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검수야~"
"사부 오셨어요."
"내가 뭘 잡아 왔을~까?"
"글쎄요."
"짜잔!!!"
나는 검수에게 숫사슴의 가죽과 고기를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비장의 수!!! 녹용을 보여줬다.
"사부, 그건 녹용이잖아요!!!"
"그래, 녹용이다. 먹으면 체력이 500상승하고 용병을 부활시킬..."
"네? 사부, 그게 무슨..."
"모르겠다, 나도. 작가가 이상하구나. 어쨌든 녹용이다, 제자야."
"혹시, 사부..."
"그래, 제자야. 그런데 사부가 이걸 어떻게 약으로 만드는지 잘 몰라서 말이다.
아무래도 약초꾼인 네가 좀 잘 알지 않을까 싶어서..."
제자는 나의 내리사랑에 심히 감탄한 모양인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는
연거푸 '사부, 감사합니다. 사부, 감사합니다.'라고 이야기 했다.
내가 제자 하나는 잘 둔 것 같다.
나는 근처 연못에서 사냥으로 인해 피곤한 몸의 피로를 풀고 돌아 왔다.
제자는 알아서 녹용을 달이고 있었다.
"어느정도 됐냐?"
"에이, 아직 한참이나 멀었어요, 사부."
검수는 정말 기쁜지 더운 여름에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즐겁게 약을 달였다.
"아유, 착한 검수."
나는 제자의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녀석, 그러고 보면 약초랑 의학에 상당히 관심이 많단 말이지.
나라면 복수고 뭐고 때려 치고 나같은 훌륭한 스승을 져버린다는 것이 아깝지만 그래도
출세를 위해 의원의 길을 택했을텐데...
정말 검수의 감춰진 사연을 너무너무 알고 싶지만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으니 사부 체면에 먼저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검수야. 그러고 보면 너 어디서 기본적인 무공은 배운 것 같다.
처음부터 예사 실력이 아니었어. 물론 초 하수급이긴 했지만...
뭐 숨기는 거 있냐?"
"아뇨, 뭐 숨길리가요.
그냥...아버지께서 무공을 조금 하셨어요. 매일 저에게 무공을 가르치는것을 낙으로 삼으셨죠."
"아버지가 뭐 큰 일 하신 분이셨냐? 예컨데, 장군이라던가 뭐..."
"하하..."
검수는 약만 달일 뿐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것 역시도 더 이상 묻지 말아야 하는건가?
저 녀석은 모든것이 다 비밀인 녀석 같다.
나는 늘 함께 있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내 제자라는 놈을 등지고 방 안에 들어가 발을 뻗고 고이 잠이 들었다.
"으음..."
눈을 떠보니 해는 작별을 고하고 있었다.
검수는 아직까지도 녹용을 달이고 있었다.
"검수야, 아직도 달이냐?"
"예, 사부."
"아직도 안 된거냐?"
"아뇨, 막 방금 다 됐어요."
검수는 벌겋게 익고 땀이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맙다, 검수야.
네가 좋아 할 줄은 알았지만 이토록 정성을 쏟아 약을 달여줄줄이야...
나는 부엌으로 가서 사발을 하나 가지고 나왔다.
"고맙다, 검수야."
"네...?!"
검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가 이렇게 정성을 쏟아 사부가 친히 먹을 약을 달여주니 이 기쁨을 말 할 수가 없다.
정말 착한 제자구나."
"그게 무슨... 내가... 내가 먹을 게 아니었단 말야?"
"당연하지. 이 좋은 녹용을 내가 왜 너를 주겠니.
네가 나이가 들기는 했지만은 내가 스승인걸."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고는 약을 사발이 따라서 호호 불었다.
"잘 먹으마, 검수야."
순간, 오싹함이 내 몸을 훑었다.
이 기운은... 살기였다.
검수가 지금 나에게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나를 죽일듯이 보고 있었다.
맙소사.
내 제자가... 내 제자가...
드디어 나같은 초 고수를 상대로 살기를 내 뿜고 있다!!!!
나는 지금 기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지만 일단은 녹용을 먼저 들이키고 싶었다.
나는 녹용즙이 든 사발을 내 입으로 가져 갔다.
'휘이잉-'
날 밝은 여름 저녁에 갑자기 가을바람처럼 찬 서리를 실은 바람이 불었다.
세상에...
내 제자가 이만큼 발전하다니.
하지만 칭찬은 녹용을 먹은 후에 하고 싶다.
"사다함..."
검수의 입에서 평소 듣지 못한 걸걸한 목소리와 함께 내 존함이 흘러나왔다.
"너 지금 사부의 존함을 입에 올린거냐?"
"사부는 무슨, 얼어죽을!"
"뭐?!"
'빠직'
나는 내 얼굴로 열기가 집중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열기는 여름의 더위와는 다른 별도의 열기였다.
인간이 화가 나면 피가 쏠린다는 말을 하는데, 나에게 지금 그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중인것이다.
"나같이 좋은 사부가 어딨다고 막말이야!!!!"
나는 사자후(獅子吼)를 빽 내질렀다.
"사부라고? 나보다 나이도 어린것이!!!"
검수 역시 사자후를 질렀다.
물론 내 고막이 터지게 하려면 아직 멀긴 했지만.
"네이노오오오옴!!!!!"
급기야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운을 방출해서 그릇을 깨트리고 마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이제까지 참을만큼 참았어!! 나이도 어린것이 매일 부려먹고 패고!!!"
"그게 수련방법이야!!! 아니꼬우면 때려 쳐!!!"
어느세 나와 검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따위는 아니었지만 기운의 대립이 형성되고 있었다.
물론 나에비하면 턱없이 작은 기운이긴 했고 내가 압도적인것은 당연하지만
검수의 기운도 어느정도 힘은 있었다.
먼저 치고 들어 온 것은 검수 쪽이었다.
검수가 기운을 주먹에 모아서 내 얼굴에 날렸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매끄럽게 검수의 주먹을 흘려 보내고 검수의 배꼽이 있는 쪽을 손가락으로 콕 쑤셨다.
검수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꽤나 아픈 모양이다.
"하하하하! 내가 니 사부인데 그정도에 당할 성 싶으냐!!!"
"아직 안 끝났어어어어어어!!!"
이번에는 손바닥에 기운을 모아서 장풍(掌風)을 날렸다.
역시 이번에도 살짝 비켜서면서 검수의 공격을 보냈다.
"흥! 이만큼이나 하는게 누구 덕인데 감히 유세야, 유세가!"
나도 검수와 똑같이 장풍을 만들어서 날려 보냈다.
검수는 내 제자이므로 나는 기운을 조금만 썼다.
"크흑!"
장풍을 정면으로 제대로 맞은 검수는 입에서 피를 토했다.
그리고 명치 밑에서는 짙은 피가 베어나왔다.
그런데도 뭐가 그렇게 악이 바치는지 독하다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공격을 가해왔고,
나는 계속 피하고 공격하기를 반복 했다.
어느정도 해가 저물고 나자 나와 검수의 싸움은 끝을 봤다.
당연히 승자는 나다.
하지만 검수의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독종놈이 장풍을 맞은것이 치명타였는데도 계속 피를 흘리면서 공격을 해왔던 것이다.
물론 나는 제자를 가르쳐야 했기에 본이 아니게 계속 공격을 하게 됐고, 세기를 조금 줄이고 싶었으나
무시한다며 지랄을 털어대길래 공격의 세기도 줄일 수가 없었다.
아무튼 검수의 솜씨는 많이 늘었다.
이제는 칼을 쥘 수 있도록 해 줘도 될 것 같았다.
칼을 쥐어 준다는 것은 더 이상 내 밑에 제자가 아니라는 뜻과 다르지 않았다.
검수 스스로의 힘을 인정 한 것이고 알아서 잘 살아가라는 뜻이니까.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가관이었다.
집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죄다 뿌리채 뽑히거나 댕강 잘려 있었다.
아마도 반경 1~2장(3~6m정도) 내에는 죄다 그런 듯 싶다.
집 꼴도 말이 아니었다.
지붕이 날아가고 벽이 쩍쩍 갈라졌다.
아마도 오늘 밤은 길거리에서 자야 할 듯 싶다.
"으쌰..."
나는 내 제자를 업고 산 밑으로 내려갔다.
녹용은 깨진지 이미 오래고 가죽이랑 고기도 어디로 날아가고 없고...
얼마전에 산삼 하나 캐서 숨겨놓은 비상금이 있는데 그걸로 주막집에서 하루정도 묵어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