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둑을 무너뜨리고 밭을 만들었다.
다음 차례는 로터리를 치는 일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강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돌이 많을 것 같다며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기계 날이 부러지면 변상하겠다고 다짐을 받고서야
트랙터가 밭으로 들어왔다.
어느 동네건 돌 없는 밭은 존재하지 않지만, 기계 날이 돌을 쳐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 냅다 달려가서 돌을 밭둑으로 들어 옮겼다.
트랙터는 없고 돌 많은 밭 소유자의 의무 같았다.
두릅은 골을 깊게 파야 했기에 그때도 또 돌들이 나왔다.
이것들도 손자 안듯이 날름 안고 헉헉대며 둑으로 날랐다.
밭둑을 오가면서 돌무덤을 보며 감탄까지 했다.
‘신이여 정녕 이 돌들을 모두 내가 옮겼습니까?’
탈없이 용케 돌들을 옮겼기에 ‘벤허’ 시사회 때
‘신이여 정녕 이 영화를 내가 만들었습니까?’라고
감탄했다는 ‘윌리엄 와일러’를 떠올렸다.
한 편의 명화 같은 하테스의 감탄은 그 유효기간이 딱 2주였다.
신이 개떡이 된 사건이 터져버렸다.
혼자 뒷걸음치면서 비닐을 치고서 날아가지 말라고 T 자
모양의 핀을 꽂아준 뒤 바로 흙을 퍼서 비닐 위에 덮는 작업을
하는데, 몰아친 비바람에 비닐이 티베트 '타르초’처럼 날렸다.
비 맞은 흙은 찰떡처럼 삽에 착 달라붙어 애를 먹였다.
그때 눈길이 밭둑에 쌓인 돌무더기로 향했다. ‘옳다구나 저거다.’
뛰어가서 돌을 안아다 비닐 옆으로 줄줄이 눌러 놓기 시작했다.
이게 회자정리냐. 자업자득이냐
포클레인 작업할 때 고랑에 두었더라면, 바로바로
들어 올렸을 텐데 먼 거리를 넘어지며 빗속에 바쁘구나.
벌을 친다고 아작 낸 두릅나무를 또 심더니 이번에는
밖으로 내던져 버린 돌들을 안고 오느라 개고생이네.
그런데 벌 친다고 두릅 말살 사건은 2년 터울이었는데
돌을 안고 도는 이번 사건은 겨우 2주밖에 안 되잖아?
허! 2년이 2주로 당겨버렸어야. 다음은 2주가 2일로
당겨지고 그다음에는 2시간? 아니 2분?
이마를 타고 흐르는 빗방울 떨구고
허리를 펴니 천황봉은 안개에 쌓였다.
슬프게도 나의 오판은 점차 짧은 주기의 그래프를
그리는데 오직 변함 없는 것은 월출산 너뿐인가 하노라.
첫댓글 땀흘리며. 밭을일구는 모습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누군가
땅은 진실하다고....
주어진일. 열심히. 하는 모습
아름답습니다
좋은결실이 있기를 바랍니다~~~^
ㅠㅠ힘드셔서 어쩌나요
그래도 건강은 좋으신가 봅니다
어찌 그렇게 힘든 일을
좋은 결과 있을겁니다
좋은 글에 감탄했습니다
수고가 ᆢ
많으십니다
월출산이 보고 싶어서 가끔씩 영암에
가봅니다.
바람이 심하게 불면 얼른 하우스 부터
바라보게 되네요.
비닐 날아갈까 보아서....
황무지를. 옥토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어요
돌과 나무뿌리 그야말로 전쟁이겠쥬
내 시작은 미약하지만 마라는 창대하리라
고생하신 만큼 좋은 결과 있으실 겁니다~~~
ㅎㅎㅎ어설픈 농사꾼의 수렴하는 과정이군요!
수렴후엔 발산이라
풍년의 열매를 달게 거두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