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이 터지고 나서 저는 어떠한 집단적 광기를 느꼈습니다.
상충하는 증거, 정보, 주장, 그리고 프로파간다가 난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내가 주워 들었던 증거, 정보, 주장 및 프로파간다 등은 무시하고
오히려 가장 쉽고 또 기본적이며 상식적인 것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 좋은 경우가 무척 많습니다.
따라서 예전에 봤던 '마이러리티 리포트'라는 영화의 교훈에 기초하여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재정리 해볼까 합니다.
영화에는 예지력을 지닌 세명의 초능력자가 등장 합니다.
이들의 예지력에 기초하여 범죄 행위가 발생되기도 전에 범죄자를 체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의 말과 행동만으로도 체포 및 구금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예지자의 리포트는 법정에서 강력한 증거능력을 발휘하므로 그 사람을 처벌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완벽하게 범죄를 예방하고 모든 사람들이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는 안전한 시스템인 듯 합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을 악용하는 무리가 있다면,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억울하고 불공평한 세상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그렇습니다.
우리가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제도는 비록 부족할지언정
억울한 피해자의 발생을 최소화 하려는 인류 역사의 지혜의 산물입니다.
혜택받는 다수 보다는 억압받는 소수를 보호해 보려는 부단한 노력의 산물입니다.
'말과 생각'만으로 법적 처벌은 불가능하며,
오직 '구체적 행위'에 대하여만 심판할 수 있는 시스템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말과 생각만으로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면,
여자에 대해 음흉한 마음을 품은 적이 있는 모든 남자들은 강간죄로 구속돼야 마땅합니다.
녹취록과 구속영장에 기재된 이석기의 말과 생각이 불경스러울 수는 있어도
구체적 행위가 성립되지 않았으므로 결코 체포나 구속의 사유는 될 수 없습니다.
설령 국정원의 주장이 예지자의 리포트라고 해도,
우리가 민주주의나 법치주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더욱 그럴수는 없는 것입니다.
멀리는 4.3이나 보도연맹 사건에서
가깝게는 인혁당이나 광주민주화운동에서
선량한 국민들이 처참하게 죽어야 했던 이유가,
그들이 빨갱이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빨갱이 일지도 모른다는 이유 때문이었음을,
그리고 이런 야만적인 행위가 이민족에 의해 행해진 것이 아니라
다름 아닌 우리 스스로의 무책임에 의해 저질러졌음을
이 처절한 역사적 교훈을 어찌 잊는단 말입니까.
부탁 드리건대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기회주의자들이 쏟아내는 순수하지 못한 증거, 정보, 주장 그리고 프로파간다를 멀리하시기 바랍니다.
오직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의 기본적 가치에만 준거하여 판단만 해도 해답은 어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