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시절 소시민들의 삶, 원미동 사람들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소설은 전쟁 이후에 경제가 발전하는 1980년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현실적인 모습을 나타내서 기억에 깊게 남는다. ‘원미동 사람들’은 11편의 단편소설을 묶어서 발행된 책인데, 11편의 단편소설 중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와 ‘일용할 양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때 그 시절 소시민들의 삶을 가장 잘 표현한 것 같기 때문이다.
먼저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는 무기력한 소시민들의 모습을 잘 나타낸 소설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노동자의 서글픈 삶과 도시 빈민층의 소외감과 무력감이 느껴졌다. 특히, 공간적, 시간적 표현이 시대에 맞게 적절하게 표현되어서 더 몰입해서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소설에서 ‘그’는 소외된 계층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으면서도 변화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아서 아쉬웠던 인물이다. 초반에는 임 씨의 정직함을 몰라주고 본인의 이익만 따지려고 하는 모습만 보고 비양심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임 씨가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하는 이유가 연탄값을 떼먹고 도망간 사장을 만나 돈을 받으러 가는 것임을 알고, 임 씨와의 술자리에서 임 씨의 정직함과 성실함을 알게 되면서 임 씨에게 미안함을 갖는 모습을 보고 비교적 양심적인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18만 원의 견적보다 훨씬 적은 7만 원을 받는 임 씨의 양심적인 행동이 인상 깊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견적 사기’라는 말이 있듯이, 과대 견적을 내서 그 돈을 다 가져가려는 이기적인 심보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뉴스나 기사에서 본 적이 있다. 그 경험을 이 소설에 대입해봤을 때, 물론 시대는 다르지만, 양심과 정직의 가치는 똑같다는 것을 느꼈다. 이 소설을 읽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두 번째로는, ‘일용할 양식’이다. ‘일용할 양식’은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서로 지켜야 할 것과 이해를 알려주고 있다. ‘김포 쌀 상회’가 ‘김포 슈퍼’로 확장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몰리고, 이렇게 경호네가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 가까이 위치한 김 반장의 구멍가게인 ‘형제 슈퍼’는 피해를 보게 된다. 점점 서로를 견제하게 되면서 가격을 이리저리 바꾸고, 주민들은 더 싼 곳으로 다니게 되는 장면을 보고, 사이도 좋고 정도 많았던 이 마을 안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내가 마을 주민이 된 것처럼 너무 속상했고, 마을 주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그 와중에 ‘싱싱 청과물’이라는 가게가 들어오면서, 경호네와 김 반장네는 동맹 관계를 맺게 된다. 반복되는 경쟁을 보면서 현실적이기도 했고, 이런 게 현실이라고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했다. 결국 ‘싱싱 청과물’은 가게를 내주는데,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협력해서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는지 ‘협공’이라는 방법이 최선이었는지가 궁금하다. 이렇게 현실적이면서도 자기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사회를 보면서 앞으로는 나라도 먼저 모두를 생각하는 사회로 개척해나가는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 물론 개인적인 이익도 중요하지만, 모두의 이익도 중요시 여기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