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
신비/ 윤정순
20년이 지났다.
언니가 아이들을 돌봐주지 않으면 , 봐줄 수 없으면 선생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동생의 절박한
절박한 사정과 서울의 내세울 것 없는 텅빈 삶을 등지고 어린 두 남매를 데리고 전주로 내려왔
다.
국장인 동생과 교사인 동생 둘은 신기하게도 희한하게도 약속이나 한 듯 남매남매남매를 똑
같이 낳았다. 아침엔 이모 집으로 오고 저녁엔 각자 자기집으로 갔다.동생들은 중학생이 될 때
까지 그 때까지는 돌봐주기 바라는 마음 가득 밤낮으로 수시로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여섯명
이 먹을 분유통,젖병,젖병 소독기,하얀 천기저귀, 아주 작은 옷들이 이곳저곳 들어가 작은 집을
가득가득 채웠다. 서랍장에도 천기저귀가 하얗게 넘쳤다.
아이를 돌보고 키우는 일. 잘 할 수 있을까 ?
하나가 울면 또 하나가 울고 하얀 천기저귀를 삶다가도 한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면 바로 병원
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편도가 유난히 큰 아이는 열이 나면 40도가 순식간에 올라 일분일초가
고비였다. 한 밤중에라도 열 난다고 연락이 오면 달려갈 땐 세상 천지에 뛰는 심장 소리와 고요한
어둠뿐이었다. 여섯 조카들 나이에 맞게 계절 따라 예방주사 접종하는 날. 달력에는 기억해야하는
꽃들이 빨간꽃들이 쉬지 않고 피었다.
이젠 다 큰 조카들이 명절날이나 , 생일날 안부를 묻고 선물을 보내고 오며 가며 잊지 않고 자
주 찾아 온다. 어느날인가 조카 여섯이 다 있을 때였다.
"그때 이모가 가진게 정말 없어 혹시 너희들 상처를 입거나 혹 서운할 때 많았을 것 같은데?"
"이몬 무슨 말이야 ! 우리가 어떻게! 우리를 누가 이모처럼 그렇게 알뜰살뜰하게 챙겨 줄까?"
"포도 까서 하나하나 입에 넣어주고, 먹다가 모자랄까봐 돈까스 튀겨 수북하게 담아놓고, 밥 안
먹으면 숟가락 들고 따라다니며 일일이 떠먹여주고 누가 그렇게 해!"
"이몬 쓸데없는 생각하고 있어."
정색하며 입 모아 하는 말에 지난 날들의 쌓이고 드리웠던 긴 회색 그림자, 한 순간에 사라지고
좀 더 넉넉하게 베풀지 못한 마음에 빚 조금은 내려놓는다.
그리고 교사인 딸의 아들, 손자 삼형제 돌봐준지도 어언 18년.
이따금 이제는 돌봄의 마침표를 찍고자 해도 길 잃은 마침표, 아직 오지 못하고 안개 속을 헤
매고 있다. 바람 따라 길 위에 떨어 진 노란 은행잎 참 곱다.
첫댓글 신비님! 안녕 하세요
신비님 오랜시절부터 그렇게 정성으로 육아를 하시는게 역역히 보였어요
아무나 못하는 어려운 일응 어찌하셨나요 상받으셔야겠어요
아이 키우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어요
그래서 신비님 얼굴이 다 말해주었습니다
잠 어렵고 장한 일을 해 내셨습니다 존경 스럽습니다
다시한 번 존경합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하세요 들국화님 !
범 할수 없는 깊고 진한 들국화님의 향기!
삶의 주변만 서성이는 저신비 존경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기를 빌며 마음 다 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