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주의보
진해령
죽도록 고생만 하다가 죽은 지인을
의정부 성모병원으로 문상 가는 길
동부간선도로를 타고 북으로 달린다
밤사이 불어난 물로 개천은 격류가 되고
중늙은이 두엇 골프우산을 쓰고 물 구경 나왔다
동두천 쪽에서 떠내려 온 패트 병, 스티로폼 따위가
뒤뚱거리며 바지선을 이룬다
한꺼번에 무너지기 위해
이를 악물고 버티는 水位의 침묵이 버겁다
시민공원은 반이나 넘게 물에 잠기고
농구 골대 둘이 서로를 마주보고
아직 괜찮냐고 고개를 주억 거린다
병원을 여러 개 거느린 성모는
아무것도 위로하지 않고
어린 상주는 철모르고 낮잠에 들어있다
성가신 파리 댓 마리 수박물이 말라붙은 입 주변에 붐빈다
돌아오는 길 위험수위를 넘긴 사나운 물살은
이참에 끝장을 내려는 기세로
이화다리 부근에서 거품을 물고 달겨든다
살아서도 사는 것 같지 않다던 망자를 생각하며
대답 없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이토록 가벼운 생은 왜
떠내려가지 않느냐고
끝없이 꼴깍거리며 물먹는 생은
언제 가라앉느냐고
휴대폰을 열고 이제는 수신되지 않는
그의 연락처를 무단히 눌러 본다
첫댓글 졸시 하나 올립니다...심상인지 리토피아인지 잘 기억이...
하늘은 무심해서 생의 가벼움, 무거움을 따지지 않고 풍요인지 빈곤인지 따지지 않고 비를 내립니다. 어찌 보면 공평한 처사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무지막지한 것 같기도 하고......해마다 물난리를 정례화해가는 치밀한 계략이 나름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도 같죠. 이제는 날마다 호우주의보를 비상대기 시켜야 하겠습니다. ㅠ,ㅠ
가벼운 글에 대한 무거운 느낌글...평범한 글에 대한 그것을 넘어서는 비평이
진지함이야말로 언제나 정당한 그리고 탁월한 덕목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저도 바로 그런 사유를 시로 표현한 겁니다... 개인의 불행에 관여하지않는 역사나 자연의 무심한...혹은 잔인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