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새해다.
너나없이 기대와 설렘으로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자신에게도 이웃에게도 순전한 마음으로 복(福)을 빌어주는 마음을 갖게 된다. 그 마음이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로 표현되고 있다.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
양력설인 1월1일에서부터 음력설이 있는 2월경까지 근 두 달 동안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쉽고 편하게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로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다. 아마 두 달 동안에 우리가 받은 복을 쌓으면 창고 하나쯤은 다 채우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치 곳간에 가득 쌀가마니를 차곡차곡 쌓아둔 농부처럼 흐뭇하고 넉넉하여 진짜 복을 많이 받고 부자가 된듯하여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렇게 인사를 해야만 새해 인사를 제대로 하는 것 같고 받은 것 같은 마음마저 든다. 어쩌면 그 복으로 나머지 열 달을 견디며 살아가는 지도 모른다.
이런 순수한 마음에서 주고받는 새해 인사에 어깃장을 놓고 싶지는 않다. 다만 함께 나누는 새해 첫인사이니만큼 좀 더 진지하게, 더 의미 있는 인사를 나누는 방법이 없을까를 생각해 보려는 것이다. 물론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인사가 진지하지 않다거나 의미가 없다거나 하는 따위의 경솔한 생각에서가 아니라 너무 쉽고 편하게 하는 인사라서 좀 가볍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라는 말도 너무 잦아서 흔해 빠지면 ‘사랑’의 진솔한 빛이 바래는 것처럼,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하는 인사말도 형식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좀더 삐딱하게 말해 보자면 복(福)을 줄 마음이나 준비도 없으면서 입으로만 “새해 복(福) 많이 받으세요!”라고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는 듯싶기 때문이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나는 요즘 새해 인사로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라고 말한다.
“짓다”는 단어는 ‘(1) (사람이 의식주와 관련된 것을)재료를 들여 만들다.(집 -/옷 -/ 밥 -) (2) (사람이 글이나 노래를)쓰거나 만들다. (노래를 -/글 -) (3) (사람이 어떤 표정이나 동작을)나타내 보이다. (미소 -/표정을 -) (4) (사람이나 동물이 무리를)만들거나 이루다. (짝 -/ 열을 -/무리 -) (5)(사람이 이름을)여럿 가운데 골라서 취하거나 결정하다.(이름 -) (6) (사람이 농사를)업으로 삼아 일을 하다. (농사-) (7)(사람이 약을)여러 가지 약재를 섞어 만들다.(약 -) (8) (사람이 결말이나 결정을)판단하여 내리다. (결론-/담판을 -) (9)(사람이 관계를)형성하거나 이루다. (관련-) (10) (사람이 기회나 계기를)만들거나 이루다. (기회를 -)’ 등의 뜻으로 그 의미망의 폭이 상당히 넓다.
어쨌거나 ‘짓다’는 말은 공통적으로 ‘어떤 기본적인 자료(재료, 바탕)를 토대로 하여 다른(나은, 좋은, 쓸 만한,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쌀을 가지고 사람이 먹을 만하게 만들어내는 것을 우리는 ‘밥 짓다’라고 하고, 천 조각을 가지고 이리저리 잇대고 꿰매어서 사람이 입을 만하게 만들어내는 것을 ‘옷 짓다’라고 하며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낱말쪼가리들을 이리저리 조립하여 읽을 만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을 ‘글 짓다’라고 하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밥을 많이 지어야 나도 배불리 먹을 수 있고 이웃과 나누어 먹을 수도 있다. 천 조각을 마르고 재어서 옷을 많이 지어놓아야 나도 입고 이웃도 나눠 입을 수 있다. 낱말도 잘 배열하여 글을 지어놓으면 나도 틈틈이 읽어볼 수 있고 남들도 기회가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새해가 되면 너나없이 밥(복/福)을 많이 지어야 한다. 그간에 많이 받아서 곳간 가득 쌓아둔 내 삶의 쌀들 – 건강, 돈, 곡식, 젊음, 이해, 사랑, 감사, 칭찬, 용서, 겸손, 자유, 정의, 봉사, 섬김, 나눔, 학식, 지식, 덕망, 지위, 권세, 성품, 능력, 습관, 자질, 재능 등등 - 을 아낌없이 꺼내어 내가 먹을 밥(복/福)뿐 아니라 이웃과 나눌 밥(복/福)을 지어야 한다. 밥을 짓듯 복을 많이 지어서 나도 먹고 이웃과도 넉넉하게 나누어야 한다. 이것이 한해를 더 살게 된 연륜의 값, 나잇값이 아닐까.
그래서 새해에는 나에게도 밥(복/福)이 부족함이 없이 편안하게, 이웃에게도 밥(복/福)이 넉넉하여 평화롭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서로가 서로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또 이러한 나눔과 섬김의 새해 첫인사를 통해 살만한 세상, 살맛이 나는 세상을 함께 가꾸었으면 좋겠다.
“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
첫댓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참 많이 들어오며,나는 그 흔한 말조차 상대방에게 전하는 데 인색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왠지 진하게 받아들여지기 보다는 상투적으로 들리기도 하거든요.참 많이 자신이 꼬여있음을 느낍니다.정성어린 덕담을 그냥 흘려버리다니.."새해 복 많이 지으십시오."정말 깊은 정이 듬뿍 담긴..새해 인삿말,같은 말이라도 더욱 다가옵니다.표현,말에 서투른 저를 반성하며 실행해 봅니다.옷짓기,집짓기,밥짓기,농사짓기,글짓기,복짓기...지으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