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로운 사순절을 위한 7가지 제안(교황 프란치스코)
사순절은 가톨릭 신자들이 죄와 죽음에 대해 승리를 거행하는 부활절로 가는 40일간의 단식과 금육, 곧 재계齋戒(마음과 몸을 깨끗이 하고 부정不淨한 일을 멀리함)의 계절이다. 다음은 더욱 은혜로운 사순절을 지내기 위해 교황님의 메시지나 연설, 강론들에서 추출하고 종합하여 ‘은혜로운 사순절을 위한 7가지 제안’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1. 하느님이 누구신지, 인간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
교황 프란치스코는 2023년 2월 22일 재의 수요일 미사 강론에서 “사순절은 실로 우리를 짓누르는 모든 것을 벗어버리고 하느님과 화해하며 우리 연약한 인간성의 잿더미(재 회灰) 아래 감추어진 성령의 불로 다시 타올라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 ‘좋은 절기the favorable time’입니다.”라고 말씀하신다. 교황께서는 재를 머리에 얻고 이마에 십자표를 받는 예식은 “누가 창조주 하느님이시고, 또 누가 피조물인지를 깨우치도록 하는” 귀환歸還 여정의 시작임을 설명하시면서 이 여정이 “우리 자신에 대한 진실”로 우리를 이끌어 우리를 “자만자족이라는 성채城砦(성과 요새)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며”, “우리의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에게로 돌아가도록 하는 기회”라고 말한다.
2. 영적 오만함 내치기
2022년 10월 23일 주일 삼종 기도 훈화를 통해 교황님께서는 우리 자신을 다른 이들과 하느님 앞에 내세우려고 하는 “영적 오만함”을 경고하신다. 이러한 영적 오만함의 자리에는 “‘나(I)’가 너무 많고 하느님이 너무 적어서” 이는 우리가 다른 이들에게 나아가지 못하도록 우리를 가로막는다. 교황께서는 “우리 모두 자기만 옳다고 믿으면서 다른 이들을 판단하는 이러한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 이를 의식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기중심이 되어 하느님을 없애고 자신의 ego를 섬기게 됩니다. 이는 기도도 아니며 기도라고 해도 겸손하지 않은 기도입니다.”라고 설명하면서 “마음속 생각이 교만한 자들을 흩으시고 통치자들을 왕좌에서 끌어내리시며 비천한 이들을 들어 높이시는 주님의 겸손하신 종의 모범이자 지극히 거룩하신 성모님께 전구를 청하자.”(참조. 루카 1,51-52)라고 말씀하신다.
3. 과다한 대중 매체 노출 경계하기
교황님께서는 2022년 사순절 담화에서 “사순절이라는 전례 시기는 인간관계를 빈곤하게 만들고 마는 온갖 디지털 대중 매체의 유혹에 저항하기 위한 완벽한 시기”라고 말씀하시면서 “진실한 면대면 만남”을 계발하고 추구하자고 하신다. 이러한 말씀은 2022년 7월에 있었던 가톨릭 국제 커뮤니케이션 협회(SIGNIS)에서도 강조하셨던 것처럼 교황님께서 자주 하셨던 말씀이다. 교황님께서는 디지털 매체들이 “가족들과 공동체를 일치시키고 서로에게 필수적인 정보를 전달하며 우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수단임을 인정”하지만 이러한 매체들을 “현명하게 사용해야만 한다”라고 말씀하신다. 교황님께서는 “특별히 사회 매체들(SNS)은 일련의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였으며”, “독성毒性과 증오, 그리고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 곳이 되었다”라고 지적하신다.
4. 양극화와 분열을 피하기
오늘날 우리는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분열과 논쟁에 쉽사리 휘말릴 수 있다. 교황께서는 가톨릭 신자들이 진보입네 보수입네 하는 이쪽이나 저쪽이라는 둘 중 한편이 아니라 양쪽의 차이를 연결하도록(not either-or but both-and, combining differences) 부르심을 받았다고 말씀하신다. 2022년 11월에 발행된 예수회의 매체인 ‘아메리카America’와의 인터뷰에서 교황님께서는 “어느 한 편에 서는 것은 가톨릭이 아니다.”라고 분명하게 말씀하시면서, “가톨릭 신자들은 좋은 이들과 좋지 않은 이들을 하나로 일치시킵니다. 오직 하나의 하느님 백성만이 있습니다. 양극화polarization가 있는 곳에서는 특권을 누리려는 기득권층과 다른 한편을 소외시키는 분열의 사고방식이 생겨납니다. 가톨릭은 언제나 서로의 차이를 조화시키고자 합니다.” 하신다.
5. 타인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기
2015년 사순절 담화에서 교황님께서는 “이웃과 하느님에 대한 무관심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생겨나는 실제 유혹입니다. 매년 사순절이면 우리는 우리에게 외치면서 우리 양심을 뜨끔하게 하는 예언자들의 목소리를 한 번 더 들어야만 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우리가 “잊어버리고 사는 이들, 소외된 이들, 이 사회에서 고통을 받으며 사는 이들을 보살피도록 해야 한다.”라는 것이 교황님의 재위 기간 내내 계속된 중심축이다. “사순절은 하나의 인류라는 가족에 속해 있는 타인들에게 작지만, 구체적인 표시들로 관심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말씀하시는 교황님께서는 “사용하고 버리는 문화throwaway culture”를 자주 단죄하시면서 모든 인간 하나하나의 존엄성을 강조하신다.
6. 불필요한 소음 줄이기
2021년 12월 15일 일반 알현에서 ‘성 요셉에 관한 교리’를 이어가신 교황님께서는 침묵의 중요성을 역설하신다. 성모님의 남편이신 성 요셉의 말이 복음에 단 한 마디도 전해지지 않는 것을 설명하시면서 교황님께서는 “성 요셉께서는 당신의 침묵으로 육신을 취하신 말씀의 현존(예수님)을 위해 공간을 확보하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라고 말씀하신다. 가톨릭교회의 머리이신 교황님께서는 침묵이 많은 사람에게 내면을 들여다보도록 하므로 침묵하는 것을 ‘두려워하게’ 한다는 것을 지적하시면서도 “침묵을 계발”하는 것이야말로 “성령께서 우리를 재창조하시도록, 우리를 위로하시도록, 우리를 바로 잡으시도록 하는 기회를 내어드리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2023년 1월 20일 비교적 최근, 교구의 전례 담당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침묵의 모범이신 우리 성모님께 각별한 신심을 지니신 교황님께서는 미사 중의 침묵이 지니는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시면서 그러한 침묵이 “성체성사의 신비를 준비하게 해 준다.”라고 말씀하신다.
7. 자기도취, 피해의식, 비관주의 경계하기
2020년 성령 강림절의 강론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자기만족narcissism과 피해의식victimhood, 그리고 비관주의pessimism”야말로 우리의 마음을 채워주시려는 성령의 은총을 받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중요한 세 가지 원수들”이라고 밝혔다. 교황님께서는 “자기도취는 자신을 우상으로 만들면서 자신에게 좋은 것만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 스스로 피해의식을 가져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을 똑같이 겪지 않는다고 매일 이웃에게만 불평합니다. … 비관주의는 세상에 대해 분노하면서 뒤로 물러나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그 무엇이 좋은 것이 있겠어? 모두 소용없는 짓이야.’ 합니다.”라고 설명하시면서, “하느님의 기억이신 성령님께서 우리가 이미 받은 은총에 대한 기억을 새롭게 하여 주시도록 청합시다.”라고 말씀하시는 교황님께서는 “이러한 원수들에 맞서는 방법과 해독제가 바로 기도”라고 역설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