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생각한다
김하령
눈을 감고 외로움에 대해 생각한다
낡은 서재의 먼지를 덜어내면서
둥근 공 연꽃 봉오리같은
외로움을 생각한다
그 외로움이 눈꺼풀 사이로 천천히 내려앉으며
닦을 수 없는 시간 얼룩을 만들고
그 연꽃이 비 두드리는 소리를 내며
단단한 이음새를 부술 때까지 흐른
물살,햇빛, 이슬, 찻잔과 말, 말 몇 마디를
생각한다
그가 고운 자태로 한껏 벌어지며
햇살에 겨워 바르르 떨며 울 때를
바람에 향기 다 지고 다시 말려들어
다시 단단한 연밥으로 웅크릴 때를
또 진흙 안에서 뿌리로 견뎌내는
그 긴 긴 외로움에 대하여 생각한다
세상에는 물 같은 바람 같은 시간이 흐르고
쉬이 지지 않는 먼지 같은 숨이 내리네
그렇다면 우리들 공 같은 심장은
또 얼마나 외로워
눈을 멈추고 심장을 감고
꽁꽁 싸맨 숨이 다시 피어날
또 하나의 봄을 기다리는가
** 김하령 시인
대산청소년문학상 은상(2010.7.30)
제1회 경향청소년문학대상(운문 중등부) 대상(2010.8.28)
전국청소년무궁화대전(문예부문) 대상(도지사상)(2011.12.27)
제1시집<열다섯, 세바스티안 바흐를 위하여>(2009)출판
제2시집<열여섯, 가슴속 깊은 꿈의 노래>(2010)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