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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활짝 핀 정원에서 학인 스님들이 포행을 하고 있다. 신재호 기자 |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우리꽃 야생화 정원이 청도 운문사(회주 명성스님)에 마련돼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5월31일 운문사에는 색색의 꽃들이 자태를 뽐내며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이날 주지 일진스님의 안내로 대웅전 뒤편으로 돌아가자 9917㎡(3000여 평)의 야생화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연이 빚어낸 원색의 향연에 어느새 눈이 즐겁고 마음이 풍요로워 졌다. 부처님께서 설법을 하지 않고 꽃 한 송이를 들어 대중에게 보이자 제자 가운데 가섭존자만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는 ‘염화미소(拈華微笑)’의 본뜻이라도 알게 된 것일까. 운문사를 찾아온 방문객들의 얼굴에도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스님들의 학업·수행정진 위해 조성
시민들의 자연학습장으로 자리매김
정원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십 수 년 전만해도 보리밭이었다가 최근까지 몇 그루의 나무만 남아 있었던 곳이다. 운문사는 벌개미취를 비롯해 구절초, 비비추, 꽈리, 난초, 작약, 옥잠화 등 꽃모양과 색깔, 개화시기가 서로 다른 종을 심어 계절별로 다양한 야생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단풍나무, 산딸나무, 잣나무 등의 나무도 꽃과 어우러지게 심었다.
화엄세계는 멀리 있지 않았다. 미처 이름을 헤아리지 못한 수많은 꽃들은 각자의 개성을 한껏 발산하면서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은은한 향기로 잠들어 있는 불성을 깨웠다.
야생화 정원은 회주 명성스님이 학인스님들의 학업과 수행정진을 돕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운문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비구니스님 강원으로 그동안 1700여 명의 스님이 이곳에서 수행정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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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에게 공개하지 않는 정원 내부. 신재호 기자 |
야생화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꽃을 피워 평생 수행하고 전법하라는 가르침을 일깨워 주고 싶었던 것일까. 명성스님의 평전 제목도 ‘후박꽃 향기’이다. 스님은 나무 한 그루 꽃 한 포기 심는 자리까지 일일이 정했다. 거의 매일 잡초를 뽑으며 정원을 가꾸고 있었다. 명성스님은 “꽃을 보고 성내는 사람은 없다”며 “학인들이 꽃을 보고 즐거워하면 그뿐이다”이라고 말했다.
극락교 너머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하는 정원이 한 곳 더 있다. 이곳에는 후박나무, 붓꽃, 조팝나무, 할미꽃 등 약 200여 종의 나무와 야생화가 심겨져 있다. 연못 옆에 있는 다실은 학인스님들의 지인이 방문하면 자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학인스님들을 아끼는 명성스님의 세심함이 느껴졌다.
한 폭의 선화(禪畵)가 따로 없는 아름다운 정원은 자연스럽게 시민들에게 쉼터가 되고 어린이들에게 자연학습장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대구에서 온 박국희(46)씨는 “수차례 운문사를 다녀갔지만 올 때 마다 새로움이 있다”며 “절에 와 어머니와 기도를 하고 함께 산책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사찰탐방을 위해 학생들을 인솔해온 이향순 미국 조지아대 비교문학과 교수도 “불자가 아니더라도 꽃을 보고 있으면 절에 다시 오고 싶지 않겠냐”며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꽃들이 더욱 선명해 아름답다”며 탄성을 자아냈다.
주지 일진스님은 “의외로 반응이 좋아 기쁘다”며 “앞으로 정원 이름도 짓고 더욱 다양한 나무와 꽃을 추가로 심어 사찰을 찾는 신도와 시민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 2725호/ 6월8일자]
첫댓글 극락교 너머 뭐가 있을까 했더니 예쁜 정원도 있었군요. _()_ ^-^
한 번 다녀왔더니 더욱 정답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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