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TV를 통해 인터넷에서 개인방송을 시작한지 한달 반 가량이 지났다. 아프리카 TV에서 나를 처음 만난 시청자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방송에 많이 나오던 분 아니냐, 어떻게 아프리카 TV를 하게 되었느냐.” “깜짝 놀랐다”는 사람도 많았다.
나는 왜 아프리카 TV를 찾아가서 인터넷 개인방송을 시작했던 것일까. 흔히 지상파 TV를 하던 사람이 케이블 TV를 하면 주변으로 밀려났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마찬가지로 한때 지상파 TV를 많이 하던 내가 느닷없이 인터넷 개인방송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혹시 밀려났다고 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안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시선에 개의치 않고 내가 인터넷 방송를 시작한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였다. 우선 정치적 환경이 이유였다. 이명박 정부가 촛불정국이 끝나고 방송장악에 본격적으로 나선 이후 나의 방송일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정권의 압력에 의한 것이든, 방송사의 눈치보기이든간에, 나는 여러 곳에서 마이크를 빼앗겼다. 그렇다고 10년동안 해오던 방송을 권력의 뜻대로 그만둘 수는 없는 일. 누구 좋으라고 그렇게 쉽게 포기하겠는가. 나는 여전히 시청자들을 향해 해야 할 말이 않았고, 다시 마이크를 되찾고자 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망명지’가 필요했다. 일단은 인터넷으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시청자들을 다시 모으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나에게 인터넷 방송은 권력의 통제가 적은 곳으로 망명하는 소극적인 차원의 선택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시사평론의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나의 꿈을 위해 내딛는 새로운 발걸음이었다. 나는 이미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많은 독자들을 만나왔다. 과분하게도 수많은 독자들의 관심과 성원 속에서 나는 세상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하며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또한 트위터를 통해서도 많은 이들과 정보를 나누고 생각을 나누며 소통하고 있다.
이제 여기서 도전하고 싶은 것이 인터넷 방송이었다. 블로그-트위터-인터넷 개인방송의 3각 체제가 구축된다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사평론이 윈-윈 효과를 내며 본격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비전을 갖고 시작한 것이 아프리카 TV에서의 개인방송이었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거창했던 나의 꿈과는 달리 내가 첫발을 딛은 아프리카 TV는 무척 낯설었다 그 곳에는 게임 방송, 꽃단장 한 여성 BJ들의 방송은 많았지만, 시사방송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당연히 시사방송 시청자들의 비율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지상파를 누비던 아무개가 나타났다고 해서 수천명의 동시접속자가 생겨나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반응은 매우 점진적으로 나타났다. 하루에도 몇십명은 내가 아프리카 TV를 하고 있는지 몰랐다며 시청자 대열에 합류한다.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생방송 시간에 동시접속자 수는 아직 수백명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재방송을 포함한 하루 시청자수 전체는 수천명 정도 되는 것 같다. 나로서는 불만족스러운 숫자이지만, 아프리카 TV 측에서는 대단히 빠른 성장 속도라고 설명한다. 현재 상위권 인기 BJ들의 경우 예외없이 다들 몇 년씩 고생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러나 몇 년씩 몸풀고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나로서는 조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고, 다행히 많은 분들의 성원 덕분에 성장에 조금씩 속도가 붙는 느낌이다. 시청자 수도 점차 증가하는 것이 눈에 띄고 있고, 자발적 시청료인 ‘별풍선’을 통한 수익성도 점차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아마 앞으로 시청자 수가 몇배 늘어나는 성장을 가정할 때, 좋은 방송을 내보낸다면 지속적 방송을 위한 수익성 면에서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는 블로그 운영과 함께 소셜미디어를 통한 시사평론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사실 아프리카 방송을 시작하고 열흘정도 되었을 무렵, 그만둬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있었다. 매일 밤 11시에 고정적으로 한시간 넘어 방송을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시청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 같지도 않아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일이든 몇차례의 고비를 넘겨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흔들림없이 방송에 임했다. 그리고 지나고 나니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힘을 준 것은 매일 밤 11시를 기다렸다가 찾아주는 시청자들의 성원이었다. 그들은 이미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지상파 TV의 8시, 9시 뉴스들은 제대로 다루지도 않고 침묵하고 있는 사안들이 너무 많았다. 나는 그런 내용들만 모아서 방송을 해도 충분히 흥미진진한 방송이 된다. 요즘 같아서는 한명숙 전 총리 공판 소식이며, 이명박 대통령 ‘독도발언’ 문제이며... 그런 것들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감히 이렇게 말한다. 지상파 TV의 8시, 9시 뉴스가 불만스러운 사람들은 이 곳으로 오라고! 그곳에서는 감히 하지는 못하는 분석과 논평들을 우리는 하고 있다고.
성역없는 시사방송에 갈증을 느끼던 이들에게 나의 방송은 아마도 오아시스로 느껴졌나 보다. 이미 많은 고정 시청자군이 형성되어 매일 밤 내 방송을 찾는다. 나는 그날의 뜨거운 이슈들을 전하고 나의 의견을 말한다. 시청자들은 채팅창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서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시청자들은 전화를 통해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렇게 이루어지는 소통과 토론의 수준은 매우 높다. <100분 토론>인들 우리만 하겠는가. 우리는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또 하나 시청자들이 반기는 묘미는 음악이다. 방송 중간중간에 밤 분위기에 어울리는 노래들을 내보낸다. ‘죽어도 못보내’ ‘루팡’같은 최신곡도 종종 선곡 대상이다. 내가 시청자들을 위해 일일이 유료 다운 받은 곡들이다. 밤 시간에 조용한 노래들을 들으며 세상 얘기를 함께 나누는 묘미가 있다는 호응들이 많다.
매일 밤 아프리카를 통해 이렇게 음악과 함께하는 나의 시사방송이 나가고 있다.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는 시청자들께 감사드리고, 보다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다린다. 아무리 우리에게서 마이크를 빼앗아가도 우리는 이렇게 새로운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고 있음을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처음 아프리카 TV를 시작할 때 "아프리카 TV는 정글이다. 그 정글을 헤쳐나가는 사람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해보니까 그 말이 실감이 난다. 미지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나의 아프리카 정글 탐험은 오늘 밤에도 계속될 것이다.
* 저의 인터넷 개인방송이 개국을 했습니다. 매일 밤 11시에 아프리카 TV를 통해 생방송됩니다. 다른 시간대에는 수시로 재방송이 나갑니다. 아프리카 TV 앱을 다운받으면 아이폰을 통해서도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유창선의 시사난타' 바로가기 http://afreeca.com/sisatv
[출처:유창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