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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보면 유난히 걱정이 많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 걱정이란 걱정은 모두 다 싸매고 한다. 내 앞에 놓인 작은 걱정부터 타인에 대한 걱정, 더 나아가 나라 걱정까지 온갖 걱정으로 늘 불안하다. 여행을 가기로 해놓고, 심지어 우리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날씨 걱정까지 하며 필요 없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3년 넘게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코로나 블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앞에 말한 ‘걱정쟁이’ 사람들은 더 큰 불안과 걱정 때문에 우울증, 불안증이 더 심각해진 경우도 많이 봤다.
걱정, 욕심, 집착, 화 등의 부정적인 걸 버리지 못하면, 정작 힘든 건 나였다. © Pixabay
나 역시 코로나19에 걸리면 어쩌나 걱정을 안 한 건 아니다. 완전 종식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도 불안하긴 하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남편의 자영업이 큰 타격을 입어서 생활고도 걱정이 된다.
그런데 걱정만 하고 있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게다가 걱정을 하다 하다 불안, 우울을 겪게 되고, 집착, 욕심, 화까지 나게 되는 부정적인 상황이 오게 된다. 하지만 그 부정적인 걸 버리지 못하면, 정작 제일 힘들어지는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오랜 병원 생활 뒤, 집에 가려니 걱정이 너무 되었다. 멀쩡하게 걸을 때는 몰랐지만, 갑자기 휠체어를 타고 생활하려니 집이 너무 낯설고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다 집에 모든 물건은 서 있는 비장애인 높이에 맞춰져 있어서 물건이 내 손에 닿지 않는 것이 너무 많았다. 물건을 잡기 위해 전혀 일어설 수도 없는 나 자신과, 그걸 내가 잡을 수 없게 만든(?) 가족에게, 예전에는 괜히 더 짜증을 냈다.
처음 하는 휠체어 생활은 걱정부터 되었다. ⓒPxHere
어디를 가서도 계단이 많고 내가 전혀 갈 수가 없으면, 나라 탓, 세상 탓을 하며 짜증을 내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렇게 세상에 대한 원망과 가족, 타인에 대한 짜증, 스스로에 대한 스트레스를 품고 살아갈수록 나 자신이 오히려 점점 더 힘들어졌다.
어느 날 문득 짜증과 화를 내고 있는 나 자신이 보였다. 내가 혼자 화를 내고 짜증을 내본들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쁜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데, 어차피 생긴 일에 대해서 스스로 자책하고 스트레스를 받아봤자 나만 피폐해지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는 이 상황이 내 잘못으로 일어난 건 아니지만, 가족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화를 버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뒤로 조금씩 화와 짜증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이제는 내가 손이 안 닿는 물건이 있으면 그냥 가족들이나 타인에게 부탁을 한다. 어디를 가서도 계단이 많아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도, 타인의 도움을 그냥 받으면 되었다. 화와 짜증은 전혀 필요가 없는 거였다.
처음 장애를 입고 마음대로 몸이 안 따라주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 Unsplash
다치고 척수장애를 입으니 신체적으로 못 하는 게 너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나는 원래 성격이 꼼꼼하고 예민하고 약간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 그렇게 타고난 성격이어서 사소한 일이라도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래서 다치고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게 뭔가 맘에 들지 않으니 내가 다해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 다. 그런데 몸은 안 따라주니 조바심만 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결혼하고 보니, 귀찮은 걸 싫어하는 남편에게 뭔가를 부탁하면 거의 대충대충 한다. 밖에서 일은 철두철미하게 하는데, 집에 와서는 아무래도 피곤하니 그렇다고 이해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집에서 내가 부탁하는 일들을 대부분 내 마음에 들지 않게 처리하니 정말 불만스러웠다.
마음에 들지 않는 남편에게 매일 잔소리를 했다. © Pixabay
그래서 맨 처음엔 잔소리를 엄청나게 하며 남편이 조금이라도 바뀌기를 바랐다. 잔소리하는 나도 스트레스, 듣는 남편도 스트레스를 늘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내가 하는 게 맞는데, 내 마음처럼 내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결국 잔소리를 하다 언성을 높이고, 서로 화가 나고 기분은 엉망이 된다. 일은 제대로 되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애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몸으로는 해줄 수 없으면서, 말로만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애들이 엄마가 말하는데 한 번 만에 ‘네~ 엄마!’ 하는 애가 어디 있을까? 또 언성이 높아지고 화를 내게 되고, 애들에게 상처 주는 말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런 말을 들은 애들이 그렇다고 내 마음처럼 하느냐면, 절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에게도 잔소리만 해댔다. © Pixabay
결국 나는 몸 불편한데 화까지 내는, 싫은 엄마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아이들도 나도 모두 스트레스가 쌓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다 아이들은 점점 나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반항하는 마음으로 더 비뚤어지는 게 보이기도 했다. 나는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서 했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내가 원하는 방향과 거꾸로 가는 것이다.
내가 하면 다 잘할 거 같고, 내가 하라는 대로 하면 그게 제대로 되는 것 같지만, 정작 내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입을 대면 댈수록 나는 애가 쓰이고 화가 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상대방도 마찬가지 기분을 겪게 되는 건 당연지사다. 그로 인해 일이 제대로 되기는커녕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런저런 상황을 겪으며 깨달았지만, 마음을 비우고 바꾸기가 쉽지는 않았다. 내 마음속에 끈끈하게 붙어 있는 집착과 욕심을 버려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이 되지 않는다 해도, 무슨 큰일이 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대방이 되는 건 내 욕심이다.’ 그렇게 계속 되뇌며 마음을 바꾸려고 무지 노력했다.
남편이 ‘설거지를 깨끗하게 안 해도 해주는 게 어디야~ 깨끗하게 안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그냥 모른 척 넘겨버리자!’라고 생각했다. 애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시킨 걸 안 한다고 당장 어떻게 될 것도 아니고, 애들이니까 완벽하지 않은 게 당연한 거지~.’라고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마음을 비우고 바꾸기가 쉽지 않았지만, 무지 노력했다. © Unsplash
야마구치 세이코는 『버리고 비웠더니 행복이 찾아왔다』라는 책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우리가 비워야 할 것은 물건만이 아니다. 무엇에 대한 걱정, 욕심, 집착.
이것들을 모두 버리고 소중한 것만 지니고 살아가고 싶다.
내 마음속의 욕심, 집착, 화, 걱정 등을 버리기 시작하니 모두가 너무 편해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서로의 스트레스가 당연히 엄청나게 줄었 고, 서로 간의 불화도 거의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여태까지의 내 잔소리로 바뀐 것도 그다지 없었지만, 그냥 마음을 비우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일이 안 된 것도 없었다. 그의 말처럼, 나도 버리고 비우기 시작하니 정말 행복이 찾아왔다.
특히 내가 신체적으로 할 수 없고, 하기 힘든 걸 붙들고 애가 타고 원망스럽고 좌절만 하고 있다면, 그 마음은 딱! 내려놓아야 한다. 마음속에 욕심, 집착, 화, 걱정 등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그 부정적 감정들을 놓아 버리고 비우면 긍정적이고 소중한 것으로 채워질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하며, 즐겁게 행복하게 기쁜 인생을 살면 된다. 내려놓음의 끝에는 행복이 있다.
너에게 - 서혜진 作 © 박혜정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삶을 통해 여러분도 진정으로 행복한 날을 누리시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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