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등뼈~2에 소중한 글을 주신 여섯 분께 사과드립니다.
(호부월선/운선/산사나이3/무악 산/ 하늘과 호수/길위에서)
답글을 드릴 짬이 없도록 하테스에게 휘몰아친 광풍을
올릴 터이오니 부디 혜량 하여 주시길 바라옵니다.
***
점심을 먹고 함께 근무하는 아우와 두릅 밭을 돌아보았습니다.
햇빛에 반짝이는 비닐을 돌아보며 월출산 자락으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머물며 마시고 사용할 물줄기를 찾아서.
농막 자리에서 약 200미터 지점에서 맑은 물줄기를 발견하였습니다.
바닥에 깔린 노란 바위로 솟아오른 물줄기가 너무 아름다워서
설악산 금강굴 입구의 가을 녹수를 떠올렸습니다.
오후 들어서 바람 세기가 12-13이 되는 강풍이 몰아쳤습니다.
퇴근 후 날리는 비닐을 보고 달려왔을 때는 너무 늦어버렸어요.
다시 씌우려 해도 처음 심은 구멍과 같을 수 없을 텐데 어찌해야 할까.
한 달 작업 끝에 그제서야 마치고 한숨 돌렸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비닐은 사과나무와 대추나무를 휘감고 돌았으며 네 그루 심어놓은
샤인 머스캣 묘목은 모두 뽑혀서 쓰러져 굴러다녔습니다.
텐트도 찢어져 날아가서 여적 손을 쓰지 못했네요.
어느 가수는 노래했어요. ‘철새는 날아가고.’/
날리는 비닐을 보며 월출산 촌부는 한탄했지요.
‘비닐은 날아가 대추나무에 걸리고.’/
희한하다.
벌 치려고 두릅나무 잡아 죽이고 다시 심기가 2년 터울이었고
내다버린 돌멩이 다시 안고 거둬들인 터울이 2주였는데.
그런데 이번엔 멀칭한 비닐이 이틀 만에 날아가 버렸네.
그렇다면, 예측대로 라면, 이제 2시간 뒤에 뒤집힐 사건만 남았나?
이제 엄청나게 솟는 잡초와의 싸움의 봄이 부주의한
나에게 도래하겠지만, 이것 역시 소중한 경험이 되겠지요.
미끄러운 고랑을 타고 돌을 날라다 비닐을 눌렀는데도 속살을 드러낸
천둥지기가 원망스러워 망연하게 바라보았지만, 돌아서며 뇌까렸습니다.
내일 아침 두릅 고랑에 제초제를 치려면 고랑에 굴러 떨어진 돌을 또 또 들어내야 하겠지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마지막 대사)
하늘은 나의 편이 될 것이다.
나날이 날씨는 풀려 손을 시리게 하지 않을 것이고
일찍 떠오른 해님은 출근 시간에 쫓겨 한 두둑 밖에 종근을 심지
못했던 시간을 늘려줄 것이며. 퇴근 후 하늘이 이내에 들도록 서당 골과
하나가 된 나를 뽀쪽한 월출산 땅거미도 쉽사리 밀어내지 못할 테니까.
첫댓글 쯧 , 저 속을 ㅠㅠ 어찌 다스렸을꼬 어떻게 위로 해얄지
오늘 봉사단 모임이 있어 나갔는데 동갑인 친구가 자신의 밭에다 두릅을 심고 비닐을 덮었다 하길래 뭘로 눌렀느냐 하니 핀으로 박았다고 난 또 하테스님처럼 돌로 눌러 놓은 줄 알았는데 친구네는 그렇게 해놨다고
에휴 우야든동 다시 심기일전 해야지요 혹시 몸에 무리 갈까봐
걱정됩니다
워커홀릭 (일 중독)
날이 푹하면 텃밭에서 호미질하는 옆집 할머니 88세요.
깨끗하게 돌보시는 앞 텃밭 할아버지는 20킬로 약통 메고 약을 치십니다.
그사이에 긴 하테스가 움직이지 않으면 손가락질 받습니다. 젊은 넘이 게으르다고 ^^
비닐 가장 자리에 핀 꼿고ㅡ 위에 흙 얹고 ㅡ 미덥지 않아서 옆으로 짱 돌까지 올려놓았는데 날아갔어요.
풍속 15면 간판이 날아 간다는데...어제 풍속 13 ㅡ 이상이면 핀으로 감당 못합니다.
고랑에 널린 비닐 수거하고 가장자리에 꽂았던 핀 제거 한 뒤 고랑에 제초제 뿌리려고 아침을 열어요.
내일이 쉬는 날이라서 이것이 끝나면... 호박 심으려고 로터리 쳐 놓은 800평 밭에 제초제 뿌리고...
담 주 부터는 감밭 전지 적업 마저 할 겁니다.
고랑에 널린 -시지프스 돌- 들어내는 일은 천천이...
너무 걱정마세요. 운동 삼아 하노라면 잘 될것입니다.
원래, 인간의 삶이 시지프스의 삶 아닌가요
오늘을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또 오늘을 살고,,,
그래도 견디는 건 유한하다는 거지요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기를 희망하며......
분명, 내일은 나무에 열매가 맺을 겁니다
것도 주렁주렁!!
@길위에서 강풍에 비닐이 날아가 버려 밭고랑에
제초제 부리기가 여간 조심스러울 텐데도
어젯밤까지 세차게 불던 바람이
오늘 아침은 잠잠하니 기분도 업되고 바빠집니다.
다시 돌멩이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 삶을 시작합니다.
쉬지 않고 반복하면 느리더라도 앞으로 나아갈 겁니다.
오늘은 휴무라서 두릅 밭과 호박 밭에 약 뿌리고 오후에는 감나무 전지 할 겁니다.
밀어 올리는 돌도 계절 따라 달라서 금년 삼월이 하테스에게 가장 무거운 돌이 될 것입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