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런 말을 하면 돌을 맞을 거 같습니다.
한 때, '남자는 의리, 여자는 순정'이라는 말이 격언처럼 사회를 붙잡은 적이 있지만 지금은 의리도 순정도 다 사라진지 오래 입니다.
의리가 가장 지켜져야 할 곳은 정치판일 것인데, 요즘 정치판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뿐이고, 의리는 세상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폭력세계서나 찾아볼 수 있으니 정말 안타깝습니다. 연일 티비 뉴스에 나오는 갈대와 철새들을 보면서 우리가 정말 잘 깨끗한 나라가 되려면 이런 갈대와 철새부터 없어져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예전에는 의리를 중시했습니다. 나라가 흔들릴 때마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마다 자기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서 백성을 위해서 앞장 섰습니다. 임진왜란 때 의병과 의병장들, 대한제국이 일제에 합병될 때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던져 이를 막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은 다들 국민을 위한다면서 바람이 부는대로 흔들리는 갈대와, 이 쪽 , 저 쪽 눈치 보면서 날아다니는 철새만 난무하니 정말 안타깝고 걱정입니다. 정말 국민을 위한다면 국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을 걱정시켜서는 안 될 일인데 오히려 국민들이 나라를 걱정하고 있으니 이거 장말 개판입니다.
예전에 무식한 군인 출신이라고 손가락질했던 사람 중에 '이춘구'라고 있었습니다.
국회의원과 내무장관, 민정당 최고위원을 지낸 잘 나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군 출신이고 무자비한 사람이라고 다들 욕을 했는데 그 동생이 비리에 연루되어 형에게 도움을 청했다가 형이 냉정하게 거절해서 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친동생이라 하더라도 잘못을 감싸줄 수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런 무식한 군인이고 강골이었던 이춘구 씨는 그래도 의리는 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1996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과 헌정질서파괴범죄의 공소시효 등에 관한 특례법의 국회상정에 반발해, 의원직 사퇴와 함께 정계를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 세상을 떴습니다.
그는 그냥 가만히 있었다면 죽을 때까지 충북 제천에서 국회의원에 당선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자기의 소신과 맞지 않는 정치판의 억지를 보고 아무 미련없이 의원직을 사퇴하고 몸 담고 있던 정당에서 탈당하고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고향에 내려가 일체 관여하지 않아씁니다.
이미 지나간 사건에 대한 특례법이라고 하는 것은 법에 위배되는 일인데 이를 김영삼 대통령이 억지를 부려 만들어진 것이고 대통령이 제안하니까 국회에서 이를 알고도 통과시킨 법입니다. 이것은 법을 지킨 게 아니라 법을 파괴한 행위입니다.
자기에게 불리하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가 적당한 때가 오면 복귀하고, 권력을 잡을 수만 있다면 아군도 적군도 없고, 어제는 원수가 오늘의 동지가 되고 한솥밥을 먹다가도 득실 계산에 하루 아침에 등을 돌리는 소위 정계 거물이라는 사람들도 이젠 신물이 납니다.
게다가 그저 국회의원만 될 수 있다면 문재도 좋고, 철수도 좋고, 여당이면 어떻고 야당이면 어떻고 , 게다가 나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개도 좋고 소도 좋고 다 좋은 이 현실을 보노라면, 차라리 무식하고 무자비하다러도 법을 지키고 의리를 지키는 사람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