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혁님 페북 글
현대 기아차가 지금 미국에서 많이 팔리는 이유가 뭘까? 미국이 중국을 경계하느라 중국 전기차의 수입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를 틈타 비교적 싼 현대 기아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팔리고 있는 것일 뿐이다. (물론 현기차는 똑같은 차를 한국에선 더 비싸게 팔고 있다. 국내 기업이 자국민을 외국인보다 더 열등하게 취급하는 경우는 현기밖에 없지 싶다.)
즉 팩트는, 현기 전기차가 중국 전기차나 테슬라보다 품질이 우수하거나 뛰어나서라기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때문에 판매량이 나오는 것이란 점이다. 문제는 이게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언젠가 중국 전기차들이 미국에 비집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그때 현기차의 미국 판매는 끝난다고 봐야 한다.
물론 현기차는 중국 시장을 잡을 가능성도 거의 없다. 가격에서도 품질에서도 디자인, 인지도 어느 면에서도 중국 전기차들에 충분한 우위가 이제는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에서 미국을 무시하는 나라는 북한뿐이고 중국을 무시하는 나라는 남한뿐이라는 말이 있다. 지금 메르세데스 벤츠의 1대주주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이 있나 모르겠다. 중국의 지리 자동차가 1대주주이다. 폴스터라는 차가 어느 나라 브랜드인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 볼보에서 만든 전기차 브랜드인데, 볼보는 이미 중국 자본이 흡수한 지 오래이고 폴스터는 중국 기업이 만든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 전기차 판매량 전세계 1위가 어느 회사일까? 테슬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같지만, 이미 중국의 BYD가 압도적인 1위로 올라서 있고 이 순위가 바뀌기 어려울 것이다. 중국 내수때문에 그런 거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 지금 전세계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가장 빠른 게 중국이다. 미국 유럽도 입으로만 친환경을 떠들지, 자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지지부진하고 전기차 전환은 더딘 와중에 중국 전기차가 폭발적으로 약진한 것이다. 이렇게 친환경 전환이 빠른 것에 대해 누가 비난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지금 전세계가 다 보호무역주의로 가고 있다. 미국이 그 선두에 있다. 미국은 전기차, 태양광 패널, GPU같은 반도체, 배터리 등의 업종을 살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 전략 산업에 철저히 보호주의로 가는 것이다. 사실 미국만 그러는 것도 아니다. 지금 각국 정부는 전략 산업을 국가적으로 키우고 있다. 자유경쟁 자본주의라는 말은 사실은 신화 속 전설과도 같다. 아무도 자유경쟁 그런 거 안 하고 있다. 정부가 업계의 경제 현황에 깊숙이 개입해서 산업 클러스터를 만들고 보호 장벽을 치고 외국 기업을 경계하고 인가는 안 내주고, 불리하게 페널티를 주고 전부 다 그러는 세상이 돼 있다.
내가 묻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미국이 보호하려 하는 산업이 전기차 반도체 배터리 태양광 패널이라면, 그건 정확히 한국의 전략산업들이 아닌가. 지금은 격동의 시대다. 특히 경제적 격동의 시대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과연 한국이 미국을 우방이자 혈맹이라고 봐야 할까? 국방, 안보에 있어서는 물론 그럴 것이다. 그런데 경제에서도 그럴까? made in USA가 아니면 보조금을 안 준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방지법에 가장 직격탄을 맞은 게 한국 기업들이다. 이건 중국놈들조차 안 하는 완전한 깡패짓이었다. 한국에서 온갖 혜택을 받으면서 자국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할 한국 기업들이 공장을 외국으로 강제 이전시켜야 한다니,
인플레이션 방지법을 기점으로 해서 한국은 경제라는 면에서 미국을 완전히 다르게 봐야 하는 상황에 들어섰다. 한국 정부는 외교적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미묘한 줄타기를 하면서 우리의 이익을 도모할 필요가 있고, 미국이 깡패짓을 할 땐 중국에서 이득을 얻고 중국이 양아치짓을 할 땐 미국에서 이득을 얻어가는 식으로 한국 산업의 앞날을 내다보며 필요한 지점에 지원을 하고 보호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있어야 할 시기라고 본다. 이미 남들이 다 그러고 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정부의 경제 비젼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렇게 경제가 격동하는 시기에 한국 정부는 어떤 앞날을 내다보고 어떤 어젠다를 상정하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