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관심의 영역
영화가 시작되고 Zone Of Interest 라는 글자가 띄워진다. 관심의 영역, 영화는 처음부터 이야기 하고 있다. 당신의 관심의 영역은 얼만큼인가?
먼저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짧게 설명해 보자면, 이 영화의 주제는 홀로코스트로 히틀러 나치의 시대를 그려냈다. 그 중에서도 가스실, 소각로 등으로 유대인들을 대량 학살하던 수용소, 아우슈비츠를 소재로 다루었다. 당시 히틀러의 유대인 절멸 정치로 인해 유대인 600만명, 득 유대인의 3분의 2가 아주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학살되었다. 이 영화는 그 중심지로 알려진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벽 하나를 사이에 둔 어떤 장교의 저택을 그려낸다.
이번 영화는 나에게 충격 그 자체였다.
일단 첫번째로 장면 장면이 너무나 예뻤다. 홀로코스트답지 않게 한 장면 한 장면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카메라 엥글이 대부분 굉장히 무관심하게도 인물에 따라 움직이지 않고 그저 고정되어있었다. 그저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여 리얼리티를 찍는 듯했다. 이러한 카메라 엥글 덕분에 인물이 아닌 화면 전체에 집중 할 수 있어 더욱 한 폭의 그림과 같았던 것 같다.
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카메라는 저택에 살던 사람들이 아우슈비츠에 무관심했던 것처럼, 무관심한 시선을 우리에게 설명하는 듯 하다.
또 이 영화는 음향이 강점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일어나는 참혹한 일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청각적으로 모든 분위기를 전달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이 진행되는 총소리와 소각장으로 인한 ‘고오오…’ 소리, 군인들의 함성, 유대인들의 비명 등. 이러한 불쾌한 소리들은 나를 계속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저 시각적인 스릴과 공포라기보단 뭔가 미묘하고 더 불편한 불안함이었다. 또 이래도 되나 싶을 정의 크고 기묘한 소리가 중간중간 강조되는데 그때마다 얼게 되었던 것 같다.
시각과 청각을 구분하여 느껴지는 기묘하고 복잡한 불안함이 나에겐 가장 충격이었다.
나는 솔직히 말해 영화를 보고 난 후 ‘오.. 이런 것도 영화구나..’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나쁜 의미가 절대 아니다. 이렇게나 인상만 주는 영화는 내 인생에서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영화의 폭을 넓히며 나오는 충격의 한 마디였을 뿐이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에선 인물, 스토리 라인 이런 것들이 딱히 명확하지 않다. 비유적인 표현들이 상당히 많으며 나에겐 어떤 의도인지 해석이 안가는 장면들도 많았다. 영화가 구체적이기 보단 이해안가는 추상화와 비슷했다. 하지만 인상과 느낌을 전달하는 것만큼은 정말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내가 가장 충격이었던 것은 이 영화가 전달하는 의미이다. 벽 하나를 사이에두고 살아가는 저택 사람들은 아우슈비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던, 어떤 소리가 들려오던 그저 일상이라는 듯이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는다. 영화를 볼 때 나는 어떻게 저렇게 무관심할 수는있는지 가장 소름이 돋았다. 인간성이 모두 파괴되어 보였다. 일상처럼 죽은 유대인들의 옷을 가져와 걸쳐보고, 사람의 죽음 앞에서 너무나 덤덤하다. 오직 자신의 저택, 정원, 평화만이 자신의 관심사이다. 저택에 어린아이들만이 아우슈비츠에 반응한다.
이 영화의 의도를 해석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꺼내는 사람이 있다. 독일 출신의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한나 아렌트이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 하는데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악은 극히 평범한 사람에게서 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한나 아렌트는 악은 악한 마음에서 비롯되기 보다는, 그의 무관심, 무사유, 성찰에 부재 등에서 생겨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대인 학살이라는 끔찍한 범죄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사람들이 교수형을 당하기전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상부의 지시대로 행동했을 뿐이다.’ 그렇니까, 악은 자신의 행동과 타인의 현실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며 그저 시키는 대로 할 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화의 메세지는 나 자신을 굉장히 불편하게 만든다.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전쟁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또 부조리들에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으며 가볍게 던진 언행과 행동들이 타인 죽이게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우리 또한 무관심하지 않은가?
영화에 마지막 부분에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계단에서 장교가 헛구역질을 한다. 인간성이 파괴된 그가 절대로 온전하거나 건강할 수 없다는 의미인 것 같다. 장교는 그렇게 몇 차례 구토에 가까운 헛구역질을 하고 잠시 어둠을 응시하지만 결국 다시 자신의 모자를 눌러쓴 채 계단을 계속 내려간다.
우리는 전쟁이 나거나, 누군가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하는 충격적인 소식에 잠깐 놀랄 뿐이다. 또 다시 대중은 더 자극적인 것을 찾으며 과거를 잊고 같은 비극을 초래하곤 한다. 또는 자신의 현생에 벅차하며 영화의 장교와 같이 모자를 눌러 쓴채 외면하고 계속해서 똑같이 삶을 영위한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이러한 우리에게 자기 자신을 성찰해 보라고 독촉한다. 나름 열심히 살아간다고 자부하던 나의 발걸음 밑에 누군가의 피가 흐르고 있을지도 모르기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