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리아란 철학 용어의 하나로 어떠한 사물에 관하여 전혀 해결의 방도를 찾을 수 없는 난관의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해결이 곤란한 문제, 즉 모순이나 해결 불가능한 역설 등을 일컫는 말이다. 아포리아는 고대 철학자들에 의해서 의미가 확립된 용어로서, 그리스어의 본디 뜻은 '막다른 곳에 다다름'이다.
소크라테스(Socrates)는 대화의 상대를 아포리아에 빠뜨려 무지의 상태를 자각시켰다. 상대를 아포리아에 빠뜨린다는 것은 즉 상대방의 의견에 논리적인 모순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하는 것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아포리아에 의한 놀라움에서 바로 철학이 시작된다고 주장하였고, 또한 플라톤(platon)은 대화에서 로고스의 전개로부터 필연적으로 생기는 난관을 아포리아라고 명명한 바 있다. 플라톤의 이론에 따르면 아포리아 속에 있는 자는 질문 속에 놓이게 되고, 그 질문에 답을 해 나가는 과정을 통하여 전체와의 관계를 맺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문학적으로 적용했을 때, 해체론자(解體論者)들이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아포리아는 하나의 텍스트의 언어적이고 철학적인 일관성과 그 일관성에 장애물이 되는 전복적인 모순 및 역설 사이의 간격을 말한다. 즉, 아포리아란 대개 어떠한 텍스트의 해석을 어렵게 하는 내재적 모순이나 서로 화해시킬 수 없는 패러독스(paradox)를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것이다.
텍스트의 일관성을 저해하는 전복적인 요소들이 해석을 역전시키고 결정 불능으로 만들어 체계화 작용을 교란하는 데 비해 아포리아적 텍스트는 텍스트를 지배하고 포괄한 철학적 개념성에 대한 저항의 구조를 표시하고 조직하는 것으로 보이는 텍스트와는 구별된다. 문학 작품에 대한 해체적 독법을 사용하고 있는 힐리스 밀러(J. Hillis Miller)는 '최종적 아포리아'를 들춰내는 비평적 방법에 따라서 많은 시인과 소설가들의 텍스트를 읽는데, 밀러의 결론은 어떠한 문학 텍스트이든지 '해결할 수 없고', '모순적인' 의미의 끊이지 않는 작용, 즉 끝없는 아포리아의 작용이라는 것이다.(강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