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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물
(방문자)
클레어: 짜하나시안(친가의 성은 베쉬) 억만장자(아르메니아 석유회사)
남편7
남편8: 그 여자의 남편들
남편9
집사
토비: 검을 씹는 버릇
토비
코비: 장님들
노비
(피 방문자)
일
일의 아내
일의 아들
일의 딸
시장
본당신부
교사
의사
경찰관
첫째시민
둘째시민
셋째시민
넷째시민
화가 장소: 귈렌이란 어느 소시
첫째 여인
둘째 여인 시대: 현대
미스 루이제
(그 외 인물)
역장: 제2막 후에 휴게 시간
역객주임
차장
집달리
(성가신 인물들)
신문기자1
신문기자2
아나운서
카메라맨
제 1 막
막이 오르기 전에 역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이윽고 (귈렌)이라고 적은 현판.
배경에 암시되고 있는 소시의 이름이 분명한데 그 시는 폐허가 되고 파괴돼 버렸다. 역사 역시 황폐하였고, 상연되는 나라에 따라 목책을 해 좋고 안 해 좋다. 벽에는 반쯤 찢어진 기차 시각표가 붙어 있었다. 녹쓴 전철 장치(출입금지)의 푯말이 있는문, 그리고 한가운데는 초라한 역전통 그것 암시만 되어 있을 뿐이다. 좌측으로 자그마한 건물이 한 채 있는데, 아무런 장치 없고 슬레이트 지붕이다. 창 없는 담벼락에는 찢어진 포스터들이 보인다.
왼쪽에는 (숙녀용) 오른쪽에는 (신사용)이라는 판자가 보인다. 이 모든 것이 따가운 가을 햇볕을 흠뻑 받고 있다. 그 소 건물 앞 쪽에는 긴 벤치가 있고 그곳에 네 명의 남자가 앉아 있다. 다른 네명과 똑같이 이루 말할 수 없는 남루한 차림의 다섯번째 남자가 붉은색으로 투시화를 그리고 있는데 (환영 클라라)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행렬용이 분명하다. 굉음을 내고 퍽퍽 거리며 지나가는 급행 열차의 요란한 소리.
역사 앞에 서는 역장이 경례를 붙이고 섰다. 벤치에 앉은 남자들은 머리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림으로써 스치고 지나가는 급행열차를 뒤쫓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첫째시민: 함부르크와 나폴리간의 "구드른호"로군 그래.
둘째시민: 11시 27분에는 베니스와 스톡홀름간의 "돌진하는 롤란트호"가 올걸세.
셋째시민: 지나가는 기차나 바라보는 것이 우리한테 남아있는 유일한 재미가 되었어.
넷째시민: 5년 전만 해 "돌진하는 롤란트호"와 "구드른호"가 이 귈렌에 섰건만. 그뿐인가 "외교관호"와 "로렐라이호"까지 섰었지. 이름 없는 급행열차는 모조리 섰었지.
첫째시민: 암, 세계적으로 이름난 기차들이었지.
둘째시민: 이젠 완행열차 서지 않을 지경이 되었으니, 카피겐에서 오는 두개의 열차와 칼버 시에서 오는 1시 13분차가 고작이 되어 버렸지.
셋째시민: 쑥밭이 돼 버렸어.
넷째시민: 바그너 공장 폭삭했고.
첫째시민: 복크만 파산했고.
둘째시민: 폴라쯔 안 데어 존네휴테 망해 버렸고.
셋째시민: 실업자 구호 기관의 신세나 지는 인생이 되었지. 별수 있나.
넷째시민: 꿀꿀이 죽이나 얻어먹고 말일세.
첫째시민: 그게 어디 인생인가?
둘째시민: 그러다 시들어 가는 거지.
셋째시민: 그러다 뻗는 거지.
넷째시민: 이 소시 전체가 그 지경이 아닌가. (종소리)
둘째시민: 억만장자 부인이 꼭 나타나야 할 때가 됐어. 칼버 시에는 양로원을 세웠다고 하더군.
셋째시민: 카피겐에는 탁아소를 세웠고, 수에단 기념 교회를 건립했다지 않아. 침트라라고 하는 자연주의파의 환장이를 시켜 초상화를 그리게 했다던데, 돈이 있으니 안 되는 일이 어디겠나. 아르메니아 석유 회사 그 여자의 소유고, 서부 철 회사, 북부 방송 회사와 홍콩의 환락가가 다 그여자의 소유라더군.
(기차가 지나가는 요란한 소리, 역장이 경례를 붙인다. 그 시민들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머리를 돌리면서 기차를 바라본다.)
둘째시민: (외교관호)군.
셋째시민: 그래 옛날엔 우리 문화이시라 했었지.
둘째시민: 전국에서 제일가는 시 의 하나였지 뭔가.
첫째시민: 전 유럽 안에서 그랬었지.
넷째시민: 괴에 테 이곳에서 묵어간 일이 있었지. 황금사정이 바로 그 집이거든.
셋째시민: 브람스는 여기서 사주곡을 작곡했지. (종소리)
둘째시민: 베르톨트 슈바르쯔는 화약을 발명했고 말이야.
화가: 그리고 나로 말하면 미술 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나왔는데, 지금 이 꼴이 뭐람? 플래카아드나 그리고 있다니! (요란한 기차소리, 막 기차에서 뛰어내린 듯 한 차장이 왼쪽에 나타난다.)
차장: (길게 목청을 빼면서) 귈렌!
첫째시민: 카피겐에서 오는 완행열차로군 그래! (승객 한사람이 차에서 내려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들의 곁을 지나 "신사용"이라고 표지가 붙은 문으로 사라진
대해서 얘기를 할까 합니다.
본당신부: 하지만 아주 조심해서 하세요. 아주 상냥스럽게 말이오.
일: 우리는 현명하게 진행시켜야 합니다. 역에서 영접을 잘못하는 날에는 만사가 끝장이 날 것입니다. 시의 음악과 합창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시장: 암요. 일씨의 말씀이 옳아요. 이 순간이야마로 대한 순간입니다. 이제 짜하나시안 부인은 자기의 고향에 돌아와서 감동을 받고 눈물을 머금고 옛날에 정들었던 얼굴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저 지금처럼 샤쓰바람으로 맞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검은 예복 차림에 실크햇을 써야죠. 제 곁에는 제 아내를 세우고, 손녀딸들한테 흰옷을 입히고 장미꽃을 들려서 앞장을 세워야지요. 제발 모든 게 제대로 들어맞아야겠는데 ……. (종소리)
첫째시민: "돌진하는 롤란트호"군
둘째시민: 베니스와 스톡홀름 간을 왕래하는 11시 27분 열차예요.
본당신부: 11시 27분이라고요! 그럼 잔치답게 꾸밀 수 있는 여유가 두 시간은 있군요.
시장: 퀸 씨와 하우저 씨는 "환영, 클레어짜하나시안"이란 플래카드를 높이 치켜 들록 해요. 다른분들은 모자를 흔드는 것이 제일 좋겠소. 그렇다고 지난해에 정부 위원들이 왔을때처럼 소리는 지르지 마시오. 그때의 인상은 영점이었소. 그래서 아직껏 아무런 보조금 받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지나치는 기쁨의 표시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고향을 다시 찾으시는 분에 대한 정성이 어리고 아주 흐느끼게 될 정으 공감이 가야 하거든요. 억지로 짜내는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야 한단 말입니다. 어쨌던 조직이 제대로 맞아 들어가야겠는데. 소방서의 좋은 혼성 합창이 끝난 바로 다음에 곧 치기 시작해야 됩니다. 무엇보다 주의해야 할 점은 ……. (다가오는 기차의 요란한 소리로 그의 말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 사람들의 얼굴에는 어쩔 줄 모르는 경악의 빛이 감돈다. 벤치에 앉은 다섯 사람이 벌떡 일어선다.)
화가: 급행열차다!
첫째시민: 섰는데!
둘째시민: 이 귈렌에!
셋째시민: 쫄딱 망해 버린 이곳에!
넷째시민: 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곳에!
첫째시민: 베니스와 스톡홀름 구간에서 가장 비참한 이곳에!
역장: 자연의 법칙이 폐가된 것이로군. "돌진하는 롤란트호"는 토이테나우의 커브를 돌아서 나타나서는 쏜살같이 지나가던 퓌켄리히트의 저지대로 흐릿한 점이 되어 사라져 버리곤 했었는데. (오른쪽에서 클레어 짜하나시안이 등장. 63세. 붉은 머리, 진주 목걸이, 큼직한 금팔찌, 괴상한 차림이고 어설프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괴상하긴 해 희귀한 우아스러움을 보여주는 사교계의 귀부인이다. 그 여자 뒤에는 수행원이 따른다. 집사 보비, 그는 80세쯤 되었고 검은 안경을 끼고 있다. 그 여자의 일곱 번째 남편 ……. 키가 크고 후리후리하다. 검은 코밑수염을 기르고 있다 ……. 은 완전한 낚시질 차림을 하고 있다. 이 일행을 흥분한 여객 주임이 따라오고 있는데 붉은 모자를 썼고 붉은 가방을 메고 있다.)
클래어: 여기가 귈렌인가요?
여객주임: 부인, 부인께서 비상 브레이크를 거셨지요.
클래어: 난 늘 비상 브레이크를 잡아당긴다오.
여객주임: 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저의 나라에선 위급한 상태라 비상 브레이크를 걸지 않습니다. 기차 시각표의 정확성이 최고의 원칙으로 되어 있으니까요. 해명을 요구하는 바입니다.
클래어: 모비, 우린 귈렌에 온 것이지요. 이 서럽던 고장을 다시 보게 되었군요. 저기가 바로 내가 좋아한 콘라쯔바일러 숲인데, 그곳에서 흘러내리는 물에서 송어나 붕어를 잡을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저 오른쪽으로 페터씨네 창고의 지붕이 보이는군요.
일: (잠에서 깨어난 듯) 클라라.
교사: 짜하나시안 부인이군.
모두 함께: 짜하나시안 부인이다.
교사: 그런데 아직 혼성 합창단 청년단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
시장: 기계 체조 선수들 안 나오고, 소방대 안왔는데 …….
본당신부: 복사 아직 안 왔는데!
시장: 난 아직 옷 제대로 입지 못했는데, 이거 큰일 났군 실크햇을 줘요! 손녀딸들 주고!
첫째시민: 클라라 베쉬 부인이시다! 클라라 베쉬 부인이다. (그는 벌떡 일어나서 시내로 달려 들어간다.)
시장: (그 뒤에다 대고 소리친다.) 내 아내 잊지 말게나!
여객주임: 해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직책상 철 감독청의 이름으로 말씀드립니다.
클레어: 당신 참 바보구료. 난 바로 이 고장을 방문하려고 온 거예요. 그래 내가 당신의 급행열차에서 뛰어내려야 되겠단 말인가요.
여객주임: 그럼 부인이 "돌진하는 론란트호"를 세운 것은 단순히 귈렌을 방문하기 위해서 한 짓이란 말씀인가요? (그는 간신히 흥분을 억제한다.) 부인이 귈렌을 방문할 작정이셨다면 칼버 시에서 12시 40분의 완행열차를 이용하실 수 있었어요. 원 참 세상에, 그럼 귈렌 착은 1시 31분이 될거에요.
클레어: 로켄, 부룬휘벨, 바이젠바하, 그리고 로이테나우 등지에서 정거하는 완행열차를 말하는 것인가요? 그래 반시간 동안이나 내가 이 근방에서 칙칙 폭폭거리고 통과하길 바라는 것인가요?
여객주임: 부인, 비싼 댓가를 지불하게 될 테니 그리 아십쇼.
클레어: 보비, 이 사람한테 1천만 내 줘요.
모두 함께: (얼거린다.) 1천이라고. (집사는 여객 주임한테 1천 마르크를 내준다.)
여객주임: (당황해서) 아니 부인!
클레어: 그리고 철 종업원 미망인들을 위한 자선 기관에 3천만 내줘요.
모두 함께: (얼거린다.) 3천이라고 ……. (여객 주임은 집사한테서 3천 마르크를 받아든다.)
여객주임: (얼떨떨해서) 부인, 그런 자선 기관은 없는데요.
클레어: 없으면 하나 세우구료. (시장이 여객 주임에다 귀에다 무엇인지 속삭인다.)
여객주임: 아니 부인께서 클레어 짜하나시안 부인이시라고요? 아이쿠, 큰일이군. 용서해 주십쇼. 그렇다면 물론 문제는 달라집니다. 저희들이 그저 눈곱만치라 낌새를 눈치 챘더라면 말할 것 없이 귈렌에서 정차를 했을 것입니다. 자, 여기 이 부인의 돈은 다시 받으시요. 부인, 4천입니다. 아이쿠, 큰일날뻔했군.
모두 함께: (얼거린다.) 4천이라고 …….
클레어: 얼마 안 되는 것이지만 받아 두구려.
모두 함께: (얼거리듯) 받아 두라고.
여객주임: 부인께서 귈렌 시를 다 돌아보실 때까지 "돌진하는 롤란트호"를 대기시키록 할까요? 철청 기꺼이 허락할 것입니다. 대성당의 현관문이 구경거리라고 하더군요. 고딕식이라고 해요. 최후의 심판이 그 문에 조각되어 있다더군요.
클레어: 기차를 곧 출발하록 하시구려.
남편7: (울상이 되어서) 여보! 기자단은 어떻게 하리까. 기자단이 아직 내리지 않았는데. 기자단은 아무것 모르고 앞쪽 식당차에서 식사들을 하고 있는 이라오.
클레어: 모비, 그대로 식사를 하게 내버려 둬요. 귈렌에서는 우선은 기자단이 필요치 않아요. 후에 그 사람들이 찾아오겠지요. (그동안 둘째 시민이 시장의 상의를 가져왔다. 시장은 엄숙한 태으 클레어 짜하나시안 부인한테로 다가선다. 화가와 넷째시민 은 (환영, 클레어
짜하나시 …….)이라고 된 플래카드를 벤치에 앉은 채 높이 치켜든다. 화가는 미처 그것을 끝내지 못했던 것이다. )
역장: (큰 신호봉을 치켜들면서) 발차!
여객주임: 부인께서 철청에는 제발 항의하지 말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단순한 오해였으니까요. (기차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객 주임이 뛰어오른다.)
시장: 존경하옵고 자비로우신 부인! 이 귈렌시의 시장으로 저는 자비로우신 부인을 우리 고장으로 태어난 분으로 맞이하는 영광을 …….
(떠나가는 기차의 요란한 소리로 부동의 자세로 계속하고 있는 연설의 마지막 부분은 들리지가 않는다.)
클레어: 감사하군요. 시장님. 연설이 훌륭했어요. (그 여자는 약간 당황하고 자기한테 다가선 일 쪽으로 간다.)
일: 클라라!
클레어: 알 프렛!
일: 참 잘 와 주었소.
클레어: 늘 작정은 했었지요. 귈렌을 떠난 후부터 일생 동안 한번 다시 오겠다고 생각했었지요.
일: (분명치 않게) 참 잘한 일이오.
클레어: 당신 저를 생각하고 있었나요?
일: 암, 물론이죠. 늘 생각하고 있었소. 그건 당신 알거 아니요? 클라라.
클레어: 우리가 함께 지내던 그때는 참 좋은 때였죠.
일: (거만스럽게) 암, 그렇고말고. (교사를 보며) 자 보세요. 선생. 저 여자는 제 손아귀 속에서 사족을 못쓰지요.
클레어: 당신이 예전에 부르던 대로 저를 한번 불러 봐주시구려.
일: 오, 나의 삵괭이.
클레어: (늙은 암고양이처럼 야웅거린다.) 그리고 또 있었지요?
일: 오, 나의 귀여운 마녀.
클레어: 전 당신을 저의 점둥이 표범이라고 불렀지요.
일: 난 여전히 당신의 표범이요.
클레어: 허튼 소리 그만두세요. 당신 뚱뚱보가 되었군요. 머리 희고 술주정뱅이 꼴이 됐는데, 뭘 어떻다고요?
일: 그래 당신은 옛날 그대로요. 오, 나의 귀여운 악마.
클레어: 아이고 무슨 소리지요. 나 늙고 기름기만 늘었어요. 게다가 왼쪽 다리 없어졌고. 자동차 사고로 이젠 급행열차만 타고 다니는 걸요. 그렇지만 이렇게 의족이 훌륭해요. 자 어때요? (그 여자는 스커트를 들어 올리고 왼쪽 다리를 보인다) 아주 잘 움직일 수 있어요.
일: (땀을 씻어낸다) 그러리라곤 꿈에 생각을 못했었구려. 나의 귀여운 삵괭이.
클레어: 당신한테 내 일곱 번째 남편을 소개해 드릴까요. 알 프렛? 연초 재배 농장을 가졌어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지요.
일: 암 그래야지.
클레어: 자, 모비, 인사를 해요. 원래 이름은 페드로지만 모비란 이름이 훨씬 더 어울려요. 몸종인 보미의 이름과 아주 잘 어울리거든요. 하인이란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을 위해 주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남편들로 그 이름에 따라야 되는 거지요. (남편 7은 허리를 굽혀 인사한다.) 검은 코밑수염이 정말 멋이 있죠?
모비, 생각에 잠겨봐요. (남편 7은 생각에 잠긴다.) 좀 더 열심히.
남편7: 그러나 이 이상은 더 열심히 생각에 잠길 수가 없는데, 여보 정말 안 되겠어.
클레어: 당신은 물론 할 수 있고말고요. 해봐요. (남편 7은 좀 더 열심히 생각에 잠긴다. 종소리) 그것 봐요. 잘 되지 않아요? 안 그래요. 알프렛? 저럴 때면 저 사람은 정말 악마 같은 인상을 주거든요? 마치 브라질 사람 같아요. 하지만 그렇지가 않거든요. 저 사람은 희랍 정교예요. 아버지는 러시아인이고요. 정교회의 신부가 주례를 서 주었어요. 정말 우스운 얘기죠. 자 이젠 귈렌을 한번 돌아보고 싶군요. (그 여자는 왼쪽에 있는 작은 건물을 보석을 물린 왼쪽 안경인- 모노클로 살펴본다.) 이 공변소는 우리 아버님이 지었어요. 모비, 훌륭한 솜씨지요. 빈틈없이 해냈지요. 어렸을 때 난 몇시간이고 지붕 위에 앉아서 밑에다 대고 침을 뱉았지요. 하지만 시내들한테만 뱉았었다우. (배경에는 혼성 합창단과 청년단원이 모여 들었다. 실크햇을 쓴 교사가 앞으로 나선다.)
교사: 부인! 귈렌 고등학교의 교장으로서, 그리고 고상한 음악의 여신의 애호자로서 감히 소박한 민요 한 곡을 부인께 바치려고 하는 바입니다. 합창에는 혼성 합창단과 청년단원이 출연하고 있습니다.
클레어: 선생님! 어디 한번 그 소박한 민요란 걸 뱉아보시구료. (교사는 음차를 꺼내서 소리를 낸다. 혼성 합창단과 청년단원은 장하게
노래를 시작한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에 왼쪽에서 다시 열차가 달려온다. 역장이 경례를 붙인다. 합창단은 열차의 시끄러운 소음과 싸워야만 한다. 교사는 절망적이 된다. 간신히 열차가 지나갔다.)
시장: (답답한 듯) 소방소의 종은 어떻게 된 거야. 종을 치기 시작해야 될것 아닌가?
클레어: 귈렌 시민 여러분! 잘 불렀어여. 특히 저 왼쪽 끝의 목젖이 불쑥 나온 금발의 베이스는 특출했어요. (혼성 합창단 사이를 뚫고 경찰관이 나타나서 클레어 짜하나시안 앞에서 차렷 자세를 취한다.)
경찰관: 경찰서장 하안케올씨다. 부인, 분부를 기다리겠습니다.
클레어: (훑어본다.) 고맙군요. 아무 구속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아미 귈렌 시가 당신을 필요로 하게 될지 모르지요. 가끔 눈감아주는 짓 하나요?
경찰관: 암요. 부인, 그렇지 않고서야 귈렌에서 어떻게 살아 갈수가 있겠습니까?
클레어: 차라리 두 눈을 다 감아버리지. (경찰관은 좀 얼떨떨해서 서 있다.)
일: (웃는다.) 정말 클라라답군! 정말 나의 귀여운 마녀 다와! (그는 신이 나서 무릎을 친다. 시장은 교사의 실크햇을 자기 머리에 얹고, 그 아이들은 쌍둥이로 아이들은 일곱 살로, 따놓은 머리는 금발이다.)
시장: 부인, 제 손녀딸들입죠. 테르미네와 아돌피네라고 합죠. 제 아내만이 나오질 못했습니다. (그는 땀을 씻는다. 두 소녀는 무릎을 굽혀 인사를 하고 짜하나시안에게 장미꽃을 바친다.)
클레어: 정말 귀염둥이를 둘씩이나 가지셨구려. 시장님 자 이걸 ……. (그 여자는 장미를 역장 팔에다 안겨준다. 시장이 실크햇을 슬며시 본당 신부에게 넘겨주고, 신부는 그것을 받아쓴다.)
시장: 부인 우리의 본당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는 실크햇을 벗고 머리를 굽힌다.)
클레어: 아이고 주임신부님 신부님 죽어가는 인간을 위로해 주시는 일을 하시나요?
신부: (당황해서) 늘 애는 쓰고 있습니다.
클레어: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 위로해 주시나요?
신부: (당황해서) 이 나라에선 사형 제은 폐지되었습니다. 부인.
클레어: 아마 다시 부활시키게 되겠지요. (신부는 대경실색해서 실크햇을 시장한테 돌려주고, 시장은 그것을 다시 받아쓴다.)
일: (웃으면서) 오, 나의 귀여운 삵괭이! 정말 마음 놓고 익살을 부리시는군!
클레어: 자 이젠 시내로 들어가 봅시다. (시장이 그 여자에게 팔을 내밀려고 한다.) 시장님! 어떻게 하실 작정이신가요? 의족을 끌고는 그렇게 수십 리 길을 걸을 수는 없지 않아요.
시장: (깜짝 놀라면서) 곧 대령하지요. 공의한테 자동차가 있습니다. 32년형의 메르세데스예요.
경찰관: (발꿈치를 붙이며 차렷 차세로) 시장님, 곧 대령하겠습니다. 그 차를 공용으로 곧 대령하겠습니다.
클레어: 필요 없어요. 자동차 사고 있은 뒤로 난 늘 가마를 타고 다녀요. 로비 그리고 토비야, 그걸 이리로 가져와요. (왼쪽에서 두 명의 거대한 장한이 검을 씹으며 가마를 가지고 나온다. 한 사나이는 등에 기타를 걸머지고 있다.) 맨해턴 태생의 갱들인데 싱싱의 국립 형무소에서 전기로 고문형을 받은 사람들이에요. 내가 청원을 해서 내가마를 메록 석방을 시켰어요. 청을 한 번 할때마다 백만 달러가 들었어요. 그리고 저 가마는 루우브르 박물관에서 나온 것인데, 프랑스 대통령의 선물이에요. 아주 친절한 분이고 신문에서 보는 그대로예요. 로비 그리고 토비, 날 시내로 태워다 다오.
두 사람: 예스 맴.
클레어: 그런데 우선 페터씨네 창고로 해서 그 다음에 콘라쯔바일러 숲으로 가 다오. 알 프렛과 함께 그 옛날의 우리들의 사랑의 보금자리를 찾아가 보고 싶다. 그동안에 짐과 관을 황금사정으로 옮겨다 놓록 해다오.
시장: (얼떨떨해서) 관이라뇨?
클레어: 관을 하나 가지고 왔어요. 혹시 필요하게 될 것 같기 해서요. 자 떠나자, 로비 그
고 토비야. (검을 씹은 두 거인은 클레어 짜하나시안을 시내로 태우고 나간다. 시장이
신호를 하자 모두 만세를 외쳐대는데 두 하인이 검은색의 훌륭한 관을 들고 들어와서 귈렌 시내로 향하자 어리둥절해서 만세 만세 소리는 희미해진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에 아직 저당에 들지 않은 소방서의 종이 울리기 시작한다.)
시장: 이제 간신히 울리는구나! 소방서의 종이! (군들, 관을 따라간다. 클레어 짜하나시안의 몸종들이 뒤를 따르고, 집과 수많은 가방을 귈렌 시민들이 운반한다. 경찰관은 교통정리하고, 그 행렬을 따라가려고 하는데, 오른쪽에서 땅딸막한 두 노인이 나타난다. 그들의 목소리는 가냘픈데, 옷차림은 둘이 다 공을 들인 것이고,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
두 노인: 귈렌이구나. 냄새로 알겠어. 냄새가 그런데. 공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 귈렌의 공기에서 말이야.
경찰관: 대체 당신들은 누구요?
두 노인: 우리는 노부인의 소유물이에요. 우리는 노부인의 소유물이에요. 부인은 우리를 코비와 노비라고 부르지요.
경찰관: 짜하나시안 부인은 황금사정에 들게 되실 것이다.
두 노인: (즐거운 듯) 우리는 장님이에요. 우리는 장님이에요.
경찰관: 장님이라고? 그럼 내가 당신들을 데려다주겠소.
두 노인: 고맙군요. 경관 나리, 대단히 고맙군요.
경찰관: (의아스러운 듯) 너희들은 장님이라면서 내가 경찰관인지 어떻게 알고 있지?
두 노인: 목소리로 알지요. 목소리로 알지요. 경찰관은 누구나 다 똑같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경찰관: (의심스럽다는 듯) 자네들은 경찰과 관련된 경험이 있는 모양이군. 이 땅딸보 녀석들.
두 노인: (놀라면서) 녀석들이라고요? 저분은 우리들이 사내인줄 아나 보지!
경찰관: 그럼 대체 뭐란 말이냐, 이 망할 것들아.
두 노인: 차차 아시게 될걸요! 차차 아시게 될걸요!
경찰관: (어리둥절해서) 어쨌든 줄곧 신명이 나는 듯 하니 좋구나.
두 노인: 커틀릿하고 햄을 얻어먹지요. 허구한 날 허구헌 날 이리 내밀어라. 외국인은 이상한 유머를 가졌단 말야. (그는 두 노인을 데리고 시내로 들어간다.)
두 노인: 보비와 모비한테로 가야지. 로비와 토비한테 가야지. (막을 내리지 않은 채 반전. 역사와 작은 건물의 전면은 위로 올라간다. 황금사정의 내부. 그곳에다 호텔의 간판을 위에서 내려오게 할 수 있다. 그것은 황금색으로 칠을 하고 거룩한 사상으로 그 방의 앙에 걸려 있록 하면 좋을 것이다. 퇴락했지만 과거의 영화를 엿볼 수 있다. 모든 것이 낡고, 먼지가 덮이고, 깨어지고 상해서 냄새를 풍기고, 곰팡이가 슬고, 담벼락은 낡았다. 여행용 트렁크를 운반하는 끝없는 행렬, 그들은 먼저 동물의 우리를 하나 들고 들어오고, 다음에는 짐을 끌어들이고 올려가고 한다. 시장과 교사가 전면 오른쪽에 앉아서 화주를 마시고 있다.)
시장: 트렁크, 트렁크뿐이로군. 산더미 같은데. 그런데 아까 우리 속에 표범이 들은 것을 올려가던데 그래 야생의 시커먼 짐승이었소.
교사: 관을 특별실로 갖다 놓록 했다오. 이상한 일 다 보겠어.
시장: 세계적으로 유명한 여자들은 자기대로의 괴상 망측한 생각을 가졌거든요.
교사: 그 부인은 이곳에서 오랫동안 묵을 것같이 보이던데요.
시장: 더욱 잘 됐지요. 일씨가 그 여자를 손아귀에 넣고 있으니까요. 귀여운 삵괭이, 귀여운 마녀라고 부르던데요. 수백만은 우려낼 수 있을 거요. 그 여자의 건강을 위해서 한잔 듭시다. 교장 선생. 클레어 짜하나시안이 복크만을 구해 낼 수 있기를 기원해서 한잔 듭시다.
교사: 바그너 공장 그렇게 돼야겠는데요.
시장: 플라쯔 안 데어 존넨휴테 역시 마간가지요. 그 공장이 번창하게 되면 모든 것이 번창하게 될 거예요. 시전체 고등학교 그리고 공공복지 번창하게 되리란 말씀이에요. (축배를 든다.)
교사: 제가 귈렌의 학생들의 라틴어와 희랍어 연습 문제를 고쳐 준 것 20년이 넘었습니다만, 등골이 오싹해진다는 말의 뜻은 한 시간 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시장님, 그 부인이 열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보고 소름이
끼칩디다. 그렇게 검은 옷을 걸치고 내려오는 노부인을 보니 말씀예요. 전 마치 로마 신화의 운명의 여신이 아니면 희랍 신화에 나오는 운명의 여신을 보는 듯했어요. 클레어가 아니라 클로트처럼 생각이 들어서 인간의 생명의 실마리를 쥐고 있는 듯 한 인상이더군요. (경찰관이 들어와서 헬멧을 벗어 못에다 건다.)
시장: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구려, 경찰서장.
경찰관: 이런 고장에서 일을 하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 폐허 다시 꽃이 피게 될 것 같군요. 지금 막 그 억만장자의 부인이 잡화상인 일씨와 함께 페터씨네 창고에 갔었지요. 감동적인 장면이었어요. 두 사람은 마치 교회에라 간 듯이 경건하더군요. 그곳에 있기가 면구스러울 지경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콘라쯔바일러 숲으로 가길래 저는 곧 헤어져서 왔지요. 격식을 갖춘 행렬이었습니다. 가마가 앞장을 서고 일씨는 그 옆에 따르고 뒤에는 집사와 낚싯대를 든 일곱 번째 남편이 따라가더군요.
교사: 사내들을 마구 뒤흔들어 놓는군요. 제2의 라이스, 그 고대 그리이스의 유명했던 매춘부 같단 말씀이에요.
경찰관: 그리고 또 두 명의 땅딸보 녀석들이 뒤따르고 있었는데, 그 녀석들이 무엇들인지 알 수가 없단 말씀예요.
교사: 소름이 오싹 끼치던데요. 저승에서 온 것들 같단 말씀이야.
시장: 그 사람들이 콘라쯔바일러의 숲에서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하군요.
경찰관: 시장님, 그야 페터씨네 창고에서와 같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이 찾아가는 곳은 옛날부터 자기들이 사랑의 불꽃을 …….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 불태우던 곳이란 말씀예요.
교사: 활활 타올랐을 테지요. 셰익스피어 생각이 나는군요. 로미오와 줄리에트 말씀엣. 여러분 저는 감격했어요. 귈렌에 와서 처음으로 고전적인 위대성을 심감하게 되는군요.
시장: 우선 우리의 선량한 일씨를 위해 건배를 합시다. 그 사람은 우리들의 운명을 개선해 보려고 가능한 모든 수고를 다하고 있단 말씀예요. 여러분 우리의 가장 아끼는 시민을 위해서, 저의 후계자를 위해서, 자! (황금사정의 배경은 다시 위로 올라간다. 왼쪽에서 네 시민이 등받이가 없는 단순한 나무 의자를 가지고 와서 왼쪽에 놓는다. 첫째시민 이 그 의자 위에 올라간다. AK라는 글자가 적힌 커다란 마분지판을 가슴에 달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주위에 반원형으로 서있으며, 가지를 펴서 나무처럼 꾸미고 있다.)
첫째시민: 우리는 전나무요. 소나무요 떡갈나무지요.
둘째시민: 우리는 짙은 갈색의 전나무요.
셋째시민: 이끼와 덩굴이며 송아이올씨다.
넷째시민: 관목 밭이고, 여우가 사는 구역이지요.
첫째시민: 떠가는 구름이며, 새의 지저귀는 소리입니다.
둘째시민: 순수한 독일 땅의 뿌리 투성이의 숲이랍니다.
셋째시민: 느타리버섯이고 겁 많은 노루지요.
넷째시민: 잔가지들의 속삭임이며, 태고의 꿈이 올 씨다. (배경에서부터 검을 씹으면서 두 거인이 클레어 짜하나시안이 탄 가마를 들고 나온다. 그 옆에 일씨, 그 뒤 남편 7이 뒤따르고 맨 뒤에는 집사가 두 장님을 이끌고 들어온다.
클레어: 여기가 콘라쯔바일러 숲이군요. 로비야, 그리고 토비야 좀 멈춰다오.
두 장님: 로비와 토비, 멈춰라. 보비와 모비야, 멈춰요. (클레어 짜하나시안은 가마에서 내려서 숲을 바라본다.)
클레어: 당신과 제 이름이 새겨진 저 가슴을 보구료, 알 프렛. 이젠 퇴색하고 사이가 떴군요. 나무가 자란 게로군요. 마치 우리들이 그렇듯 줄기와 가지가 굵어졌군요. (클레어짜하나시안은 나무가 있는 곳으로 간다.) 독일에서만 있는 수목들이로군요. 제 청춘 시절의 숲속을 거닐어 본 지 벌써 오래 전의 얘기가 됐군요. 나뭇잎을 헤치고 보라빛 송악을 헤치면서 뛰어다닌 것 오랜 옛날의 일이 됐군요. 이 검만 씹는 작자들아, 가마를 가지고 좀 저쪽으로 가록 해라. 네 녀석들의 상판대기를 보기가 늘 그렇게 유쾌한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리고 모비, 당신은 오른쪽의 여울에 가서 고기나 낚록 하구료. (두 거인은 가마를 들고 왼쪽으로 퇴장. 남편 7은 오른쪽으로 퇴장. 클레어싸하나시안은 벤치에 앉는다.) 저 노루 좀 보세요. (셋째시민이 벌떡 일어선다.)
일: 지금은 금렵기라오. (그는 그 여자 곁으로 가서 앉는다.)
클레어: 이 표석에 앉아서 우리들은 키스를 했었지요. 45년 훨씬 넘은 옛날의 일이예요. 우리는 이 관목 밭에서, 이 떡갈나무 아래서, 그리고 이끼 속에 나온 느타리 속에서 사랑을 속삭였지요. 나는 열 일곱 이었고, 당신 이십이 채 못 되었지요. 그러자 당신은 잡화상을 가진 마틸드헨 부름하르트와 결혼을 했고, 저는 그 늙은 황금빛 쌍무늬바구니 같은 영감이 말예요 …….
일: 클라라!
클레어: 보비, 헨리 크레이를 한 대 줘요.
두 장님: 헨리 크레이를 한 대 달라신다. (집사가 배경에 나타나서 그 여자에게 여송연을 한대 넘겨주고 불을 켜댄다.)
클레어: 저는 여송연을 좋아해요. 원래 남편의 회사에서 나온 담배를 피워야겠지만 믿을 수가 없거든요.
일: 난 당신을 위해서 마틸드헨 부름하르트와 결혼했던 것이오.
클레어: 그 여자가 돈이 있었던 때문이었지요.
일: 당신은 젊고 아름다왔었소. 미래는 당신의 것이었소. 난 당신이 행복하기를 원했던 것이오.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었소.
클레어: 이제 그 미래가 온 것이군요.
일: 만일 당신이 여기 있었더라면 당신 나와 똑같이 망하고 말았을 것이오.
클레어: 당신이 망했단 말인가요?
일: 나는 파산해 버린 소시 안의 파산한 잡화상에 불과하오.
클레어: 이제 저는 돈이 있어요.
일: 당신이 나한테서 떠나 버린 이후로 나는 지옥살이를 하고 있었소.
클레어: 그런데 저는 바로 그 지옥이 되어 버렸거든요.
일: 나는 날마다 내게 가난을 탓하는 내 가족 때문에 속을 태우며 지내고 있다오.
클레어: 귀여운 마틸드헨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질 않았던가요?
일: 요한 것은 당신이 행복하다는 일이오.
클레어: 당신들의 자녀들은?
일: 꿈을 가질 수 없는 아이들이지.
클레어: 곧 그런 생각이 들게 될 것예요. (그는 침묵을 지킨다. 두 사람은 그들의 청춘 시절의 숲을 응시하고 있다.
일: 내 생활은 가소롭기 짝이 없소. 한 번 제대로 이 시내를 빠져 나가본 일 없었소. 베를린으로 한번 테신으로 한 번 여행을 한 것이 고작이오.
클레어: 그래봐야 아무 소용 없는 거예요. 저는 세상을 잘 알고 있어요.
일: 당신은 여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겠소?
클레어: 그 세상이 바로 제 것이었기 때문이죠. (그는 입을 다물고, 그 여자는 담배를 피워 문다.)
일: 이제 모든 게 달라질 것으로 아는데.
클레어: 그럼요.
일: (눈치를 살피면서) 당신은 우리를 와주겠지?
클레어: 제 청춘 시절을 보낸 이 시를 그냥 내버려 두지는 않겠어요.
일: 우리는 기백만을 필요로 한단 말이오.
클레어: 얼마 안 되는군요.
일: (감격해서) 오! 나의 삵괭이! (그는 감동하여 그 여자의 왼쪽 다리를 때렸다가 아픈 표정을 짓고 손을 뗀다.)
클레어: 아프지요. 당신은 제 의족의 경첩을 때린 거예요. (첫째 시민이 바지 주머니에서 낡은 담뱃대와 녹쓴 현관 열쇠를 꺼내서 그 열쇠로 담뱃대를 두들긴다.)
쯔바일러 숲으로 이렇게 온 일이 있었지. 우리들의 사랑하던 시절의 얘기요. 전나무 위에 높이 솟아 빛나는 태양, 그것은 밝고 둥근 접시 같았었소. 멀리 구름은 떼 지어 가고, 어딘지 뿌리가 무성하게 드러난 숲속에서는 어디선지 뻐꾸기 울어대고 있었지.
넷째시민: 뻐꾹! 뻐꾹! (일씨는 첫째 시민을 만져본다.)
일: 써늘한 나무와 나뭇가지 속에 이는 바람, 마치 바다의 파 같던 쓸쓸한 소리 그 옛날과 똑같구료. (소나무처럼 꾸미고 섰던 세 사람이 팔을 아래로 움직여서 바람이 부는 흉내를
낸다.)
일: 시간이란 게 없어진다면 얼마나 좋겠소. 나의 귀여운 마녀, 인생이 우리를 떼어놓지 않았더라면 얼마나 좋았겠소.
클레어: 당신은 그랬으면 하나요?
일: 이것만이, 다만 이 사실만이 요하오. 나는 뭐니 뭐니 해 당신을 사랑하고 있단 말이오. (그는 그 여자의 오른 손에 입을 맞춘다.) 그 옛날과 똑같은 차고 흰 손이구료.
클레어: 잘못 생각했어요. 그것 의수예요. 상아로 만든 거예요. (일씨는 깜짝 놀라서 손을 놓는다.)
일: 클라라! 대체 당신 몸은 모조리 의족이고 의수란 말이오?
클라라: 거의가 다 그렇다오. 아프가니스탄에서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어요. 기체가 산산조각이 난 속에서 혼자만이 기어 나왔어요. 승무원들 다 죽었지만, 나만은 죽이질 못했었다우.
두 장님: 죽이질 못하지요. 죽이질 못하지요. (브라스 밴드의 음악이 시작된다. 장엄한 연주. 황금사정 간판이 다시 내려온다. 귈렌시민이 식탁을 들여온다. 식탁보는 형편없이 해진 것이다. 식기와 음식 앙에 테이블이 한개 놓여있고, 관개과 평행으로 하나는 왼쪽, 하나는 오른쪽에 놓는다. 배경에서 본당 신부 등장. 기타 귈렌 시민들 몰려 들어온다. 그 한 사람은 체육복을 입고 있다. 시장, 교사, 경찰관이 다시 등장. 귈렌 시민들은 박수를 친다. 시장은 클레어 짜하나시안과 일씨가 앉아 있는 벤치가 있는 데로 온다. 나무들은 다시 시민이 되어 뒤로 물러난다.)
시장: 부인, 이 우레와 같은 박수는 부인에 대한 것이올시다.
클레어: 시장님, 그것은 시의 음악에 대한 박수였어요. 훌륭한 연주군요. 그리고 아까 그 체조 연맹의 피라미드는 희한하더군요. 그 체육복에 짧은 바지를 입은 사내들은 좋아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보인단 말예요.
시장: 식탁으로 가실까요? (그는 클라라짜하나시안을 앙에 놓인 식탁으로 안내하고 가서 자기 아내를 소개한다.) 저의 처올씨다. (클레어짜하나시안은 모노클로 그 여자를 살펴본다.)
클레어: 우리 반에서 첫째만 하던 아넷트헨둠머무트로군 그래. (그는 또한 부인을 소개하는데, 그 여자 그의 아내처럼 수척하고 입맛이 쓴 표정이다.)
시장: 일씨의 부인이십니다.
클레어: 마틸드헨 부름하르트구만. 당신이 가게 문 뒤에 숨어서 알 프렛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던 일이 생각나는구료. 여봐요. 당신 말랐구료. 그리고 창백하고. 오른쪽에서 의사가 곤두박질해서 들어온다. 오십대의 딱바라진 남자로 코밑수염을 기르고 검은 머리는 뻣뻣하고, 얼굴에는 결투자국이 남아 있고, 낡은 연미복을 입고 있다.
의사: 겨우 제 시간에 제 낡은 메르세데스 차를 몰고 달려 왔습니다.
시장: 우리의 공의이신 뉴스린 박사이십니다. (클레어짜하나시안은 모노클로 의사를 관찰하고, 의사는 그 여자의 손에 입을 맞춘다.)
클레어: 재미있군요. 사망 증명서를 발급하시나요?
의사: (주춤해서) 사망 증명서요?
클레어: 누가 죽으면 말입니다.
의사: 물론입니다. 부인, 제 직책이지요. 당국의 지시에 의한 일이지요.
클레어: 앞으로 심장마비를 확인해 주셔야 겠군요.
일: (웃으면서) 재미있어. 한마디로 재미있단 말이야. (클레어짜하나시안은 의사한테서 몸을 돌려 짤막한 팬츠만 입고 있는 체조 선수를 바라본다.)
클레어: 한 번 더 체조를 해 봐요. (체조 선수는 무릎을 구부리고 팔을 휘두른다.) 그 근육이 참 희한해요. 당신의 힘으로 과거에 누군가를 목 졸라 죽인 일이 있나요?
체조선수: (무릎을 굽힌 채 놀란 나머지 멍해서) 목을 졸라 죽이다니요?
클레어: 이번엔 어디 한번 팔을 위로 흔들어봐요. 체조 선수 양반. 그 다음엔 엎드려뻗치기를 해봐요.
일: (웃으면서) 정말 황금 같은 유머를 클라라는 갖고 있거든! 저런 색담을 들으면 배꼽을 빼지 않을 수 없지! (의사는 아직 얼떨떨하다.)
의사: 알 수 없는 얘기야! 저런 농담을 들으면 등골이 오싹해진단 말이야.
일: (남몰래) 저 여자가 기백만은 내놓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시장은 입을 딱 벌린다.)
시장: 기백만을?
일: 네 기백만을요.
의사: 굉장하군. (억만장자 부인은 체조선수한테서 몸을 돌린다.)
시장: 이제 바깥어른만 오시면 되겠습니다. 부인.
클레어: 기다릴 필요는 없어요. 그이는 낚시질을 하고 있어요. 그러고 저는 이혼할거예요.
시장: 이혼을 하신다구요?
클레어: 모비 놀라겠지요. 독일의 영화배우와 결혼할 생각이에요.
시장: 하지만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시고 있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던가요?
클레어: 저의 결혼은 어느 것이나 행복했어요. 하지만 귈렌의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 제 청춘시절의 꿈이었어요. 청춘의 꿈을 실현해야 되겠어요. 엄숙하게 할 예정 이예요. (모두 착석한다. 클레어 짜하나시안은 시장과 일씨 사이에 앉는다. 일씨 곁에는 일씨의 부인이 앉고 시장곁에는 시장부인이 앉는다. 오른쪽의 다른 식탁에는 교사 본당신부 그리고 경찰관 왼쪽에는 네 시민이 앉았다. "환영 클라라"라는 천이 빛나고 있는 배경에는 부부동반의 귀빈들이 있다. 시장은 일어서서 기쁨으로 얼굴이 환하다. 벌써 냅킨을 잡아매고 있다. 그는 자기의 잔을 두들긴다.)
시장: 존경하는 부인 저의 친애하는 귈렌시민 여러분 부인께서 이 고장을 떠나신 지가 벌써 45년이 지났습니다. 이 시로 말하며 명문인 선제후 하쏘공에 의해서 세워진 바 있지만 콘라쯔바일러의 숲과 퓌켄리히트의 저지대 사이에 아늑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입니다. 45년 그것은 10년을 넷하고 수년을 더 보태야만 되는 그런 오랜 세월인 것입니다. 그동안은 다사다난하였습니다. 전세계가 다 비참한 경험을 한것과 같이 우리들 비참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부인을 존경하옵는 부인 ……. 우리는 클라라 여사를 ……. (박수갈채) 결코 잊지 않습니다. 비단 부인뿐이 아니라 부인의 가족까지 잊지를 않았습니다. 그 훌륭하시고 근력이 왕성하시던 부인의 자당께서는 ……. (일씨가 무엇인지 그의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 유감 천만스럽게 폐병으로 세상을 일찍 하직하셨습니만 부인의 서민적이셨던 아버님께서는 역 바로곁에 전문가와 문의한을 가릴것 없이 마구 드나드는 ……. (일씨가 무엇인지 그의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 아니 굉장히 주목을 받을만한 건물을 건축하셨기에 그분은 우리의 기억 속에 가장 훌륭하고 더할 나위없는 분으로서 남아있는 것입니다. 뿐만이 아니라 부인께서는 ……. 존경하는 부인 ……. 금발의 ……. (일씨가 무엇인지 그의 귀에다 대고 속삭인다.) ……. 붉은 고수머리 말괄량이로서 이제는 한심스럽게 퇴락해 버린 이 시의 골목길을 활개치고 돌아다녔던 것입니다. 부인을 모르는 사람이 누구였겠습니까? 이미 그 무렵에 누구나 부인의 인격의 매력을 감지하였으며 인류의 현기증을 일으킬만한 최고봉에까지 올라가실 것을 예감했던 것입니다. (그는 수첩을 꺼낸다.) 부인은 결코 잊히지 않고 있으십니다. 사실 이올씨다. 부인의 학교시절의 성적은 지금에 와서 교사진이 모범으로 내세우고 있는 바입니다. 부인께서는 특히 가장 요한 학과에서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셨는데 그것은 바로 식물학과 동물학에 있어서 그러했으며 그것은 또한 모든 피조물 보호를 필요로 하는 모든것에 대한 부인의 동정심을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부인의 정의에 대한 사랑과 자선에 대한 관심은 이미 그 무렵에 널리 사회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였던 것입니다. (굉장한 박수갈채) 부인이 행하신 행동 에서 하나만 언급한다면 부인은 이웃에서 땀흘려 번 용돈으로 감자를 사서 가난하고 늙은 과부에게 양식을 마련해 주심으로써 그 여자를 굶어죽지 않록 하였던 것입니다. (굉장한 박수 갈채) 자비로우신 부인 그리고 사랑하는 귈렌 시민 여러분 그런 가상한 소질의 연약했던 싹은 이제 이렇게 기운차게 자란 것입니다. 그 붉은 고수머리의 말괄량이는 귀부인이 되셨으며 현재 그 부인은 그분의 자선사업으로 세상을 뒤덮고 있는 것입니다. 부인의 사화사업체만 생각해 보십시오. 어머니들을 위한 요양소와 간이급식소 예술가들을 위한 보호기금 탁아소 등 무수한 것입니다. 그리하여 이제 이렇게 고향을 다시 찾아오신 분을 위해 외치고 싶은 것입니다. 부인만세, 만세, 만세! (박수갈채) (클레어짜하나시안이 일어난다.)
클레어: 시장님 귈렌 시민 여러분이 저의 방문에 대해서 보여준 사심 없는 즐거움에 저는 감격했어요. 하지만 시장님의 연설에 나타나있는 제 어릴 때의 모습은 좀 다른데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늘 매질을 당했고 과부인 볼에게 준 감자는 실은 일씨와 공동작업으로 훔친 것이었고 그 늙은 뚜장이 여편네에겐 굶어죽지 말라고 준것이 아니라 콘라쯔바일러 숲속이나 페터씨네 창고속보다 더욱 편안한 침대에서 일씨와 같이 자기를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여러분의 즐거움에 보답하고자 저는 이 자리에서 귈렌시를 위해 10억을 기꺼이 희사하겠다는 것을 천명하겠습니다. 5억은 시를 위해서 그리고 5억은 각 가정에 분배하록 하겠습니다. (죽음같은 정적)
시장: (말을 더듬거리며) 10억이라고. (모든 사람이 여전히 넋을 잃고 있다.)
클레어: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환호성을 터뜨린다. 춤을 추며 돌아가고 의자위에 올라서고 체조선수는 운동을 하는 등등. 일씨는 감격해서 가슴을 북 치듯 한다.)
일: 옛날 그대로의 클라라야. 그럴듯하군. 희한한 일이야. 우습게 됐군. 정말 옛날 그대로 내가 사랑하던 마녀에 틀림없어. (그는 그 여자의 입을 맞춘다.)
시장: 한 가지 조건이라고 하셨지요? 그 조건을 여쭈어 보아 괜찮겠습니까?
클레어: 그러면 제가 그 조건을 말하겠어요. 저는 여러분께 10억을 희사하는 대가로 정의를 사고자 합니다. (죽음같은 정적)
시장: 무슨 말씀이신가요. 부인?
클레어: 무엇이든지 살 수 있지요.
시장: 저는 아직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클레어: 보비 앞으로 나와요. (집사가 오른쪽에서 세 개의 식탁사이로 해서 앙으로 나와 검은 안경을 벗는다.)
집사: 여러분 에 아직 나를 알아볼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사: 부장판사 호오퍼씨로군요.
집사: 옳습니다. 내가 부장판사 호오퍼요. 나는 45년 전에 귈렌에서 부장판사를 지냈고 그후 카피겐의 고등법원으로 갔었으며 그곳에선 나는 짜하나시안 부인한테서 집사로 일해 달라는 제의를 받을 때까지 봉직했었습니다.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으로는 좀 이상한 경력이긴 하지만 내가 받는 봉급이 아주 엄청난 것이어서 …….
클레어: 본론을 말해요. 보비.
집사: 여러분이 들으신 바와 같이 클레어 짜하나시안은 10억 원을 제고하고 그대신 정의를 원하고 계십니다. 바꾸어 말하면 클레어 짜하나시안 부인은 부인이 귈렌에서 당했던 부정을 여러분이 다시 시정해주신다면 10억을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실례지만 일씨 (일은 일어선다. 창백하다. 겁을 내고 놀라고 있다.)
일: 저를 어쩌자는 것이지요?
집사: 일씨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일: 좋소. (그는 식탁앞 오른쪽으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