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대한축구협회는 조중연 전무를 상근 부회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이사급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지만, 축구협회의 실질적 안방 마님은 전무이사라는 점에서 그의 부회장 승진은 2선 후퇴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김상진, 문정식 등 6명의 부회장이 있었다는 사실을 팬은 물론 축구인들도 잘 모를 정도로 축구협회 부회장직은 명예직의 성격이 강하다.
조 전무의 부회장 승진 소식은 축구팬들에게는 ‘빅뉴스’였다. 한국축구의 최고 실무 책임자인 데다가, 한국축구가 비틀거릴 때마다 책임론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수년간 계속된 일부 팬들의 경질 요구에도 꿋꿋이 버텨 온 그 였기에 이번 발표는 의외였다. 12일 축구협회 전무이사실에서 부회장 임명 발표 후 첫 출근한 ‘조 부회장’을 만났다.
“나에 대한 비판, 잘 알고 있다"
"월드컵을 두 번이나 치뤘으니까 오래한 셈. 내게도 큰 부담이었다." ⓒ미디어다음
“내가 너무 오래 했습니다. 회장님께도 ‘제가 너무 오래 했습니다’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곧 비워줘야 하는 축구협회 전무이사실에서 만난 조중연 부회장은 시원섭섭한 표정이었다. 만 6년 동안의 축구협회 최고 실무책임자 생활에 대해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인터뷰 중에 “이제 후련하다”, “너무 오래 했다”는 말을 반복하며 가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저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월드컵을 두 번이나 치뤘으니까 참 오래한 셈입니다. 제게도 큰 부담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 비판을 받는다고 무책임하게 관둔다고 할 수도 없었고….”
조 부회장은 역대 전무 중 가장 장수한 편에 속한다. 축구협회 역대 실무책임자 대부분이 집행부 임기(4년)와 함께 전무직에서 물러나거나 중도하차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 부회장은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그가 전무로 재직한 기간 동안 98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서의 참패, 98년 방콕 아시안 게임 참패 등 축구계가 뒤집힌 사건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축구협회 최고 책임자인 정몽준 회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실천했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닙니다. 일하면서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한국축구 발전’이었습니다. 6년 내내 한국축구 발전만 생각했습니다.”
“주요 의사 결정, 여론만 따를 수는 없는 것”
“학연, 지연 따졌다면 이렇게 오래 버티기 힘들었을 것”
ⓒ미디어다음
조 부회장이 전무로 일할 때 언론과 팬들이 제기한 비판의 내용을 소개하며 이에 대한 답변을 부탁했다. 첫번째 질문은 “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회장과 전무의 의중을 반영하는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조 부회장은 이 질문에 다소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 최근 열린 기술위 회의록을 보세요. 보통 난타전이 아닙니다. 거수기 조직이 이렇게 토론하는 거 보셨습니까. 이렇게 튀어 나온 의견들을 기술위원장이 수렴하고 결정해서 전달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기술위가 대표를 선발 때마다 말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그런 지적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기술위가 상근직이 아니라서 전문성과 연속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는데, 기술위 조영증 부위원장이 상근직입니다. 위원장은 비상근이라는 점을 충분히 커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 전무가 학연과 지연에 따라 사람을 활용한다”는 지적도 수년간 계속됐다. 조 부회장은 이에 대해 “학연, 지연이 축구계에서 없어진 지가 7년이 넘는다”며 “학연, 지연 따졌다면 이렇게 오래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많은 것 같아도, 막상 쓰려면 적당한 사람을 찾기 힘든 곳이 축구계입니다. 그러니 비슷한 얼굴을 쓸 때가 많죠. 제가 축구계에 몸담은 게 몇 년인데 초, 중, 고, 대학교와 해병대 등 소속팀, 고향 등을 따지다 보면 안걸리는 사람이 없어요. 많은 언론이 히딩크가 학연, 지연에 연연하지 않아 성공했다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 오래 전에 축구계에서 학연, 지연은 없어졌습니다.”
다소 민감하지만, 축구계 일각에서 제기한 ‘돈 문제’에 대해 물었다. 축구계 일각에서는 “축구협회 금고가 바닥이 났다”, “비용 집행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홈페이지에 협회 회계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사실 축구협회는 회계 감사를 받을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회계사의 회계 감사를 받고 있죠. 감사 결과를 문화관광부와 대한체육회 등에 보내고 있습니다. 수익사업을 하기 때문에 법인세도 내고 있습니다.”
조 부회장은 월드컵 4강 이후 선수들에 대한 격려금 문제도 언급했다. 미처 생각 못한 질문이었는데, 조 부회장은 격려금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은 것이 기억에 남는 모양이었다.
“당시 저는 선수들의 기여도에 따른 차등 지급을 주장했고, 여론은 균등 배분 쪽이었죠. 결국 여론에 밀려 주전과 후보 모두 균등하게 나눠줬지만, 아직도 제 소신은 성과에 대한 결실을 기여도에 따라 나눠야 한다는 것입니다. 똑같이 포상한다면 누가 열심히 뛰겠습니까. 앞으로 대표팀 포상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습니다. 의사 판단을 여론에 의존할 수 없을 때도 있는 겁니다.”
“트레이닝센터 건립, 초등학교 리그제, 연령별 상비군 구성 등 기억에 남아”
"파주에 트레이닝센터를 건립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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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부회장에게 전무직으로 재직하면서 올린 성과를 말해달라고 요청했다. 일반 축구팬들이 몰리는 게시판에서 ‘조중연’이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하면, 그를 칭찬하는 글 보다는 비난하는 글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축구팬들은 그가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말 일을 그르치기만 한 것일까. 조 부회장은 “공치사를 하라는 말인가”라며 어색해 하다가 거듭된 요구에 입을 열었다.
“파주에 트레이닝센터를 건립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센터 건립을 위한 국고 지원을 받기 위해 국회의원 120명을 만나러 다녔죠. 그 중 90명이 서명을 해주셔서 국고를 따냈고, 그럴 듯한 트레이닝 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선수들에 대한 병역면제 혜택을 주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국방부, 국무조정실 등을 다니면서 병역문제를 고려해 줄 것을 요청했고, 국회에서는 의원 143명의 서명을 받기도 했습니다.”
축구계에서는 조 부회장이 전무로 재직하는 동안 유소년 축구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토너먼트 대회가 대거 폐지되고, 지역별 리그제가 실시되고 있다. 2종클럽이 활성화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아쉬움 점이 있다면 유소년 축구의 변화 속도가 팬들이 원하는 만큼 빠르고 꾸준하지 않았고, 2종클럽 등록 및 리그 역시 기대만큼 폭발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의 눈 높이가 높아서 축구계의 변화가 성에 차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직도 광주시, 인천시 등에서는 전국규모 고교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등 학원 축구 개혁이 쉽지 않습니다. 각 지역 축구협회의 요청을 어렵게 반려하고 있는데, 아마 이런 부분도 제가 원성을 사는 이유 중 하나겠죠. 그래도 지역의 눈치는 안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현재 대회운영이 잘 되지 않는 지역 대회부터 하나씩 없애라는 지시를 한 상태입니다.”
90년대 중반 일본 축구계는 “축구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일본 유소년 축구가 한국을 눌렀다”고 은근히 자랑한 일이 있었다. 당시 한국 유소년팀이 일본팀에 패하고 고개를 숙인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졌다. 거의 전 연령대의 유소년 축구팀이 일본보다 한 수 위 기량을 보이며 승리를 하고 있다. 조 부회장은 이에 대해 “전국을 5개 권역별로 나누고 각 권역별 담당이 어린 선수들을 조기에 발굴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나이별 상비군 리스트가 어느 때보다 잘 되어 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유소년 축구 개혁하고 싶었지만 겁 났다 … 진행하던 일 마무리 지을 것”
'전무이사 조중연' 축구팬들에게는 애증의 이름이다.
ⓒ미디어다음
협회 전무직을 수행하는 동안 아쉬움 점도 적지 않을 것 같았다. 현 축구협회 집행부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마무리 짓지 못한 일도 여럿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일을 진행 중이었고, 어떤 아쉬움이 남았을까.
“유소년 축구 문제를 보다 공격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일을 처리할 때는 ‘빈대 잡다 초가삼간 태운다’라는 생각도 들고, 겁을 먹어서 밀어붙이지 못했습니다. 공부하는 리그제를 크게 융성 시켰어야 하는데…. 서울 프로팀 문제도 참 아쉽네요. 다 된 거였는데, 대선자금 터지면서 분위기가 망가졌어요.”
조 부회장은 앞으로 협회 상근 부회장으로 전무로 일하면서 끝내지 못한 업무를 마무리하게 된다. 일부에서는 “협회에 남아 새로운 전무를 통해 실무를 지휘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인사의 의미를 부인하기도 한다.
“진행 중이던 일을 진행하던 사람이 끝맺으라는 의미로 상근 부회장으로 임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상암 운동장 안에 설립하는 월드컵 기념관 설립 등 월드컵 후속 사업과 전국에 3개의 축구센터를 설립하고, 14개의 잔디구장을 건설해 맨땅 축구를 없애는 사업 등을 진행 중이었는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조 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말을 이었다. 특히 붉은악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미흡한 점이 많은 협회를 도와 준 붉은악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회원도 더 늘고, 우리나라 NGO 중 지금처럼 가장 사심없는 NGO가 되기를 바랍니다. 팬들에게는 경기장을 찾아달라는 말을 또 하고 싶네요. 월드컵 4강 신화는 경기장을 찾아 준 관중 덕분입니다. 한국축구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많은데, 경기장에 관중이 많으면 상당 부분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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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거 같네요 출처는 미디어 다음.유소년 축구 개혁이 겁났다...흠....
첫댓글 한마디 하고 싶군요... 막판에 잘하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 마무리가 잘되면 그동안 개판도 용서받을수 있다고 말하고 싶군요.(당장 나에게 어떤게 개판이었냐고 물으시면 개판이었다고 생각한일도 라고 말하고 싶군요...-전혀 받아들여지지않는 답변..)
가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 이부분에서 폭소.
일반적인 명예 부회장직이 아닌 상근 부회장이면... 새로부임되는 전무는 조 부회장 똘마니가 될 가능성이 있겠군요. 갑자기 삼국지의 십상시가 생각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수렴청정이다... 문정왕후꼴 되는거지 뭐.............
정회장의 의중을 잘 파악해서 장수했다는 말이 가장 설득력이 높은듯...
알면됫어 빨리좀꺼져 좇중연씨..
포로리야님 말씀에 올인. 과연 어떻게될지...참...왠만하면 물러나지...
전 달려라축구왕님에 말에 동감...어떻게든 버티고 있는걸로 밖에...정말 자기가 책임의식때문에 전무직을 내놓지 못했었다면 실질상 아무런 책임의식이 없다는 부회장자리를 내뜹 챙기는건 뭔데. 악성을 알고있었다면 당연히 모두 내차고 나와야하는거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