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거사의 존재 이유
김거사는 최근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다. 과거 철학과 다녔어도 알 수 없었고, 고등학생 때 친구가 자살하여 군에 입대했어도 알 수 없었다. 수영만 운전교육대에서 찬바람 몰아치는 gmc 시다마리 밑을 아무리 기어도 발견하지 못했고, 3 부두에서 쏘펜하우엘 니체 키엘케골를 아무리 읽어도 발견치 못했다. 그 후 갈매기처럼 남해와 욕지도를 돌아다녔어도 발견치 못했고, 서울 올라와 죽기 살기 식으로 공자 노자를 배워도 발견치 못했다. 할 수 없이 목에 풀칠하려고 기자가 되고, 기자도 배 고파 재벌 비서 되었어도 그랬다. 은퇴 후 수필가 되었는데, 존재 이유 모르는 인생, 딱 75세까지 살겠다고 결심했다. 55세에 은퇴하여 한 5년간 국내외 돌아보고, 5년간 자서전 책 하나 쓰고, 5년 지리산에 들어가 초막 엮어놓고 물소리 바람소리 듣다가 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남강문우회란 곳에 들어가 곤란한 문제가 생겼다. 거긴 평균 연령이 77세다. 75세까지 살겠다는 말 꺼내다간 눈총 맞기 쉽다. 그래 이래저래 살다 보니 80선을 넘었다. 이거 고맙다고 해야 하나, 부담스럽다고 해야 하나?
요즘 동기 중에 먼저 간 친구가 나온다. 날 아껴주던 선배님도 먼저 떠났다. 나는 정든 그분들에 대한 글을 남겼다. 최철수, 강종대, 문성열, 권창은, 정태수 그리고 친형 김풍구 추모글이다. 우리는 어느 별에서 와서 어느 별로 가나? 막막한 우주 어디에서 만나나? 별을 보면서 그리움 새긴다. 돈도 명예도 소용없다. 건강도 소용없다. 백세시대라지만, 오래 살면 뭐 하나? 오래 병원 다니고 약 먹는 걸 현명하다고 하나? 나는 노후의 병과 고통은 무익하다고 생각한다. 병 오기 전에 산보 자주 하고 채소와 과일 즐기려고 한다. 가진 건 별로 없지만 친구 만나면 지갑 열 생각하고 있다. 요즘은 최후를 생각하고 있다. 대장내시경은 거부할 생각이다. 끝에 가서 요양병원 가느냐, 아니면 산에 들어가느냐 생각 중이다. 옛사람들은 병원에서 죽지 않았다. 퇴계 율곡도 그랬다. 약 한 첩은 먹었을 것이다. 그러면 된다고 생각한다. 석 달에 한번 대학병원에 아낼 데리고 다니는데, 약한 몸이 안쓰럽다. 지금은 보행 가능하지만, 곧 휠체어 신세일 것이다. 청춘 시절 남편으로 날 택해준 게 고맙다. 지금 아무리 미운 소릴 해도 최선을 다하려고 생각한다. 나는 사전연명동의서란 걸 받아놓았다. 아들은 대기업 간부, 딸은 대학교수지만, 별로 찾아오지 않는다. 옛사람들이 종갓집에선 장남은 벼슬시키지 않고 부모 모시고 전답 관리시켰는데, 지혜롭다 생각된다. 나는 은퇴 후 책 10권 썼다. 그중 <책 한 권에 소개한 한국사상 25편>과 <책 한 권에 소개한 중국사상 25편>은 우리 사상을 간단명료하게 정리한 것이다. 후에 국가에서 인정할 것이다. 요즘은 유화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간혹 반야심경을 외곤 한다. 선산은 진주시 명석면 신기리 산 224번지이다. 이승을 떠날 때는 반야심경을 듣고 싶다.
첫댓글 다 그렇게 사는 겁니다.그러나 김거사는 인생 살이를 잘 살았다고 봅니다.좌우지간에 건강 잘 유지하셔서
오래 오래 우리곁에 있어만 준다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한 때 동대문에서 닭 한마리 시켜놓고 소주 네병 거떤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거사!
갈때 가더라도 약해지지마소.
눈물나요.
한 5년은 재미나게 삽시다. 종종 한잔하면서
고맙소이다. 언제 봉산하고 분위기 있는 곳에 가서 한잔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