보심이...? 맞난안주에 댓병준비하겠슴다.
부처님께 향 공양을 올리고 있노라니 ... 이런 공양도 있는 줄 몰랐습니다.ㅋㅋㅋ
두타산성 내려 오면서 그 훌륭한 전망에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건너다 보이는 관음암의 마루 끝에 앉아서 산성쪽을 바라보면
그 모습 또한 장엄하기 그지 없습니다.
돌삐님의 감칠맛나는 산행기 기다리는 기쁨도
산행을 기다리는 마음만큼이나 커집니다.
다만..염려스러운것은 점점 수위가 올라가는 돌삐님의 수준에
울님들이 적응 못 하실까 걱정입니다.ㅎㅎ..
몆년을 산행해도 두티산은 처음산행이었는대 비온뒤라 물많고 사방에조망이 넘~아름답고 멋쩌 감탄이 연속이었습다,돌삐님에 재미있 소설한편~~감사함니다,
두타산은 그 기막힌 광경을 다 보여주지 않는가 봅니다.
갈 때마다 맑은 날이 없어요~~~
그래서 항상 다시 오라 미련을 던져 주는가 싶군요.
미녀들 틈에서 설움에 복바친(넘친)? 돌삐님을 위로하면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