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 가량 비행기를 탄 후 우리가 그곳에 떨어졌을 때 막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 (우리나라 시각으론 새벽 2시)이었다. 공항버스도 끊긴 시각이어서 처음 목적지인 카오산로드까지 가는데는 택시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우리는 내가 무서워하는 택시를 탔다. 목적지까지는 30분이 넘게 걸렸는데 어찌나 멀게만 느껴지던지 가는 길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얼마나 덥던지...
2. 첫 번째 목적지 : 카오산로드의 '홍익인간'
어쨌거나 우리 셋은 200B (1바트=30원)를 내고 무사히 도착했다. 하지만 그곳에 내려서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인 '홍익인간'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도대체 간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겨우 물어물어 우리가 찾은 그곳은 간판이나 실내나 할 것 없이 복잡한 유흥가에 파묻힌 작은 곳이었다.
카오산로드는 한적해 보이지만 밤이 되면 유흥가로 변한다. 게스트 하우스가 많아서 주로 외국인 관광객과 장사꾼으로 붐비고 싸고 맛난 음식들을 많이 판다. 불법 복제 시디를 파는 골목으로 들어가면 '홍익인간'이 있는데 이곳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게스트 하우스이자 작은 여행사이다.
이곳에서는 많은 조언과 함께 투어프로그램을 연결시켜주기도 하고, 수수료를 받고 비행기 리펌도 맡아준다. 그리고 지도를 팔기도 하며 질을 장담하진 못하지만 한국식 밥을 팔기도 하는데 태국의 물가에 비해 무척 비쌌던 걸로 기억된다.
태국에서 처음으로 눈 붙인 다음 찾아간 곳은 짜두짝 주말 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규모가 엄청나고 다 둘러보려면 몇 시간이 걸린다. 음식과 과일도 많이 팔지만 공예품과 옷, 가방, 신발, 꽃 등 없는 게 없을 정도로 파는 것도 많았다. 우리는 그곳에서 부부찻잔과 재떨이, 액자를 샀는데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카오산로드에 늘어선 가게에서도 역시 태국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신기한 선물들을 많이 판다. 수공예 젓가락, 컵, 립스틱 케이스, 보석함, 부채, 허리에 두르는 긴 나염치마, 가방 등등...특히 태국에서 물건을 살 때는 백화점이 아닌 이상 값을 무조건 깎아야 한다. 보통 주인이 부르는 값의 절반부터 시작하면 되는데 그 때 많이 써먹었던 태국말 중에 아직도 생각나는 것이 있다. 표정도 정말 그럴 듯하게 하면서 "치오라이?", " 팽빠이.." 무슨 말이냐구? "얼마에여?", "너무 비싸여.." 그리고 그 다음부터 가격을 흥정할 때는 영어를 썼다. ㅡ.ㅡ;;
4. 푸켓
먼 곳을 먼저 가는 게 좋다는 '홍익인간' 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우리는 우선 푸켓에 다녀오기로 했다. 원래는 아침 일찍 푸켓에 도착하면 배를 타고 피피섬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무슨 일이 생겨서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한국인 부부가 운영하고 있는 '잠롱'(http://www.jjamlong.com/)이라는 한국인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박을 하기로 했다.
1층은 PC방, 2~3층은 기숙사 형식의 저렴한 숙소(선풍기방 : 100B/일, 에어컨방 : 150B/일)였는데 우리 여자들이 얻은 방은 2층 침대 5개있는 방이었다. 그곳에서 일박을 한 후우리는 다음날 아침에 아저씨가 친절하게 선착장까지 태워주셔서 우리 모두는 호텔에서 운행하는 배를 타고 피피섬에 들어갈 수 있었다.
5. 영화 '비취' 속의 섬 : 피피섬
피피섬에 도착해서 우리가 찾은 숙소는 '청까오'라는 방갈로였다. 우리는 두 명만 먼저 가서 2인용 방갈로(성수기 때 210B/일)를 얻었는데 작은 화장실과 넓은 더블침대가 있는 방갈로였다. 이곳까지 오는데 너무나 힘이 들었지만 바다를 보자 모두들 들뜬 마음을 감추질 못했다.
점심을 먹은 후에 우리는 배 한 대를 빌려 스노클링을 하러갔다. 수영복겉에 구명조끼를 걸치고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바다 속에 들어갔는데 정말 '짱'이었다. 물속은 아주 깨끗했고 TV나 어항에서만 볼 수 있었던 화려한 열대어들과 아름다운 산호, 고슴도치 같은 성게를 보았다. 손에 식빵을 쥐고 있으면 그것을 먹기 위해 물고기떼가 몰려들었다. 그렇게 색다른 경험을 하고 우리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방갈로로 돌아왔다.
그곳은 햇볕이 너무나 뜨겁고 강해서 한시간만 돌아다녀도 약한 화상을 입을 정도여서 조금 쉬고 나서 작은 배를 빌려 해지는 노을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구름 때문에 분위기만 내고 와야했었다. 그리고 돌아와선 그 잼있는 오빠들이 빌려놓은 카누도 타고 수영도 했는데 밤에 별 보며 하는 배영은 정말 낭만적이었다. 하지만 밤에는 찝적거리는 남자들이 많기 때문에 여자끼리 있으면 위험하다.
그렇게 여유를 만끽하면서 느낀 여행의 묘미란 아무걱정 없이 오로지 여행만을 생각하면서 나의 심장소리를 듣는 데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 난 또 여행을 가기 위해 과외비를 악착같이 적금에 쏟아 부을 거라는 걸 예감했다...
6. 다시 방콕으로..
다시 방콕으로 와서는 며칠동안 여러 사원과 왕궁, 박물관, 공연장, 방콕 시내의 쇼핑센터를 돌아다녔다. 그 중에서도 왓아룬은 "아룬"은 새벽이라는 의미로서 이름 그대로 새벽 여명에 물든 모습이 아름답다. 그리고 왕궁입구에서 본 에메럴드 사원과 황금불탑은 조명 때문에 밤에 정말 더욱 찬란하다. 또 쑤안빡가드 궁전은 개인의 수집품을 모아놓은 곳인데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결코 실망을 주지 않는다. 태국의 토기 변천사와 전통극과 인형, 탈 등을 볼 수 있다. 또한 기대치 않았는데 학생증을 보여주고 반값인 100B을 내고 들어갔다.^^ 왓포의 와불(전장 49m, 높이 12m)은 길이가 우리 아파트만큼 길게 느껴진다. 이걸 어케 만들었을까?
그밖에 아름다운 석양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으면 룸피니 공원도 괜찮다. 그리고 이곳의 대학생들을 만나보고 싶으면 이곳의 명문대인 탐마셋대학에 가면 된다. 여기 대학생들은 교복을 입는데 여자는 흰 블라우스에 까만 스커트, 남자는 흰 남방에 까만 바지다. 중, 고등학교 교복 역시 대학생의 것과 비슷하지만 스커트가 더 길다.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이 마른 편이고 여자들은 하나같이 개미허리다. 대학교의 분위기는 참 여유롭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동아리 활동도 열심이었고 밖에서 자유롭게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이곳의 대학생들은 연애도 정말 열심히 한다.
타이 컬쳐럴 센터에선 여러 가지 공연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전화로 일정을 물어본 다음에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당연히 전통극을 할꺼라고 생각했던 일은 정말 크나큰 실수였다. 태국이 아무리 빈부차가 심한 후진국이라고 하더라도 그곳 역시 문화를 즐기는 고위층 사람들이 있기마련인데.. 암튼, 우리는 거기서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공연을 보다 중간에 나와야만했다. 주제는 돈이었고, 서양 사람 둘이서 이상한 노래를 부르다가 괜히 바닥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또한 천장에선 갑자기 돈더미가 마구 쏟아지기도 했다. 헉.. 그리고 처음에 잘못 찾아가서 간 곳은 오페라 하우스였는데 고위층 사람들이라 그런지 얼굴도 희고 모두들 리무진에 영화제 시상식할 때 배우들이 입는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암튼, 기회가 되서 그곳에 가본다면 그곳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태국은 맛사지가 발달되어 있는데 이 기회에 맛사지센터에 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우리는 여행중 쌓인 피로를 풀기위해 들렀는데 여러 가지 종류 중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싼 것을 골랐었다. 한 시간동안 여기저기 주물러주고 지압해주고 150B정도였던가? 안에 들어가면 많은 사람들이 매트에 쭉 누워서 맛사지를 받는데 그만큼 일하는 사람도 많다. 맛사지를 받고 난 후 서양인들은 시원하다고 하는 데 우리는 생각보다 별로였다. 거기에서 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이 어려워서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취직한 사람들이다. 내 동생을 맡았던 언니는 우리보다 한 살 위인데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그 이후에 계속 돈을 벌었다고 했다. 외국인 손님을 많이 만나봐서 제법 영어로 말도 잘 했는데 정말 정성스럽게 주물러주는 모습에 넘 미안해져서 나오면서 팁을 주기도 했다.
쇼핑할 때는 주로 시암센터와 월드트레이드센터, 디스커버리센터, 나라야나판을 이용했는데 이것들은 우리나라의 백화점과 같다. 태국은 빈부의 차가 심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들이 백화점에서 쇼핑하기가 어려울 듯 싶다.
7. 칸차나브리 트래킹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우리는 '홍익인간'에서 1박2일짜리 칸차나브리 트래킹을 신청했다. 첫 날은 봉고차를 타고 전쟁박물관, 연합군 묘지 등등 여러 곳에 다녔다. 죽음의 철도라고도 불리는 콰이강의 다리는 요즘에 기차가 하루에 두 번인가 밖에 안다니며 탑승시간은 두 시간정도 걸린다. 느낌은 통일호랑 비슷하다. 오후엔 뗏목을 타고 저 안쪽의 숙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코끼리를 태워주고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었는데 우리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아주 불편한 곳이었다. 흐르는 물도 더러웠고 샤워 시설도 안되어있는 곳이어서 땀으로 범벅된 몸을 온통 물티슈로 닦아야했다. ㅠㅠ 트리하우스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참 낭만적으로 보이겠지만 정말 딸랑 그게 다였다. 그나마 우리가 영국인 자매보다 먼저 왔으니 다행이지 안그러면 물 위의 집에서 잘 뻔했다. 그리고 거기서 코끼리를 탔는데 코끼리 몸에 난 털이 꼭 쇠수세미 같았다. 신기하기도 했지만 앞으로 불쌍한 코끼리는 못 탈 것 같다. 코끼리야 미안..^^;
8. 먹거리
가장 대표적인 음식인 볶음밥(20~50B)은 이곳의 쌀이 푸석푸석하기 때문에 밥이 흩어지며 입안에 들어가면 겉도는 느낌이다. 음식 안에 들어가는 재료와 소스를 선택해야하며 중국어로 고수풀이라고 불리는'팍치'는 향이 독하므로 원하면 빼달라고 하는 게 좋다. 그리고 국수류(20~30B)중에서 국물이 있는 국수는 절반이 생숙주나물로 가득 차있고 실제 국수의 양은 아주 적다. 가장 맛있었던 것은 탐마셋대학 옆 선착장에 있는 강변식당에서 먹은 볶음밥과 볶음 국수인데 칼국수보다 넓적한 면발이 아주 쫄깃쫄깃하고 맛있었다. 꿀꺽..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30~50B)는 보통 바게트를 이용하며 안에 넣는 재료와 소스에 따라 가격이 약간씩 차이나며 내가 젤 즐겨먹었던 것은 치킨샌드위치이다. 카오산 밤거리에서는 여러 가지 꼬치와 볶음국수와 춘권도 파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나나로티(10B)이다. 밤톨 만한 크기의 찹쌀반죽을 기름에 넓게 피면서 익히고 그 위에 바나나를 잘라서 넣고 접은 다음에 잘라서 그 위에 연유를 뿌려준다.
태국에선 갈증이 많이 나기 때문에 탄산음료(병10B, 캔20B), 물 (10B), 저녁 때 파는 물 (5B, 아이스박스 얼음에 담가 파는데 특유의 억양으로 "콜드 워터 파이밧"이라고 외치며 그나마 시원함), 생과일쥬스 ( 강변식당 옆에 있는 곳은 12B이었는데 정말 맛있고 시원하고 큰 컵으로 한가득이었음 ^o^)를 많이 사먹었다. 과일은 먹기 좋게 잘라서 길거리에 파는 사람들이 많은데 보통 10B씩이다. 주로 파인애플을 먹었는데 반쪽씩 팔고 그게 젤루 맛있었고 코코넛(10B)의 경우 그 안에 물은 그다지 맛있지는 않지만 안쪽에 하얀 속살은 말랑말랑하고 고소해서 아주 맛있었다.
그리고 권하고 싶은 요리는 가재요리인데 우리가 간 곳에선 직접 고른 가재를 요리해주었다. 700B이니까 엄청나게 비싼 거지만 한국에 비하면 정말 싼 거다. 가재의 담백한 참맛을 음미하고 싶으면 소스가 없거나 따로 나오는 구이나 찜을 시키면 된다.
9. 교통
혼자가 아니라면 택시를 이용하는 게 훨씬 낫다. 택시를 탈 때에는 "Is it meter?"라고 꼭 물어봐서 미터라고 하면 탄다. 밤이나 처음에 잘 모를 때는 흥정을 하게도 되는데 보통은 바가지쓰기 마련이다. 그리고 미터가 아니면 불법이기 때문에 처음에 타기 전에 미터냐고 물으면서 아는 척하면 속지는 않을 것이다. 기본료는 65B이었던 것 같은데 올라가는 단위가 30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30분정도 타도 5000원정도이다.
버스는 번호와 색깔별로 노선이 다 다르기 때문에 버스타기에 성공하기란 정말 어렵다. 게다가 사람들과 기사아저씨, 안내원 모두 영어를 잘 못한다. 우리도 몇 번밖에 성공을 못했는데 밤에 타면 사원들이 조명발을 받아 아주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목적지에 따라 탑승비가 다르며 안내원한테 돈을 내면 정말 작은 차표를 준다. 안내원은 원통필통 모양의 통에 차표와 돈을 넣는다.
차가 막히는 시간에 전동기 택시인 뚝뚝이를 타면 요리조리 잘 빠져나가기 때문에 택시보다 빠르다. 하지만 모든 사기의 근원이 뚝뚝이라고 할 정도로 조심해야한다. 이 뚝뚝이 기사들은 돈을 벌어서 택시를 사는 게 꿈인데 외국인을 물건 싸게 파는 곳에 데려가겠다며 데리고 가 사기를 당하게 만드는 주범인이다. 그러니까 어디를 들르자고 하면 됐다고 하던가 갔다왔다고 하던가 아님 다른 데로 가 버린다. ^^; 태국엔 오히려 택시보다 뚝뚝이가 더 많은데 택시보다 절대 싸진 않으며 공기가 나빠서 머리가 아플 수도 있다. 정말 급할 때나 한 번 타봐야지 재미삼아 타는 것은 위험하다. 2차선이 갑자기 4차선이 되는 등 대체로 난폭 운전이 심하다. 실제로 보니 더 우스웠지만 여기선 뚝뚝이가 넘어지거나 박으면 교통사고라고 할 수 있다.
방콕 탐마셋대학 옆에는 선착장이 있으며 강 양쪽 선착장에서 배를 운항하는데 빠른 편이며 즐길 만하다. 이 배를 이용하면 시내의 교통혼잡을 피할 수 있으며 요금도 5~10B으로 싸다. 보통 10분 간격으로 운항하는데 강의 폭이 좁기 때문에 아주 금방 도착한다. 배 위에서 태국의 여고생과 사진을 찍다가 보니 배가 제 자리에 와있음을 눈치채고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있다. 푸켓에서 피피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호텔에서 운영하는 큰 배들이 아주 많고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
10. 여행을 다녀와서..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도착했을 때는 눈이 엄청 많이 쌓여 있었고 정말이지 추위가 낯설었다. 하지만 곧 태국여행이 오래 전 일처럼 아득하게 느껴졌고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선물을 주면서 그리고 사진을 보여주면서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말해주느라 바빠지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군바리보다 더 까매진 내 손등 때문에 친구들은 더 실감나했었다.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떠난 첫 여행인 만큼 실수도 많았고 다른 곳은 안가고 태국에만 다녀와서 아쉬웠다. 하지만 아무 탈 없이 잘 다녀왔고 나에게 있어서 산 경험이 되었다. 그리고 내가 정말 여행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처음으로 삶이란 느끼는 자의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여행을 하다보면 처음에는 그 나라에 대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만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이나 생각을 느끼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도 처음에는 태국의 후덥지근하고 숨막히게 더운 기후라던가 사람들은 얼굴이 좀 까맣다던가 대학생도 고등학생과 비슷한 교복을 입으며 몸은 대체로 아주 말랐다던가 하는 것들만 보였다. 하지만 곧 여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 흥정하는 법, 이곳은 빈부의 차가 심하다는 것, 이곳에도 아기를 앉고 쨍볕에서 구걸하는 아줌마가 있다는 것, 불쌍한 아이가 '학교에 가고 싶어요.'라고 쓰여진 쪽지를 보여주면서 형편없는 물건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팔기도 한다는 것, 리무진을 타고 오페라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얼굴도 희다는 것을 알 게 되었다. 그러면서 차츰 내가 마주치는 사람들은 얼만큼 행복한지도 궁금해졌다.
마지막으로 여행을 하면서 내게 주어진 이 삶과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느꼈지만 세상에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지도 느꼈다. 정말 여행을 하면서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좀 더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깨닫게 되었고 맘의 여유를 갖고 사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알게 되었다. 항상 여유있는 마음으로 나를 느끼며 살아가는 선경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