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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장,
손여인이 별장으로 내 쫓긴 것도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남편도 아들도 전화 한통화도 없다.
별장지기를 통해서 식재료들이 보내져 오곤 하지만 찾아오는 것은 그만두고서라도 아들조차 전화안부도 없다.
손여인은 처음에는 더욱 화가 나곤 했지만 자꾸만 하루하루 지나가는 동안에 이래가지고서는 정말 황혼이혼을 당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을 느낀다.
친정식구들도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누굴 믿고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더욱 자신의 앞날이 암담해진다.
그렇다고 해서 남들처럼 외출을 자주 해서 친구들을 만나고 살아왔던 세월도 아닌 손여인이다.
잠시 모임이 가기는 하지만 늘 언제나 혼자였고 모두들 사치스럽고 잘난 체 하는 것을 보면 속이 뒤틀리곤 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그저 수수한 겉모습이 좋다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손여인에게는 친구들의 그런 겉모습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한 아들 며느리의 자랑과 이제는 손자들의 자랑을 하는 것을 듣고 있으려면 속에서 천불이 일어나곤 한다.
자신이라도 왜 아들들을 제대로 키우지 않았을까마는 큰아들이 여자를 잘못 만나서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고 작은아들
또한 남매를 두었지만 두 아이들 모두 희귀병에 걸려 폐인들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생각만 해도 가슴에 천불이 일어난다.
무엇 때문에 집안이 이렇게 무너져 내리고 있는 것인지 생각만으로도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온다.
아직 작은아들은 아이를 생산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손을 보지 않겠다는 작은아들의 태도와 그것을 부추기고 있는 남편이 더욱 밉다.
집안과 회사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아들을 낳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이나 아들은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만다.
이제 또 다시 큰아들의 핏줄이 나타났다는 말에 손여인은 그저 어안이 없을 뿐이고 설사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절대로 그 며느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고 그 며느리라는 여자에게서 나온 아이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다.
큰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없는 마당에 그것을 믿으라고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하는 손여인이다.
남편과 작은아들은 속였을지 모르겠지만 자신만큼은 절대로 속아넘어가지 않겠다는 마음만 더욱 똘똘 뭉쳐진다.
“망할 년!
감히 어디라고 나를 속이려고 들어?
내가 그렇게 네 년이 바라는 대로 호락호락 한 줄 알았더냐?“
마치 희영이가 앞에 있기라도 한 듯이 얼굴이 벌게지면서 화를 낸다.
아무런 연락도 안부전화조차 없는 남편과 아들에 대한 서운함까지도 내포가 되어 있는 화풀이다.
아들에게라도 연락을 하고 싶어 전화기를 들었다 내려놓기를 수십 번이다.
부모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자식에게 자존심을 굽혀가며 먼저 전화를 하지 않겠다는 오기가 발동을 한다.
설마 기다리면 아들에게서는 안부전화가 올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지 않는다.
“어미가 어떻게 숨을 쉬고 있는 것인지 제 녀석이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안다.
반드시 이 어미가 걱정이 돼서라도 찾아오고야 말 것이야!“
그러나 손여인의 마음과는 달리 지민이는 어머니를 찾지 않는다.
찾아가는 것은 고사하고라도 전화조차 하지 않는다.
어머니에 대한 근황은 매일 별장지기를 통해서 보고를 받고 있기 때문에 궁금한 것이 없다.
어머니에게 생필품이나 식재료를 보내는 것도 지민이다.
어머니가 혼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당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계신 것인가를 깨닫고 연락을 하실 것이라 생각을 하는 지민이다.
얼마가 걸리든 어머니가 먼저 연락을 하기 전까지는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아버지께 약속을 했기에 더욱 무신경하게 보내고 있다.
유회장은 일단 아내를 별장으로 내 보내고 나서 아내가 변하기를 기다린다.
아내가 끝내 자신의 고집대로 큰 며느리와 손자를 인정하지 않겠다면 집안을 위해서나 당신 자신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회장이다.
물론 사회적인 체면과 회사의 타격을 생각해서라도 황혼이혼은 하지 않겠지만 아내와 더 이상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졸혼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있는 유회장이다.
혼자서 살아가기에 고생을 하지 않을 정도로 아파트를 구입을 해주고 재산을 어느 정도 줄 것이라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제 큰아들이 남긴 손자를 위해서 당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놓을 생각인 유회장이다.
지민이는 그런 아버지의 생각을 모두 알고 있기에 어머니가 변하기를 기다리며 부모님이 그런 상황까지 가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 달이 넘어가도록 어머니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다.
지민은 초조해하지 않는다.
어머닌 반드시 당신의 마음을 돌리시고 연락을 하실 것이라 믿는다.
이제 늙어서 남편과 아들의 뜻을 따르지 않으시고 당신 혼자서 살아가신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를 어머닌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한다.
지민이는 어머니의 문제보다는 무진이를 완벽한 형의 아들로 아버지의 손자로 이 집안의 장손으로 데리고 오는 문제에 더욱 매달린다.
전문변호사를 고용을 해서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처리해 줄 것을 부탁을 하면서 그동안 자신이 수집을 했던 모든 서류들을 넘겨준다.
무진이의 출생신고서와 유전자검사를 했던 모든 것들을 넘겨주고는 무진이가 강씨가 아닌 유씨로 개명을 하도록 한다.
그런 문제들과 회사 일을 보느라 무진이는 어머니에 대해서 잠시 잊는다.
손여인은 기다리다 화가 나기도 하고 서운한 감정들이 더욱 깊어지지만 아직도 자신의 자존심을 꺾어가면서 아들이나 남편에게 연락을 하기 싫다는 마음에 하루하루 초조하게 전화를 기다린다.
삼 개월이 지나자 손여인은 더 이상 버틸 수 있는 힘이 줄어든다.
지민이의 번호를 누른다.
지민이 개인전화는 벨이 한참을 울려도 받지를 않고 있다.
“이것이 뭐하는 거야?
이제는 어미 전화도 받지 않겠다는 거야?“
화가 나고 자존심도 상한다.
다시 눌러보지만 역시 통화가 되질 않고 있다.
몇 번을 해 봐도 역시 불통이 되자 사무실 전화를 한다.
“네! 사장님 비서실입니다.”
“내가 누군지 알겠지?”
한껏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한다.
“네, 사모님!”
“우리 유사장 통화를 할 수 있겠소?”
“지금 사장님은 국내에 계시지 않습니다.”
“뭐요?
그럼 출장을 간 것이 맞나요?“
“네!
이번 주말에 돌아오실 예정이십니다.“
“그래요, 돌아오면 내가 전화 했다고 전해 줘요.”
손여인은 아들이 외국으로 출장을 떠난 것을 뒤늦게 알고는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렇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미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 까닭이 없지.”
겨우 자신의 마음을 달래며 안정을 시킨다.
손여인은 이제 다시 큰아들 지태의 아들이라는 아이가 궁금해진다.
사진으로서는 지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닮았다는 아이의 모습이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만나야 알겠다는 마음을 갖는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을 해도 희영이를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 아이가 지태의 아들이라는 것이 확실하다면 그 아이만 데리고 오면 될 일이라 생각을 한다.
굳이 이제 와서 큰아들이 없는데 며느리라고 다시 집안에 들인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손자로 인정을 해서 그 아이만 데리고 있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
지태를 위해서라도 그러는 것이 죽은 아들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을 하니 그렇게 하지 못할 것도 없다는 마음을 갖는다.
그렇게 한다면 남편도 자신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고 반대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떻게 하든 후손을 보고 싶은 남편의 마음을 이해를 할 수가 있다.
정말 지태의 아들이라면 당신 자신도 그 아이를 후계자로 만든다고 해도 아무런 반대로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까지도 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들을 하면서 지민이에게 전화를 했지만 출장 중이라는 말에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민이는 일본 출장에서 돌아와 바로 가족들이 있는 안성으로 간다.
되도록 시간을 만들어서 아들인 하빈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아버지로서의 지민이의 마음이다.
얼마를 더 버티어 낼지 모르지만 하빈이가 숨을 쉬고 있는 동안에라도 아버지로서 아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다행히 딸인 하령이는 그곳으로 이사를 가고 나서는 많은 호전을 보인다.
가끔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을 하기도 하면서 자연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하령이다.
지민은 하령이의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 반갑고 고맙다는 생각이다.
또한 하령이의 표정이 서울에서 있을 때보다 너무 밝고 편안해 보여서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지민이가 안성에 도착해서 가족들과 모처럼 저녁식사를 하려고 식탁에 앉아 있을 때 전화벨이 울린다.
어머니로부터의 전화가 온 것이다.
“네, 어머니!”
“너 지금 어디냐?”
“안성에 와 있습니다.”
“넌 이 어미가 전화를 해도 어미보다는 네 가족이 먼저더냐?”
“어머니!
모처럼 전화를 하시고 왜 시비를 하십니까?
저 좀 전에 도착을 해서 안성에 막 도착을 했습니다.“
“이 어미에게 먼저 와야 할 것이 아니냐?”
“....................하시고자 하는 말씀을 하십시오.”
“당장 이곳으로 와라!”
“어머니!
오늘은 제가 너무 피곤해서 움직이지 않겠습니다.
내일 오후에 찾아가도록 하지요.“
지민이는 어머니의 대답을 듣지 않고 전화를 끊는다.
다시 또 전화벨이 울리지만 지민이는 무시를 한다.
“여보!
어머니 전화를 받지 않으면 어떻게 합니까?“
”내 버려두시오.
언제나 당신 마음대로 모든 것을 휘두르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하고 계시니 더 이상은 어머니에게 끌려 다닐 필요가 없소.“
한우리는 예전 같지 않게 남편의 완강한 모습을 본다.
어머니의 말이라고 하면 거의 다 들어주곤 하던 남편의 모습이 아니다.
지민이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서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 안성에서 출발을 한다.
손여인은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지만 다시 전화를 하지 않는다.
다음 날 일찍 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잠을 청해보지만 작은아들이 당신보다는 자신의 가족들을 먼저 챙기고 생각하는 것에 섭섭함을 느낀다.
아침도 먹지 않고 아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리지만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지민이는 도착하지 않고 있다.
그대로 아침과 점심을 먹지 않고 아들을 기다리면서 다시 또 화가 치밀어 오르는 손여인이다.
거의 저녁 무렵이 되어가서야 지민이의 차가 들어오는 것이 보인다.
지민이는 어머니가 많이 화가 나셨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별로 두렵거나 겁나지 않는다.
“저 왔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자신이 왔음을 고한다.
손여인은 아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도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지 않는다.
“어머니!
바쁘게 일본을 다녀와야 할 일이 있어서 보고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오냐, 그렇다면 돌아와서 바로 이 어미를 찾아와야 하는 것이 아니냐?
넌 어미보다 네 식구들이 그다지 중요한 것이니?“
“어머니!
그렇게 억지를 부리지 마십시오.
저도 이제는 젊은 나이도 아니고 이제는 가족이 소중하고 귀한 생각이 들 정도로 나이를 먹었습니다.“
“흥!
어디 온전한 것들이라도 있니?
고칠 수 없는 난치병을 하나라도 어이가 없을 것인데 두 아이 모두 그런 병에 걸려서 네가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억장이 무너진다.“
“그것 또한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제 운명입니다.”
“운명은 무슨 운명!
넌 아직도 충분히 핏줄을 생산할 능력이 있는데................“
“제발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실 수 없겠습니까?”
“왜 그만 둬?
얼마든지 마음 한 자락 바꾸면 내 집안에 대가 끊어지는 것을 막을 수가 있는 것인데 넌 어찌 그렇게 어미의 말을 귓전으로도 듣지 않니?”
“어머니께서 자꾸 이렇게 나오신다면 저도 더 이상 아버지의 마음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겠습니다.
아버지는 최후방법까지도 생각을 하고 계시다는 것을 아셔야지요.“
“..............왜? 이제 와서 황혼이혼이라도 하시겠다던?”
“못하실 것이라 생각을 하십니까?
제발 좀 어머니가 무슨 잘못을 하고 계신 것인지를 생각을 하십시오.
무엇 때문에 형수님을 그리도 미워하시는 것인지 아버지와 저는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오냐!
나도 마음을 바꾸어서 지태의 아들이라는 그 아이는 받아드리겠다.
허지만 그 년은 절대로 내 집안에 들일 수도 없고 며느리로서 인정을 하지도 않을 것이다.“
“네!
그러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더 이상 두 분의 문제에 대해서 간여하지 않겠습니다.
허나 분명한 것은 이제 아버지께서는 어머니 대신에 형수님과 형님의 아들을 선택을 하셨다는 것을 생각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네 아버지가.................“
손여인은 더 이상 말이 되어 나오질 않는다.
“어머니!
지금 어머닌 제 아이들에게도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으신가요?
잘난 자손만 자손이던가요?
병들어 고생을 하고 있을 자손들은 어머니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요?“
“가봐야 뭐하겠니?
사람을 알아보기라도 하나 모습이 예쁘기라도 하나.................“
“어머니!
참으로 서운합니다.
아무리 못나고 병이 들었다고 해도 어머니의 핏줄을 이어받아서 세상에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또한 그 아이들이 받는 모든 고통들이 바로 어머니의 잘못과 어른들의 잘못으로 인해서 벌을 받는 것이라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뭐야?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것이냐?
이제 아버지가 이 어미를 버린다고 하니 너마저도 이 어미를 홀대를 한다는 말이더냐?“
“.............................”
지민이는 억지를 부리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 쉰다.
아직도 당신이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고 계신 것인지를 알지 못하고 계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차라리 불쌍해진다.
더 이상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지민이는 몸을 일으킨다.
“가려는 것이냐?”
“더 이상 있어봐야 어머니의 마음이 변하지 않을 것임을 아는데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끝내 너마저 이 어미를 버리겠다고?”
“제가 버리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 스스로가 선택을 하시는 길입니다.
더 이상 제가 와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습니다.
몸 건강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지민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별장을 나선다.
손여인은 아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말릴 생각을 하지 못한다.
아들의 차가 떠나는 소리가 들리자 그제야 문을 열고 나오지만 이미 지민이의 차는 멀어져 간다.
손여인은 한참을 아들의 차가 보이지 않는데도 차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집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엇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를 생각을 할 수가 없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히 잘 봤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