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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선생 문집을 보다가 주자의 백록동 서원의 동규에 대한 백호 윤휴선생의 석의가 있어서 읽어보니 아주 쉽고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내가 조금 더 보태고
원문과 번역문을 짧은 구절로 재편집하였다
글이 다소 길지마는 천천히 원문을 되 세기며 읽으면 그 향을 알 수 있으리라
백록동서원(白鹿洞書院)은 숭양서원(崇陽書院), 악록서원(岳麓書院), 응천서원(應天書院)과 함께 중국 4대서원의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940년 당나라시대에 이발(李渤)이 그 형 이섭(李涉)과 함께 이곳에 은거하며 독서를 하고 학문에 전념하였는데 하얀 사슴, 즉 백록(白鹿)을 길렀다.
그런데 이 사슴이 예사롭지 않아 10 리 밖의 시내로 나가 주인이 필요로 하는 서적과 문방사우를 구해 돌아올 정도로 영민하였기에 사람들이 이발을 백록선생이라 부르고, 그 거처를 백록동(白鹿洞)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5대 10국 시대에 서원의 전신인 여산국학(廬山國學)이 설립되었고, 송대에 지방자제를 교육하는 서원이 되었다. 그리고, 1179년(고려 명종9) 주자가 남강군 태수로 부임하여 예전의 학관을 중수하고, 직접 강학을 하던 곳이다.
주자가 여기에 정한 동규(洞規)는 오륜(五倫)ㆍ오교(五敎)ㆍ수신(修身)ㆍ처사(處事)ㆍ접물(接物)에 대한 요령을 정해 놓은 것이다
한국 서원의 효시가 되는 영주 순흥의 백운동서원(白雲洞書院:紹修書院)이 바로 이 백록동서원을 본떠 주세붕이 만든 것이다. 장달수 識
백록동규 석의 서문(白鹿洞規釋義序) 백호 윤휴 찬
주부자(朱夫子)의 백록동 학규(白鹿洞學規)는 사실 만세를 두고 학문의 기본 법칙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성현(聖賢)을 배우려면 당연히 띠에다 쓰고 가슴에 새겨 죽도록 잊지 말고 그대로 따라야 할 내용이다. 그러나 그 말과 구두 그리고 단락들을 보면 내용과 뜻이 너무 예스럽고 요약되어 있어 초학자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익히고 외우기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
朱夫子白鹿洞學規。實萬世問學之準則也。學聖賢者。固當書紳著膺。佩服終身。而顧其語讀段落。辭義古約。在初學有未易遽領會而誦習也。
근간에 정학(正學) 방효유(方孝孺)가 쓴 가범 사잠(家範四箴)을 보았더니, 그것은 학규 가운데 윤서(倫序)의 조목을 근간으로 한 것으로 만들어진 말과 내용이 아름답고 간략하면서도 진실하여 사람을 감발시키기에 충분한 면이 있었는데, 아마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교재가 아니었던가 싶다. 내가 이것을 읽어보고 좋다고 느껴져서 그 중에 하나 빠졌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내 뜻대로 만들어 넣어 사잠(四箴)을 오잠(五箴)으로 만들었다. 또한 뒤에는 학규의 오사(五事)를 같은 방법으로 통론을 가해 의례(義例)와 비슷하게 꾸미면서 체제는 운어(韻語)를 썼고 아울러 그 출전까지 밝혀 집안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이용하게 하였다.
間得方正學孝孺氏家範四箴。蓋因學規中倫序之目。而綴成辭句。端懿簡諒。有足感發人者。豈固以爲蒙授之資也歟。余讀而喜之。遂以鄙語。補其中之缺一者爲五。而又繼之以學規五事。統論一道。略倣義例。 編成韻語幷疏其所出。以授家間兒輩。
취지는 정자(程子)가 이른 바, “고시(古詩)는 이해하기가 어려우므로 지금 사람들이 하는 말로 별도의 노래를 만들어 아이들이 조석으로 그를 노래하게 하면 틀림없이 도움이 있을 것이다.”고 하신 그 취지를 딴 것으로, 우선 주부자의 학규를 편(篇) 머리에다 붙여 백록동규 석의라고 하였고, 거기에다 방씨(方氏)의 유의잡잠(幼儀雜箴) 20편, 면학시(勉學詩) 24수를 부기하고, 이어 주부자의 감흥시(感興詩) 20편으로 끝맺음을 하였다.
庶幾程子所謂古詩難曉。欲以今人語。別爲歌詩。使兒輩朝夕歌之。似當有助者云爾。取朱夫子學規。冠于篇端。名之曰白鹿洞規釋義。附以方氏幼儀雜箴二十。勉學詩二十四。
주자 백록동규(朱子白鹿洞規)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
- 이상 오교(五敎)의 항목은 요(堯)ㆍ순(舜)이 설(契)을 사도(司徒)로 삼아, 각별한 마음으로 오교를 펴라고 했었는데, 그 오교가 바로 이것인 것이다. 인간이 배운다는 것은 그것을 배운다는 것일 뿐이고 그것을 배우는 순서도 다섯 가지 있는데, 그 구분은 다음과 같다. -
右五敎之目。堯舜使契爲司徒。敬敷五敎。卽此是也。學者學此而已而其所以學之之序。亦有五焉。其別如左。
(주) 萬古五倫之主 후산(后山) 허유(許愈)의 글에서 -장달수 보충-
부자유친은 순임금을 이름이요, 군신유의는 문왕을 이름이며, 부부유별은 태사를 이름이요, 장유유서는 계찰을 이름이며, 붕우유신은 관중과 포숙을 말함이다.
여헌 장현광선생이 동자 때 말하기를 “능히 천하의 제일가는 사업을 하여야 비로소 천하의 제일가는 인물이 될 수 있다.” (장여헌이 18세에 지은 우주요괄첩에 나오는 글) 하였으니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마땅이 표준으로 삼는 것이 좋으리라.
父子有親。大舜是也。君臣有義。文王是也。夫婦有別。太姒是也。長幼有序。以兄弟則季札。以師生則顔淵近之。朋友有信。管鮑庶幾焉。
旅軒張先生。自童子時言。能做天下第一事業。方爲天下第一人物。學者要欲爲天下第一人物。須當以萬古第一等人物爲標準。玆敢列敍五倫之主如是。以示童子之請學者。
많은 것을 널리 배우고[博學之],
의심이 일어나면 꼭 묻고[審問之],
깊이깊이 생각해보고[愼思之],
분명하게 구별을 하고[明辨之],
철저히 실천한다[篤行之].
- 이상은 학문하는 순서로서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구별하는 이 네 가지는 궁리(窮理)하는 일이다. 독실하게 실천하는 문제는 수신(修身)으로부터 일을 처리하고 상대를 대하는 데에까지 각기 따로따로 중요한 단서가 있다.
그 구분은 다음과 같다. - 右爲學之序。學問思辨四字。所以窮理也。若夫篤行之事。則自修身以至于處事接物。亦各有要。其別如左。
말은 진실되고 믿음 있게[言忠信],
행실은 철저하면서도 신중하게[行篤敬],
북받치는 분을 절제하고 욕심을 막으며[懲忿窒欲],
선한 쪽으로 나아가고 과실이 있으면 고친다[遷善改過].
-이상은 수신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훈이다- 右修身之要。
의리에 맞도록만 하고 이해는 따지지 말 것이며[正其義 不謀其利],
옳은 길만 택해 가고 공로를 계산에 넣지는 말라[明其道 不計其功].
-이상은 일 처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훈이다- 右處事之要。
내가 하고 싶지 않는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고[己所不欲 勿施於人],
하다가 잘 안 되는 일은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으라[行有不得 反求諸己].
- 이상은 상대를 대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훈이다- 右接物之要。
희(熹)가 내 나름대로 살펴보건대, 옛 성현(聖賢)들이 사람에게 학문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데 있어 그 뜻은 모두가 의리(義理)를 잘 알고 밝혀서 각기 자신을 닦은 뒤에 이를 다른 사람에게까지 미치게 하라는 것이었지, 한갓 사람들로 하여금 기람(記覽)만을 힘쓰고 문장(文章)이나 잘하여 실속없는 이름이나 얻고 이록(利祿)이나 취해오면 그만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의 학문하는 사람들은 이미 그와 반대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熹竊觀古昔聖賢所以敎人爲學之意。莫非使之講明義理。以修其身。然後推以及人。
非徒欲其務記覽爲詞章。以釣聲名取利祿而已也。今入之爲學者。則旣反是矣。
그러나 성현이 사람을 가르치던 법이 모두 경전 속에 있으니, 뜻 있는 사람이 그것을 잘 읽고 깊이 생각하고 또 묻고 밝히고 하여 그것이 당연한 이치임을 알고서 자기 자신이 꼭 그대로 해야겠다고만 한다면, 남이 규구(規矩)를 만들고 금제(禁制)를 만들기 이전에 자기가 지킬 것은 지키고 자신이 갈 길은 스스로 알아서 가야 하지 않겠는가.
然聖賢所以敎人之法。具存於經。有志之士。固當熟讀深思而問辨之。苟知理之當然。而責其身以必然。則規矩禁防之具。豈待佗人設之而後有所持循哉。
그러한 의미로 본다면 근세에 와서 학문하는 데 있어 규구를 둔다는 그 자체가 이미 학자를 학자로 대우하는 도리가 아니다. 그리고 그 방법 또한 꼭 고인들의 뜻에 맞는 방법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당(堂)에서는 그러한 것들을 쓰지 않고 다만 성현이 가르치신 학문하는 방법 중의 중요한 부문만을 골라 이상과 같이 조항별로 써서 문지방 사이에다 게시해 놓는 것이다.
近世於學有規。其待學者。爲己淺矣。而其爲法。又未必古人之意也。故今不復以施於此堂。而特取凡聖賢所以敎人爲學之大端。條列如右而揭之楣間。
제군들이 그 모두를 자신의 책임으로 알고 그 내용을 강명(講明)하여 준수해 나간다면, 무슨 생각 하나 하고 행동 하나 하는 데 있어 틀림없이 저 학규보다도 더 엄격하게 삼가고 두려워할 것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렇지 못하고 혹시 저 말대로도 못한다면 그때는 저 학규라는 것이 제군들을 단속하는 도구로서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될 것이다. 제군들은 그 점을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諸君其相與講明 遵守而責之於身焉。則夫思慮云爲之際。其所以戒謹而恐懼者。必有嚴於彼者矣。其有不然而或出於禁防之外。則彼所謂規者。必將取之。固不得而略也。諸君其念之哉。
임하필기 근열편(近悅編) 이유원 찬 -장달수 보충-
정학(正學) 방효유(方孝孺) 제유 학안(諸儒學案)의 스승이다.
방효유는 자(字)가 희직(希直)이고, 태주(台州)의 영해(寧海) 사람이다. 그의 잡계(雜誡)에 이르기를, “사람에게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가? 몸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몸에 있어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배움[學]이 중대하다. 온전한 천명(天命)과 귀한 천작(天爵)이 마음에 갖추어져 있으니, 몸은 참으로 중요하지 않은가. 배우지 않으면 물(物)과 같게 되고, 배우면 몸을 지킬 수도 있고 백성을 다스릴 수도 있으며 가르침을 세울 수도 있으니, 배움은 참으로 중대하지 않은가. 배우는 은 성인(聖人)이 하늘을 돕는 것이다. 하늘은 윤서(倫序)를 베풀어 두었는데 배움이 아니면 돈독하게 할 수 없고, 사람에게는 변함없는 질서[紀]가 있는데 배움이 아니면 차례를 정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어진 이는 배움을 통해서 명철(明哲)해지고, 어질지 않은 이는 배움을 폐해 버려 혼매(昏昧)하게 되는 것이다. 대장(大匠)이 집을 지을 때에 재목이 앞에 가득 쌓여 있는데도 전혀 헷갈리는 일이 없이 시원시원하게 법도에 따라 취하고 버리는 것은 법도가 평소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군자는 일에 임해서 우왕좌왕하지 않고 뜻밖의 사태를 당해도 흔들리지 않는데, 배움이 아니면 어떻게 그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겠는가. 배움이란 군자의 법도이다. 천하를 다스리는 것은 집 한 채를 짓는 것과 같아 마음에서 발한 것이 일에 나타나는데, 나오는 것이 다함이 없고 일은 많지만 문란하지 않다. 배우지 않은 자는 완전히 소경과 같다. 손으로 더듬으면서 가는 것과 같아 어떤 일을 당해도 적절하게 대응할 수가 없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옛날 벼슬살이하던 자는 그 은택이 물(物)에까지 미쳤는데, 지금 벼슬살이하는 자는 자기에게만 적합하게 할 뿐이다. 물(物)에까지 미치면서 벼슬살이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고, 자기에게만 적합하게 하고 백성을 버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귀하면서 부끄럽게 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미천(微賤)하면서 즐거운 것이 낫다. 그러므로 군자는 벼슬에 나아가는 것을 어렵게 여긴다.” 하고, 또 이르기를, “일 년 수고하여 수십 년을 이롭게 하고, 십 년 수고하여 수백 년을 이롭게 하는 것은 군자가 한다. 군자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이고, 소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신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정치를 하는 데 세 가지 중요한 점이 있으니, 체를 아는 것[知體], 옛것을 상고하는 것[稽古], 때를 살피는 것[審時]이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빠지면 참다운 정치가 아니다. 체를 안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대신(大臣)부터 서리(胥吏)까지 모두 체가 있는데, 이를 어기면 속이는 것이 된다. 선왕(先王)의 다스리는 법은 상세하다. 그런데 만약 잘잘못을 상고하지 않고 멋대로 행한다면 저속(低俗)한 것이 된다. 시대의 차이가 많이 나고 일이 서로 동떨어졌는데 만약 합당한지의 여부를 살피지 않고 오직 옛것에만 구애된다면 고루한 것이 된다. 오직 호걸스런 선비만이 인정을 두루 꿰는 지혜와 만사(萬事)에 달통한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일을 행함에 속이지도 저속하지도 고루하지도 않다.” 하고, 또 이르기를, “천하의 다툼을 안정시킬 것은 오직 정전법(井田法)이 아니겠으며, 천하의 난폭함을 그치게 할 것은 오직 비려족당(比閭族黨)의 법이 아니겠는가. 언제나 자신의 분수를 지키며 변함없는 도(道)를 알고 있으니, 어떻게 어지러워지겠는가.” 하였다.
또 이르기를, “가난한 나라가 된 데에는 네 가지 경우가 있는데, 흉년이 든 것은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거두어들이기만 하는 신하가 귀하게 되면 나라가 가난하게 되고, 공훈이 있는 임금의 친척이 자식에게 지위를 물려주면 나라가 가난하게 되고, 윗사람이 정벌(征伐)을 좋아하면 나라가 가난하게 되고, 뇌물이 아래에서 행해지면 나라가 가난하게 된다.” 하고, 또 이르기를, “나라가 부유하게 된 데에는 네 가지 경우가 있는데, 이재(理財)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정치가 공평하고 형벌이 간략하며, 백성들이 즐거워하고 국토가 넓어지며, 상하가 서로 친하며, 검소함을 힘쓰고 덕(德)을 높이는 것, 이것이 부국(富國)의 근본이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나라는 재물이 쌓이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 제대로 정치를 하지 못할까 걱정하며, 집안에서는 부유하지 않은 것을 걱정하지 말고 무례(無禮)하게 될까 걱정해야 한다. 정치를 통해 백성들을 절약하도록 할 것이니, 백성들이 화합하면 윗사람을 친근하게 여겨 나라의 재용(財用)이 풍족하게 될 것이다. 예(禮)를 통해 인륜(人倫)을 바로잡을 것이니, 인륜의 차례가 잡히면 여러 사람들의 뜻이 한결같아진다. 집안이 화합하여 하나가 되고서도 부유하지 않은 경우는 이제까지 없었다.” 하고, 또 이르기를, “벼슬살이하는 도리(道理)는 세 가지가 있는데, 정성껏 인군을 돕고 바르게 몸가짐을 하며 사랑으로 백성들을 보살펴서 마음이 이록(利祿)에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마음에 조금이라도 이록을 생각하면 하는 일들이 모두 세속적인 것을 따르게 될 것이다. 세속적인 것을 따르는 자는 천리(天理)를 잃게 되니, 천리를 잃고 세속적인 것을 얻으면 외적으로 귀하게 될수록 속으로는 더욱 천하게 되는 것이다.” 하였다.
또 이르기를, “금옥(金玉)과 서패(犀貝)가 자기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도 아닌데 한 집안에 모여 있는 것은 그것을 좋아하여 모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참으로 선(善)을 좋아하면 천하의 뛰어난 선이 모두 나를 위해 쓰일 것이니, 굳이 모두 나에게서 나와야만 될 필요가 있겠는가. 지혜롭다고 해서 자신의 지혜만 쓰는 것은 선한 말을 듣고 실천하는 아름다움만 못하고, 재주가 있다고 자신의 재주만 쓰는 것은 현자(賢者)를 속히 임용하는 것만 못하다.” 하고, 또 이르기를, “옛것을 배웠으면서도 당세(當世)의 일을 통달하지 못하면 비루하고 미련한 선비이고, 사변(事變)에 통달했으면서도 도술(道術)에 근본하지 않으면 권모술수에 능한 선비이다. 비루하고 미련한 자는 쓸 데 없고 권모술수를 부리는 자는 써서는 안 되는데, 술수를 부리는 자는 남에게 잘 보이지만 일을 그르치게 될 경우에는 도리어 비루하고 미련한 자가 권모술수를 부리는 자보다 낫다. 권모술수를 부리는 자가 나라를 망쳤다는 말은 들었어도 비루하고 미련한 자가 일을 망쳤다는 말은 들어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군자는 질박한 것을 숭상하고 화려한 것을 숭상하지 않으니, 속임수를 부릴 바에는 차라리 질박하게 행동한다.” 하고, 또 이르기를, “나라의 근본은 신하이고 집안의 근본은 자손이다. 충신예양(忠信禮讓)은 본성(本性)에 근본하지만 습관에 의해 변화된다.” 하였다.
사설(師說)에 이르기를, “선생은 세상에 드문 자품(資稟)으로 개연히 사문(斯文)으로 자임하여 무질서한 상태를 청산하고 이제(二帝 요(堯), 순(舜)을 가리킴)의 시대를 열며 잡다한 패도 정치(霸道政治)를 버리고 삼왕(三王 우(禹), 탕(湯), 문왕(文王)ㆍ무왕(武王)을 가리킴)의 시대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또 그 나머지를 미루어 후세(後世)를 맑게 하려고 이윤(伊尹), 주공(周公), 공자(孔子), 맹자(孟子)를 합하여 한 사람으로 여겼다. 오로지 신하로서는 충성을 다하고 자식으로서는 효성을 극진히 하였는데, 이러한 것들은 한결같이 천부적인 양심(良心)에 근본하였으며, 온 천하 사람들을 인솔하여 나아가기를 수십 년이나 하여 거의 풍속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러한 경계를 넘어서니, 가릴 수 없는 한 줄기 밝은 빛이 빛났다. 이것은 대개 내면이 지극히 정성스러우면 밖으로 드러나고 변화시키는 이치로 볼 때 당연한 것으로, 사람의 힘으로는 거의 미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설령 선생을 중용(中庸)의 도(道)를 지닌 분이라고 하더라도 괜찮다.” 하였다.
[주]비려족당(比閭族黨)의 법 : 이는 향리(鄕里)의 이웃끼리 결속하여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 돕도록 한 제도를 가리킨다. 《주례(周禮)》 지관(地官) 사도(司徒)에 “5가(家)가 비(比)가 되는데 서로 보호해 주도록 하고, 5비(比)가 여(閭)가 되는데 서로 받아 주도록 하며, 4려(閭)가 족(族)이 되는데 서로 장사(葬事)를 지내 주도록 하고, 5족(族)이 당(黨)이 되는데 서로 구원해 주도록 한다.” 하였다.
[주]방효유(方孝孺) : 명(明)나라 건문제(建文帝)의 시강학사(侍講學士)를 지냈다. 자는 희직(希直) 또는 희고(希古)라고 한다. 연왕(燕王) 영락제(永樂帝)가 건문제를 내쫓고 즉위하여 그에게 즉위 교서를 기초(起草)하도록 하였는데, 그는 도리어 ‘연 땅의 도적이 제위를 찬탈하였다.[燕賊纂位]’라고 써서 10족이 함께 처형당했다.
저서에 《손지재집(遜志齋集)》이 있다.《明史 卷141 方孝孺列傳》
방씨 사잠(方氏四箴) 방효유
(주) 시는 방효유가 지은 것이고 해설은 백호선생이 하였다
자식의 효도가 부모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는데 / 子孝寬父心
그 말이야 참으로 그렇고 말고 / 斯言誠爲確
부모님 사랑을 못 받을까 걱정을 왜 하는가 / 不患父不慈
자식이 훌륭하면 어버이는 즐거워할 것을 / 子賢親自樂
부모님 마음 하늘 땅과 같은 마음 / 父母天地心
작거나 크거나 후박이 없다네 / 小大無厚薄
순 임금이 늘 조심하고 두려워했더니 / 大舜日夔夔
고수도 마음을 돌려 따랐지 않나 / 瞽叟亦允若
- 이는 부자(父子)에 대한 것이다. -
지아비는 정의로워야 좋고 / 夫以義爲良
지어미는 고분고분해야 좋지 / 婦以順爲令
집안이 화락하면 좋은 일만 생겨나고 / 和樂禎祥來
서로가 틀어지면 오는 것은 재화라네 / 乖戾災禍應
음식상 들 때도 눈썹 닿게 들고 / 擧案必齊眉
서로 조심하기를 손님 대하듯 해야지 / 如賓互相敬
암탉이 새벽에 울게 되면 / 牝鷄一晨鳴
삼강이 바르게 될 수 없다네 / 三綱何由正
- 이는 부부(夫婦)에 대한 것이다. -
형은 꼭 아우를 사랑하고 / 兄須愛其弟
아우는 꼭 형에게 공손해야지 / 弟必恭其兄
사소한 이해를 따지다가 / 勿以纖毫利
골육의 정 상해서야 될 일인가 / 傷此骨肉情
주공은 당체의 시를 썼고 / 周公賦棠棣
전씨는 자형화 보고 느꼈었네 / 田氏感紫荊
형제는 같은 부모의 자식이거니 / 連枝復同氣
부인의 말만 듣지를 마오 / 婦言愼勿聽
- 이는 형제(兄弟)에 대한 것이다. -
손해 주는 벗은 공경하되 거리를 두고 / 損友敬而遠
보탬 되는 친구와 가까이 지내야지 / 益友宜相親
현철하고 덕 있으면 그만이지 / 所交在賢德
빈부 같은 것이야 따져서 무엇하리 / 豈論富與貧
군자는 물처럼 담담하여 / 君子淡如水
가면 갈수록 정 더 두터워지고 / 歲久情愈眞
소인의 입 꿀같이 달지만 / 小人口如蜜
눈 깜짝할 사이 원수로 변한다네 / 轉眼如讐人
- 이는 붕우(朋友)에 대한 것이다. -
임금은 신하를 예로 부리고 / 君使臣以禮
신하는 충성으로 임금을 섬겨야 하네 / 臣事君以忠
위대하신 성인의 그 교훈은 / 大哉元聖訓
만세토록 지켜야 할 종법이라오 / 萬世人所宗
둘 다 요와 순을 본받아야 하는 것은 / 二者法堯舜
요와 순 그 이상은 없기 때문이라오 / 堯舜道之衷
아, 추 나라의 맹씨 교훈이 / 嗟嗟鄒孟氏
성인의 뒤를 이어 중생을 깨우쳤네 / 繼聖牖群蒙
- 이는 군신(君臣)에 대한 것이다. - 윤 백호가 보충한 것이다.
- 이상은 오교(五敎)의 항목이다.
- 맹자(孟子)가 이르기를, “인간이면 가야 할 길이 있는데, 배불리 밥 먹고 따뜻하게 옷 입고 편안히 지내면서 교육이 없으면 바로 새나 짐승과 별로 다를 것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순(舜)이 설(契)을 사도(司徒)로 삼아 그로 하여금 인륜(人倫)을 가르치도록 했는데, 그 내용은 바로 부자유친(父子有親)ㆍ군신유의(君臣有義)ㆍ부부유별(夫婦有別)ㆍ장유유서(長幼有序)ㆍ붕우유신(朋友有信)이 그것이다.”라고 하였다.
孟子曰。人之有道也。飽食煖衣。逸居而無敎。則近於禽獸。舜使契爲司徒。敎以人倫曰。父子有親。君臣有義。夫婦有別。長幼有序。朋友有信。
위대하신 순 임금 인륜을 살피시네 / 大舜察人倫
오교를 펴라고 설에게 명했다네 / 命契敷五敎
임금과 스승이 상하에 있으면서 / 有君師上下
상과 서와 학교를 두었었지 / 設庠序學校
본심 그대로 천성 그대로 가르치는 것 / 本心而因性
솔개는 날고 물고기는 뛰는 그 이치라네 / 鳶飛而魚躍
덕을 떨치는 것이 교육이라면 / 振德之謂敎
법을 본받는 것이 학문이라네 / 効法之謂學
배워서 자기 스스로 깨닫고 / 學以覺乎己
모르는 것 남에게 물어보고 / 問以求諸人
은미한 이치 생각해서 알아내고 / 思以通其微
진짜 가짜 잘 골라서 간직해야지 / 辨以存其眞
그래서 선을 잘 알아야지만 / 是以明乎善
그를 실천하기에 진력할 것 아닌가 / 然後誠諸身
그게 바로 학문하는 순서이며 / 是謂學之序
그리 하면 그게 지요 인이라네 / 曰旣知且仁
- 이상은 학문하는 순서이다-.
- 자사(子思)가 이르기를, “폭넓게 배우고, 자세히 물어보고, 깊이 생각해보고, 분명하게 분변하고 나서 독실하게 실천하라. 배우지 않으려면 몰라도 배우려고 하면 모르는 것을 그냥 넘겨서 안 되고, 묻지 않으려면 몰라도 일단 물었으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되고, 생각하지 않으려면 몰라도 생각했다 하면 마음에 터득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고, 분변하지 않으려면 몰라도 분변을 하려면 시시비비가 명백하도록 해야 하고, 실천을 않으려면 몰라도 실천을 할 바에는 독실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남이 한 번에 그것을 잘하면 나는 백 번을 하고 남이 열 번에 잘하면 나는 천 번을 해서라도 반드시 한다. 과연 그렇게만 한다면 아무리 어리석은 자라도 틀림없이 현명해지고 아무리 유약한 자라도 틀림없이 굳세어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子思曰。博學之。審問之。愼思之。明辨之。篤行之。有不學。學之不能不措也。有不問。問之不審不措也。有不思。思之不得不措也。有不辨。辨之不明不措也。有不行。行之不篤不措也。人一能之。己百之。人十能之。己千之。果能此道矣。雖愚必明。雖柔必強。
학문이 폭넓지 못하면 고루하고 / 學不博則陋
묻기를 자세히 않으면 거칠며 / 問不審則荒
생각을 깊이 하지 않으면 하나마나이고 / 思不愼則罔
구별을 분명하게 않으면 갈팡질팡이다 / 辨不明則倀
이상 네 가지에 최선을 다해야 / 四者苟自盡
천리가 훤히 밝아지는 법 / 天理爛昭章
그리고 그 외길 줄기차게 걸어야 / 主一且眞積
어리석고 유약한 자 밝고 굳세지느니 / 愚明柔必强
- 이상은 궁리(窮理)에 관한 일이다. -
《주역(周易)》에 이르기를, “이치를 연구하여 인간의 본 성품을 앎으로써 천명(天命)에 이르른다.”고 하였고, 장자(張子)는 이르기를, “학자라면 꼭 궁리(窮理)부터 먼저 해야 한다. 그래야지만 비로소 학문하는 것이다.” 했으며, 정자(程子)는 이르기를, “이치를 연구한다는 것은 천하 만물의 이치를 모조리 연구한다는 뜻이 아니고 그렇다고 또 무슨 이치든지 하나만 연구하면 다 된다는 것도 아니다. 요는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여 많은 공을 쌓고 나면 자연히 이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치를 연구하면 인간의 본성을 알게 되고 그것을 알게 되면 천명(天命)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했으며, 주자(朱子)는 이르기를, “학문하는 순서로서는 궁리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또 궁리를 위해서 우선 중요한 것이 독서(讀書)이며, 독서하는 방법은 또 순서를 따라 정밀하게 해야 하는데, 그것을 정밀하게 하자면 그 방법은 또 항상 경건한 자세로 뜻이 지속되어야 하니, 이는 바꿀 수 없는 이치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易曰。窮理盡性。以至於命。張子曰。學者須是窮理爲先。如此方爲學。程子曰。所務於窮理者。非道盡窮天下萬物之理。又不道是窮得一理便到。只是要積累多後。自然見去窮理則盡性。盡性則知天命矣。朱子曰。爲學之序。莫先於窮理。窮理之要。莫先於讀書。讀書之法。在循序而致精。致精之本。又在於居敬而持志。此不易之理也。
배운다는 건 인간이기를 배우는 것 / 學者學爲人
인간에게 중요한 건 실천이라네 / 人道行爲大
말만 잘하고 실천을 못하면 / 能言不能行
이는 광대라고 옛사람이 말했지 / 昔人比優俳
항상 진실한 마음으로 혼자일 때도 삼가고 / 存誠愼其獨
재계할 때처럼 마음을 경건히 하며 / 齋戒思敬時
남보다 일백 배 더 노력하면 / 人一己百之
그가 바로 부끄러움을 아는 자이지 / 是之謂知耻
- 이상은 독행(篤行)에 관한 일이다-.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이 세상 모두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존재로 다섯 종류의 유형이 있는데, 그 사이를 엮어나가는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다. 즉 군신(君臣)ㆍ부자(父子)ㆍ부부(夫婦)ㆍ장유(長幼)ㆍ붕우(朋友) 이 다섯 유형은 천하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존재이고, 지(知)ㆍ인(仁)ㆍ용(勇) 이 세 가지는 이 세상 모두가 공통으로 지녀야 할 덕목인 것이다. 혹자는 태어나면서 그것을 알고, 혹자는 배운 뒤에야 그것을 알고, 혹자는 남다른 노력 끝에 그것을 알기도 한다. 혹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를 실천하고, 혹은 이를 이롭게 여겨 실천하기도 하고, 혹은 노력에 노력을 거듭하여 이를 실천하기도 한다. 학문을 좋아하는 것은 지(知)에 가깝고, 노력하여 실천하는 것은 인(仁)에 가깝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은 용(勇)에 가깝다. 이 세 가지를 알면 자기 몸 닦을 줄을 알 것이고, 자기 몸 닦을 줄을 알면 남을 다스릴 줄 알 것이고, 남을 다스릴 줄 알면 천하 국가를 다스릴 줄 알 것이다.”라고 했고,
孔子曰。天下之達道五。所以行之者三。君臣也。父子也。夫婦也。長幼也。朋友也五者。天下之達道也。知仁勇三者。天下之達德也。或生而知之。或學而知之。或困而知之。或安而行之。或利而行之。或勉強而行之。好學近乎知。力行近乎仁。知恥近乎勇。知斯三 者。則知所以修身。知所以修身。則知所以治人。知所以治人。則知所以治天下國家矣。
주자(朱子)는 이르기를,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구별하는 것은 선한 것을 고르는 일로서 지(知)에 속하고, 독실히 실천하는 것은 굳게 지키는 일로서 인(仁)에 속하며, 남은 한 번에 하는 것을 자기는 1백 번까지 하여 꼭 되도록 하는 것은 용자(勇者)가 하는 일인 것이다.”라고 하고, 또 이르기를, “세 지(知)는 슬기이고, 세 행(行)은 어짊이고, 세 근(近)은 용기이다.”라고 하였다.
朱子曰。學問思辨。所以擇善而爲知也。篤行。所以固執而爲仁也。人一己百。必要其成。此勇者之事也。又曰。三知。知也。三行。仁也。三近。勇之次也。
모든 말은 진실되고 미덥게 하고 / 凡言必忠信
모든 행실은 돈독하고 경건하게 하여 / 凡行必篤敬
서 있으면 그것이 앞에 곧 보이는 듯 / 立見參於前
수레를 타면 그것이 멍에 위에 나타난 듯 / 在輿倚於衡
말과 행실을 그렇게만 조심한다면 / 果能愼厥脩
오랑캐 나라에서도 행세할 수가 있지 / 蠻貊必可行
성인의 그 말씀을 스승으로 삼아서 / 聖言寔師臨
띠에다 써두고 가슴에 새겨두고 / 書紳思服膺
아무리 분이 나도 산을 무너뜨리듯 징계하고 / 懲忿如摧山
골짜기 메우듯이 욕심도 막아야지 / 窒慾如塡壑
욕심이 자라는 것 죄악의 씨앗이요 / 慾長惡之源
분풀이는 재앙을 모이게 하는 것 / 忿行禍所集
바람처럼 빨리 선을 행하고 / 遷善如風速
벼락치듯 날쌔게 잘못을 고치라 / 改過如雷猛
선으로 옮아가면 덕이 날로 커지고 / 善遷德日起
허물을 고쳐가면 악은 날로 주는 법 / 過改慝日亡
할 일부터 먼저 야심을 두지 아니하면 / 先難與不設
해는 멀어지고 이로움이 생기나니 / 害適而利興
주역에도 분명한 교훈이 있듯이 / 昭昭大易訓
군자는 하늘의 법을 따른다네 / 君子隨天行
- 이상은 수신(修身)의 요령을 말한 것이다-.
자장(子張)이 행(行)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이르기를, “말을 진실하고 신의 있게 하고 행실이 돈독하고 조심스러우면 비록 오랑캐 나라에서라도 행세할 수가 있지만, 말이 진실하고 미덥지 못하고 행실이 돈독하고 조심스럽지 못하면 비록 고향 마을이라도 행세할 수 없다. 서 있을 때는 그 충신과 독경이 눈 앞에 보이듯이, 수레를 타면 그것이 바로 멍에 위에 얹어 있는 듯이, 한 순간도 잊어버리는 일이 없어야 행(行)할 수가 있는 것이다.”라고 하자, 자장은 그 교훈을 띠에다 썼다.
子張問行。子曰。言忠信行篤敬。雖蠻貊之邦。行矣。言不忠信。行不篤敬。雖州里。行乎哉。立則見其參於前。在輿則見其倚於衡也。夫然後行。子張書諸紳。
《주역》의 산택손(山澤損) 괘사에는, “군자는 이 괘를 본받아 분을 징계하고 욕심을 막는다.”고 하였고, 풍뢰익(風雷益) 괘사에는 “군자는 이 괘를 본받아 천선개과(遷善改過)를 한다.”고 하였다.
○易山澤 損。君子以。懲忿窒慾。風雷益。君子以。遷善改過。
이해는 안 따지고 의리만을 추구하고 / 正義不謀利
도만을 밝히고 공로 계산은 말라고 / 明道不計功
그렇게 말한 자가 누구였던가 / 問誰發此義
공자 뒤를 이은 동중서였다네 / 董生紹孔統
공자는 말을 별로 하지 않았지만 / 孔子固罕言
맹씨 걱정은 이만저만 아니었다네 / 孟氏憂思深
바른길 아니면 천하도 마다한 것 / 得天下不爲
성인이면 다 똑같이 그 마음이었다네 / 千聖同此心
- 이상은 처사(處事)의 요체를 말한 것이다-.
- 동중서(董仲舒)가 강도(江都)의 재상으로 있을 때 역왕(易王)이 그에게 묻기를, “월(越)의 구천(句踐)이 자기 대부인 설용(泄庸)ㆍ종(種)ㆍ여(蠡)와 오(吳)를 정벌하여 멸망시킨 데 대해 나는 월 나라에 세 인자(仁者)가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어떠한가?” 하자, 董仲舒爲江都相。易王嘗問之曰。越王句賤。與大夫泄庸種蠡。伐吳滅之。寡人以爲越有三仁。何如。
중서가 대답하기를, “옛날에 노(魯) 나라 임금이 제(齊) 나라를 치려고 유하혜(柳下惠)에게 그 가부를 묻자, 유하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하기를, ‘내가 듣기로는 남의 나라를 치려면서 그 가부를 인인(仁人)에게 묻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지금 어찌하여 이 문제를 나에게 묻는단 말인가.’ 했습니다. 물음을 당한 것만으로도 부끄럽게 여겼는데 더구나 속임수를 써서 치게까지 했겠습니까.
仲舒對曰。昔魯君問伐齊於柳下惠。惠有憂色曰。吾聞伐國。不問仁人。此言何爲至於我哉。徒見問耳。猶且羞之。況設詐以行之乎。
인인(仁人)이란 의리에 맞도록 만하고 이해는 따지지 않으며, 옳은 도리만 밝히고 그 공로는 따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중니(仲尼)의 문하에서는 어린 동자들도 오패(五伯)라면 말하기를 부끄러워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속임수와 힘을 앞세우고 인의(仁義)는 뒤로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월에는 인인(仁人)이 한 사람도 없었던 것입니다.” 하니, 왕이 좋은 말이라고 했다.
夫仁人者。正其義不謀其利。明其道不計其功。是以仲尼之門。五尺之童。羞稱五霸。爲其先詐力而後仁義也。繇此言之。則越未嘗有三仁也。王曰善。
내 싫은 것 남에게 시키지 말고 / 不欲勿施人
잘 안 되는 원인 자기에게서 찾으라 / 不得反諸己
인은 나에게서 찾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니 / 求仁莫近焉
자신을 바르게 하는 것이 최고라네 / 正己無餘事
자기 할 일 다하고 상대에게도 그리하면 / 盡己又盡物
그게 바로 제가요 치국 아니던가 / 齊治復何有
자공이 물었던 한 마디 말 / 端賜一言請
그것 말고 무엇을 또 찾으리 / 外此將無求
- 이상은 접물(接物)의 요체에 관해 말한 것이다-.
- 중궁(仲弓)이 인(仁)을 묻자, 공자가, “문 밖에 나가면 큰 손님을 본 듯이 하고, 백성을 부리면서는 큰 제사를 모시듯이 하며, 내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 것이니, 그렇게 하면 집안에서도 원망이 없고 나라에서도 원망이 없으리라.” 하였다. 중궁이 이 말을 듣고 “제가 비록 불민하오나 그 말대로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였다.
仲弓問仁。子曰。出門如見大賓。使民如承大祭。己所不欲。勿施於人。在家無怨。在邦無怨。仲弓曰。雍雖不敏。請事斯語矣。
맹자는, “상대를 사랑해도 가까워지지 않으면 자기의 인(仁)을 챙겨보고, 상대를 다스리는데 잘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智)를 챙겨보고, 상대에게 예를 갖추었는데도 답이 없으면 자기의 경(敬)을 챙겨보라. 무엇을 해서 잘 안 되는 일이 있으면 그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을 것이니, 자기가 올바르면 천하가 다 자기 쪽으로 올 것이다.” 하였다.
◇孟子曰。愛人不親反其仁。治人不治反其智。禮人不答反其敬。行有不得。反求諸己。正己而天下歸之。
오품은 원래가 하늘이 정한 질서인데 / 五品本天敍
이 모두는 다 경전(經傳)에 의거하여 그 뜻을 풀이한 것인데, 목적이 어린이 교육을 위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 출처를 아울러 밝히고 그 귀결되는 뜻까지 거듭 강조함으로써 어린이들이 참고하고 열람하는 데에 편리하게 하였고 또한 그 대의를 터득하여 일찍부터 그 방면에 종사하도록 기한 것이다.
凡此蓋本經傳。以釋規義。而要爲訓蒙而作。故並表其所出。而略伸其歸趣。俾蒙學。便於考閱。且欲仍以識其大者而早從事焉爾。
순(舜)이 설(契)에게 명하기를, “백성들이 서로 친밀하지 못하고 오품(五品)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서 너를 사도(司徒)로 삼은 것이니, 경건한 마음으로 오교(五敎)를 펴되 너그럽게 대하도록 하라.” 하였고, 고요(皐陶)가 제(帝)에 고하여 이르기를, “하늘이 인간 질서를 위해 법을 마련해 두셨으니 그 다섯 가지 법을 바로 확립하여 그 다섯 가지가 잘 지켜지도록 하소서.” 했는데,
舜命契曰。百姓不親。五品不遜。汝作司徒。敬敷五敎。在寬。皐陶贊于帝曰。天序有典。勑我五典。五。惇哉。
이에 대해 주자(朱子)는 이르기를, “품(品)이란 바로 부자(父子)ㆍ군신(君臣)ㆍ부부(夫婦)ㆍ장유(長幼)ㆍ붕우(朋友) 이 다섯 사이의 명분과 위치와 등급을 말한 것이고, 교(敎)란 부자유친(父子有親)ㆍ군신유의(君臣有義)ㆍ부부유별(夫婦有別)ㆍ장유유서(長幼有序)ㆍ붕우유신(朋友有信) 이 다섯 가지의 당연한 것들을 교령(敎令)으로 삼는다는 것이며, 서(敍)는 하늘이 정해놓은 질서이고, 전(典)이란 인간 고유의 성품인 것이다.”라고 했다.
朱子曰。品者。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五者之名位等級也。敎者。父子有親。君臣有義。夫婦有別。長幼有序。朋友有信。以五者當然之理而爲敎者也。敍者。天所第也。典者。人之常性也。
이것을 지금 살펴보면, 오품은 바로 오교이고, 오교는 바로 오전(五典)이다. 대개 인ㆍ의ㆍ예ㆍ지ㆍ신이라는 오상(五常)의 도는 원(元)ㆍ형(亨)ㆍ이(利)ㆍ정(貞)이라는 천덕(天德)에서 발원하여 부자ㆍ군신ㆍ부부ㆍ장유ㆍ붕우라는 오륜(五倫) 가운데서 행해지고 예악(禮樂)ㆍ형정(刑政)ㆍ문질(文質)ㆍ삼통(三統)의 기본 원칙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동자(董子)가 말했던 “도(道)의 원바탕은 하늘에서 나온 것이므로 하늘이 바뀌지 않는 한 도도 바뀌지 않는다.”고 한 것도 바로 그 말인 것이다. 그러므로 삼강(三綱)과 오상(五常)은 예(禮)의 원 줄거리요, 천지의 변함없는 법칙인 동시에 왕이면 누구나가 다 그대로 따라야 할 것인 것이다.
今按。五品卽五敎。五敎卽五典。蓋仁義禮智信五常之道。本乎元亨利貞之天德。而行乎父子君臣夫婦長幼朋友五倫之中。爲禮樂刑政文質三統之本者也。董子所謂道之大原出乎天。天不變。道亦不變者是 也。故曰。三綱五常。禮之大體。天地之常經。百王之所因也。
그런데 왜 너그럽게 하라고 했는가 하면 이는 백성들이 여유를 갖고 거기에 점점 젖어들도록 유도하고 격려해서 결국은 백성들의 천성(天性)이 드러나 그만두려고 해도 그만둘 수 없게 만들자는 것이니, 그것은 가르치는 사람에게 해당되는 일이다. 그리고 잘 지켜지도록 하라고 한 것은 백성들을 덕(德)으로 인도하고 똑같이 예(禮)를 따르게 하고 거기에 형벌과 상을 적절히 가미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인류의 최고 목표가 확립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최고 지도자인 왕이 할 일인 것이다.
謂之寬者。優遊浸漬。誘掖激勵。使天性呈露而不能已。此敎者之事也。謂之惇者。道德齊禮。政節刑賞。一使人極有所賴而立焉。此王者之道也。
이른바 경(敬)이란 성인이 두렵고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하늘을 무서워하고 도(道)를 닦자는 것이니, 이는 본심(本心)을 보존하고 천성을 기름으로써 교화를 펴고 법을 확립하기 위한 것이다.
其所謂敬者。則又聖人畏天修道。兢兢業業之心。所以存心養性。敷敎勅典者也。
그게 바로 백성들의 기강이다 / 寔民之綱紀
《백호통(白虎通)》에 보면, “삼강(三綱)은, 아버지는 아들의 강(綱)이요, 임금은 신하의 강이요, 지아비는 아내의 강인데, 큰 것이 강이고 작은 것은 기(紀)로서 그것은 위 아래를 포괄해서 다스리고 인간 질서를 확립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白虎通。三綱。父爲子綱。君爲臣綱。夫爲妻綱。大者爲綱。小者爲紀。所以張理上下。整齊人道也。
그리고 육기(六紀)란 제부(諸父)를 존경하고, 형제 간에는 친애하고, 사장(師長)을 존중하고, 족인(族人)은 서열을 지키고, 제구(諸舅)는 정의를 다지고, 붕우는 구정(舊情)을 나누는 것이다. 제부와 형제는 혈연 관계이기 때문에 부자(父子)의 기(紀)에 속하고, 사장과 족인은 자기를 완성시키는 데 필요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군신(君臣)의 기에 속하고, 제구와 붕우는 서로 부족한 것을 도와주는 사이이기 때문에 부부(夫婦)의 기에 속하는데, 이 육기는 바로 삼강의 보충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六紀。諸父敬。兄弟親。師長尊。族人序。諸舅義。朋友舊。諸父兄弟。父子之紀也。以有恩也。師長族人。君臣之紀也。以成己也。諸舅朋友。夫婦之紀也。以輔仁也。六紀。所以紀三綱也。
황과 왕 그리고 제와 패들 / 皇王及帝伯
뜻과 도(道)가 무위(無爲)와 합치되는 자를 황(皇)이라고 하고, 덕이 천지(天地)와 같은 이를 제(帝)라고 하며, 어질고 의로워서 백성들이 모두 와서 의지하는 자를 왕(王)이라 이르고, 슬기와 힘으로 세상을 차지하고 있는 자를 패(伯)라고 이른다.
志道合無爲曰皇。德象天地曰帝。仁義歸往曰王。智力持世曰伯。
삼황(三皇)은 복희(伏羲)ㆍ신농(神農)ㆍ황제(皇帝)이고, 오제(五帝)는 소호(少昊)ㆍ전욱(顓頊)ㆍ제곡(帝嚳)ㆍ당요(唐堯)ㆍ우순(虞舜)이고, 삼왕(三王)은 하우(夏禹)ㆍ은탕(殷湯)ㆍ주문무(周文武)이고, 오패(五伯)는 하(夏)의 곤오(昆吾), 상(商)의 대팽(大彭)ㆍ시위(豕韋), 주(周)의 제환(齊桓)ㆍ진문(晉文)이다. 혹자는 천황(天皇)ㆍ지황(地皇)ㆍ인황(人皇)을 삼황이라 하고, 복희ㆍ신농ㆍ황제ㆍ소호ㆍ전욱을 오제라 하고, 제 나라 환공(桓公), 진 나라 문공(文公), 초(楚) 나라 장왕(莊王), 오(吳) 나라 부차(夫差), 월(越) 나라 구천(句踐)을 오패라고 하기도 한다.
三皇。伏羲,神農,黃帝。五帝。少昊,顓頊,帝嚳,唐堯,虞舜。三王夏禹,殷湯,周文武。五伯。夏昆吾,商大彭,豕韋,周,齊桓,晉文也。或曰三皇。天皇, 地皇,人皇。五帝,伏羲,神農,黃帝,少昊,顓頊。五伯齊桓,晉文,楚莊,吳夫差,越句賤。
하늘은 그를 기준하여 명ㆍ토를 결정하고 / 命討其在玆
《서경》에 “하늘이 덕 있는 이를 명하면 오복(五服)으로 다섯 종류의 포장을 하고, 하늘이 죄 있는 이를 다스리면 오형(五刑)으로 다섯 종류의 벌을 가하소서.” 했는데, 오복이란 다섯 등급의 복장으로서 9장(章)에서 1장(章)까지이다. 즉 용(龍)은 변화를 이루는 점을 취한 것이고, 산은 주위를 진압하고 있음을 취한 것이고, 꿩은 그 찬란한 문채를 취한 것이고, 불은 밝은 빛을 취한 것이고, 종이(宗彝)는 짐승으로서 효도할 줄 아는 것을 취한 것이고, 조류(藻類)는 그 깨끗한 점을 취한 것이고, 분미(粉米)는 사람을 먹여 살리는 점을 취한 것이고, 보(黼)는 딱 자르는 점을 취한 것이고, 불(黻)은 좌우가 분명한 점을 취한 것이다.
書曰。天命有德。五服五章哉。天討有罪。五刑五用哉。五服。五等之服。自九章以至一章。龍取其變也。山取其鎭也。華蟲取其文也。火取其明也。宗彝取其孝義也。藻取其潔也。粉米取。其養也黼取其斷也。黻取其辨也。
곤면(袞冕)은 9장(章)인데 삼공(三公) 복장이고, 별면(鷩冕)은 7장인데 후(侯)와 백(伯)의 복장이고, 취면(毳冕)은 5장인데 자(子)와 남(男)의 복장이고, 치면(絺冕)은 3장인데 고(孤)의 복장이고, 현면(玄冕)은 1장인데 경(卿)과 대부(大夫)의 복장이며, 사(士)는 피변(皮弁)이고 복장의 장의 수는 없다. 혹자는 “오복은 천자ㆍ제후ㆍ경ㆍ대부ㆍ사의 복장이다.”고 말하기도 한다.
衮冕九章。三公之服也。鷩冕七章。侯伯之服也。毳冕五章。子男之服也。緇冕三章。孤之服也。玄冕一章。卿大夫之服也。士皮弁無章數也。或曰。天子諸侯卿大夫士之服也。
오형(五刑)은 가장 큰 형이 갑병(甲兵)이고, 그 다음이 부월(斧鉞)이며 중간치 형은 도거(刀鋸)이고, 그 다음이 찬작(鑽笮)이며, 가장 가벼운 형이 편복(鞭扑)이다. 혹자는 “대벽(大辟)ㆍ궁(宮)ㆍ월(刖)ㆍ의(劓)ㆍ묵(墨)을 일러 오형이라고 한다.”고 하기도 한다.
五刑。大刑用甲兵。其次用斧鉞。中刑。用刀鋸。其次用鑽笮。薄刑。用鞭扑。或曰。五刑。大辟宮刖劓墨也。
이를 확립하려고 육전을 만들고 / 建此爲六典
《주례(周禮)》에 의하면, “태재(太宰)가 나라 건립에 필요한 육전(六典)을 맡아 왕을 보좌하고 나라를 다스린다.”고 했는데, 그 첫째가 치전(治典), 둘째가 교전(敎典), 셋째가 예전(禮典), 넷째가 정전(政典), 다섯째가 형전(刑典), 여섯째가 사전(事典)이다.
周禮。太宰掌建邦之六典。以佐王治邦國。一曰治典。二曰敎典。三曰禮典。四曰政典。五曰刑典。六曰事典。
또 주례의 천관 총재(天官冢宰)는 나라 다스리는 일을 맡아 백관을 통솔하고 사해(四海)를 균평하게 하며, 지관 사도(地官司徒)는 나라 교육을 맡아 오교(五敎)를 펴서 백성들을 길들이고, 춘관 종백(春官宗伯)은 나라의 예를 맡아 신과 사람을 다스리며 위 아래를 화기있게 만들고, 하관 사마(夏官司馬)는 나라의 정사를 맡아 육사(六師)를 통솔하면서 나라의 평화를 지속시키고, 추관 사구(秋官司寇)는 나라의 형벌을 맡아 간특한 자를 다스리고 난폭한 무리에 형을 가하며, 동관 사공(冬官司空)은 나라의 땅을 맡아 사민(四民)의 살 곳을 마련해 주고 계절에 따라 땅을 최대한 활용하게 한다.
周官。天官。冢宰掌邦治。統百官。均四海。地官司徒。掌邦敎。敷五典。擾兆民。春官宗伯。掌邦禮。治 神人。和上下。夏官司馬。掌邦政。統六師。平邦國。秋官司寇。掌邦刑。詰姦慝。刑暴亂。冬官司空。掌邦土。居四民。時地利。
이를 차례 매기려고 오례 만들었지 / 秩此爲五禮
《서경》에 이르기를, “하늘이 차례를 정하여 예를 두었으니, 우리 오례(五禮)를 이용하여 다섯 단계의 차례가 정연하게 하소서.” 하였다. 《주례》에 의하면 대종백(大宗伯)이 길례(吉禮)로 나라 안의 귀신을 섬기고, 흉례(凶禮)로 나라 안의 우환을 슬퍼하고, 군례(軍禮)로 나라 안의 질서를 통일하고, 빈례(賓禮)로 나라와 나라 사이를 친밀히 하고, 가례(嘉禮)로 만민이 서로 가까워지도록 하는 일을 맡는데, 이를 다시 구별하면 다음과 같다.
書曰。天秩有禮。自我五禮。五庸哉。周禮。大宗伯掌以吉禮。事邦國之鬼神示。凶禮哀邦國之憂。軍禮同邦國。賓禮親邦國。嘉禮視萬民。其別如左。
길례의 경우는, 인사(禋祀)로 하늘과 상제(上帝)께 제사하는 일, 실시(實柴)로 일월(日月) 성신(星辰)에 제사하는 일, 유요(槱燎)로 사중(司中)ㆍ사명(司命)ㆍ풍사(風師)ㆍ우사(雨師)에 제사하는 일, 혈제(血祭)로 사직(社稷)ㆍ오사(五祀)ㆍ오악(五嶽)에 제사하는 일, 매침(貍沈)으로 산림(山林)ㆍ천택(川澤)에 제사하는 일, 벽고(疈睾)로 사방(四方) 백물(百物)에 제사하는 일, 사(肆)ㆍ헌(獻)ㆍ관(祼)으로 선왕(先王)께 제사하고 궤식(饋食)으로 선왕께 제사하고, 사춘(祀春)으로 선왕께 제사하고 약하(禴夏)로 선왕께 제사하고, 상추(甞秋)로 선왕께 제사하고, 증동(蒸冬)으로 선왕께 제사하는 것이다.
吉禮之別。以禋祀祀昊天上帝。以實柴祀日月星辰。以槱燎祀司中司命風師雨師。以血祭祭社稷。五祀五嶽。以貍沈祭山林川澤。以疈辜祭四方百物。以肆獻祼享先王。以饋食享先王。以祠春享先王。以禴夏享先王。以嘗秋享先王。以烝冬享先王。
흉례의 경우는, 상례(喪禮)로 사망을 슬퍼하고, 황례(荒禮)로 흉년이나 역병의 재난을 입은 자를 슬퍼하고, 조례(吊禮)로 수재나 화재를 당한 자를 슬퍼하고, 회례(襘禮)로 포위당하고 패망한 자를 슬퍼하고, 휼례(恤禮)로 적의 침입과 난리를 슬퍼하는 것이다.
凶禮之別。以喪禮哀死亡。以荒禮哀凶札。以弔禮哀禍滅。以禬禮哀圍敗。以恤禮哀寇亂。
빈례의 경우는, 봄에 뵈옵는 것을 조(朝), 여름에 뵈옵는 것을 종(宗), 가을에 뵈옵는 것을 근(覲), 겨울에 뵈옵는 것을 우(遇), 수시로 뵈옵는 것을 회(會), 사사로이 뵈옵는 것을 동(同), 수시로 방문하는 것을 문(問), 사사로이 알현하는 것을 시(視)라고 하는 것이다.
賓禮之別。春見曰朝。夏見曰宗。秋見曰覲。冬見曰遇。時見曰會。殷見曰同。時騁曰問。殷覜曰視。
군례의 경우는, 대사(大師)의 예(禮)는 대중을 동원하는 일이고, 대균(大均)의 예는 대중을 걱정하고 돌보는 일이고, 대전(大田)의 예는 대중을 선발하는 일이고, 대역(大役)의 예는 대중을 신임하고 맡기는 일이고, 대봉(大封)의 예는 대중을 통합시키는 일이다.
軍禮之別。大師之禮。用衆也。大均之禮。恤衆也。大田之禮。簡衆也。大役之禮。任衆也。大封之禮。合衆也。
가례의 경우는, 음식(飮食)의 예로 종족(宗族)과 형제를 가까이 하고, 혼관(昏冠)의 예로 남녀의 친분을 맺어주고, 빈사(賓射)의 예로 친구 사이를 가까이하고, 향연(饗燕)의 예로 사방의 손님들을 가까이하고, 신번(脤膰)의 예로 형제의 나라를 가까이하고, 하경(賀慶)의 예로 이성(異姓)의 나라를 가까이하며, 또 구의(九儀)의 명(命)으로 나라 안의 등위를 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옥으로 육서(六瑞)를 만들어 나라와 나라의 등위를 정하고, 새[禽]로 육지(六摯)를 만들어 여러 신하의 등위를 정하고, 또 옥으로 육기(六器)를 만들어 천지 사방에 예를 갖추고, 육생(六牲)의 동물은 남녀 간의 사랑을 나타내는데 이에 대해서는 적당한 예를 두어 지나친 것을 막도록 하였고, 오곡의 식물은 공경하고 사양하는 덕성을 나타내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화로운 음악으로 중재 역할을 하게 하였다.
嘉禮之別。以飮食 之禮。親宗族兄弟。以昏禮之禮。親成男女。以賓射之禮。親故舊朋友。以饗讌之禮。親四方賓客。以脤膰之禮。親兄弟之國。以賀慶之禮。親異姓之國。又以九儀之命。正邦國之位。以玉作六瑞。以等邦國。以禽作六摯。以等諸臣。以玉作六器。以禮天地四方。以天產作陰德。以中禮防之。以地產作陽德。以和樂防之。
이를 실천하려면 삼덕이 필요하고 / 行此在三德
《중용》에 이르기를, “천하의 달도(達道)가 다섯 종류인데, 그것을 행하는 데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즉 부자ㆍ군신ㆍ부부ㆍ형제ㆍ붕우의 사귐, 이 다섯 가지는 달도이고, 지(智)ㆍ인(仁)ㆍ용(勇) 세 가지는 천하의 달덕(達德)인데, 이것을 실천하는 데는 하나가 필요하다.” 하였고, 정자(程子)가 이르기를, “그 하나라는 것은 성(誠)을 말하는데, 하나라고 한 것은 그 세 가지에 대해 똑같이 성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였다.
中庸曰。天地之達道五。所以行之者三。曰父子也君臣也夫婦也兄弟也朋友之交也。智仁勇三者。天下之達德也。所以行之者一也。程子曰。一者誠也。所謂一者。只是誠實此三者。
○ 내가 보기에는 달도가 다섯이지만 이 모두가 지와 인과 용이 있어야 행해지기 때문에, 이를 실천하는 것은 하나라고 한 것이다.
◇今按達道有五。而皆須知仁勇以行之。所謂行之者一也。
이를 또 구류로 펴놓기도 했지 / 敍此惟九類
《서경》에 이르기를, “하늘이 우(禹)에게 홍범구주(洪範九疇)를 내려주었기에 인간의 생활질서가 형성될 수 있었는데, 그 첫 번째가 오행(五行)이고, 두 번째는 오사(五事)를 조심하는 일이고, 세 번째는 농사지어 팔정(八政)을 수행함이요, 네 번째는 오기(五紀)를 협용(協用)하는 것이요, 다섯 번째는 황극(皇極)을 세우는 일이요, 여섯 번째는 삼덕(三德)으로 다스리는 일이요, 일곱 번째는 계의(稽疑)로 밝히는 일이요, 여덟 번째는 서징(庶徵)으로 증험하는 일이요, 아홉 번째는 오복(五福)을 누리기도 하고 육극(六極)으로 응징당하기도 하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書曰。天錫禹洪範九疇。彝倫攸敍。一曰五行。二曰敬用五事。三曰農用八政。四曰協用五紀。五曰建 用皇極。六曰乂用三德。七曰明用稽疑。八曰念用庶徵。九曰嚮用五福。威用六極。
○ 내가 살펴보건대, 홍범이란 심법(心法)이고, 이륜(彝倫)은 오륜(五倫)이며, 구주(九疇)는 그 오륜을 펴놓은 것이다. ‘용(用)’ 자를 쓰기도 하고 안 쓰기도 했는데 구주의 법을 응용하는 데 있어 그 글자를 쓰지 않은 곳은 천도(天道)의 자연적인 면을 나타내기 위함이었고, 그 글자를 쓴 곳은 인사(人事)로서 자신이 해야 함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었다.
◇今按。洪範者。心法也。彝倫,五倫也。九疇。所以敍彝倫也。言用不言用者。又所以用夫九疇之大法也。不言用者。所以見天道之自然。其言用則所以言人事之有爲也。
하늘을 근본으로 하고 거기에 땅을 합치면 음양의 두 기운이 순조롭게 유행할 것이고, 자신을 닦기를 경(敬)으로 하면 자기 일신의 모든 면이 바르게 될 것이며, 백성 대하기를 사랑으로 하면 교화가 행해질 것이고, 하늘의 뜻을 그대로 받들면 백성의 기강이 세워질 것이며, 복된 길을 마련하려면 중앙에 표준을 세워야 할 것이고, 세상을 상황에 따라 잘 다스리자면 위복(威福)의 권한이 위에 있어야 할 것이다.
本天因地。而二氣之流行無不順矣。修己以敬。而一身之云爲無不正矣。臨民以仁而道化行焉。奉天以順而民紀理焉。體道惟庸。而杓準立乎中矣。御世惟權。而威福運於上矣。
의심나는 일을 슬기로 판단하면 일었던 시비(是非)가 가라앉을 것이고, 사특함 막기를 정성으로 하면 거기에 득실(得失)의 반응이 나타날 것이며, 하늘의 명령을 높이 받들고 하늘의 법을 삼가 준수하면 틀림없이 길선(吉善)이 쌓이고 흉화(凶禍)는 멀어질 것이니, 그야말로 천자(天子)라면 이 큰 법을 시행하고 인간 생활질서를 펴서 천하의 부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辨惑以智。而是非之相形者定矣。修慝以誠。而得失之相感者彰矣。欽崇明命。祗愼天憲。而吉善所積。凶禍所究。有以不僭矣。則信乎天子行大法敍常倫。爲天下父母矣。
성자도 광자도 여기에서 갈라지고 / 聖狂自此分
치세도 난세도 여기에서 시작되나니 / 治亂從此起
학문이란 바로 그를 배우는 것 / 學以學爲此
문제를 하나하나 들어보세나 / 小大綱條揭
소학(小學)의 강(綱)은 셋이 있는데, 즉 입교(立敎)ㆍ명륜(明倫)ㆍ경신(敬身)이다. 입교 항목으로는 태아 교육과 보부(保傅)의 교육, 소대(小大) 종시(終始)의 교육, 삼물(三物)ㆍ사술(四術)의 교육, 그리고 사제(師弟) 사이에 주고 받는 교육이 있고, 명륜 항목으로는 부자의 친(親), 군신의 의(義), 부부의 별(別), 장유의 서(序), 붕우의 신(信)이 있으며, 경신 항목으로는 심술(心術)에 관한 것, 위의(威儀)에 관한 것, 의복(衣服)에 관한 것, 음식(飮食)에 관한 것이 있다.
小學之綱有三。曰立敎明倫敬身也。立敎之目。則胎育保傅之敎也。小大終始之敎也。三物四術之敎也。師弟授受之敎也。明倫之目。則父子之親也。君臣之義也。夫婦之別也。長幼之序也。朋友之信也。敬身之目。則心術之要也。威儀之則也。衣服之制也。飮食之節也。
그리고 대학(大學)의 도(道)는 명덕(明德)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고, 지선(至善)에 그치는 데에 있는데 이상 셋은 강령(綱領)이고, 격물(格物)ㆍ치지(致知)ㆍ성의(誠意)ㆍ정심(正心)ㆍ수신(修身)ㆍ제가(齊家)ㆍ치국(治國)ㆍ평천하(平天下)는 여덟 조목(條目)이다.
大學之道。在明明德新民止於 至善。此三綱領也。格物致知誠意正心修身齊家治國平天下。爲八條目也。
이치를 연구하고 몸을 닦고 / 窮理與修身
일을 처리하고 또 사물을 대하는 것이 / 處事與接物
말이란 실천이 뒷받침되어야지 / 言要底可行
옛일을 상고하면 틀림없이 맞느니 / 稽古如符節
학규(學規)에 의하면, 오교(五敎)의 항목과 학문하는 차서가 각각 다섯씩 있고, 궁리(窮理)에 관한 것이 넷, 수신(修身)에 관한 것이 여섯, 처사(處事)에 관한 것이 둘, 접물(接物)에 관한 것이 둘 있는데, 그 모두가 공자ㆍ증자(曾子)ㆍ자사(子思)ㆍ맹자(孟子)ㆍ동중서(董仲舒)의 말들이며, 주(周)의 문왕ㆍ무왕과 우(禹)ㆍ탕(湯)ㆍ요(堯)ㆍ순(舜)의 뜻이다.
學規五敎之目。爲學之序各五。窮理之事有四。修身之要有六。處事之要有二。接物之要有二。皆孔子,曾,思,孟,董之說。而周文,武,禹,湯,堯,舜之意也。
도 닦음을 교라고 하고 / 修道之謂敎
《중용》에 이르기를, “도 닦는 것을 교라고 한다.”고 하였다.
○ 내가 살펴보건대, 도(道)란 이 세상 누구나가 공통으로 가는 길을 말하고 그를 닦는다는 것은 경계하고 삼가고 두려운 마음으로 그 생각을 늘 자기 속에 간직하고 그것이 결국 천하의 본보기가 되도록 남에게까지 미쳐간다는 것이다.
中庸曰。修道之謂敎。◇今按。道者。天下之達道也。修者。戒愼恐懼。存諸己達諸人。足以爲法於天下也。
감통하는 것을 격이라고 한다네 / 感通之謂格
《대학》에 이르기를, “치지(致知)는 격물(格物)에 있다.”고 하였다.
○ 내가 살펴보건대, 물(物)이란 덕을 밝히고 백성을 새롭게 하는 일이고, 격(格)이란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구별하는 데 정성과 힘이 쌓여 사물의 이치가 마음에 감통됨을 말하는 것이다.
大學曰。致知在格物。○今按。物者。明德新民之事也。格者。學問思辨誠敬力積物理之感通於心也。
위대한 순처럼 묻기 좋아하고 / 若大舜好問
공자가 이르기를, “순(舜)이야말로 매우 지혜로운 분이다. 묻기를 좋아하고 평이한 말도 살피기를 좋아했으며 남의 악은 숨겨주고 선은 들추어냈다. 그리고 의논이 서로 다를 때에는 그 의견의 양 극단 중에서 중(中)을 골라 백성들을 그 중으로 다스렸으니, 그래서 순이 아니겠는가.” 했고, 또 이르기를, “순께서는 선을 남들과 함께 하시고 남의 선한 점을 취하여 자신의 선으로 삼기를 좋아하셨다.” 하였다.
孔子曰。舜其大智也。好問而好察邇言。隱惡而揚善。執其兩端。用其中於民。其斯以爲舜乎。又曰。大舜。善與人同。樂取於人。以爲善。
그리고 중니는 배우기를 좋아했다. / 而仲尼好學
공자가 이르기를, “십실(十室)의 고을에 나만큼 충신(忠信)한 자는 틀림없이 있겠지만 나만큼 배우기를 좋아하는 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 하고, 또 이르기를, “나는 나면서부터 아는 자가 아니다. 옛 것을 좋아해서 부지런히 노력해서 구한 자이다.”라고 하였다.
孔子曰。十室之邑。必有忠信如丘者。未有如丘之好學也。又曰。予非生而知之者。好古敏而求之者。
셋을 겸하고 넷을 베풀 것을 생각하고 / 思兼三施四
맹자가 이르기를, “우(禹)는 맛 좋은 술은 싫다 하고 선한 말을 좋아했다. 탕(湯)은 중도(中道)대로 하였으며 현자라면 신분과 처지에 관계없이 골라 썼다. 문왕(文王)은 백성들 대하기를 상처 입은 자 대하듯이 하였으며 도(道)를 구하는 생각이 간절하여 도가 이미 지극하면서도 도를 볼 때에는 미처 보지 못한 사람처럼 하셨다. 무왕(武王)은 가깝다고 설만하지 아니하고 멀다고 잊지 않았다. 주공(周公)은 이상 세 왕들이 한 네 가지 일을 겸해서 할 것을 생각하여 혹 잘 안되는 것이 있으면 밤낮으로 계속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다행히 알아내면 아침까지 앉아서 기다렸다.” 하였다. 이에 대해 주자가 이르기를, “이는 여러 성인들이 늘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으로서 그 덕에 천리(天理)가 항상 존재하고 인심(人心)이 죽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였다.
孟子曰。禹惡旨酒而好善言。湯執中立賢無方。文王視民如傷。望道而未之見。武王不泄邇。不忘遠。周公思兼三王。以施四事。其有不合者。仰而思之。夜以繼日。幸而得之。坐而待旦。朱子曰。此群聖憂勤惕厲之意。天理之所以當存。而人心之所以不死也。
위태롭고 미묘한 것과 인욕과 천리를 분별하고 / 辨危微欲理
순(舜)이 우(禹)에게 명하기를, “인심(人心)은 위태로운 것이요 도심(道心)은 은미하므로 정밀하게 살피고 전일하게 지켜야지만 중도(中道)를 잡을 수 있다.” 했고,
舜命禹曰。人心惟危。道心惟微。惟精惟一。允執厥中。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사람이 막 태어나서 고요한 상태는 바로 하늘로부터 받은 성(性)이요 사물에 느낌을 받아 동하는 것은 성의 욕구이다. 사물을 알만큼 지혜가 발달하면 호오(好惡)가 형성되는데 그 호오를 마음으로 절제할 줄 모르고 밖에서는 유혹이 계속되어 그것을 자신이 몸으로 이겨내지 못하게 되면 사람이 외물에 휩싸이게 된다. 사람이 외물에 휩싸이게 되면 그때는 천리(天理)는 없어지고 인욕(人欲)이 판을 치는 것이다.” 하였고,
禮曰。人生而靜。天之性也。感於物而動。性之欲 也。物極知至。然後好惡形焉。好惡無節於內。知誘於外。不能反躬。是物至而人化物也。人化物也者。滅天理而窮人欲者也。
호명중(胡明仲)은 이르기를, “천리와 인욕은 같이 존재하면서 생각만 달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였고, 주자는 이르기를, “천리와 인욕은 당초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주 선생(周先生)은 늘 ‘기(幾)’ 자만을 강조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또 미리 구별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횡거(橫渠)는 언제나 ‘예(豫)’ 자를 말했던 것이다.” 하였다.
胡明仲曰。天理人欲。同行而異情。朱子曰。天理人欲之分。只爭些子。故周先生只管說幾字。然辨之又不可不豫。故橫渠每說豫字。
○ 내가 살펴보건대, 인심이란 성색취미(聲色臭味)에 관한 마음이고, 도심이란 인효충경(仁孝忠敬)에 관한 마음인데, 위태롭다는 것은 그쪽으로 흐르기 쉽다는 말이고 은미하다는 것은 이쪽은 잘 안 보인다는 말이다.
○今按。人心也者。聲色臭味之心也。道心也者。仁孝忠敬之心也。危者。言其易私也。微者。言其難見也。
정밀하게 살피고 전일하게 지킨다는 것은 성인이 천리를 존속시키고 인욕을 막으며 위태로운 것을 안정시키고 은미한 것을 뚜렷해지게 하여 모두가 대중지정(大中至正)의 길로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精之一之者。聖人所以尊天理遏人欲。定其危明其微。而使之出乎大中至正之道者也。
그리고 이것이 성명(性命)에서 발원하기도 하고 형기(形氣)에서 발생하기도 하는데, 인심(人心)이라고 말하고 도심(道心)이라고 말한 뜻은 또 맹자(孟子)가 이른바, “명(命)을 말할 때는 성(性)을 말하지 아니하고 성을 말할 때는 명은 말하지 않는다.”고 한 것과 그 뜻이 같다.
二者皆原乎性命。發乎形氣。而謂之人謂之道者。又孟子所謂言命不言性。言性不言命之義也。
충과 서는 일관하고 / 忠恕以一貫
공자가 이르기를, “삼(參)아, 우리 도(道)는 하나로 꿰었느니라.” 했고, 증자(曾子)는 이르기를, “부자(夫子)의 도는 충(忠)과 서(恕)일 뿐이다.” 했으며, 정자(程子)는 이르기를, “하늘의 명이 심원하여 한이 없는 것은 충(忠)이고, 건도(乾道)가 변화를 일으켜 각기 성명(性命)을 바르게 하는 것은 서(恕)이다. 따라서 충은 천도(天道)이고 서는 인도(人道)이며, 충은 체(體)요 서는 용(用)이니 하나는 대본(大本)이고 하나는 달도(達道)인 것이다.” 하였다.
孔子曰。參乎。吾道一以貫之。曾子曰。夫子之道。忠恕而已矣。程子曰。惟天之命。於穆不已。忠也。乾道變化。各正性命。恕也。忠者天道。恕者人道。忠者體。恕者用。大本達道也。
○ 내가 살펴보건대, 충서(忠恕)는 성인이 안과 밖을 합하여 한 말로서 충이 성(誠)이라면 서는 인(仁)인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하나로 관철되었다고 한 것은 모두 일에 대응이 되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자기가 할 바를 다하는 일과 자기를 미루어 남을 아는 조목이 되어 이것으로 모든 것을 자신에게 돌이켜 구하는 것이다.
○今按。忠恕者。聖人合內外之道。忠者其誠。而恕者其仁。所謂一也。貫之者。所以應萬事也。在學者則爲盡己推己之目。而所以 反求諸身者也。
경과 의는 양쪽에서 서로 도와주는 것 / 敬義爲夾持
단서(丹書)에 이르기를, “경(敬)이 태(怠)를 이기는 자는 길하고 태가 경을 이기는 자는 멸망하며, 의(義)가 욕(欲)을 이기는 자는 순리적이고 욕이 의를 이기는 자는 흉하다.” 하였고, 공자는 이르기를, “군자는 경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의로써 밖을 방정하게 하나니 경과 의가 확립되면 덕이 외롭지 않는 것이다.” 하였으며, 정자는 이르기를, “경과 의가 서로 도우면 그게 바로 천덕(天德)으로 통하는 길인 것이다.” 하였다.
丹書曰。敬勝怠者吉。怠勝敬者滅。義勝欲者從。欲勝義者凶。孔子曰君子敬以直內。義以方外。敬義立而德不孤。程子曰。敬義夾指。直上達天德自此。
○ 내가 살펴보건대 경과 의, 이 두 글자는 사실 성현이 하늘을 경외하고 도를 닦는 데 있어 최고의 의를 가진 것인데 오직 주자(朱子)와 장자(張子)의 해석이 심법(心法)의 정미함을 누구보다도 더 정확하게 말해놓았다. 즉 주자는 경의 글자 뜻이 외(畏)라는 글자와 가장 비슷하다고 했고, 장자는 의란 아무 위하는 것이 없이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今按。敬義二言。實聖賢畏天修道之大端。而惟朱張二子之訓。獨發心法之精微。朱子曰。敬字之義。惟畏字近之。張敬夫曰。義也者。無所爲而爲之者也。
지극하게도 주부자께서는 / 至哉朱夫子
이 법칙을 우리에게 보여 주셨네 / 提示垂遺軌
누구나 하면 그리 되는 것 / 有爲亦若是
성현은 우릴 속이지 않는다네 / 賢聖弗予欺
안자(顔子)가 이르기를, “순(舜)은 누구이며 나는 누구인가. 하기만 하면 누구나 그렇게 된다.” 하였고, 공명의(公明儀)는 이르기를, “주공께서 문왕(文王)은 우리 스승이라고 하셨으니 어찌 우리를 속였겠는가.” 하였다.
顏子曰。舜何人哉。予何人哉。有爲者亦若是。公明儀曰。文王。我師也。周公。豈欺我哉。
- 이상은 학규(學規)를 통틀어 논한 것이다. - 右統論學規。
부 방씨 유의잡잠(附方氏幼儀雜箴)
도(道)란 어느 일에든지 없는 곳이 없다. 옛분들은 어려서부터 장성할 때까지 도가 있는 곳이면 감히 소홀하게 여기지 않고 모두 매우 삼갔던 것이다. 그리하여 행궤(行跪)ㆍ배읍(拜揖)ㆍ음식(飮食)ㆍ언동(言動)에도 법칙이 있고, 희로(喜怒)ㆍ호오(好惡)ㆍ우락(憂樂)ㆍ취여(取予)에도 각기 법도가 있어, 혹은 그것을 반우(盤盂)에다 새겨두기도 하고 혹은 신홀(紳笏)에다 써두기도 할 만큼 자신의 심지(心志)를 배양하고 형체(形體)를 단속하는 방법이 지극히 상세하고 주밀했기 때문에 도에 나아가기도 쉬웠던 것이다.
道之於事。無乎不在。古之人。自少至長。於其所在。皆致謹焉而不敢忽。故行跪拜揖飮食言動。有其則。喜怒好惡憂樂取予。有其度。或銘于盤盂。或書于紳笏。所以養其心志。約其形體者。至詳密矣。其進於道也。豈不易哉。
후세에 와서는 가르친다고 해도 일정한 법도가 없고 배우면서도 이미 그 근본을 상실하여, 학자라 해도 명예와 위세를 추구하거나 이록(利祿)의 유혹에 빠져 속으로는 수양하는 것이 없고 밖으로도 단속하는 것이 없어 사람이 덕을 이루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되었다.
後世敎無其法。學失其本。學者汩於名勢之慕。利祿之誘。內無所養。外無所約。而人之成德者難矣。
내 그것이 늘 안타까워 우선 일상 생활하는 사이에 있는 실천하기 쉬운 것부터라도 해보려고 한 지가 오래되었지만 역시 배워도 잘 안 되어 이제 꼭 노력해야 할 것들을 잠(箴)으로 만들어서 좌우에다 죽 걸어두고 내 자신의 잘못을 다스려보려고 한 것이다. 이는 여기에서 시작하여 점점 멀리까지 가보자는 뜻이지, 이 정도면 자신을 수양하는 것을 더 이상 할 것이 없이 했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余病乎此也蓋久。欲自其近而易行者。爲學而未能。因列所當勉之目。爲箴揭于左右。以攻己闕。由乎近而至乎遠。蓋始諸此。非謂足以盡乎自修之事也。
앉은 모습은 등이 곧아야 하고 / 維坐容背欲直
얼굴은 단정하게 하고 두 손은 마주잡는다 / 貌端莊手拱臆
너무 쳐들면 거만해 보이고 수그리면 슬퍼 보이느니 / 仰爲驕俯爲慼
다리 뻗고 앉지 말고 기대어 앉지도 말아 / 毋箕以踞欹以側
우뚝하기 산 같아야 그게 정상이라네 / 堅靜若山乃恒德
- 이상은 앉는 자세이다. - 右坐
서 있을 때는 심어놓은 나무처럼 우뚝하니 / 立之比也如植
손은 수그린 날개처럼 다소곳이 / 手之恭也如翼
마음속은 경건하고 겉모양은 곧아야 / 其中也敬而外也直
외물에 흔들리지 않고 몸가짐이 법에 맞아 / 不爲物遷進退可式
성현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네 / 將有立乎聖賢之域
- 이상은 서 있는 자세이다. - 右立
걸음걸이는 정중하게 / 步履欲重
몸 동작은 차분하게 / 容止欲舒
동작의 천천히 하는 것과 빨리 하는 것이 / 周旋遲速
인의와 어울리고 / 與仁義俱
모든 것이 인의에 어긋남이 없어야지만 / 行不畔乎仁義
그것이 바로 평탄한 길이라네 / 是爲坦途
- 이상은 걷는 자세이다. - 右行
낮에 지친 몸 / 形倦于晝
밤에는 쉬어 / 夜以息之
마음도 기운도 안정되게 / 寧心定氣
헛생각을 말아야지 / 勿妄有思
엎드리지도 말고 / 偃勿如伏
벌렁 눕지도 말아서 / 仰勿如尸
덕기를 길러야만 / 安養厥德
모든 조화 생긴다네 / 萬化之基
- 이상은 잠자는 자세이다. - 右寢
두 손을 마주잡고 앞으로 내어 / 張拱而前
엄숙하게 경의를 표하고 / 肅以紓敬
손을 천천히 올리며 / 上手宜徐
눈은 똑바로 두고 / 視瞻必定
오만하게도 굴지 말고 / 勿游以傲
경박하게도 굴지 말며 / 勿佻以輕
치욕을 멀리 하도록 / 遠耻辱於人
바른 자세를 가져야지 / 動必以正
- 이상은 읍하는 자세이다. - 右揖
옛날에는 아홉 가지이던 절이 / 古拜有九
지금은 한 가지만 남았네 / 今存其一
절을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은 / 數之多寡
상대의 존비에 맞추노라 / 尊卑以秩
많이 할 곳에 적게 하면 / 宜多而寡
거만하게 보여 화를 당하고 / 倨以取禍
적게 할 곳에다 많이 하면 / 宜寡而多
아첨하는 꼴이 되고 마느니 / 爲諂爲阿
모든 것을 예대로 움직여서 / 以禮制事
틀리지 않고 꼭 맞도록 해야지 / 不爽其宜
- 이상은 절하는 자세이다. - 右拜
먹기 부끄러운 기름진 진수성찬이 / 珍膄之慚
맛있는 명아주 콩잎국만 못하고 / 不若藜藿之甘
자리나 지키면서 만종록 받아야 / 萬鐘之尸居
일한 댓가로 적은 양 받은 것만 못하지 / 不若釜庾之有爲
내가 부귀를 기대하지 않는다면야 / 苟無待於富貴
아, 누가 날 빈천으로 만들 것인가 / 夫孰得以貧賤之噫
- 이상은 식생활에 관한 것이다. - 右食
술이라는 것이 못쓰기가 / 酒之爲患
근신한 자를 거칠게 만들고 / 俾謹者荒
의젓한 자를 미치게 만들고 / 俾莊者狂
귀한 자를 천하게 만들고 / 俾貴者賤
살 자를 죽게 만드네 / 而存者亡
집 가진 자 나라 가진 자 / 有家有國
모두 조심해야지 / 尙愼其防
- 이상은 마시는 것에 관한 것이다. - 右飮
똑같이 입에서 나오지만 좋은 말도 되고 나쁜 말도 되며 / 發乎口爲臧爲否
남에게 하여 기쁘게도 하고 성나게도 하지 / 加乎人爲喜爲嗔
처세하는 과정에 성패가 좌우되고 / 用乎世爲成爲敗
기록으로 남겨져 현우가 판가름나는 것 / 傳乎書爲賢爲愚
아, 하려고 할 때 아예 조심해야지 / 嗚呼其發也可不愼乎
- 이상은 말에 대한 것이다. - 右言
내 겉모습은 사람이건만 / 吾形也人
내 성품은 바로 하늘인 것을 / 吾性也天
하늘은 조심 않고 사람만 따르며 / 不天之祗而人之隨
인간에만 매달려 돌아올 줄 모르면 / 徇人而忘反
허다히 하늘을 버리고 금수가 되고 마느니 / 不棄其天而淪於禽獸也幾希
- 이상은 행동에 관한 것이다. - 右動
기뻐서 웃더라도 이가 보이게 하지 말고 / 中之喜笑勿啓齒
이상한 걸 보았더라도 비웃지 말라 / 見其異勿侮以戲
속에 덕이 병들어 있으면 / 內旣病乎德
겉으로 나왔을 때 화를 부르는 법 / 外爲禍階
손뼉을 치며 깔깔대는 것은 / 抵掌絶纓
배우 아니면 광대일 뿐이지 / 匪優則俳
- 이상은 웃음에 관한 것이다. - 右笑
도를 터득하고 기뻐하면 / 得乎道而喜
그 기쁨 끝이 있으랴만 / 其喜曷已
욕망을 성취하고 기뻐하는 것은 / 得乎欲而喜
금방 슬픔이 닥치는 법이라네 / 悲可立俟
도를 터득하기에 노력하고 / 惟道之務
욕망이라면 애써 버려야지 / 惟欲之去
안자와 맹자가 즐기던 것 / 顔孟之樂
마음만 먹으면 내게로 오느니 / 反身則至
- 이상은 기쁨에 관한 것이다. - 右喜
세상 사람들 화내는 것을 보면 / 世人於怒
너무 갑자기 발끈하여 / 傷暴與遽
이를 갈고 옷소매를 걷어부치며 / 切齒攘袂
앞뒤를 전혀 살피지 않는데 / 不審厥慮
성현들은 그렇지가 않아 / 聖賢不然
도리를 척도로 삼기 때문에 / 以道爲度
도리에 맞도록만 상대를 대응할 뿐 / 揆道酬物
자기 감정은 개입시키지 않느니 / 己則無與
갑자기 벌컥하는 그 성질을 죽이고 / 暴遽是懲
성현을 스승으로 삼을지어다 / 聖賢是師
배우기 좋아했던 안자 역시도 / 顔之好學
그것부터 배우기 시작했다네 / 自此而推
- 이상은 화내는 일에 대한 것이다. - 右怒
학문과 덕 닦는 일에 게을러지는 것 / 惰學與德
그대는 이를 날로 걱정하라 / 汝日惕惕
걱정하면 곧 보탬이 있게 되리니 / 憂爲有益
명예와 지위가 빛나지 못해 / 名位不光
날마다 걱정이 그것이라면 / 惟日憂傷
네 뜻이 벌써 거칠어진 것이다 / 汝志則荒
걱정해야 할 일은 걱정 않고 / 棄其所當憂
걱정할 것 없는 것을 걱정하는 것 / 而憂其不必憂
세상 사람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 世之人皆然
너는 그 무엇을 걱정하려나 / 汝孰憂哉
스스로를 닦는 일에 노력하려므나 / 勉於自修
- 이상은 걱정에 대한 것이다. - 右憂
좋은 물건이 있어도 / 物有可好
네 그리 좋아 말고 / 汝勿好之
좋게 보이는 덕이 있으면 / 德有可好
너 그것을 본받으라 / 汝則效之
물건을 천히 여기고 덕을 귀히 여길 것이니 / 賤物而貴德
도가 멀다고 누가 말하던가 / 孰謂道遠
금방 그 도를 밟아갈 것이다 / 將允蹈之
- 이상은 좋아하는 것에 관한 것이다. - 右好
남의 불선한 점을 보고서는 / 見人不善
너도 나도 다 미워하면서도 / 莫不知惡
자기에겐 불선한 점이 있어도 / 己有不善
태연히 거들떠보지도 않느니 / 安之不顧
악한 자 미워하는 마음은 / 人之惡惡
누구나 네 마음과 똑같단다 / 心與汝同
네가 네 악 고치지 않으면 / 汝惡不改
남들이 너를 용납할 것인가 / 人寧汝容
자기의 악을 미워할 줄 알아야 / 惡己所可惡
덕이 날로 새로워지는 법 / 德乃日新
그리고 자기에게 불선함이 없어야 / 己無不善
남을 미워할 수 있는 것이지 / 斯能惡人
- 이상은 미워하는 일에 대한 것이다. - 右惡
의리에 맞지 않으면 조금이라도 넘보지 말고 / 非吾義錙銖勿視
의리에 맞는 것이면 아무리 많더라도 상관없지 / 義之得千駟無愧
물건이 많거나 적거나 간에 / 物有多寡
의는 항상 존재하는 법 / 義無不存
의가 아닌 것은 독사처럼 무서워하는 것이 / 畏非義如毒螫
호연지기를 기르는 길이라네 / 養氣之門
- 이상은 취득에 관한 것이다. - 右取
자기에게도 관계가 있고 / 有以處己
상대에게도 관계가 있으니 / 有以處人
상대가 받아서 옳은 것이면 / 彼受爲義
내가 주는 것도 인자한 일이지만 / 吾施爲仁
만약 불의를 저지르려고 들면 / 義之不圖
우선 남을 못 쓰게 만드느니 / 陷人爲利
사사로이 은혜 베푸는 일 비록 수고롭지만 / 私惠雖勞
인자가 하는 일은 아니라네 / 非仁者事
주는 것이 옳은 것이면 / 當其可與
만금이라도 주어야 하지만 / 萬金與之
의리에 맞지 않는 것이라면 / 義所不宜
털끝 하나라도 거절해야지 / 毫髮拒之
- 이상은 주는 것에 관한 것이다. - 右與
성현의 말 외우며 의리 생각하고 / 誦其言思其義
마음에 간직하며 일로 나타내고 / 存諸心見乎事
경건한 마음으로 덕을 쌓고 / 以敬蓄德
차분하게 뜻을 기르면서 / 以靜養志
하루가 다르고 한 해가 다르게 / 日化歲加
산이 서 있고 시냇물이 흐르듯 하면 / 山立川駛
성인의 경지가 아무리 높다 한들 / 聖道卓然
어찌 이르지 못할 것인가 / 焉敢不至
- 이상은 외우는 것에 관한 것이다. - 右誦
덕이 넉넉한 사람은 / 德有餘者
그 작품도 정밀하기 마련이지 / 其藝必精
덕에 뿌리를 둔 작품이라면 / 藝本於德
그 이상 말할 것이 없지마는 / 無爲而名
작품에만 힘을 쓴다면 / 惟藝之務
덕은 보잘것이 없으리 / 德則不至
아무리 정교하다고 해도 / 苟極其精
세상에서 쳐주지 않는다네 / 世不之貴
네 글씨가 아름답지 못하면 / 汝書不美
자신이 보기에도 좋지 않은데 / 自視不善
덕이 남만 못한 것은 / 德不若人
왜 노력을 않는 것일까 / 乃不知勉
큰 것부터 먼저하고 / 先乎其大
잗단 것은 뒤로 미루라 / 後乎其細
큰 것이 전할 가치가 있으면 / 大或可傳
사람들이 널 버리지 않으리라 / 人不汝棄
- 이상은 글씨에 관한 것이다. - 右書
배잠(拜箴) 절에 대해 원래 잠(箴)이 있는데 너무 간소하고 미비된 점이 있었다.
이에 몽학(蒙學)들이 그 명목(名目)이라도 알도록 하기 위해 구배(九拜)에 관한 의의를 지금 여기에다 대강 적어 보았다
拜本有箴。而太簡有朱備。今略述九拜之義。俾蒙學識其名耳。
옛날에는 절이 아홉 가지가 있어 / 古拜有九
제각기 뜻을 가지고 있었다 / 義各有倫
머리를 조아려 이마를 땅에 대는 절은 / 稽首留顙
임금 섬기고 신에게 제사할 때 썼고 / 事君享神
머리를 조아려 땅을 두드리는 절은 / 頓首叩地
어른과 어버이를 존경하는 표시이며 / 敬長尊親
머리가 손에 닿게 하는 절은 / 空首拜手
임금을 위하고 신하를 위할 때 썼고 / 爲君爲臣
진동의 절 모습은 / 振董之容
손을 들어 서로 문지르고 / 擧手相楯
길배는 뒤에 조아리는데 / 吉拜後稽
순하고 다소곳이 하고 / 頹乎其順
흉배는 먼저 조아리는데 / 凶拜先稽
애절한 모습을 짓는 것이며 / 其容有懇
기배는 그 뜻이 / 奇拜之義
한 무릎만 꿇고 한 번만 하는 것이고 / 曰倚曰單
또 포배라는 것이 있는데 / 亦有褒拜
보답하기 위해 올린다는 뜻이며 / 曰報以獻
숙배는 엎드려 손만 내리는 절인데 / 肅拜俯手
갑옷 입은 무사와 부인이 하는 절이라네 / 介者婦人
이것이 구배라는 것으로 / 是謂九拜
그때 그때 예를 따라 했던 것인데 / 惟禮是遵
후세에 와서는 / 至于後世
많이 하고 적게 하는 것만 따져 / 寡多斯論
많고 적은 수만으로 / 寡多之數
높낮음을 가늠하고 있다네 / 視卑視尊
예를 본받든지 지금을 따르든지 / 法古循今
그 근본은 공경과 공손인데 / 敬恭爲本
공손도 예에 맞게 해야지만 / 恭惟近禮
치욕을 멀리할 수 있다네 / 恥辱斯遠
면학시(勉學詩)
이 면학시 24수가 방씨(方氏)의 문집 속에 있었는데, 표현이 그럴싸하고 내용이 절실하여 풍아(風雅)의 운치가 감돌고 어린이들 교육용으로 좋을 것 같아 지금 이 책 속에다 부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말뜻이 약간 미진한 점이 있는 것들은 내가 윤색을 가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어린이들이 배우기에 편리하도록 하기 위해서 은미한 말과 큰 줄거리만을 취한 것으로, 방씨의 본문이 아니라는 것을 보는 이들이 살펴주기 바란다.
按此勉學詩二十四首。見於方氏集中。觀其言近意切。藹然有風雅之趣。足爲訓蒙之具。今以附于此。篇中語意有未足者。輒就其中修潤之。蓋只取其媺言大旨。以便於蒙學而已。固非方氏之本文也。觀者詳之。
기일(其一)
옥은 쪼아야 규장이 되고 / 琢玉成圭璋
나무는 깎아야 동량이 되어 / 斲木成棟樑
날아갈 듯 높다른 집을 이루고 / 翼翼廊廟峻
조정 의식 때 찬란하게 쓰이기도 하지 / 煌煌朝儀尊
가장 슬기로운 것이 사람 마음이라 / 人心最靈智
배우면 성현도 될 수 있다네 / 學以爲聖賢
성인의 문 원래가 넓고 커서 / 聖門本弘大
가르치는 방법 가지가지라네 / 梯磴多接引
증자와 고시는 어리석고 노둔했으나 / 曾高愚魯資
결국은 도를 통해 안자나 민자건과 짝하지 않았던가 / 直解配顔閔
흐르는 세월 화살같이 빨라 / 流年急如箭
머리 희어지면 다시 검지 못하고 / 髮白難再鬒
젊은 시절에 노력하지 않으면 / 少壯不努力
늙어서 멍텅구리 되고 만다네 / 老大成蠢蠢
기이(其二)
나무가 자라면 가지가 돋듯이 / 樹木生有枝
자제도 제 때에 가르쳐야지 / 子弟敎及時
칠세가 되면 남녀가 따로 놀고 / 七年異男女
팔세 때에는 높고 낮음을 구별하고 / 八年分尊卑
열 살이 되면 글씨와 셈을 배우고 / 二五學書計
사람 만나면 예의를 갖추며 / 逢人多禮儀
활쏘고 말타기는 십오세에 배우고 / 三五學射御
이십이 되면 관례를 한다네 / 四五加冠緌
지금 와서는 전혀 챙기지 않지만 / 今來謾不省
옛날에야 당연히 그랬었지 / 古道當如玆
높고 높은 누대를 지으려면 / 欲作高高臺
넓은 터를 닦아야 할 것이며 / 爲爾寬作基
우물을 깊게 깊게 파려면 / 欲求深深井
장구한 기일이 필요하듯 / 爲爾遠爲期
듣지 않았던가 추 나라 맹자는 / 不聞鄒孟學
어려서 제삿상 차리는 놀이부터 배웠다고 / 還自俎豆嬉
인재가 갈수록 적어만 가는데 / 人材日衰少
슬하에 자식들 잘 돌봐야지 / 善保膝下兒
기삼(其三)
애들이 한데 모여 놀면서 / 兒童聚嬉戱
부모 곁을 떠나지 않듯이 / 不離父母傍
부모는 그들을 보고 또 보며 / 父母顧眄之
걱정 근심 모두 다 잊고 살지 / 百憂爲爾忘
오직 사랑에 빠진 그 마음은 / 惟此慈愛心
봄날 햇살과도 같다네 / 比同春日光
태양빛이 지맥을 뚫고 들어가 / 陽和透地脈
모든 초목을 싹트고 꽃 피게 하듯이 / 草木俱芬芳
자식도 몸이 성장하고 나면 / 兒身已長大
지난 일들 생각잖아 될 것인가 / 能不念往常
기쁜 얼굴빛과 유순한 모습으로 / 愉色與婉容
마음 다해 부모님을 모시어도 / 傾心奉高堂
그 힘은 어찌 그리 짧다던가 / 嗟哉力何短
부모 생각은 한도 끝도 없는데 / 父母思甚長
기사(其四)
당에 올라 부모님께 절하고 / 上堂拜父母
드실 음식 내 손으로 장만하여 / 甘旨手自供
사당에 가 제물을 차려놓고 / 入廟羅豆籩
우리의 조상님께 제 올려서 / 祀我祖與宗
죽은 이도 혼백이 편안하고 / 死者魂魄安
산 이들도 사랑과 정이 깊어 / 生者恩義隆
한 가문이 한 마음 한 뜻으로 / 一門無二志
소리소리 봄바람이 일게 되면 / 謦欬生春風
그가 사는 마을만 훈훈하랴 / 豈惟薰閭里
그 소문 구천에까지 들려서 / 上聞天九重
상서로운 구름에 기름진 비를 내려 / 祥雲及膏雨
뜰 아래 소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리니 / 滋我庭下松
그 누가, 요순시대는 가 버려서 / 孰云唐虞遠
이제는 만날 수 없다고 할 것인가 / 不得身遭逢
옛날부터 사람만 호걸이면 / 由來豪傑士
어느 시대고 다 태평이라네 / 世世皆時雍
기오(其五)
저 무성한 뽕나무와 가래나무 / 靄靄桑梓樹
발자국 소리 느릿느릿하네 / 遲遲杖履音
부모 얼굴은 볼 수 없어도 / 未瞻父母顔
경건한 마음이야 왜 없을건가 / 已起恭敬心
나무들도 손수 심으신 것들이요 / 樹木手所植
지팡이며 신발도 몸소 쓰시던 것 / 杖履身所任
그 물건들 다 소중한데 / 此物猶足重
하물며 부모가 사랑하던 사람이랴 / 况彼鍾愛深
부모가 사랑하던 것은 나도 사랑하여 / 父愛我亦愛
새나 짐승도 사이를 두지 않네 / 不間獸與禽
같은 골육인 육친끼리야 / 六親同骨肉
서로 불목해서야 될 일인가 / 何以能相侵
기육(其六)
지붕에 있는 까마귀 쫓지를 말라 / 莫驅屋上烏
까마귀는 반포하는 효성이 있나니 / 烏有反哺誠
못 속의 기러기도 삶아 먹지 말라 / 莫烹池中鴈
기러기는 형제처럼 줄지어 간단다 / 鴈行如弟兄
날짐승 길짐승까지도 / 流觀飛走倫
천지 온정을 안고 사는데 / 轉見天地情
인간은 같은 골육의 형제 사이에도 / 人生處骨肉
어찌하여 편한 마음을 갖지 못한단 말인가 / 胡不心自平
전씨 형제 갈라섰다 다시 모이자 / 田家一聚散
말랐던 나무도 다시 살지 않았던가 / 草木爲枯榮
내가 바라는 것은 따뜻한 춘삼월에 / 我願三春日
따스한 햇살이 자형화를 내리쪼여 / 垂光照紫荊
그 뿌리에 꽃받침이 나란히 돋아나 / 同根而幷蔕
탐스럽게 꽃이 되고 열매가 열리는 것 / 藹藹共生成
기칠(其七)
현숙한 아내는 지아비 화 적게 하고 / 賢妻少夫禍
자식이 효도하면 아비 마음 너그러워진다고 / 子孝寬父心
누가 한 말인지 알 수는 없지만 / 不知何人語
지금까지 전해져 오고 있잖은가 / 相傳猶至今
부부 두 사람 사이가 서로 좋아 / 室家兩相好
금슬이 어울리듯 화기가 애애하면 / 如鼓瑟與琴
부모의 마음도 즐거워 / 二親豈不歡
꽃나무 봄 그늘에 늘어선 것 같겠지 / 花木羅春陰
술 한 독만 달랑 놓고라도 / 雖云一尊酒
서로 주고받고 즐길 수가 있는 건데 / 共酌還共斟
어쩌나 금방 정이라도 나면 / 物情動相失
천금이 있다 한들 어디에 쓸 것인가 / 安用儲千金
집안이 되고 안 되고는 부덕에 달렸다고 / 家睽在婦德
주역 계사에도 그 말이 있다네 / 彖繫有遺音
기팔(其八)
효도에 관한 말 내칙에 있고 / 內則記孝養
단궁편에는 슬픈 사연 적혀 있어 / 檀弓著哀思
머나먼 삼대 시절 얘기가 / 寥寥三代音
거기에 보면 나와 있는데 / 於此猶見之
내 이를 그림으로 그리려면 / 我欲繪作圖
단청 솜씨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 豈乏丹靑師
단청은 겉만 그리는 것 / 丹靑狀形體
마음이야 어떻게 그릴 것인가 / 性情那可爲
겨울이면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 冬夏適溫凊
맛있는 음식도 소반에 차려야지 / 芳鮮在盤匜
부모 마음은 자시지 않고서도 / 二親未飮食
목마르고 배고픈 자식 속을 아는 법 / 知子渴與饑
부모님 그 마음 무엇으로 보답하리 / 奈何報本心
백세를 사시어도 못다 갚을 은혜라네 / 限以百歲期
날으는 새들도 둥지를 잃고 나면 / 飛鳥失其巢
우는 소리가 슬프기 마련인데 / 尙且鳴聲悲
부모님 상 당하면 그 슬픔 어떠하리 / 創鉅痛亦深
상복 입은 두 눈에 눈물이 쏟아져 / 衰麻交涕洟
성왕이 그 때문에 예를 만들면서 / 聖王爲制禮
진퇴를 천시 따라 정했는데 / 進退隨天時
사람은 비록 천 명 만 명이라도 / 千人萬人心
마음은 다 같을 것 아닌가 / 一人心可知
기구(其九)
초군 사람 하후씨는 / 譙人夏侯氏
뜻 높은 딸을 두었는데 / 有女志獨高
시집이 종자가 끊겼어도 / 夫家盡蕩滅
끝까지 절의를 지켰다네 / 節義終持操
옛날에 함께 영화 누리다가 / 榮華昔共享
지금 와서 화환을 당했는데 / 禍患今同遭
이 몸 우연히 살아남았지만 / 妾身偶生存
뜻은 이미 황호에 묻었다네 / 志已埋黃蒿
친척들 날 의심치 마외다 / 親戚勿訝我
사람은 짐승과 다른 법이니 / 人類異羽毛
칼을 들어 귀와 코 자른 것도 / 引刀斷耳鼻
보이는 게 의리뿐이기 때문이지 / 見義不見刀
두껍기로 땅 만 한 게 없어도 / 至厚莫如地
상전이 벽해로 변하지만 / 桑田變波濤
진짜 금은 불에도 끄덕없는 것 / 眞金不畏火
이 여인을 보고서야 알았네 / 見此女兒曹
기십(其十)
친구는 진정한 마음으로 사귀어야 하고 / 結交須結心
선비는 덕 있는 이를 취해야 하네 / 取士須取德
옛 사귐은 백 번 담금질한 금이었고 / 古交金百鍊
옛 선비들은 오색이 뚜렷한 기린과 같았다네 / 古士麟五色
어찌하여 요즘 사람들은 / 如何當世人
빗나가는 짓들을 많이 하는지 / 作事多傾側
달콤한 말로 아양을 떨건만 / 甘言轉相媚
험악한 속마음은 헤아릴 수 없다네 / 內險不可測
무성하게 잘 자란 벼포기에 / 靑春好禾稼
갉아먹는 몹쓸 해충이 생기듯이 / 生此螟與螣
아름답고 당당한 소년들이 / 堂堂美少年
여우와 물여우로 탈바꿈을 하다니 / 化爲狐與蜮
기십일(其十一)
사람 마음은 천지조화 속인데 / 人心天機在
밤낮으로 이욕이 어둡게 만들지 / 利欲日夜昏
좋은 싹 억지로 키우려 말고 / 好苗莫助長
몹쓸 나무는 뿌리부터 없애야지 / 惡木先除根
잠시라도 도끼를 늦추고나면 / 斧斤一時緩
몹쓸 나무를 어떻게 없앨 것인가 / 惡木何由斷
뿌리가 깊은 것을 두려워 마오 / 莫畏根條深
캐내는 힘이 모자랄까 걱정해야지 / 所憂筋力短
기십이(其十二)
좋은 사람은 말이 그리 적은데 / 吉人語何少
나쁜 사람 웬 말이 그리 많은지 / 凶人語何多
말이 많으면 반복이 심하고 / 多言亦反覆
듬직한 사람은 언제나 한결같다네 / 簡默終無他
옥의 티는 갈아낼 수 있어도 / 可磨白圭玷
말의 티는 갈 수가 없는 것 / 言玷不可磨
하늘이 어쩌니 저쩌니 떠들고 / 有口號談天
구변이 흐르는 황하수 같아도 / 有辯誇懸河
마음 하나가 풀려 있으면 / 心源一以放
대하는 일마다 티가 나는 법 / 觸物生偏頗
한 백년 유유히 사는 동안에 / 悠悠百年內
닥치는 영욕이 어떠하겠는가 / 榮辱當如何
기십삼(其十三)
수레를 몰아 낙양을 가고 / 驅車入東洛
말을 타고서 서경을 가면 / 策馬上西京
만나는 사람들 눈에 뜨이게 / 所遇何表表
모두가 공이 아니면 경이네 / 莫非公與卿
기를 앞세우고 넓은 길 가면서 / 旌麾出廣路
길 가는 사람들 어라 쉬 치우고 / 百步辟人行
앞에서 몰고 뒤에서 감싸고 / 前驅與後擁
천둥 같은 소리가 끊이질 않는데 / 不絶如雷轟
곤궁에 처해 있는 인생이라면 / 人生處困阨
그 누가 그 영화 바라지 않으랴 / 孰不思寵榮
그 길이 즐거운 건 사실이련만 / 此途良足樂
그 책임 또한 가벼운 게 아니라네 / 此任苦不輕
장부가 나라에 몸을 바쳤거들랑 / 丈夫誓許國
그 한 몸 만리라 장성이 되어 / 身作萬里城
재상의 책무를 다할 생각해야지 / 永懷鼎足戒
국가의 일을 망치게 해야 될 일인가 / 毋使公餗傾
기십사(其十四)
오행이 제각기 성질이 다르듯이 / 五行各異氣
완전한 물건이란 세상에 없는 것 / 萬物無全材
소리내는 것은 바가지나 대나무가 제격이지만 / 聲當配匏竹
맛으로는 소금이나 매실을 고른다네 / 味卽調塩梅
세상에 못쓰는 물건은 없어 / 何器不適用
뿌리만 있다면 배양을 해야지 / 有根當復培
산중에는 송백이 많기 마련이요 / 山中多松柏
성 안에는 집 많은 것 당연하지 / 城中多第宅
맹상군의 천금짜리 호백구도 / 孟嘗千金裘
한 마리 여우털로 된 게 아니라네 / 一狐難取白
기십오(其十五)
전단이 제 나라 장수에 임명될 때 / 田單拜齊將
외로운 즉묵은 버려진 읍이었으나 / 卽墨棄孤危
뭇 사람이 죽기 작정하고 싸우자 / 群心効死鬪
연 나라 군대가 지탱을 못했는데 / 燕士不敢支
하루아침에 귀한 존재가 되고는 / 一朝寵祿成
자기 몸을 아끼는 생각 때문에 / 惜身思自持
소규모 적병도 물리치지 못하고 / 小敵竟不下
명장이란 허울뿐이었지 / 大冠空若箕
공명이란 언제나 그렇듯이 / 功名每如此
쌓았다가는 도로 허물어지는 것 / 樹立終陵夷
국가는 장래 우환 대비해서 / 國家備憂危
너 아낀 것인데 쓸모가 없대서야 / 寵爾將何爲
망서리고 도사릴 생각만 하면 / 動懷首鼠計
결국에 닥치는 건 재화뿐이라네 / 退與災禍期
그때 만약 노중련이 아니었으면 / 向非魯連子
몸 죽고 절의까지 꺾였으리 / 身死節亦虧
기십육(其十六)
봉황새는 짝할 이가 많지 않고 / 鸞鳳寡儔匹
옥수에는 가지가 적게 돋듯 / 玉樹少枝柯
귀인이 되어 높은 자리에 있으면 / 貴人在高位
왠지 골육이 적어지는 법 / 骨肉苦無多
가벼운 수레에 사마를 채우고 / 輕車駕駟馬
노래와 춤이 늘 뒤를 따르지만 / 妙舞隨淸歌
혼자 즐기는 것 함께 즐기는 것만은 못해 / 獨樂不如衆
내 마음 어찌하면 좋으련가 / 中心欲如何
동쪽 집에서 바디 하나 빌리고 / 東家借一軸
서쪽 집에서 북 하나 빌려다가 / 西家求一梭
열 발 되게 장막을 짜서 / 織成十丈幕
우리 마루 한쪽에 쳐 두고 / 周我堂之阿
가까운 친척 지척에 모여 살며 / 至親隔咫尺
머리 들어 산하 보듯 늘 보아야지 / 擧首如山河
기십칠(其十七)
사해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 / 人生四海內
다 같이 우리 형제로 보아야지 / 同作兄弟看
한 사람만 구석에서 울고 있어도 / 一夫向隅泣
그 자리 기쁨은 싹 가시는 법 / 滿座爲無歡
나에게 왜 의복이 없어 / 豈我無衣裳
그대 추운 것 염려하는 것이며 / 念爾飢且寒
나에게 왜 양식과 고기 없어 / 豈我無粱肉
그대의 굶주림 걱정하는 것이랴 / 爲爾不能飡
원래 한 뿌리에서 태어났기에 / 羣生本一原
측은한 마음 너도 나도 있는 건데 / 有此惻隱端
어쩌다가 저 혼자만을 위해 / 胡爲自汨沒
이욕에 빠져 남을 해치는 것일까 / 功利日相殘
한배에서 태어난 자식들이면 / 比如同母兒
먹을 것 고루고루 주어야지 / 給之豆與簞
한쪽에서 빼앗아 한쪽만 주면 / 奪彼以與此
그게 어디 마음 편할 일이던가 / 終非心所安
기십팔(其十八)
장성굴에서 말에 물 먹이려니 / 飮馬長城窟
굴 안에 물이 많이 없고 / 窟中水無多
갈바람 일어 초목을 흔들 때면 / 秋風動百草
요동 바다에도 파도가 인다네 / 遼海生層波
외적 막으려고 장성 쌓았는데 / 長城備外侮
한집안에서 싸움질을 하다니 / 室內起干戈
지맥이 끊겨 그리된 게 아니라 / 非關絶地脈
바로 인화가 손상된 탓이라네 / 乃是傷人和
보지 않았는가 풍수 가에 / 不見豐水上
영대가 우뚝 솟아 있다고 / 靈臺欝嵯峨
앞에는 시경의 대아가 있고 / 前有大雅詩
뒤에는 진인들 노래가 있지 / 後有秦民歌
뻘흙을 파서 짠물이 나오면 / 鍤塗得苦水
그 독이 강하처럼 흐르는 법 / 流毒如江河
기십구(其十九)
서북에서 흘러오는 황하수를 / 黃河西北來
곤륜산 발원이라 말을 하는데 / 云自崑崙坵
거치는 산 하나뿐이 아니고 / 經行非一山
구주 절반을 돌고 돌아 / 回薄半九州
위에는 헤아릴 수 없는 원천이 있고 / 上有不測源
아래로는 끝없는 장강이 흐르지 / 下有無盡流
세상만사 다 그와 같아서 / 萬化同此機
천년인지 만년인지 알 수가 없네 / 不知幾春秋
이렇게 분명히 하늘 땅 마음은 / 分明天地心
얄팍한 짓은 하지를 않는데 / 不爲淺挾謀
어리석은 인간은 잔재주를 부려 / 癡人用小計
마치 구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갈팡질팡이네 / 顚倒若無求
어떻게 하면 신불해 한비자를 / 安得申韓氏
옛날의 이윤 주공처럼 만들어볼까 / 化爲古伊周
기이십(其二十)
몸을 가리는 것 베와 비단이요 / 布帛文被體
창자 채우자면 조와 콩인 것을 / 粟菽味充飢
보통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서 / 常人未識察
더러는 이상한 짓을 좋아하지 / 往往爭好奇
속 빈 큰 박을 타보아야 / 枵然部大瓢
크기만 했지 어디에 쓸 것인가 / 廓落無當事
천지조화로 만물을 만드실 때 / 大鈞播萬類
크고 작고 제각기 쓸모가 있게 했네 / 巨細各有宜
이치대로 하면 기르기 쉬운 것을 / 得宜易長養
순서가 어긋나 헛고생만 하네 / 失敍徒施爲
불쌍해라 양주는 왜 눈물을 / 哀哉楊朱淚
엉뚱한 갈림길에서 뿌렸던가 / 滴向他路岐
바른길 너무나도 평탄한데 / 正途甚坦蕩
그 길을 두고 어디를 가려는가 / 舍此將安之
기이십일(其二十一)
거미는 그물 칠 줄을 알고 / 蜘蛛觧布網
말똥구리는 굴릴 줄을 알 듯 / 蛣蜣觧轉丸
만물이 하는 일 따로 있는데 / 萬物各有役
사람으로서 태연해서야 될 일인가 / 夫人得晏然
주공은 귀하기 재상이었으나 / 周公貴爲相
생각하느라 밤에 잠 못 이루고 / 仰思夜不眠
중니는 위대한 성인이었지만 / 仲尼大聖人
가죽끈 세 번이나 끊어지도록 주역을 읽었는데 / 易書三絶編
누가 나더러 귀가 있다고 하리 / 孰謂我有耳
옛날 성현의 말씀을 듣지 못한다면 / 不聞古所傳
한 번 들으면 감히 포기할 수 있으랴 / 一聞敢自墮
솟구치는 샘물처럼 용기를 내야지 / 勇志如奔泉
기이십이(其二十二)
좋은 용도 진짜 용이 아니고 / 好龍非眞龍
그린 것이면 애들 장난감이요 / 藻繪等兒戱
책 갉아 먹는 저 좀벌레는 / 愧彼蠹書蟲
글자를 먹고서도 아는게 없네 / 蝕字終無知
육경이 왜 속 빈 글인가 / 六經豈虛文
그 속에 무궁한 뜻이 있는데 / 中有無盡意
황하에서 하도가 나온 뒤로는 / 一從河出圖
덮어둘 수 없는 빛이 있어 / 光景不可閟
밝고 빛나기 해와 별처럼 / 皎皎如日星
천지 사이에 영원히 있나니 / 悠悠在天地
책장에 쌓여 있는 그 책들을 / 靑編積几閣
다 보기가 그리 쉬우랴만 / 飜閱何容易
증삼은 단번에 깨닫고 네 했으니 / 曾參悟一唯
많이 안다고 다 성인은 아니라네 / 聖人非博識
기이십삼(其二十三)
빠른 마차가 마구 달린다 해도 / 四牡正騑騑
그대 너무 서두르지 말게나 / 君行莫怱怱
그대 아무리 빨리 가려고 해도 / 君心雖欲速
길이 좋아야 잘 가는 것 아닌가 / 道路好乃通
동쪽으론 골짜기가 놓여 있고 / 東行窺大壑
서쪽으론 공동산을 넘어야 하네 / 西去越空同
세월이 늦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 不憂歲月晩
힘이나 부치는지 걱정하게나 / 但憂筋力窮
삼년 걸려 닥잎 한 장 만들고 / 三年刻片楮
구년 걸려 활 하나 만들면 / 九年成一弓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기는 해도 / 制作雖云難
예술로 친다면 단연 그만이겠지 / 爲藝則已工
작으나 크나 일은 마찬가지인 것 / 小事可喩大
가슴 속에 깊이 새겨두게나 / 願言置胸中
기이십사(其二十四)
휘늘어진 정원 속의 나무들 / 離離園中樹
수도 없이 꽃들이 피면 / 花開動無數
어떤 것은 단주처럼 붉기도 하고 / 或紅如丹朱
맑은 옥같이 하얀 것도 있는데 / 或白如瑩素
오늘 저리도 아름다운 것이 / 今日正自佳
내일 새벽이면 그전만 못해 / 明晨不如故
빨리 된 것은 빨리 시드는 법 / 易成還易衰
겉으로만 화려한 것은 눈앞에서 없어지지 / 浮華眼前度
사물이 왜 그리 천차만별일까 / 物情何參差
똑같이 천지 우로 속에 살면서 / 天地均雨露
남산에 있는 소나무 잣나무는 / 南山有松柏
그 수명 금석처럼 질기지 않은가 / 壽並金石固
주자감흥시(朱子感興詩) 병서
내가 진자앙(陳子昻)의 감우시(感遇詩)를 읽어보니 말뜻이 깊고 음절이 호탕하여 당시 시인들의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점이 좋았다. 마치 단사(丹砂)ㆍ공청(空靑)ㆍ금고(金膏)ㆍ수벽(水碧)들이 비록 근세에 잘 쓰이지 않는 약재요 물건들이긴 해도 사실은 세상에 희귀하여 구하기도 어려운 자연이 주는 기이한 보물인 것과도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그 체를 본떠 보려고 십여 편의 시를 지어보았는데, 원래 생각하는 바가 평범하고 필력도 약해 끝내 그 경지에 이를 수는 없었다. 그러나 한편 그가 이치에는 정밀하지 못하여 자기 자신 선불(仙佛) 사이에서 노는 것을 고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점이 한스럽기도 하였다. 일없이 서재에 있으면서 우연한 기회에 내키는 대로 써본 것이 시 20편이 되었다. 그 내용이 비록 미묘한 이치를 탐색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인이 한 말을 꼭 추적한 것도 아니지만 그 모두가 일상생활에 있어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에 표현도 평이하고 이해하기도 쉬워 우선 이것으로 나 스스로를 깨우치고 또 뜻을 같이한 이들에게도 주려 한다.
두리뭉실 그렇게 클 수가 없고 / 昆侖大無外
그리 넓게 퍼져 있을 수도 없는데 / 旁礴下深廣
음양은 쉴 사이가 없고 / 陰陽無停機
한서는 번갈아 오고 간다네 / 寒暑互來往
옛 성인인 황제와 복희씨가 / 黃羲古神聖
천지 이치 마음으로 터득하고 / 妙契一俯仰
용마(龍馬)의 그림 보기도 전에 / 不待窺馬圖
인간이 할 일 밝혀 놓았다네 / 人文已宣朗
혼연히 일관된 그 이치는 / 渾然一理貫
너무나도 분명하고 흐릿하지 아니하니 / 昭晣非象罔
진중하게도 무극옹이 / 珍重無極翁
우릴 위해 방향을 또 제시했지 / 爲我重指掌
- 이상은 일장(一章)이다. - 문정공(文定公) 북산(北山) 하기(何基)가 이르기를, “이 시는 세 단락으로 잘라서 보아야 한다. 즉 맨 처음에는 태초 천지 사이에는 아무 별다른 것이 없이 오직 음(陰)과 양(陽)만이 그 속을 유행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바로 천지 조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이었고 만물을 창조한 밑바탕이었다는 것을 말한 것이고, 그 다음에는 복희(伏羲)가 천상을 관찰하고 괘(卦)를 만들어내어 사물의 진상은 천하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하는 것을 밝혀내어 인간이 거기에서 해야 할 극치점을 정해 놓은 것을 말한 것이고, 끝에다 염계(濂溪) 주돈이(周敦頤)가 태극도(太極圖)를 그리고 글을 써 역도(易道)를 발명함으로써 인간이 해야 할 극치점을 다시 제시해 놓은 것을 말하였다.” 하였다.
음양 조화를 내 보았더니 / 吾觀陰陽化
사방 팔방 다 오르내리며 / 升降八紘中
앞으로 보아도 시작이 없고 / 前瞻旣無始
뒤로 보아도 끝이 전혀 없네 / 後際那有終
그 속에 지극한 이치 존재하여 / 至理諒斯存
만세를 두고 지금이나 꼭 같으리 / 萬世與今同
누가 혼돈이 죽었다고 말했던가 / 誰言混沌死
귀머거리도 놀랄 허망한 소리지 / 幻語驚盲聾
- 이상은 이장(二章)이다. - 문숙공(文肅公) 면재(勉齋) 황간(黃幹)이 이르기를, “이상 두 편의 시는 모두 음양(陰陽)에 관해 말한 것이다. 다만 전편이 가로로 보고 한 말이라면 이 편은 세로로 보고 말한 것인데, 가로로 본다는 것은 다시 말하면 상하(上下)ㆍ사방(四方)ㆍ원근(遠近)ㆍ대소(大小) 할 것 없이 그 기운이 한 군데도 빠짐이 없으며 또 어느 물건에든지 꽉 차 있다는 것이고, 세로로 본다는 것은 즉 천지 개벽 이후로부터 앞으로 천년 만년이 가도록 변함 없이 이 기운이 쉬지 않고 유행한다는 것이다.”
교묘할사 사람 마음 헤아릴 수 없느니 / 人心妙不測
기회를 틈타 마음대로 출입하누나 / 出入乘氣機
얼음이 어는 듯 불에 타는 듯 / 凝氷亦焦火
못에 빠진 듯 하늘을 나는 듯 / 淵淪復天飛
도덕이 높은 이는 그렇지가 않아 / 至人秉元化
동정에 관계없이 마음 끄떡없다네 / 動靜體無違
진주가 들어있기에 못 물은 스스로 아름답고 / 珠藏澤自媚
옥에 묻혀있기에 산 빛은 절로 눈부시다네 / 玉蘊山含輝
천지가 내 눈 앞에 훤하고 / 神光燭九垓
오묘한 이치를 다 통하는 것인데 / 玄思徹萬微
그 공부할 책이 당장 없으니 / 塵編今寥落
어디로 가야만 한다는 말인가 / 歎息將安歸
- 이상은 삼장(三章)이다. - 하 문정(何文定)이 이르기를, “이 장은 때없이 들락거리며 어디로 갔는지조차 알 수 없는 사람 마음에 관하여 한 말이다.” 하였다.
[주]하기(何基) : 1188~1269. 자는 자공(子恭), 호는 북산(北山), 시호는 문정(文定)이며, 금화(金華) 사람이다. 주자의 문인인 황간에게 수학하였다. 금화산(金華山) 북쪽에 은거하여 강학과 저술에 전념하며 주자학을 널리 전파하였으며, 왕백(王柏), 김이상(金履祥), 허겸(許謙)과 함께 ‘금화 사선생(金華四先生)’이라 불렸다. 저서에 《대학발휘(大學發揮)》, 《중용발휘(中庸發揮)》, 《태극도설발휘(太極圖說發揮)》 등이 있다.
신묘한 영대를 가만히 보면 / 靜觀靈臺妙
모든 조화가 거기에서 나오는데 / 萬化從此出
어쩌자고 그를 다 묵혀 두고 / 云胡自蕪穢
육신의 사역을 받는단 말인가 / 反受象形役
맛있는 음식 보면 턱이 움직이고 / 厚味紛朶頤
아리따운 여인으로 나라까지 망치네 / 姸姿坐傾國
일시에 무너질 것 깨닫지를 못하고 / 崩奔不自悟
계속해서 끝까지 달리기만 하다니 / 馳騖靡終畢
그대는 목천자를 보게나 / 君看穆天子
온 세상을 두루 다녀보고 싶어했다네 / 萬道窮轍迹
만약에 기초시가 없었더라면 / 不有祈招詩
서방이 천자 자리 차지했으리 / 徐方御宸極
- 이상은 사장(四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앞 장에서는 도학이 높은 사람은 타고난 천성을 그대로 지키고 마음이 출입하지 않아 항상 몸의 주재가 되기 때문에 이 세상 모든 일에 훤할 수 있을 정도로 신묘하다는 것을 말했고, 이 편에서는 중인들은 늘 욕구에 끌려다니기 때문에 마음도 늘 들락날락거려 그 결과는 나라를 망치고 집이 망하는 데까지 이르게 됨을 말한 것이다. 그래서 도심(道心)은 은미하고 인심(人心)은 위태롭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옛날 군자가 일생을 전전긍긍하면서 살다가 죽음에 임해서야 면했다고 하면서 자기 손과 발을 보라고 했던 것도 그래서 그랬던 것이다.” 하였다.
경수의 배가 초택에 발이 묶이자 / 涇舟膠楚澤
주 나라는 이미 무너지고 있었고 / 周綱已陵夷
왕풍까지도 격이 떨어져 / 況復王風降
옛 궁터에 조만 우거져 있었다네 / 故宮黍離離
성인이 춘추를 지으신 뜻도 / 玄聖作春秋
사실은 이를 슬퍼한 뜻이었으나 / 哀傷實在玆
기린이 나타났다가 거꾸러지자 / 祥麟一以踣
옷소매로 얼굴 가리고 눈물만 흘렸다네 / 反袂空漣洏
그로부터 또 삭막한 한백년을 / 漂淪又百年
참람한 제후들이 멋대로 놀아났으니 / 僣侯荷爵珪
선왕의 법 없어진 지 오래인 것을 / 王章久已喪
슬퍼하고 한탄한들 그 무엇하리 / 何復嗟嘆爲
사마광이 공자 업적 쓰면서도 / 馬公述孔業
애시당초 너무 슬픈 일이었기에 / 託始有餘悲
못잊어한 뜻이야 참 충후했지만 / 拳拳信忠厚
그리 될 수밖에 없었음을 어이하리 / 無乃迷先幾
- 이상은 오장(五章)이다. -
동경이 말고삐를 놓치자 / 東京失其御
환관들이 왕권을 농락하고 / 刑臣弄天綱
서원에는 간물들이 자리잡아 / 西園植姦穢
역대 충량들 기를 못쓸 때 / 五族沈忠良
푸르른 천리초가 / 靑靑千里草
제 때다 싶어 날뛰었고 / 乘時起陸梁
당로자들까지 흉물로 변해 / 當塗轉凶悖
나라가 빛을 잃고 말았다네 / 炎精遂無光
의기당당한 좌장군이 / 桓桓左將軍
서남 지방에서 기치를 들었고 / 仗鉞西南疆
복룡도 힘을 내어 뛰었으며 / 伏龍一奮躍
봉추 역시 날개를 치면서 / 鳳雛亦飛翔
한 나라 역사 다시 세우려고 / 祀漢配彼天
동서남북에 출사를 했건만 / 出師驚四方
하늘의 뜻 돌릴 길이 없었던지 / 天意竟莫回
한쪽에서나마 오래가지 못했다네 / 王圖不偏昌
위를 황제로 친 진 나라 역사를 / 晉史自帝魏
후인들이 고쳤어야 했는데도 / 後賢合更張
세상에는 의기의 사나이가 없어 / 世無魯連子
천년을 두고 슬플 뿐이라네 / 千載徒悲傷
- 이상은 육장(六章)이다. -
진양이 발판이 된 당 나라 / 晉陽啓唐祚
왕명이 소봉을 이은 것인데 / 王明紹巢封
내려온 전통이 이미 그렇기에 / 垂統已如此
그 뒤 이은 왕이래야 혼미할 수밖에 / 繼體宜昏風
티끌들 모여 천륜을 더럽히고 / 塵聚瀆天倫
암탉이 울어 흉화가 터졌지 / 牝晨司禍凶
국가 기강이 한 번 무너지자 / 乾綱一以墜
하늘의 뜻도 멀어만 가서 / 天樞遂崇崇
음기와 독기가 왕의 자리 더럽히고 / 淫毒穢宸極
사나운 불꽃 하늘을 태웠는데 / 虐焰燔蒼穹
그때 만약 적장 같은 이들이 아니었으면 / 向非狄張徒
나라 중흥 누가 시켰을 것인가 / 誰辦取日功
그런데 어째서 구양자는 / 云何歐陽子
붓을 공정하게 잡지 못했던가 / 秉筆迷至公
주의 난리 속 겪은 당 나란데 / 唐經亂周紀
무슨 범례가 다 그랬을 것인가 / 凡例孰此容
마음 강직한 범 태사가 / 侃侃范太史
이천에게서 그 말 들었다네 / 受說伊川翁
춘추가 얼마 안 되는 간책이지만 / 春秋二三策
만고의 어리석은 자 다 일깨워준다고 / 萬古開群蒙
- 이상은 칠장(七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5장(章)에서 7장까지는 모두 온공(溫公)이 쓴 《통감(通鑑)》을 두고 읊은 것인데, 대체로 이 장과 제2장은 음양(陰陽)의 조화가 하나는 날이 되고 하나는 씨가 되고 있음을 말한 것이고, 제3장과 제4장은 인심(人心)이 선한 면과 악한 면이 있음을 말한 것이므로, 그 순서를 따지자면 그 다음에 언급될 것은 당연히 세상 다스리는 문제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고금의 치란득실(治亂得失)에 있어 사책(史策)으로 나와 있는 것으로는 온공의 《통감》이 그래도 가장 상세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온공의 그 글을 막상 《춘추(春秋)》와 접목시켜보려고 하면 일시적인 처리에 있어 다소 미진한 점이 있는가 하면 크게 잘못된 곳도 있어 그것이 교훈이 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주자가 온공을 위해 그 점을 매우 애석하게 생각했던 것이고, 또 다시 《강목(綱目)》을 쓰게 된 동기도 바로 그래서였던 것이다.” 하였다.
붉은 빛이 하늘에 꽉 차 있으면 / 朱光徧炎宇
음기는 깊은 못 속으로 사라지고 / 微陰眇重淵
매서운 추위가 구야를 덮으면 / 寒威閉九野
양기는 깊은 샘 속에서 깜박인다네 / 陽德昭窮泉
문명한 자 근독에는 어둡기도 하고 / 文明昧謹獨
혼미해도 남보다 먼저 아는 것 있지 / 昏迷有開先
소홀히 넘겨서 안될 것 기미이고 / 幾微諒難忽
선의 싹은 원래가 면면한 것 / 善端本綿綿
몸 가리고 늘 재계하여 / 掩身事齋戒
모든 것 미연에 방지해야지 / 及此防未然
문 닫고 장사꾼 못 오게 하여 / 閉關息商旅
저 유도에 끌리지는 말아야지 / 絶彼柔道牽
- 이상은 팔장(八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은 윗자리에 있는 군자(君子)를 두고 한 말이다. 이 때문에 우선 내 한 몸으로부터 시작하여 천하의 모든 사물에 이르기까지 음양(陰陽)이 교제하는 과정에서, 되도록이면 양을 부추기고 음을 억제하며 선은 자라게 하고 악은 막았으면 하는 뜻으로 쓴 것이다. 먼저 4구(句)는 천도(天道)가 소장(消長)하는 기미를 말한 것이고, 다음 4구는 사람 마음이 선악으로 갈라지는 기미를 말한 것이다.” 하였다.
조각달이 서산에 지게 되면 / 微月墮西嶺
뭇 별들 찬란히 빛을 내지 / 爛然象星光
은하수 한쪽으로 기울고 / 明河斜未落
북두칠성 앵돌아져 있는데 / 斗柄低復昻
아! 저 남극과 북극이 / 感此南北極
하늘의 축이요 지도리라네 / 軸樞遙相當
태일은 일정한 자리가 있어 / 太一有常居
바라보면 유난히도 찬란하게 / 仰瞻獨煌煌
중천에서 사방을 비추고 / 中天照四國
다른 별들은 모시듯 둘러 있네 / 三辰環侍旁
사람 마음도 되도록 저렇게 / 人心要如此
고요하고 치우침이 없었으면 / 寂感無邊方
- 이상은 구장(九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위 편에서는 사람 한 몸이 천지와 함께 운행하면서 언제나 양을 부추기고 음은 억제했으면 하는 뜻으로 말한 것이고, 이 편에서는 사람 마음도 별들과 동체가 되어 늘 정(靜)으로 동(動)을 억제했으면 하는 생각을 말한 것인데, 두 편 모두가 윗자리에 있는 군자를 두고 한 말이다.” 하였다.
요(堯)임금은 처음부터 공경하고 통명하여 / 放勛始欽明
왕위에 앉아서도 공손하게 있기만 했다네 / 南面亦恭己
위대한 유정유일의 전통은 / 大哉精一傳
만세 두고 인류 기강 확립했으며 / 萬世立人紀
날로 올랐음을 감탄했던 일 / 猗歟歎日躋
목목한 경지를 노래했던 일 / 穆穆歌敬止
개를 경계한 무열이 빛난 일 / 戒獒光武烈
밤을 지새워 주례 만든 일 / 待旦起周禮
삼가 그 마음들을 생각해보면 / 恭惟千載心
차가운 물에 비친 가을달이지 / 秋月照寒水
공자는 무얼 스승삼으셨던가 / 魯叟何常師
다 손질하여 성인 규범 전했다네 / 刪述存聖軌
- 이상은 십장(十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에서는 열성(列聖)들이 서로 전수한 심학(心學)의 문리가 오직 경(敬)이라는 한 글자에 있음을 밝히고, 나아가서 공자가 시서(詩書)를 손질하여 성인의 규범을 부각시키고 그것을 만세에 전한 것 역시 가장 중요한 점을 그 한 글자에 두었음을 말한 것이다.” 하였다.
내가 듣기에 복희씨가 / 吾聞包犧氏
맨 처음에 건곤의 이치를 발명하여 / 爰初闢乾坤
건으로 하늘의 덕 상징하고 / 乾行配天德
곤으로는 땅을 상징했다네 / 坤布協地文
우러러 보면 둥그런 하늘은 / 仰觀玄渾周
단숨에라도 만리를 가고 / 一息萬道奔
내리 보면 네모꼴의 땅은 / 俯察方儀靜
천고를 그대로 버티고 있는데 / 隤然千古存
저 상(象)을 세운 뜻을 깨달으면 / 悟彼立象意
이 덕에 들어가는 문과 부합하네 / 契此入德門
쉬지 말고 부지런히 노력하여 / 勤行當不息
깊이 생각하고 지켜나가야지 / 敬守思彌敦
- 이상은 십일장(十一章)이다. -
주역에는 도상이 안 보이고 / 大易圖象隱
시서는 틀린 곳이 많으며 / 詩書簡編訛
예도 악도 거의 없어지고 / 禮樂矧交喪
춘추도 잘못된 데가 많아 / 春秋魚魯多
보갑 속에 옥으로 장식한 거문고가 없고 / 瑤琴空寶匣
소리마저 끊겼으니 어찌할 일인가 / 絶絃將如何
여운을 찾아 다시 정리해야지 / 興言理餘韻
용문에 아직 남아 있는 노래 있으니 / 龍門有遺歌
- 이상은 십이장(十二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에서는 성인의 도(道)가 육경(六經)에 의해 전해지고는 있었으나 진(秦) 나라 때에 분서(焚書)의 화를 당하였고 또 초한(楚漢) 간의 8년 전쟁으로 어지럽혀져 문자(文字)가 착란되고 예악도 거의 다 없어진 상태가 되었는데 다행히도 정숙자(程叔子)가 그 조리(條理)를 하나하나 찾고 밝혀 끊어져 가던 수사(洙泗)의 여운을 이어놓았기 때문에 그 전래의 음색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말했다. 이는 물론 주자로서는 겸사이겠으나 그 막중한 책임 또한 사양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용문(龍門)의 여운을 찾아서 위로 공자와 맹자의 정통에다 접목시켜 놓았으니, 모든 더러운 것들을 다 털어버리고 다시 한번 주위를 깨끗하게 만들어놓은 그 공로야말로 주렴계(周濂溪)ㆍ이정(二程)ㆍ장재(張載) 이래로 그렇게 높을 수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하였다.
안연은 사물을 실천했고 / 顔生躬四勿
증자는 날마다 세 가지로 자신을 살폈지 / 曾子日三省
중용에는 맨 먼저 근독을 말하고 / 中庸首謹獨
비단옷 입으면 홑옷으로 덮으랬지 / 衣錦思尙絅
위대한 그 추 나라 맹씨 / 偉哉鄒孟氏
그 웅변 그칠 줄을 몰랐으나 / 雄辨極馳騁
마음을 잡아 보존하라는 그 한마디가 / 操存一言要
가장 강령이 되고 있지 / 爲爾挈裘領
단청처럼 그리 분명한 법이 / 丹靑著明法
고금을 통해 빛나고 있건만 / 今古垂煥炳
무슨 일로 천년이 넘도록 / 何事千載餘
그 길을 가는 사람 없을까 / 無人踐斯境
- 이상은 십삼장(十三章)이다. -
원형이 모든 물건 생장시키는 것이라면 / 元亨播群品
이정은 그 뿌리에 해당된다네 / 利貞固靈根
정성 아니면 아무 것도 없는 것 / 非誠諒無有
오성을 다 가지고 있다네 / 五性實斯存
세상 사람들 제 소견만 내세워 / 世人逞私見
딴짓 하는 통에 도는 더 어두워지는데 / 鑿智道彌昏
그럴 바에야 숲 속에 살면서 / 豈若林居子
조화의 원리를 탐구함만 같으랴 / 幽探萬化原
- 이상은 십사장(十四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의 요지는 다만 태극도설(太極圖說)에 있는 ‘중ㆍ정ㆍ인ㆍ의(中正仁義)를 이탈하지 않고 정(靜)을 주장한다.’고 한 그 뜻이다. 그러나 그 주된 뜻은 자기 생각으로 천착하는 자들을 위해서 한 말이다.” 하였다. ○ 왕 문헌(王文憲)은 이르기를, “이는 선천태극도(先天太極圖)의 전(傳)이 은자(隱者)에게서 나온 것을 찬탄한 것이다.” 하였다.
날고 서리고 신선이 되어보겠다고 / 飄蟠學仙侶
세상 버리고 산에 가 있으면서 / 遺世在雲山
하늘의 비밀을 훔쳐보고 / 盜啓玄命秘
사생의 관문을 몰래 넘으려 하네 / 竊當生死關
금솥에는 용호가 서려 있고 / 金鼎蟠龍虎
삼년을 신선 영약 만들어서 / 三年養神丹
그 약 입에 한 번 들어가면 / 刀圭一入口
대낮에 날개가 돋는다는데 / 白日生羽翰
나도 그 길을 가기로 들면 / 我欲往從之
그리 어려운 일 아닌 줄 알지만 / 脫屣諒非難
두려운 것은 천도를 거역하면서 / 但恐逆天道
살기만 바라는 것이 편치않은 것이네 / 偸生詎能安
- 이상은 십오장(十五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나면 죽음이 있는 것은 변할 수 없는 천도인 것이다. 그러니 인간으로서는 그 천도대로 순순히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지금 신선이 되겠다는 자들은 세상사 다 버리고 구름 짙은 산에 숨어 살면서 죽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해 괴로운 수련을 쌓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그들의 정체를 살펴보면, 사실 죽기가 무서워 살기를 탐하고 자기 사리를 위해 하늘을 거역하는 것이지 무슨 이치를 따른다고 할 수 있겠는가. 대체로 자기 할 일을 하다가 죽을 때가 되면 죽는 것은 성현들이 천명을 지키는 일이고, 수련을 통해 목숨을 연장하려고 하는 것은 도가(道家)에서 살기만을 탐하는 일인 것이다.” 하였다.
서쪽에선 인연과 업보라는 말로 / 西方論緣業
어리석은 중생들을 유혹하고 있는데 / 卑卑喩群愚
그 도가 전해온 지 오래되어서 / 流傳世代久
하늘이 얕을세라 치솟고 있고 / 梯接凌空虛
힐금힐금 심성까지 들먹이면서 / 顧盻指心性
유무를 초월한다 말하고 있네 / 名言超有無
그 첩경이 한 번 열리자 / 捷徑一以開
세상 사람들 너도 나도 휩쓸려 / 靡然世爭趨
공만 외치면서 실천은 않고 / 號空不踐實
저 가시밭길을 가고 있으니 / 躓彼榛棘塗
그 누가 세 성인 뒤를 이어 / 誰哉繼三聖
그놈의 책들을 불태워버릴까 / 爲我焚其書
- 이상은 십육장(十六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여기서는 석씨(釋氏)의 해악에 대해 말하였다. 그들이 처음에는 인연이 어떻다느니 죄업이 어떻다느니 하여 수준이 낮은 논리로 어리석은 대중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다가, 오래 계속된 후에는 또 곧바로 심(心)과 성(性)을 말하기도 하고 공(空)과 무(無)를 말하기도 하면서 금방 말을 또 꾸며대 상당히 고명한 사람까지 현혹시켰다. 다만 그들 말이 따져서 결론을 낼 수 없을 정도로 요리조리 잘 바꾸는 바람에 천년을 전해오는 동안 어리석은 자들은 그들이 말한 죄와 복이 겁이 나서 생활의 밑천을 은연중 그들에게 빼앗기고 있고, 지혜로운 자들은 그것을 지름길로 알아 이중으로 학술에 해를 주고 있어 그 화가 사실은 홍수보다도 더한 것이다. 누군가가 나서서 그들 책은 불태우고 그 도당들은 일체 해산시킴으로써 사람들 마음을 바르게 만들고 민생이 후해지도록 한다면 그야말로 성인의 무리로서 세 성인의 뒤를 이은 이라고 할 것이다.” 하였다.
성인이 백성들 교화 맡아 / 聖人司敎化
학교 세우고 인재 양육하면서 / 橫序育群材
마음에 관해 분명한 교훈이 있고 / 因心有明訓
선의 싹을 배양하도록 했으며 / 善端得深培
천서에 관하여도 소상히 말하였고 / 天敍旣昭陳
인문 역시 활짝 열어놓았는데 / 人文亦褰開
어찌하여 백대 후에 와서는 / 云何百代下
학문도 끊기고 교양도 뒤틀리고 / 學絶敎養乖
모여앉아 문장력이나 겨루고 / 群居競葩藻
너도나도 장원급제나 꿈꾸고 있어 / 爭先冠倫魁
순후한 풍속이 없어지고 말았으니 / 淳風反淪喪
그리 해서 무얼 하자는 것인가 / 擾擾胡爲哉
- 이상은 십칠장(十七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시는 과거(科擧)의 폐단을 탄식한 내용이다. 3년마다 천하의 선비들을 한 데 모아두고 한 번 크게 재주 겨루기를 하지만 거기에서 얻어지는 것이 뭐란 말인가. 인심만 점점 나빠지고 풍속이 어지러워져서 그 피해가 이루 말할 수 없는데도 윗사람이라는 자들이 그 제도를 바꿀 엄두가 안 나 변통을 못하고 있으므로 주자가 그래서 이를 깊이 탄식한 것이다.” 하였다.
어린이는 바르게 길러야 하는데 / 童蒙貴養正
공손이 바로 그것이라네 / 遜弟乃其方
닭이 울면 다 세수하고 머리 빗고 / 鷄鳴咸盥櫛
삼가 부모님 안부 묻고 나서 / 問訊謹暄涼
물 길어다 땅 위에 뿌리고 / 奉水勤播灑
비 들고 온 집안 청소하지 / 擁篲周室堂
나아갈 땐 공순한 자세 취하고 / 進超極處恭
물러와 쉴 때도 늘 단정해야지 / 退息常端莊
맛있는 음식보다 독서를 더 좋아하고 / 劬書劇嗜炙
악한 것 보기를 끓는 물 만지는 듯이 하여 / 見惡逾探湯
언제라도 거친 말투 삼가고 / 庸言戒麤誕
행동은 반드시 차분해야 하느니 / 時行必安詳
성인이 되는 길 아무리 멀다 해도 / 聖途雖云遠
출발을 너무 서두르지 말라 / 發軔且勿忙
십오세 때 학문에 뜻 두었어도 / 十五志于學
제때에 높이 날지 않았던가 / 及時起高翔
- 이상은 십팔장(十八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여기서는 《소학(小學)》의 공효에 대해 논했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되도록 큰 곳을 향해 전진해야지 작은 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하였다.
애닯게도 우산에 자란 나무를 / 哀哉牛山木
도끼로 날마다 찍어대네 / 斤斧日相尋
새로 돋는 싹이 왜 없을까만 / 豈無萌蘖在
우양이 그것마저 먹어 치운다네 / 牛羊復來侵
생각하면 저 옥황상제께서 / 恭惟皇上帝
우리에게 인의 마음 내려주셨건만 / 降此仁義心
물욕이 이를 치고 빼앗고 하거니 / 物欲互攻奪
외로운 뿌리 누가 과연 간직할까 / 孤根孰能任
스스로 반성하고 본분을 지켜가며 / 反躬艮其背
태도는 엄숙하게 의관도 단정하게 / 肅容正冠襟
그렇게 계속 가꾸어가면 / 保養方自此
언젠가는 하늘 높이 우뚝하리라 / 何年秀穹林
- 이상은 십구장(十九章)이다. - 하 문정이 이르기를, “이 편은 《소학》 정도에도 못 미치고 때가 이미 지난 자들을 위해 한 말인데, ‘언젠가는 하늘 높이 우뚝하리라.’ 한 것은 너무 늦게 시작한 것을 애석하게 여기면서도 그들로 하여금 힘을 백배나 더 쓰라는 뜻인 것이다.” 하였다.
하늘은 아득하고 말이 없기에 / 玄天幽且默
중니도 말없이 살고자 그랬네 / 仲尼欲無言
동물 식물도 제각기 자라는 것이며 / 動植各生遂
자기 모습도 자기가 가꾸는 것인데 / 德容自淸溫
남의 뜻만 따르는 저들은 / 彼哉夸毗子
수다스럽게 떠들어대면서 / 呫囁徒啾喧
남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있으니 / 但逞言辭好
제 정신 나간 줄을 어찌 알겠나 / 豈知神鑒昏
나도 전인들 교훈에 어두워 / 曰余昧前訓
애꿎게 지엽만 다루어 왔네 / 坐此枝葉繁
이제는 용기 내어 다 잘라버리고 / 發憤永刊落
뿌리 찾는 공부나 해야지 / 奇功收一原
- 이상은 이십장(二十章)이다. - 김인산(金仁山)이 이르기를, “여기의 ‘기공수일원(奇功收一原)’은 바로 《음부경(陰符經)》에 있는 ‘절리일원 용사십배(絶利一原 用師十倍)’라는 말을 응용한 것이다. 《음부경》 속의 그 두 마디를 주자가 너무 좋아하여 수시로 학자들에게 거론했었는데, 학자들이 그 뜻을 묻자 주자가 그것을 해석하기를, ‘절리(絶利)란 그 하나 둘인 것을 끊어버린다는 말이고, 일원(一原)이라는 것은 그 뿌리를 하나로 한다는 뜻인데, 그게 어디 군대 지휘에만 필요한 말이겠는가. 모든 일이 다 그런 것이다. 그리고 배(倍)란 공을 틀림없이 곱이나 더해야 한다고 할 때의 그 곱과 같은 말이다.’라고 하였다.” 하였다.
방효유(方孝孺)가, 《시경》 3백 편 이후로는 시(詩)가 없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있기는 해도 시로서의 구실을 못한 시들이기에 비록 없다고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시가 오경(五經)에 들어가 있는 것은 그 장구(章句)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는 막중한 강상(綱常)에 보탬을 주기도 하고 치란(治亂)의 교화에 관계되는 것들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그것은 도를 아는 자가 아니고서는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시 못하는 사람이 어느 누가 있으랴만 도를 알지 못한다면 어찌 내가 말하는 시라고 하겠는가. 아, 주자의 감흥시 20편 같은 것이 그야말로 시인 것이다. 거기에는 성명(性命)의 이치가 밝혀져 있고, 천지의 도(道)가 나타나 있으며, 세교(世敎)와 민이(民彝)에 관하여도 지대한 공로가 있어 《시경》 3백 편 뒤에다 붙여놓더라도 부끄러울 게 없으리라고 나는 알고 있다. 그리고 또 3백 편 이후에도 시가 없지 않았다고 해도 되겠다. 그 도라는 것은 만고를 두고도 잊혀지지가 않는 것이고 그것을 알아내는 것은 사람에게 있는 것이다.
[주-01]당체의 시 : 형제의 정을 노래한 시. 주공(周公)이 부도(不道)한 아우인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을 죽이고 그 슬픈 감회를 노래한 시. 《詩經 小雅》
[주-02]자형화 : 형제간의 우애를 상징하는 말로, 전진(田眞)이라는 사람이 아우 둘과 재산을 나누어 갖기로 하고 마루 앞에 있는 자형화(紫荊花) 한 그루도 서로 쪼개서 갖기로 했는데, 하룻밤 지나고 보니 말라 죽었다. 그것을 보고 형제가 다시 모여 살기로 결의했더니 그 나무가 되살아났다고 한다. 《續齊諧記》
[주-03]자공이 …… 말 : 자공(子貢)이 일생을 두고 쓸 수 있는 단 한마디 말에 대하여 묻자 공자가 이르기를, “그것은 서(恕)이니,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시키지 않는 것이다.” 하였다. 《論語 衛靈公 第15》
[주-04]전씨 형제 …… 않았던가 : 전진(田眞)이라는 사람이 아우 둘과 재산을 나누어 갖기로 하고 마루 앞에 있는 자형화(紫荊花) 한 그루도 서로 쪼개서 갖기로 했는데, 하룻밤 지나고 보니 말라 죽었다. 그것을 보고 형제가 다시 모여 살기로 결의했더니 그 나무가 되살아났다고 한다. 《續齊諧記》
[주-05]그때 …… 꺾였으리 : 연(燕)의 장수 악의(樂毅)가 제(齊)를 쳐 70여 성을 모조리 함락시키고 오직 거(莒)와 즉묵(卽墨) 두 성만이 남아 있었는데, 전단(田單)이 그때 장군이 되어 즉묵에서 반간계(反間計)를 쓰고 화우(火牛)를 이용하여 잃어버렸던 70여 성을 일시에 수복하고 공으로 안평군(安平君)에 봉해졌다. 그로부터 얼마 후 연이 또 제의 요성(聊城)을 공략하여 함락시켰다. 이때 전단은 한 해 이상을 두고 싸웠으나 군대만 많이 죽고 성을 빼앗지는 못했는데, 제(齊)의 노중련(魯仲連)이 연 나라 장수에게 서한을 보내 연 나라 장수를 궁지에 몰아 결국 그로 하여금 자살하게 하여 비로소 그 요성을 수복하였다. 《史記 卷82, 83》
[주-06]영대가 …… 있다고 : 문왕(文王)이 선정을 베풀었으므로 백성들이 모두 돌아와 드디어 풍(豐)에다 도읍을 정하고 영대(靈臺)를 지어 백성들과 함께 즐겼는데, 이것을 말한다. 《詩經 大雅 靈臺》
[주-07]그대는 …… 차지했으리 : 사람의 마음이 주재(主宰)가 되어 몸을 지키지 않으면 선비는 몸을 망치고 나라 가진 자는 나라도 망친다는 뜻임. 주 목왕(周穆王)이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수레를 타고 천하를 두루 다녀보고자 했을 때, 제공(祭公) 모보(謀父)가 기초(祈招)라는 시를 지어 저지하였기에 목왕이 뒤에 지궁(祇宮)에서 죽을 수가 있었다고 한다. 《左傳 昭公 12年》
[주-08]경수의 …… 묶이자 : 주 유왕(周幽王)이 오랑캐에게 패하여 죽은 일을 말한 것인 듯함.
[주-09]왕풍(王風) : 《시경(詩經)》의 편명. 주 평왕(周平王)이 서울을 동쪽으로 옮긴 이후의 시를 말한다.
[주-10]동경(東京) : 낙양(洛陽)을 말한 것으로 여기서는 후한(後漢) 시대를 가리킨 것임.
[주-11]서원에는 …… 자리잡아 : 서원(西園)은 상림원(上林苑)의 별칭. 후한(後漢) 영제(靈帝) 때 서원팔교위(西園八校尉)라는 것을 두었는데, 건석(蹇碩)ㆍ원소(袁紹)ㆍ조조(曺操) 등이 그 자리에 있었다.《後漢書 靈帝紀》
[주-12]푸르른 천리초 : 당시의 역신 동탁(董卓)을 지칭하는 말로, 후한 헌제(獻帝) 초기에, “천리초(千里草)여! 어찌 그리도 푸르른가 …… ”라는 동요가 서울에 떠돌았다고 한다. 《後漢書 五行志》
[주-13]좌장군(左將軍) : 유비(劉備)를 지칭함.
[주-14]복룡(伏龍)도 …… 봉추(鳳雛) : 복룡은 제갈량(諸葛亮)을 지칭하고, 봉추는 방통(龐統)을 지칭함.
[주-15]적장(狄張) : 당(唐) 나라 중흥에 빛나는 공을 세웠던 적인걸(狄仁傑)과 장간지(張柬之)를 말한 것임. 《唐書 卷115, 120》
[주-16]위대한 …… 전통 : 순(舜)이 우(禹)에게 전수한 말로, “인심은 위태롭고 도심은 은미하니 정밀하게 살피고 전일하게 지켜야 중(中)을 잡을 수 있다.” 하였다. 《書經 大禹謨》
[주-17]날로 …… 일 : 탕(湯)을 두고 한 말로, “성경(聖敬)이 날로 올라 하늘에까지 이르렀다.” 하였다. 《詩經 商頌》
[주-18]목목한 …… 일 : 문왕(文王)을 두고 한 말. 《시경(詩經)》 대아(大雅) 문왕(文王)에 “목목(穆穆)하신 문왕이여, 계속 공경하여 마지 않았다.” 하였다.
[주-19]개를 …… 일 : 무왕(武王)을 두고 한 말. 서려(西旅)에서 큰 개를 바쳐 오자 소공(召公)이, 받아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경계를 하였다. 《書經 旅獒》
[주-20]밤을 …… 일 : 주공(周公)을 두고 한 말. 《맹자(孟子)》 이루(離婁)에, “주공(周公)은 삼왕(三王)의 네 가지 일을 자신이 겸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자신의 생각과 합치되지 않는 것이 있으면 밤을 낮삼아 생각하여 다행히 얻어진 것이 있으면 앉아서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다.” 하였다.
첫댓글 낙민 장달수는 퇴계학파의 후예로 오늘도 책과 씨름하고 있는 꼴통이다. 먹고살기위해 보험회사 머슴살이로 이사까지 하다가 은퇴한뒤 오로지 옛 전적만 읽고있는 우리집 外孫이고 자랑스러운 동생 이다. 그의 博學은 들어도 들어도 끝이 없다.--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