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히잡 관련 결렬한 시위가 백일을 넘어서고 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 다시말해 도덕 경찰에 체포됐던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로 야기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2022년 12월 26일(현지시간)로 100일을 맞았다. 영국의 BBC방송은 지난 1979년 이슬람혁명 이래 이란에서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는 이번 반정부 시위가 이란 정권을 송두리채 뒤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동시에 이란 민중도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고 방송했다. 지난 2022년 9월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당국에 체포된 뒤 사흘 뒤인 9월 16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진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위 도중 숨진 사람만 해도 어린이 69명을 포함해 500명이 넘는다. 시위 가담자 2명에 대해서는 사형이 집행됐고, 처형이 예정된 사람도 최소 26명에 달한다. 또한 구금된 시위 가담자가 1만8천여명에 달하고 있다. 시위를 진압하는 보안군 60여명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1987년 사건이 생각이 난다. 1987년 경찰에 의해 불법 연행된 서울대학교 학생 박종철군이 수사과정에서 고문으로 인해 사망한 사건이다. 1987년 1월 박종철군이 치안본부(지금의 경찰청)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를 받던 중 경찰의 고문으로 사망한 것이다. 공안당국은 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으나 결국 진상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 사건은 결국 정권 규탄시위를 촉발시키며 이후 민주화 운동의 촉매제 역할을 했다는 역사적인 의의가 존재한다.
1987년 이른 봄. 당시 전두환정권은 저항세력을 제거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학생운동권에 대한 지독한 탄압은 어쩌한 당연한 짓거리인 것인지도 모른다. 조금이라도 저항하는 움직임을 보이면 그 싹을 없애려 한 것이 바로 엄청난 짓을 저지르게 되고 결국은 6.10 민주항쟁을 불러오고 이른바 6.29 민주화선언이 나오게 만들었다.
이란의 히잡은 이란 정치사에 그야말로 혁명의 도화선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얇은 가리개인 히잡이 왜 혁명과 연관이 지어지는 것인가. 그동안 이란의 정치인들은 국민 그 가운데 여성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히잡을 악용해 온 것이다. 왕정국가였던 지난 팔레비 왕 시절에도 히잡을 정치도구화했다. 서구화에 역행하는 구습이라며 히잡을 강제로 벗게했다. 하지만 그 강제성이 결국 이슬람혁명을 불러오고 팔레비는 해외망명 그리고 이슬람 지도자인 호메이니 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강제로 벗겼던 히잡을 이제는 강제로 착용하게 한다. 한때 중동에서 가장 서구화됐다는 이란 그리고 이란의 여성들은 비키니와 미니스커트에서 다시 히잡의 시대로 되돌아가게 된다. 특히 지난해 8월 대통령이 된 아브라힘 라이시의 강압정치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14년부터 2년동안 이란 검찰총장을 지낸 아브라힘 라이시는 강경 보수적 인물로 강압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모든 것을 검찰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검사출신들을 요직에 앉히고 조금이라고 이슬람 율법 테두리에서 벗어나면 무자비하게 체포 구금하고 엄청난 형벌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검찰시스템의 포악함이 이란 사회 곳곳을 강압적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이란의 국민들 그가운데 여성들은 이제 심각하게 생각한다. 이 시대에 히잡의 의미가 과연 무엇인가하고 말이다. 이제 우주로 간다는 시대에 자신의 복장 하나도 자신들의 의지대로 입을 수 없는 시대가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해서 심한 심적 갈등을 느낀다. 급변하는 세계화속에서 갈수록 과거로 돌아가는 자신들의 나라에 대한 통렬한 자괴감이 가슴속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란에는 도덕경찰이란 독특한 공권력이 존재한다. 종교적인 이름을 내 걸고 국민들의 행동을 옥죄는 것이다. 팔레비 왕때는 히잡을 고집하는 부류에 엄한 통제가 이뤄졌다면 지금 정권에서는 반대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을 경우 아주 엄한 벌을 집행하고 있다. 체포 구금은 물론 심한 형벌을 가하고 있다. 이제 이란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를 못한다. 히잡을 쓰든 벗든 그 선택권을 여성에게 달라는 것이다. 현재 이슬람국가 57개국중 히잡 착용을 이슬람율법으로 의무화한 나라는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 단 두곳뿐이다. 그 무지막지하다는 북한도 복장에 대해 규제를 가하지 않는다. 복장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권리이다. 자기가 입고 싶은 것을 입는 것은 인간이 가져야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다. 누가 참견할 것이 아닌 것이다. 이슬람이 하늘처럼 받든다는 코란에도 히잡을 의무화하라는 문귀가 없다. 그냥 이슬람 통치자들의 유권해석일 뿐이다. 자신들이 권력 유지를 위해 강압적으로 판단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란의 여성들은 외친다. 이 얇은 가리개 천조각때문에 수많은 인명이 희생되어야 하는가라는 절규를 하고 있다. 자신의 옷 하나 선택할 수 없는 나라가 어떻게 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가 울부짖고 있다. 이란 여성들의 주장의 핵심은 히잡이 싫다는 것이 아니다. 쓰든 벗든 개인이 선택하게 해 달라는 것이고 더 나아가 개인의 자유를 확대해 달라는 것이다. 히잡 그 자체가 여성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에 히잡을 착용하라 말라고 강제하는 그것이 바로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당당히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2022년 12월 2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