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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 보다가] 12
씬/1 지수 집 현관 (오후)
동백과 지수가 들어오고, 연경이 서 있다.
연경 : (미소 지으며) 지금 와? (하다가 뒤따라 들어오는 경애를 본다)
경애 :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안녕하세요?
연경 : (의외인) ...?
씬/2 지수 집 거실 (오후)
동백, 지수, 연경이 소파에 앉아 있다.
경애 : (팔짱을 낀 채 여유를 부리며 거실을 왔다 갔다 하면서) 내가 이 결혼 처음부터 냄새 난다 했어!
동백 : (머리를 감싸고, 답답한) 하..
경애 : (지수를 보며) 내 촉이 그랬어요 한지수씨!
지수 : (카리스마 있게, 흔들림 없이 경애를 쳐다본다)
연경 : (이런 상황이 짜증스럽고 답답하다)
경애 : 그러니까 내가 집들이 때 들은 게 술 먹고 삥 가서 잘못 들었던 게 아니야. 그쵸 구동백씨? 구동백씨 방 따로 있는 거죠?
동백 : (안타까운) 박경애씨, 그냥 절 봐서 좀 모르는 척 넘어가 주시면..
경애 : (OL) 근데 이런 쇼를 왜 하시는 거예요? 전 국민을 상대로?
동백 : 박경애씨.. 그냥 좀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절 좀 봐서..
경애 : (동백 말을 자르며, 지수를 빤히 보고) 한지수한테 무슨 사정이 있나 보죠?
구동백씨 사정 땜에 한지수씨가 이 쇼를 하진 않을 거 아니예요? (뻐기며) 그쵸?
지수 : (제압하는) 정신없게 서성거리지 말고, 거기 앉으세요.
경애 : (기막혀 하며) 허~! 너무 충격 먹어서 헷갈리시나 본데요? 한지수씨! 저한테 지금 가짜 결혼 들키셨거든요!
누구한테 큰소리에요?!
지수 : (눈빛으로 제압을 한다)
경애 : (어이없다는 듯) 허! 참! (지수의 기에 눌러 시키는 대로 소파에 앉으며, 말만 세게 한다) 내가 기가 막혀서..! 어이가 없어..!
지수 : 시간 끌 거 없구요, 조건 있으면 얘기해 보세요?
경애 : (지지 않으려 애쓰며) 성질 은근히 급하시네, 그럽시다. 일단.. 제가 꿈이 배우거든요! 저 배우 계약 좀 해주세요.
연경 : (뜨악해서) 배우.. 계약이요?
지수 : (명쾌하게) 해드릴게요.
연경 : (걱정되는, 말리듯) 지수야?!
경애 : 나설 자리 아닌 거 같은 데요 매니저 언니?!
연경 : (기가 막힌) 하..!
경애 : 계약금은 일시불로 미리 땡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섯 장, 오 백 만 원? (쓱 눈치를 살피며) 많..아요?
동백 : (속상해서 깊은 한숨)
씬/3 지수 집 주방 (오후)
(식탁 위에 계약서를 놓는 연경의 손)
지수와 경애가 마주 앉아 있다. 연경은 지수 옆에 서 있다.
지수 : 계약서예요.
경애 : 여기 사인만 하면 저 배우 되는 거 맞죠? 배우 되는 거 간단하네?
지수 : (단호하게) 사인하기 전에 절대 이 비밀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셔야 합니다.
경애 : (건성으로) 약속해요.
지수 : (제압하듯) 약속을 어기면 어떡하실 거예요?
경애 : (지지 않고) 어떡할까요? 빨개 벗고 우체국 앞에서 춤이라도 출까요?
지수 : 좋네요. 그 내용 계약서에 쓰세요.
경애 : (기가 막혀서) 네에..?!
지수 : 저희도 그 정도는 있어야 안심할 수 있을 거 같네요.
경애 : 쳇! 서로 믿고 가는 거지. (글씨를 쓰며) 비밀 발설 시.. 빨개.. (하다가) 개가 어이에요? 아이에요?
씬/4 지수 집 동백 집 + 우체국 중창단 연습실 (오후)
동백 : (안절부절 못하는 얼굴로 통화 중이다) 네.. 그게 팀장님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가지구 집에 왔는데..
팀장 : (전화하며, 화내는) 무슨 소리야! 제비 새끼들 다 기다리고 있는데!
동백 : 죄송합니다.
팀장 : 근데 박경애는 못 봤어? 너랑 편의점 같이 간다고 따라 나갔는데?
동백 : (그 말을 듣고 울상) 글쎄요? 박경애씨는 제가 모르겠네요.
씬/5 지수 집 주방 (오후)
연경 :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경애 : (사인하는 걸 보면서) 한지수씨가 사인해야 되는 거 아니예요?
연경 : (미운 듯) 제가 대푭니다.
경애 : 아.. 대표시구나? (잘 보이려고) 잘 부탁 드려요.
동백 : (들어와서, 계약서를 보고) 진짜로 사인을 하셨어요? (속상하다) 하..
(설득하는) 박경애씨, 제가 이런 말 할 처진 물론 아닌데요. 연기가 이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경애 : (뻐기며) 구동백씨! 저 연기 아카데미 6개월 코스, 수료 했거든요!
동백 : 그 정도 가지고..
경애 : (가소롭다는 듯 일어나며) 쳇! 무시하네 사람? 제가 얼마나 잘 하는 지 보여드려요? (일어나 지수, 연경에게)
두 분 잘 보세요. (동백 앞으로 가서는) 감정 좀 잡을 게요. (감정을 끌어 올리고는) 바보! (주먹으로 가슴을 세게 친다)
동백 : (아파하는) 아..!
경애 : (연기하는) 왜 말을 못 해요?
동백 : (알겠다는 듯) 아.. 이거..
경애 : (어설프게 열연하는)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왜 말을 못 해요?!
동백 : (가만 서 있는)
경애 : (어설프게 열연하는) 나 언제까지 당신 기다려야 돼요? 가슴 조리며 참는 거 너무 힘들다구요!
말해요! 나 언제까지 더 기다뎌댜댜 되는~ (혀가 꼬여 대사가 틀린) 아, 짜증 나! (연경에게 진지하게) 제가요 대표님,
여기 이 대사가 꼭 꼬이거든요? 혀가 짧아서 그런가? 제가 좀 짧은 편인가요? (혀를 쭉 빼서 코 쪽으로 최대한 붙인다)
동,지,연 : (어이가 없어 가만히 보고만 있다)
씬/6 지수 명상 방 (오후)
경애 : 마지막으로 할 얘기가 있어서 둘이 보자고 했어요.
지수 : 말씀하세요.
경애 : 두 분 언제 헤어져요?
지수 : 그건 왜요?
경애 : 제가 구동백씨를 괜찮아 하거든요!
지수 : (그 말에 경애를 본다) 그래서요?
경애 : 두 분 어차피 쇼니까, 제가 구동백씨랑 사겨도 상관없는 거잖아요. 아니면.. 지금은 사람들 눈이 있으니까,
둘이 완전히 헤어지고 난 뒤에나 사귈 수 있는 건가 해서요.
지수 : (대답을 못 한다)
경애 : 하긴 뭐, 사람들 눈 피해서, 모르게 사귀면 되겠다. 그쵸?
지수 : (왠지 신경 쓰이는 표정이다)
씬/7 지수 집 앞 (오후)
동백 : (경애를 배웅 나오면서, 절실하게) 저기 박경애씨 이 결혼이 지수씨한테 너무 중요한 일이라서 정말정말 비밀을 지켜..
경애 : (OL) 알았다구요! 나오는 내내 그 얘기를 몇 번을 해요? (웃으며) 저도 구동백씨랑 입장 똑같아요.
한지수라는 봉을 잡았는데 그걸 왜 내 발로 차 버리겠어요? (눈웃음을 날리며) 내일 우리 우체국에서 봐요~
(신이 나 가방을 흔들며 간다)
동백 : (그런 경애를 보다가, 기운 없이 바닥에 쭈그리고 앉는다) 후.. 하.. 으.. (혼자 후회하며 중얼거리는) 로비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아닌데.. 내 잘못이다.. 그러니 걸리지..? (머리를 한 대 때린다)
상철 : (OFF) 뭐가 걸려?
동백 : (놀라) 어? 상철아?
상철 : (동백 옆에 앉는다) 뭐가 걸렸냐구?
동백 : (깊은 한숨) 후.. 우리 우체국 박경애씨한테.. 가짜 결혼, 걸렸다.
상철 : 잘 하고 돌아다닌다! 쳇! 이렇게 어수룩한 사람들이 무슨 쇼를 한다고!
동백 : 상철아 나 지금 너무너무 힘들거든, 박경애씨가 연기자 시켜 달라 그러고 계약금 달라 그러고.. 후..
(마지막 은단을 손에 더 털어 낸다)
상철 : (동백 손을 잡아 자기 입에 은단을 털어 넣는다)
동백 : 야! 그거 마지막 은단인데!
상철 : (바닥에 뱉어 버리며) 아우 써! 퉷!
동백 : (소리치는) 야!! (바닥에 떨어진 은단을 보며) 아우 아까워..!
상철 : 노인네 같이.. 은단을 왜 먹어? 그러니까 걸리지.
동백 : (신경질 내는) 걸린 거랑 은단이랑 무슨 상관이야! 얘는 아무튼 말이 안 돼. (일어나서 신경질 내며 간다)
애가 앞뒤가 아무 것도 안 맞아!
상철 : (피식 웃으며, 작게) 걸렸다고 왜 고민을 해? (잠시) 진짜로 만들면 걸린 게 아니잖아. 바보들..!! (일어나 안으로 들어간다)
씬/8 지수 집 거실 (오후)
연경 : (머리가 아프다) 상철이에 박경애씨까지.. 머리 아파 죽겠다.
지수 : 잘 해결 됐잖아. 너무 걱정 하지 마.
연경 :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저 여자 술 먹고 구동백씨랑 키스했던 그 여자잖아! 술 먹고 또 실수하면..? (머리가 아프다) 아!!
지수 : 석현이 붙여 놓으면 되잖아 실수 없게.
연경 : (한숨) 하.. (하다) 강모한테는 어떡할 거야?
지수 : 알리지 마. 내 선에서 내가 해결할 거야.
연경 : 근데 박경애씨 아까 무슨 할 얘기 있다고 너 부른 거야?
지수 : (신경 안 쓰는 척) 자긴 구동백씨가 괜찮다고.. 사겨도 되겠냐구..
연경 : 구동백씰 좋아한대? 그럼 이거 막 섣부르게 얘기하고 다니진 않겠구나.
지수 : 모르지 뭐.. (그런 경애가 신경 쓰이는 표정)
씬/9 지수 집 주방 (오후)
지수 : (냉장고에서 음료수를 꺼낸다)
상철이 동백의 어깨를 걸고 주방으로 온다.
상철 : (들어와서는) 누나, 둘이 걸렸다며?
동백 : (지수 눈치를 살피며) 너 진짜..!
지수 : (식탁에 앉아 음료수를 마신다)
상철 : 조심들 해. (아일랜드 장 쪽으로 가며) 그러다 전 국민 다 알겠어.
동백 : (상철을 확~ 노려보고는) ... (지수와 식탁 앞에 마주 앉아 죄스러운) 지수씨! (꾸벅 인사를 하며) 정말.. 죄송합니다.
지수 : (웃는) 구동백씨가 왜요? 제가 실수한 건데요.
동백 : 그래도 우리 우체국 사람인데.. 지수씨한테 요구하는 것도 많고..
지수 : (웃는) 얘기해 보니까 순진한 사람이던데요 뭐? 괜히 쎈 척 하는 거지.
동백 : 하긴 박경애씨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냥 워낙 예쁘다 보니까 우체국 남자 직원들이 전부 좋아해 가지구
콧대가 높아서 그렇지, 심성이 악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지수 : (장난으로) 남자 직원들이 다 좋아했으면 구동백씨도 좋아했어요?
동백 : (쑥스러워 하며) 예..? (순진하게 솔직히 말한다) 네.. 뭐 한 때..
지수 : (그 말에 웃음이 살짝 가신다) 아..
상철 : (아일랜드 장 뒤쪽에서 바나나를 씹어 먹으로 지수의 반응을 본다)
동백 : (말하다 보니 다 말해 버리는) 실은 그 극동 영화제 있던 날이요, 민지가 제 생일 선물로 그 입장 티켓을 두 장 줘 가지구
박경애씨한테 같이 가자고 했었거든요, 근데 보기 좋게 퇴짜 맞았습니다. 하하..!
지수 : (살짝 기분 나쁜) 아, 그래요? (슬쩍) 많이 좋아하셨나 보네..?
동백 : (순진하게) 하하~ 생각해보니까 또 챙피해지네.
지수 : (무표정한 얼굴로, 알겠다는 듯 끄덕인다)
상철 : (지수의 표정을 살피고는 피식 웃고 나간다)
동백 : (지수 표정이 안 좋은 걸 보고는, 눈치 없이) 아.. 박경애씨가 너무 피곤하게 했나 봅니다.
지수씨 표정이 밝지가 않으시네..?
지수 : (억지로 웃으며) 아니요. 괜찮아요.
씬/10 지수 집 거실 (오후)
상철 : (2층으로 올라가며) 신경 쓰이나 보네? 이거 굿 사인인데? (피식 웃는)
씬/11 지수 집 주방 (오후)
연경 : (커다란 꽃바구니를 들고 들어온다) 지수야.
지수 : 어?
연경 : (내려놓고) 강모가.
동백 : (그 말에 꽃바구니를 본다) ... (기분이 유쾌하지 않다) 전 그럼 그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지수 : (살짝 시큰둥해서) 그러세요.
동백 : (꾸벅 인사하고 올라간다)
씬/12 지수 집 2층 계단 (오후)
동백 : (계단을 올라가면서 툴툴 거리는) 꽃바구니 한 번 되게 크네. 저런 거 보낼 생각 말고 지수씨 힘들게나 하지 말지.
(방으로 들어간다)
씬/13 지수 방 (저녁)
지수 : (화장대 앞에 앉은, 꽃바구니에 꽂혀 있던 카드를 뺀다. 카드를 펼쳐 본다. 아무 내용이 쓰여 있지 않은 빈 카드다) ...
(잠시 보다가, 강모의 마음을 알겠는 지 핸드폰 문자를 친다, OFF) 내가 너무 할 말 없게 만들었나?
씬/14 강모 집 거실 (저녁)
강모 : (창가에 서서, 문자를 보고 있다)
지수 : (OFF) 이런 카드 또 안 받았으면 좋겠어. 우리 노력하자.
강모 : (핸드폰을 끊는다) ... (잠시 후, 문자가 온다)
수연 : (OFF) 친구들이 반지 예쁘다고 부러워하네요. 고마워요. 강모씨한테 좋은 아내가 되도록 노력 할게요.
강모 : (핸드폰을 끊는다) ... (괴로운 지 창밖을 보고 서 있다)
씬/15 우체국 아침 외경
씬/16 우체국 국장실 (아침)
전자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국장이 멋지게 피아노를 치고 있다.
<구동백과 제비들> 팀복을 입은 동백, 팀장, 윤섭, 태완이 들어온다.
팀장 : (놀라며) 아니 국장님!! 피아노를 이렇게 잘 치십니까?!
국장 : (일어나는데, 연주가 계속 된다) 데모데모, 여기 녹음 되 있는 거.
일동 : 아~~
국장 : (전원을 끄고는, 일동을 본다) 어허?! (팀장의 팀복을 살펴보며 마음에 안 드는) 내가 여기 왼쪽 가슴에도 구동백과 제비들
글자 새기라고 지시했던 거 같은데? 왜 여태 실천이 안 됐나?
팀장 : (싫어서 안 해 놓고선, 둘러대는) 그게 말입니다 저희가 하복을 금방 맞출 거라서요.. 거기다가 하려고!
이게 오바로크가 제법 돈이 듭니다. 글자 넣고 모양 넣고, 한 돈 만 원 돈 듭니다. (윤섭 보는) 그치 윤섭?
윤섭 : (확실하게) 팔 천 원이랬어요.
팀장 : (OL) 팔 천 원이면 거의 돈 만 원이지.
국장 : (마음에 안 들지만) 그래? 돈이 의외로 많이 들어서 그랬다? 음! 알았어. 난 또 말을 안 들어 쳐먹길래 하극상인가 했지?
팀장 : (눈치 보며) 하극상일 리가 있습니까.. (안도하는) 휴...
국장 : 내가 급하게 소집한 이유가 말이야. 구동백과 제비들 공연이 잡혔어.
일동 : (놀라는) 네? / 공연?
국장 : 우리가 사회 공헌 활동 꾸준히 하는 거 알지? 그 일환으로 구동백과 제비들 공연을 하기로 했으니까, 준비들 하라구.
구동백씨 알겠어요?
동백 : 예! 알겠습니다.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운)
국장 : 근데 반주자는 누구야?
경애 : (미스코리아 대회 출전용 사자머리를 하고 선,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아~ 맨 꼭대기까지 올라오느라 힘들어 죽겠어.
(소파에 털썩 앉는)
국장 : (경애 행동에 놀라, 경애를 본다)
일동 : (놀란 얼굴들이다)
동백 : (전전긍긍한다)
경애 : (국장을 보며) 국장님, 나 목말라 차 한 잔만.
국장 : (띵~ 한 얼굴로 경애를 본다)
팀장 : (기겁하며) 야!! 박경애 너 지금!! 사자 머릴 하고 나타나서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일어나?! (경애를 억지로 일으킨다)
경애 : (팀장 손을 뿌리치며 뻐긴다) 팀장님! 저 배우 될 사람이거든요! 이런 식으로 제 손 만지고 막 이러면, 스캔들 나요!
일동 : (어이없는 표정으로 경애를 본다)
동백 : (이를 어떡하나 고민스럽다)
씬/17 우체국 로비 안내 데스크 앞 (아침)
경애 : (손거울을 보며 머리에 힘을 주며 거만하게) 저요, 이 우체국 딱 한 달만 취미로 다닐 거거든요.
그 동안 국장 팀장한테 쌓인 거 많았는데, 그거 다 풀고 나갈 거예요.
동백 : (걱정스러운) 박경애씨 물론 이해는 하겠는데요, 너무 티가 나니까..
로드 : (들어온다) 형님.
동백 : 어, 여기 웬일이야?
로드 : 지수 누나가, 오늘부터 박경애씨 매니저 하라 그러셔서요.
경애 : (OL, 오바하는) 어머~~!! 나 매니저 붙여 줬구나!! 배우 관리는 확실하네 이 회사, 이름이 뭐?
로드 : (뜨악한 얼굴로) 김석현..입니다.
경애 : 써켠!! (로드의 얼굴을 톡톡 치며) 앞으로 누나 말 잘 들어라~!
로드 : (기막혀 경애를 노려본다)
동백 : (난감한, OFF) 박경애씨 앞으로 계속 지수씨 힘들 게 하는 거 아니야? 저러다 진짜 대형사고 한 번 치면.. 하!!
(경애를 걱정스럽게 보다가 안 되겠는지) 저기 박경애씨..
씬/18 영화 촬영장소 - 보석 매장 (오후)
분주하게 촬영 준비 중이다. 지수가 의자에 앉아 대본을 보고 있다.
연경 : (지수에게 줄 커피를 가져 오다가, 오고 있는 석현을 발견한다) 어? 석현이 너 왜 벌써 와?
석현 : 동백이 형님이 들어가라 그러셨어요.
연경 : 왜?
지수 : (앉아서, 대본 보는 척 하지만 듣고 있는)
연경 : 형님이 박경애씨랑 영화 보고 저녁 드신다고 저 먼저 들어가라 그래서.
지수 : (살짝 놀라는, 대본 보는 척 하지만 왠지 실망스럽다)
연경 : 그래? 알았어. (하고는) 박경애씨가 영화 보여 달라고 또 졸랐나?
지수 : (신경 안 쓰는 척 대본을 본다)
연경 : 벌써부터 그러고 다니면 안 되는데.. 한 소리 해야 되나?
스텝 : (OFF) 한지수씨 촬영 들어갑니다.
지수 : (일어나 연경을 스쳐 지나가며, 쓱 한 마디) 한 소리 해.
씬/19 커피 전문점 (밤)
카푸치노 두 잔이 놓여 있고, 경애가 동백의 손톱에 형광 연두색과 형광 보라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다.
경애 : (신난 얼굴이다) 너무 재밌다 이거!
동백 : (좋아하는 경애를 살피며) 아, 그렇습니까? 재밌습니까?
경애 : (대단히 만족스러운 지 고개를 끄덕이고 애교 있게) 움직이지 마용~~
동백 : (기분 좋은 경애를 살피며, 본론을 얘기하는) 저기.. 박경애씨!
경애 : 네? (동백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며 듣는다)
동백 : (조심스럽게) 한지수씨가 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하고, 뭐 화려하고 그런 거 같지만, 사실은 많이 아픔도 있고..
뭐 그렇거든요.. 그러니까 박경애씨가 이번 일로 지수씨를 좀 힘들게 안 하셨으면..
경애 : (매니큐어를 바르다 동백을 보며) 뭐 그렇게 어렵게 얘기해요? 적당히 뜯어 먹어라 그 얘기죠?
동백 : 아니요, 될 수 있으면 뜯어 먹지 마시라는 얘긴데요.
경애 : (잠깐 생각하는) 완전히 안 뜯어 먹을 순 없구요, 오늘 구동백씨가 너무 잘 해 주셨으니까
(동백을 보고 웃으면서) 적당히 해 드릴게요.
동백 : 예.. (나름 성과가 있다고 보는) 감사합니다.
씬/20 지수 집 거실 (밤)
지수가 TV 리모콘을 집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고 있다.
지수 : (TV를 볼 의지 없이, 그저 여기저기 채널을 돌릴 뿐이다)
동백 : (들어온다)
지수 : (리모콘을 소파 옆에 던지고 TV 보고 있던 양 여유 있게) 지금 오세요?
동백 : 예! (TV를 보며) TV 보고 계셨구나? (TV 화면은 WWF 프로 레슬링이다) 지수씨 레슬링도 보십니까?
지수 : (살짝 둘러대는) 네? 네.. 저 레슬링 좋아해요. (괜히) 헐크호간.. (괜히 아는 척) 오늘 뛰나?
동백 : 헐크호간은.. 요즘은 안 뛸 텐데..? 거의 환갑이 다 됐을 텐데..?
지수 : 그래요? (괜히) 헐크호간 안 나오면 재미없겠다? (TV를 꺼 버린다)
동백 : (지수 옆에 앉으며) 지수씨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지수 : (관심 없는 듯) 뭔데요?
동백 : (신나서) 제가 지금까지 박경애씨랑 내내 같이 있었습니다.
지수 : (떨떠름한) 그래요?
동백 : (신나서 빠르게) 제가 오늘 박경애씨한테 진짜 잘 해 드렸거든요. 그래서 그랬는지 박경애씨가 기분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앞으로 박경애씨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지수씨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지수 : (넌지시) 뭘 어떻게 잘 해 드렸는데요..?
동백 : (신나서 빠르게) 제가 지수씨하고 첫 데이트 하면서 배운 거 있잖습니까? 그걸 그대로 박경애씨한테 다 해 드렸습니다!
지수 : (그 말에 은근히 기분이 상한다)
동백 :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한 편 보고요 커피도 제가 카프치노로 시켰습니다.
지수 : (점점 기분이 상한다) ... (떨떠름한) 잘 하셨네요.
동백 : (지수 표정이 안 좋자) 근데, 표정이.. 뭐 안 좋은 일?
지수 : (OL) 촬영이 힘들었어요.
동백 : 아! 촬영이 힘드셨구나! (밝게) 그럼 기분 전환 삼아 저랑 오목 한 판 두실래요?
지수 : (시큰둥) 그러시던 가요.
씬/21 지수 방 (밤)
동백 : (매니큐어가 발라 진 검지와 중지로 첫 번째 바둑알을 놓는) 자, 요기!
지수 : (동백의 손톱을 보자 기분이 상한다) 손톱..?
동백 : (눈치 없이 웃고는) 아, 이거요? 제가 박경애씨한테 매니큐어도 사 드렸거든요, 두 개..
(연두색, 보라색 매니큐어가 발라진 양 손을 내밀며) 이거 보십시오.
지수 : (동백 손톱을 보며, 어이가 없다)
동백 : (눈치 없이 혼자 신나서) 이거 바르면서 진짜 재밌다고 그러더라구요. 역시 사람은 배워야 됩니다.
알아야 이렇게 써 먹을 수가 있어요 그쵸?
지수 : 예.. (떨떠름한) ... (바둑알을 놓는다)
동백 : (매니큐어가 발라 진 검지와 중지로 바둑알을 놓는) 그러면 나는 요기!
지수 : (동백의 손톱 때문에 표정 관리가 힘들다)
인서트, 삼삼이 되는 빠른 과정
동백 : (마지막 돌을 놓으며 삼삼을 만든다) 이렇게 되면 또 삼삼이 되네?
지수 : (동백 손톱이 눈에 거슬려서 괜히 핑계 대고 차갑게) 삼삼 이거 말입니다. 내 친구 있거든요 이경희라고요?
경희가 그러는데요 어느 동네에서든 삼삼은 안 된데요, 반칙이래요.
동백 : (괜히 장난치는) 삼삼 됩니다!
지수 : (미운 지) 삼삼 되면 저 그만 할래요. (바둑돌을 정리한다)
동백 : (지수 표정을 살피며) 화 나셨어요? 그럼.. 삼삼 안 하겠습니다.
지수 : 아니요 됐어요. 그만 할래요.
동백 : (난처한) ...?
씬/22 지수 집 거실 (밤)
동백 : (신경 쓰이는) 삼삼도 기술이지 뭐.. 그걸 가지고 화를 내셔? (손톱을 보며) 이거도 지워야 되는데.. (지수 방 쪽을 본다)
지우는 거 달래봐야 지금 좋은 소리 안 나오겠지..? 내 돈 주고 사자. (현관으로 가는)
상철 : (2층에서 내려오다가) 동백 아저씨, 어디가시나?
씬/23 편의점 안 간이 테이블 (밤)
동백 : (리무버로 매니큐어를 지우며) 삼삼 없다 그래서 내가 안 하겠다 그랬는데도 그냥 치워 버리시더라구.
상철 : (핫바를 먹으며 듣고 있다)
동백 : (매니큐어를 지우며) 내 딴엔 기분 풀어드리려고 한 건데.
상철 : (매니큐어를 지우는 동백을 보며) 그래서, 우리 누나 미워서 누나가 발라 준 매니큐어 싹 지워버리는 거야?
동백 : (매니큐어를 지우며) 이거는 우리 우체국 박경애씨가 발라 준 거야.
상철 : (발끈해서 버럭) 그 여자가 왜?!
동백 : 아! 깜짝이야! (놀라 상철을 본다)
상철 : (동백 손을 흔들며) 그 여자가 이걸 왜 발라 줘!
동백 : 박경애씨가 지수씨 힘들 게 할까봐, 그거 달래느라고 내가 오늘 영화 보여주고, 매니큐어 사주고,
매니큐어 바르면서 재밌게 놀아 주고..
상철 : (기막혀 웃는) 우리 누나랑 한 거 고대로 다 했네?
동백 : 어?
상철 : (알겠다는 듯 웃음이 터진다) 하하!! (작게 혼잣말) 굿사인 맞구만!
동백 : (갑자기 알겠다는 듯) 아! 박경애씨 땜에 그렇구나!
상철 : (이제야 알았냐는 듯 동백을 본다) 이제 알겠어?
동백 : 그래! 박경애씨한테 들켜 가지구, 그 스트레스 땜에 연기도 잘 안 되고 힘드신 거야! (걱정스러운) 하.. 어떡하냐..?
상철 : (동백의 어깨를 팍~ 때리며) 아저씨야 말로 어떡하면 좋냐?
동백 : (아파하는) 아!
상철 : 연애를 안 해 봐서 뭘 아는 게 없구만? 그게 왜 스트레스 때문이야?! 여자의 질투지!
동백 : 질투라니..?! 그럼 뭐 지수씨가 날 좋아한다는 얘긴데, 그게 말이 되냐? 스트레스야 스트레스!
(매니큐어를 지우며) 지수씨 걱정이네..
상철 :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씬/24 지수 집 주방 (밤)
지수 : (물을 따라 마시고는) 색깔도 어디서 그딴 걸 골라 가지구.. 형광 연두 형광 보라.. (하다가 그러고 있는 자신이 이상한지)
하.. 나 왜 이러니 근데? (미안해지는 지 2층을 본다) ... (이때 핸드폰이 울리는, 받는) 어, 상철아.
(조심스럽게) 구동백씨랑 같이 있다고..?
씬/25 포장마차 (밤)
동백과 상철이 마주 앉아 소주에 우동 국물을 먹고 있다.
지수 :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쓱 다가와서는 상철에게) 나 왔다.
상철 : 앉아!
지수 : (상철 옆에 툭 앉는다)
상철 : (퉁명스럽게, 고개 짓으로 동백 옆을 가리키며) 절로 가. 더워.
지수 : (귀엽게 상철을 흘기고, 시키는 대로 일어나 동백 옆에 내외 하듯 몸을 틀어 앉는다)
상철 : 우리가 돈이 없어서 누나 불렀어. 봐라, 소주에 우동국물로 먹고 있다.
지수 : 그랬어..? 안주 좀 시켜라.. 닭발하고 꼼장어..
동백 : (놀라서) 지수씨가 닭발을 드십니까?
지수 : (귀엽게 틱틱) 여배우는 닭발 먹으면 안 되요? 뭐 이슬만 먹나요?
상철 : (지수에게 소주를 따르며) 우리 여배우는 이슬 대신 소주 먹지.
지수 : (소주를 시원하게 한 잔 꺾고는, 크게) 이모~ 여기 닭발하고 꼼장어~
동백 : (의외라는 듯 지수를 보고 웃는다)
(컷 튀면)
동백 : (닭발을 빨고 있다, 지수 앞 테이블에 닭발 뼈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지수 : (취기가 돈, 입 꼬리가 올라간 채 씩~ 귀엽게 웃고 있다)
상철 : (뼈를 세어 보며) 나 세 개 매형 두 개 (지수를 보며) 혼자 다 먹었어.
지수 : (귀엽게 씩~ 웃으며) 내가 돈 내는 건데 내가 제일 많이 먹어야지.
상철 : 우리 누나 취했다. (웃고는) 취하면 저렇게 (따라하며) 씩~ 웃거든.
지수 : (씩~ 웃으며 소주를 마시려고 한다)
동백 : 취하신 거 같은데, 그만 드세요. (말리는)
지수 : (마시겠다고 귀엽게 앙탈) 음..! (마시고는 동백을 보고 씩~ 웃어준다)
동백 : (지수가 웃어주자 마음이 풀어져 웃음이 나온다) 하.. (좋다)
씬/26 지수 동네 거리 (밤)
동백이 지수를 업고 걸어가고 있다. 상철은 그 뒤를 따라간다.
지수 : (동백 등에 업혀, 취기에 귀엽게 노래하는) 아저씨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 (동백 머리를 북치듯 툭 치며)
큰 가방! 매고서 어딜 가세요?
동백 : (추임새, 빠르게) 집에 가죠.
지수 : 큰 가방 속에는 편지 편지 들었죠 튼!튼한 모자가..
동백 : 둥그런 모자거든요.
지수 : 둥그런? 아.. 우체부 아저씨라 잘 아시는 구나? 좋으시겠어요 우체국 다니셔서. 우체국 퀸카랑 데이트도 하시고..
매니큐어도 바르시고.. 어디서 그딴 형광색을 좋다고 찍찍..
상철 : (옆에서 걸으며, 지수의 말에 질투가 맞다는 듯 피식 웃는다)
지수 : 나한테 배운 걸..! (동백 머리를 손바닥으로 툭 친다) 씨..!
동백 : 지수씨 왜 이렇게 폭력적이십니까?
지수 : 여자한테 맞는 게 아파요? (툭툭 친다) 아파? 이게 아파?
동백 : 하.. 그럼 움직이지나 좀 마십시오. 무겁습니다.
지수 : 아, 그렇습니까? 제가 이렇습니다. 키가 커서 근수가 좀 나갑니다.
동백 : 하.. (웃고는) 웃음 밖에 안 나오네.
상철 : (두 사람의 그런 모습이 보기 좋은 지 웃는다)
지수 : 우리 오늘 마무리는 알까기로 깔끔하게 어때요? 그거는 박경애랑은 못 해.. 내 방에서 하니까.. 나랑만 할 수 있는 거야..
동백 : (그 말에) 어?
상철 : (동백을 보고는, 이제 알겠냐는 듯 동백을 보고 웃는다)
지수 : (노래하는) 아저씨 아저씨 우체부 아저씨..!
동백 : (설마 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씬/27 지수 방 (밤)
바둑판에 알이 일렬로 놓여있다. 동백과 지수가 마주 앉아 있다.
동백 : 자, 선공하십시오!
지수 : (씩~ 웃으며) 아시죠? 저 알까는 스타일.
동백 : 일타이락, 과감하게 아니십니까?
지수 : 바로 그거야! (취해서 씩~ 웃고는) 과감하게! (바둑알 위 쪽 허공을 세게 튕기며) 이거 왜 안 맞아?
(또 위 쪽 허공을 헛 튕기며) 안 맞아~~ (또 위 쪽 허공을 헛 튕기며) 안 맞아~~
동백 : (웃음 밖에 안 나오는) 하.. 지수씨 손을 좀 아래로 하셔서 까십시오. 계속 바둑알 위에서 헛치고 계십니다.
지수 : 그래요? 손을 좀 아래로? (손을 많이 내려, 바둑판을 세게 친다) 아!! (아파하며 옆으로 쓰러진다) 아파..!
동백 : (놀라 지수에게 달려가, 손가락을 살펴보며) 지수씨 괜찮으세요? 그렇게 많이 내리면 바둑판이잖아요!
(손톱을 주물러 준다) 아프겠다.
지수 : 아파.. 진짜 아파.. 아파.. (하면서 잠이 든다)
동백 : (그런 지수를 보고 웃는다) 하..!! (잠든 지수 얼굴을 잠시 바라본다)
지수 : (OFF) 우리 오늘 마무리는 알까기로 깔끔하게 어때요? 그거는 박경애랑은 못 해.. 내 방에서 하니까..
나랑만 할 수 있는 거야..
동백 : (기분이 좋은 지 환하게 웃는다) ... (지수를 안아 침대에 눕혀 준다) ... (나가다가, 문 앞에서 불을 끄려다 돌아보고는)
주무십시오. (꾸벅 인사를 하고 불을 끄고 나간다)
씬/28 지수 집 아침 외경
씬/29 지수 집 주방 (아침)
앞치마를 한 동백이 식탁 위에 콩나물 북어국 네 개를 놓는다.
상철 : 콩나물 북어국~~! 야, 시원하겠다. 내 속 풀라고 끓인 거 같지는 않지만, 숟가락 하나만 얹읍시다?
동백 : (웃으며) 얹으시오!
지수와 연경이 들어온다.
연경 : 이걸 다 차리신 거예요?
동백 : 예.
지수와 연경이 식탁에 앉는다.
지수 :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아픈 표정)
동백 : (그런 지수를 보고) 속, 아프세요?
지수 : 아니요. 손, 아파요. (가운데 손가락 손톱을 만지며) 뭐가 묻었네? (문질러 보다가 놀라) 어머, 안 지워져! 피멍이야!
연경 : (걱정하며) 피멍이 왜 들었어?
지수 : (영문 모르는) 몰라? 왜 그랬지?
동백 : (피식 웃는다)
상철 : 나 엄마 전화번호 좀 줘.
지수 : (긴장하는) 어?
상철 : 엄마 생신이잖아. 통화라도 해야지. 미국 어디 계셔?
지수 : (미안해지는) 엄마.. 그게 사실은.. 한국에 계셔.
상철 : (지수를 노려보는) 에이씨.. (숟가락을 딱 놓고 나가 버린다)
지수 : (상철을 따라 나간다) 상철아..
씬/30 지수 집 거실 (아침)
지수 : (상철을 잡는다) 상철아. (진심으로) 너한테 정말 미안한테, 그럴 수 밖에 없었어. 니가 엄마한테 가서 이상한 소리 할 까봐.
상철 : (돌아서 버럭) 속일 걸 속여야지!!
동백 : (나와서는) 상철아! 왜 밥 먹다 말고 소릴 질러! 그러다 목 터져 너.
상철 : (기가 막힌) 목이 왜 터져?
동백 : 터져! 옛날 우리 동네에 지 누나한테 맨날 소리 지르다가 목 터진 애 있었어. 내가 봤어.
상철 : (그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진다) 하~ 참!
동백 : (상철을 툭 치며) 그래 임마, 웃어 버려. 다 지난 일이잖아.
지수 : (그런 동백이 고마운 듯 본다)
상철 : (그런 동백을 보며) 아저씨도 우리 엄마 생신 날 같이 가자.
동백,지수 : (상철을 본다)
상철 : (핑계 대는) 나 엄마 보면 욱~ 해 가지구 가짜 결혼 얘기 튀어 나올 지도 모르니까, 아저씨가 나 좀 말려 줘.
같이 가는 거다, 알았지?
동백,지수 : (서로 보며, 어쩌나 하는 표정)
씬/31 우체국 안내 데스크 (아침)
경애, 명진이 있고 석현이 뒤쪽에 서서 경애를 감시 하고 있다.
명진 : (석현을 보고) 쟤가 진짜 니 매니저야?
경애 : 한지수 회사랑 계약 했다고 몇 번을 말해! 볼래? (석현을 보고 웃으며) 써켠~! 누나 커피 한 잔만~!
석현 : (참으며) 네.. (하고 미운 듯 경애를 보고 간다)
명진 : (이해 안 되는) 한지수 너 싫어 하지 않냐? 구동백씨랑 뽀뽀하고 그래서 결혼 전에 잠적까지 했는데..
근데 너를 계약을 해 줘? 말이 돼?
경애 : 왜 말이 안 돼? 감정은 감정이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야. 내가 상품성이 있는 거지. 그걸 알아 본 거지.
이때 동백이 서류를 들고 급하게 걸어 지나가는 게 보인다.
경애 : (그런 동백을 반한 듯 보고) 구동백씨 열심히 일 하시네요~
동백 : (지나가면서 억지로 웃어주는) 네~~
명진 : (이상한 듯 경애를 본다)
씬/32 우체국 복도 일각 1 (낮)
동백 : (서류를 들고 가다가 일각에 서 있는 백기자를 발견한다) 어?
백기자 : (웃으며) 근처에 왔다가.. 구동백씨가 보고 싶어서. 신혼 생활 재미 좋으시나?
동백 : 저, 근무 중입니다.
백기자 : 상철이랑은 어때? 걔 아는 거 많은데. 괴롭히지 않아?
동백 : 신경 쓰지 마십시오. 우리 집안일 입니다.
백기자 : 집안일? (웃는) 와 구동백씨 프로 다됐네. 처음엔 내 얼굴만 봐도 덜덜 떠는 아마추어였는데. 연기도 하다보니까 느나 봐.
동백 : 전 바빠서요. (무시하고 간다)
백기자 : (가는 동백을 보다 바닥에 서류가 떨어져 있는 걸 본다) ... (줍는다)
씬/33 우체국 복도 일각 2 (낮)
동백 : (서류 들고 가면서) 한 동안 안 보이더니. 아직도 포기를 안 했나? 질겨 질겨. (전화 오는, 받는) 어, 상철아!
그게 니네 어머니 생신인데.. 아무래도 내가 가는 게.. 날 뭐라고 소개 하냐?
상철 : (OFF) 아는 동네 형이라고 그러면 되잖아! 케잌 큰 걸로 하나 사와! (끊는다)
동백 : 하.. 이 놈 참.. (간다)
백기자 : (동백 뒤편에서 서류를 들고 나타나며 회심의 미소)
씬/34 지수 집 거실 (낮)
상철 : (동백 지수의 결혼사진을 보며) 이참에 엄마한테 소개하고 밀어붙이자!
씬/35 우체국 앞 거리 (오후)
동백이 커다란 케잌 박스를 들고 걸어가는데, 보좌관이 다가온다.
보좌관 : 구동백씨?
동백 : (뭔가 싶은 표정)
씬/36 김정욱 자택 앞 (오후)
차가 도착한다. 보좌관이 내려 뒷문을 열어 준다.
동백 : (케잌 박스를 안고 내린다) ... (정욱 집을 어리둥절한 얼굴로 본다)
씬/37 김정욱 자택 서재 (오후)
동백 : (케잌 박스를 옆 소파에 놓고 공손히 앉아서 기다린다)
보좌관과 함께 정욱이 들어온다.
동백 : (일어나 인사를 한다)
정욱 : (악수를 청하며, 반갑게) 아, 구동백씨!
동백 : (잔뜩 긴장한) 예.. (공손히 악수하는)
정욱 : 미술관에서 인사도 제대로 못 하고 헤어졌습니다. 차라도 한 잔 했어야 했는데. (앉으면서) 그 날은 자리가 좋질 않았어요.
동백 : (잔뜩 긴장한) 예.. (앉는다)
정욱 : 나랑 구동백씨랑은 사실 얼마든지 편할 수도 있는 사인데.. 자의든 타의든 같은 배를 탔으니까요.
동백 : (그 말이 달갑지 않아 민망하다) 하.. 저희가 같은 배를 탄 거 였군요..? 그건 잘 몰랐습니다.
정욱 : 내가 아직은 힘이 크질 않아서 구동백씨 돕기가 그런데, 선거 끝나고 나면 자주 볼 일 있지 않겠어요?
동백 : (긴장한) 서론이 기신 게.. 아무래도 중요한 말씀을 하실 거 같아서 솔직히 좀 불안하네요.
정욱 : (웃고는) 한지수씨랑은 사이가 좋은 걸로 들었어요.
동백 : 워낙에 성격이 좋으셔서..
정욱 : 한지수씨.. 매력적인 여잡니다. 그쵸?
동백 : 예..?
정욱 : 남자로써 욕심 안 나시나 모르겠어요?
동백 : (반감이 드는) 하.. 무슨 말씀이신지..?
정욱 : 같은 집에 살고 매일 볼 수 있는데, 욕심 한 번 내 보지 그래요?
동백 : (농담이라고 생각하며) 농담이.. 지나치십니다.
정욱 : 농 삼아서 한 얘기 아닌데? 한지수랑, 한 5년 정도 더 사는 건 어때요?
동백 : (웃음이 가신다)
정욱 : 5년이 짧으면 그 이상도 난 상관없고.
동백 : (매우 놀란다) ... (당황하는) 그.. 선거 끝나면.. 한지수씨랑 김강모씨 두 분 결혼 하시는 거 아닙니까?
정욱 : 계획이 바뀌었어요. (백지수표를 동백 앞에 내민다)
동백 : (놀라 수표를 바라본다) ... (정신이 하나도 없다)
정욱 : 써 보세요. 얼마 정도면 내 제안이 무리가 없는 건지 한 번 봅시다.
동백 : (수표를 보며 정신이 없는) 이게.. 백지 수표라는 거군요. (정신을 차리려 애쓴다) 아.. 제가 한 배를 탔다고 하셨죠?
그럼.. 이걸 쓰기 전에 바뀐 계획을 좀 들어야 겠는데요..
정욱 : (동백을 똑바로 보다가, 마음먹고) 강모랑 그 애 약혼녀, 내 선거 끝나면 결혼해요.
동백 : (완전히 놀라) 네..?
정욱 : 한지수랑 헤어지는 게 힘든 모양이니.. 내 입장에선 한지수가 계속 유부녀로 있어 줘야.. 그래야 마음이 놓이겠어.
동백 : (듣고 있는데, 지수가 마음 아파 서글퍼진다)
정욱 : 이제 한 번 써 보세요.
동백 : (손이 떨린다) ... (힘을 내서) 음.. 얼마를 적어야 되나? 한지수씨 가치만큼 적으면.. 그러면 맞겠네요.
(천천히 펜을 든다) ... (맨 앞에 '1'을 쓴다)
정욱 : (말이 통한 것 같아, 만족스러운 얼굴로 지켜본다)
동백 : (천천히 '0'을 써내려간다, 끝없이 써내려간다, 앞 장을 다 채운다)
정욱 : (기분이 상해,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동백 : (수표를 뒤집어 또 다시 '0'을 써내려간다) ... (뒷면까지 가득 채운다. 수표를 두 손으로 정욱에게 내밀며) 이 정도..
주실 능력 되십니까?
정욱 : (기가 막혀 동백을 본다) ... (수표를 뺏어 확 구겨버린다) 난 선의였는데, 유감이네요 구동백씨.
동백 : (힘든지) 하.. 더 이상 앉아 있을 이유가 없는 거 같습니다. (일어난다) ... (정신이 없다, 나가려다 돌아보며) 아.. 케잌..
(케잌 박스를 보자 지수가 불쌍하고, 상황이 서글픈 생각이 든다) ... (케잌 박스를 가슴에 안아 들며 정욱을 본다,
목소리가 떨린다) 김강모씨를.. 아드님을.. 참 사랑하시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이를 악물고) 한지수씨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입니다.. (케잌 박스를 안고 나간다)
정욱 : (그런 동백을 본다) ... (마음에는 안 들지만, 한 방 맞은 표정이다)
씬/38 거리 (오후)
동백 : (슬픈 얼굴로, 케잌 박스를 가슴에 꼭 안고 걸어가고 있다)
회상 인서트, 6화 씬/26)
지수 : (우습게 걸어가는 동백의 뒷모습을 보자 웃음이 터진다)
동백 : (돌아본다)
지수 : (고개를 숙인 채 웃는다)
동백 : 한지수씨는 웃기세요? 저는 아파 죽겠는데요?
지수 : (고개를 든다) 네.. 웃겨요.. 이런 상황에서도.. (눈물이 고이며) 웃음이 나오네요.. 어떻게.. 이렇게 힘든데..
죽을 것처럼 힘든데.. 웃음이 나오죠? (눈물이 흐른다) 어떻게 웃음이 나올 수가 있죠?
동백 : (놀라) 지수씨..
지수 : (참았던 눈물이 터져 버린다, 울면서) 구동백씬 명쾌해서 좋겠어요.. 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해야 되죠..? 난 어떻게 하죠..? (울면서 주저앉는다)
동백 : (그런 지수를 안타깝게 보다가) ... (안타까움에 크게 말해 버린다) 선거가 끝나면 그 분 돌아오시는 거 아닙니까?
지수 : (놀라, 고개를 들어 동백을 본다)
동백 : (크게) 신문사 대표 자리 같은 거.. 저 같은 사람은 모르는 복잡한 이유가 있었겠죠.
그 정도 일로 지수씨 사랑 포기하시는 겁니까?
지수 : ...
동백 : 이거 간단한 일 같은데요. 그 분 아직 약속 어긴 거 아니지 않습니까?
지수 : (눈물을 흘리며 동백을 바라본다)
동백 : (슬픈 얼굴로 케잌 박스를 더욱 꼭 안는다) ... (이를 악물고 슬픔을 참아 보려 애쓴다)
씬/39 지수 집 앞 (오후)
지수차가 세워져 있고, 지수와 상철이 기다리고 있다.
연경 : (시계를 보며) 구동백씨 늦는다. 그만 가자.
상철 : 기다려. 케잌 사 가지구 온다 그랬어. 우리 케잌도 안 샀잖아.
지수 : 너 진짜 가서 엄마한테 이상한 소리 하면 안 돼.
상철 : 그래서 내가 동백 아저씨 데려 가잖아. (동백을 발견하고, 반가운) 어?! 동백 아저씨!
동백 : (케잌 박스를 안고 걸어오다, 지수를 보고 멈춘다)
지수 : (동백을 보고, 반갑게 웃어준다)
동백 : (지수를 보자 마음이 아프다)
컷 튀면, 백기자 차 옆으로 지수 차가 지나간다.
백기자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지수 차를 뒤따라간다.
씬/40 요양원 외경 (오후)
상철 : (OFF) 엄마!!
씬/41 요양원 일각 1 (오후)
지수모가 휠체어에 앉아 있고 지수와 상철이 양 옆에 붙어 있다.
동백 : (케잌 박스를 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셋을 바라보고 있다)
연경 : (동백 옆에 서서) 어머니, 저도 왔어요.
지수모 : 연경씨도 왔어요? 고마워요. 근데 상철이 넌 방학도 아닌데 어떻게 온 거야?!
상철 : (지수모를 끌어안고 어리광) 우리 엄마 보고 싶어서 왔지!
지수모 : 너 공부 열심히 해? 누나가 힘들게 일해서 보내준 건데.
지수 : (웃으며) 얘가 엄마 공부 머리는 아니잖아.
상철 : 그렇지! 내가 공부 머리는 아니지! 우리 엄마 아빠는 편애가 심해. 얼굴 머리 좋은 건 다 누나 주고, 난 근육이나 주고!
(엄마 손을 자기 팔뚝에 대 주고 힘주며) 봐봐! 알통은 장난 아니지?
지수모 : (상철 팔을 때리며) 너 공부 안 하고 운동만 했구나?
지수 : 여자만 만난 거 같애.
상철 : 엄마, 여자 애들은 왜 이렇게 날 좋아해? 미치겠어! 막 달려드는데!
지수 : (상철의 뒤통수를 때리며) 엄마 앞에서, 막 달려들어?
상철 : (착하게) 미안 해. 못 배워서 그래. (지수와 지수모가 웃는다)
동백 : (행복해 보이는 일동을 바라보고 서 있다) ... (그런 세 사람의 행복한 모습에 마음이 저며 온다)
상철 : (동백을 보고는) 엄마! 누가 한 명 같이 왔는데?
지수모 : 어?
동백 : (꾸벅) 안녕하십니까? 구동백이라고 합니다.
상철 : 누나랑 나랑 아주 친한 동네 아저씨야.
지수모 : 그래요? (손을 뻗는다)
동백 : (케잌을 얼른 연경에게 주고 지수모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아준다)
지수모 : 멀리까지 와 주시고.. 고마워요.
동백 : 생신 축하드립니다.
지수 : (그런 지수모와 동백의 모습이 왠지 흐뭇하다)
씬/42 요양원 일각 2 (오후)
동백, 지수, 상철, 연경이 축하 노래를 부르고 지수모가 상철과 함께 촛불을 끈다.
지수와 상철은 지수모를 안고 행복해 한다.
동백 : (물끄러미 그들을 바라본다)
씬/43 요양원 일각 3 (오후)
동백이 지수모 휠체어를 밀고 있다.
지수모 : 지수가 오늘은 기분이 좋네요. 요즘 계속 힘들어 하는 거 같았는데.
동백 : 예에..
지수모 : 지수가 얼마 전에 찾아 왔었는데.. 그때 좋은 사람을 한 명 알게 됐다고, 나한테 그랬거든요?
근데.. 그 사람이 동백씨가 아닌가 싶어요. 지수 저렇게 목소리가 밝은 게..
동백 : (겸연쩍게 웃으며) 하.. 아닐 겁니다.. 저는..
지수모 : 맞는 거 같은데? 지수가 되게 잘 해 준다고..
동백 : 저는 뭐 지수씨한테 잘 해 드리는 것도 없는데.. 그냥 오목 몇 판 둬드리고, 된장찌개 몇 번 끓여드린 게 단대.
지수모 : (반가운) 된장찌개?! (밝게 웃으며) 맞네.
동백 : 네?
지수 : (와서) 여깄었어요?
동백 : 네..
지수모 : 근데 지수야. 오늘 강모는 왜 같이 안 왔어?
지수 : 음? (찔리는) 어.. 바빠서..
동백 : (마음이 아프다)
지수모 : 생일은 늘 챙기더니.. 지수 너 강모랑 결혼 준비는 잘 하고 있는 거지?
지수 : (얼버무리는) 그럼..
동백 : (마음이 아프다)
동백이 지수모의 휠체어를 밀고 지수가 옆에 있는 모습이 망원 렌즈 안에 담긴다.
카메라를 보고 있는 사람은 백기자다. 멀리 나무 뒤에 숨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씬/44 달리는 지수 차 안 (오후)
연경이 운전을 하고 상철은 보조석에 앉아 자고 있다. 동백과 지수는 뒷자리에 나란히 않아 있다.
지수는 기운 없어 보이는 동백을 본다.
지수 : (밝게 웃으며 일부러 말 붙이는) 오늘 같이 와 줘서 너무 고마워요. 엄마도 많이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그 버터크림 케잌도 촌스럽고 아주 좋았어요. 어렸을 때 먹었던 케잌 맛이야. 그게 진짜 케잌 맛인데 그쵸?
동백 : 예..
지수 : (동백을 보고 환하게 웃어 준다)
동백 : (밝게 웃는 지수를 보며, 웃어 보이지만 마음이 아프다) ... (지수를 못 보겠는지 이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본다)
지수 : (그런 동백이 이상하다)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어요?
동백 : (여전히 창밖을 보며, 기운 내) 아닙니다. 그런 거 없습니다.
지수 : (창밖만 보고 있는 동백이 신경 쓰이는지) 우리 민지씨랑 다 같이 저녁 먹으러 갈까요?
그러자. 민지씨 가게로 가서 다 같이 저녁 먹어요.
동백 : (창밖을 보며 다른 생각에 잠겨 있다)
정욱 : (OFF) 강모랑 그 애 약혼녀, 내 선거 끝나면 결혼해요.
지수모 : (OFF) 지수 너 강모랑 결혼 준비는 잘 하고 있는 거지?
지수 : (이상한) 동백씨?
동백 : 네?
지수 : 저.. 민지씨랑 같이 저녁 먹자고 했는데.
동백 : (그제야) 아. 저녁이요? 그럴까요? 그럼 민지 가게로 먼저 가 계십시오. 금방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마음을 먹고는)
저기 매니저님! 저는 이쯤에서 내려 주십시오. 일이 좀 있어서요.
지수 : (동백을 본다) ...?
씬/45 강모 사무실 앞 (오후)
여비서와 함께 동백이 문 앞에 서 있다.
동백 : (‘대표이사실’이라는 푯말이 눈에 들어온다)
여비서 : (노크를 한다)
씬/46 강모 사무실 안 (오후)
동백 : (들어온다)
강모 : (일 하던 중이다. 동백을 본다. 표정이 곱지 않다)
동백 : (강모를 질책하는 눈빛으로 빤히 본다)
강모 : (동백의 예사롭지 않은 시선을 느낀다) ... (일어나며) 안 그래도 한 번 봐야 되는 게 아닌 가 했었는데, 기회가 됐네요.
동백 : 저도 꼭 드릴 말씀이 있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강모 : (동백 앞으로 가면서) 제가 먼저 말해도 될까요?
동백 : 그러십시오.
강모 : (차갑게) 구동백씨를 제가 오해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만, 지난 번 미술관에서요.. 정말 바쁘셔서 지수 손을 그렇게
끊어내고 가신 건지? 제가 솔직히 좀 불쾌했습니다.
동백 : (덤덤하게) 불쾌하시라고 그랬습니다.
강모 : (기분이 확 상한다) 뭐라구요? (기막힌) 하.. (차갑게) 내가 당신을 잘못 본 건가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경매장에서 나랑 한 얘기 잊었습니까?
동백 : 아니요. 또렷하게 기억 하고 있습니다. 김강모씨가 지수씨를 저한테 잘 부탁한다고 하셨죠?
그래서 제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겁니다.
강모 : (화내는) 당신 왜 이래 오늘?!
동백 : (차분하게) 김강모씨야말로 왜 이러십니까..? 한지수씨가 이렇게 기다리고 계신데.. 힘들게 다 참고 계신데..
그걸 잘 아실 텐데.. (버럭) 어떻게 다른 여자랑 결혼을 하십니까!!
강모 : (놀라 눈이 커진다)
동백 : (화를 참으며) 그러면서.. 지수씨를 옆에 두시겠다고요..? (고개를 저으며) 저는.. 얼굴도 그저 그렇고 가진 거 없는
평범한 우체국 직원입니다.. 그래서 상철이가 저더러 30점이라고 했습니다.. (잠시) 김강모씨는 참 잘 생기셨습니다.
또 일본에서 중학교를 나오고..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오고.. 비싼 목걸이를 껌 사듯 살만큼 재력 있고..
아버지가 유명한 정치인이고.. 이렇게 큰 신문사의 대표이삽니다.. 그치만 상철이가 그러는데요.. 당신은 빵점이랍니다..
강모 : (그 말에 동백을 확 노려본다)
동백 : (OL, 힘 있게) 지수씨한테는 결혼하신다는 얘기 최대한 늦게 해 주십시오. 지수씨가 덜 속상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거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돌아선다)
강모 : (그 말에 기가 막힌) 당신이 뭔데 그런 부탁을 해? 당신, 지수 좋아해?
동백 : (멈칫하고) ... (돌아본다) 네. 매일 매일 얼굴 보고 같이 지내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하고 간다)
강모 : (기가 막힌) 저 자식..! 하..! (다급히 전화를 한다) 보좌관님, 구동백 그 사람이 내가 결혼하는 걸 어떻게 알고 있습니까?
(듣더니, 얼굴을 일그러지며, 열이 오르는지 테이블을 있는 힘껏 주먹으로 친다)
씬/47 스무디 전문점 안 (오후)
지수, 연경, 상철이 테이블에 앉아 있다. 카운터에 민지와 승은이 서 있다.
우준 (스무디를 쟁반에 담으며) 한지수랑 친척이라서 좋겠어요 사장님.
민지 : 너무~~ 좋아~~
여직원 : 남동생도 너무 잘 생겼어요. 여자 친구 있어요?
승은 : 여자 친구 없는데, 싸가지도 함께 없어요.
민지 : 싸가지 없지. (쟁반을 들고 간다)
민지가 지수, 연경, 상철에게 스무디를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는다.
민지 : (지수에게 애교 부리며) 지수 언니~ 많이 드세요~
지수 : 고마워요.
연경 : 손님 많이 와요?
민지 : 슬슬 날 더워지니까 장난 아니예요. (지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다 언니 덕분이에요.
상철 : 아유~ 우리 귀여운 사돈처녀! 얼굴에서 요 요 귀여운 웃음이 떠나질 않게 해 줘야 될 텐데.
(민지 볼을 살살 꼬집으며) 아유~~~~!
지수 : (그 말에 살짝 마음이 무겁다)
민지 : (볼이 잡힌 채) 놔라.. 한참 누나거덩~?
상철 : (귀여운 지, 민지 볼을 계속 조물락조물락 하고 있다) 귀여워서 그래.
민지 : (볼을 잡힌 채 지수를 보며) 근데 오빠는요 언니?
지수 : 일이 있다고 어딜 좀 갔는데, 이쪽으로 올 거예요. (이때 핸드폰이 울린다. 강모다) 잠깐만요. (핸드폰을 들고 나간다)
민지 : (볼을 잡힌 채) 그냥 여기서 받지, 뭘 나가시나? (상철이 귀찮은 지) 야, 손 그만 안 떼? 이 녀석을!
(하고 상철 배를 꼬집다가 근육에 놀라) 어머.. 딴딴해서 꼬집히질 않네..? (부끄러운 얼굴로 상철을 본다)
상철 : (손을 놓고 민지를 가까이서 그윽하게 보는) 왜? 내가 남자로 느껴져? 우리 겹사돈 한 번 맺어 볼까?
민지 : 혼낼래?! 쯧!
연경 : (그런 둘의 모습에 실소가 나온다)
씬/48 스무디 전문점 뒤 편 (오후)
지수 : (서서, 전화 받는) 음, 강모씨. 구동백씨 동생 가게에 좀 왔는데?
강모 : (OFF) 지금 당장 우리 집으로 와라.
지수 : 글쎄.. 저녁 약속이 있어서... 급한 일 아니면 내일 보면 안 되요?
씬/49 강모 사무실 (오후)
강모 : (불안한 표정) 급한 일이야. 나 지금 출발하니까 집에서 보자. (끊고)
동백 : (OFF) 매일 매일 얼굴 보고 같이 지내다 보니까 그렇게 됐네요.
강모 : (기막힌) 하...
씬/50 스무디 전문점 앞 (오후)
동백 : (오다가, 지수와 연경이 나오는 걸 본다)
연경 : (걸어 나오면서) 강모는 무슨 급한 일이 있다고 그렇게 오라고 난리야?
지수 : (동백을 보고) 어? 구동백씨.
동백 : 어디 가십니까?
지수 : 네.
동백 : 김강모씨한테 가십니까?
지수 : 네.
동백 : (지수를 강모에게 보낼 수 없는, 생각하다 급하게) 저기.. 김강모씨 다음에 보시고 저랑 영화 보러 가시면 안 되겠습니까?
연경 : (그런 동백을 이상한 듯 본다)
지수 : 아.. 어떡하지? 방금 간다고 약속했는데?
동백 :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저랑 있어 주십시오.
지수 : (그런 동백이 이상한) 무슨 일.. 있어요? 오늘 하루 종일 좀 이상했어.
동백 : 아, 예.. 제가 오늘 기분이 너무 안 좋습니다. 영화가 아니어도 상관 없으니까 지수씨가 제 기분 좀 풀어 주십시오.
지수 : (난처하다, 고민하다가) 그럼 전화 한 번 해 볼게요. (핸드폰을 든다)
동백 : (전화를 못하게 지수 손을 잡는다. 그 바람에 핸드폰이 떨어진다)
지수 : (매우 놀라) 구동백씨.?
연경 : (놀라)
동백 : (간절하고 단호하다) 두 번째 소원입니다!
지수 : (동백을 본다)
연경 : (동백이 이상한 듯 본다)
동백 : 제가 지금 기분이 너무 안 좋으니까, 저를 열 번만 웃겨 주십시오, 한지수씨!
지수 : (그런 동백을 본다)
씬/51 동백 집 마당 (오후)
동백 : (지수와 함께 들어오면서) 저는 우리 집이 맘이 편합니다. 여기서 라면 잘 웃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평상 가리키며) 앉으십시오.
지수 : (평상에 앉아, 깨진 핸드폰을 보여 주며) 완전히 깨졌어요! 보세요! 먹통이예요!
동백 : (서서, 힘차게) 아~ 제대로 깨졌네요! 제가 제일 좋은 걸로 새로 하나 사드리겠습니다!
지수 : 와~ 남의 핸드폰을 깨놓고 저렇게 당당하냐?
동백 : 오늘 제가 기분이 안 좋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지수 : (하는 수 없는) 핸드폰 좀 빌려 줘요. 강모씨한테 못 간다고 문자 좀 보내게.
동백 : (얼른) 제가 대신 보내 드리겠습니다. 이게 한글 입력 방식이 달라서 힘드십니다. (핸드폰을 열며) 뭐라고 보낼까요?
지수 : 미안하다구, 일이 생겨서 못 간다고 그렇게 보내 주세요.
동백 : 예! (찍으며, 말은) 미안해요.. 일이 생겨서..
씬/52 극동 일보 주차장 (오후)
강모 : (차를 타려고 차 앞에 멈춰 선다, 문자가 온다, 확인한다)
동백 : (OFF) 이제 당신은 지수씨를 만날 이유가 없으십니다. 구동백.
강모 : (화가 나고 기가 막히다) 하..!
씬/53 지수 집 앞 (오후)
강모 차가 급하게 와서 멈춘다. 이때 지수 차가 도착한다.
강모 : (급하게 차에서 내린다)
연경 : (차에서 내리고) 강모야?
강모 : (화나고, 다급한 목소리로) 지수 같이 있니?!
상철 : (차에서 내린, 편하게) 우리 누나 매형하고 데이트 갔는데?
강모 : (상철을 뒤늦게 보고는 당황한다) 어.. 상철아.
연경 : (걱정스러워, 상철을 막아서며) 넌 들어가 있어.
상철 : 왜 누나, 싸울까 봐? (웃으며) 안 싸워! 왜 싸워? 우리 김강모씨 내가 얼마나 이뻐라 하는데?
(비아냥거리는) 우리 누나한테 구동백 같은 좋은 남자를 붙여서, 결혼까지 시켜 줬잖아! 이 시대 최고의 뚜쟁이야!
강모 : (화를 참는다)
연경 : 상철아.. 넌 좀 들어 가.
상철 : (강모를 똑바로 보면서) 우리 누나 요즘 많이 웃어! 보기 좋아! 너 만나기 전에 우리 누나야 그게!
선거 끝나기 전에 둘이 완전히 불붙을 거 같은데, 어쩌나 김강모씨?
연경 : (화를 내는) 상철아!!
상철 : 쳇! (들어간다)
강모 : (흥분한) 지수 구동백 그 사람이랑 어디로 갔어?
연경 : 글쎄.. 그것까진 말 안하고 가서.
강모 : 뭐? (버럭) 니가! 매니저가! 니 배우가 어딜 갔는지 모르는 게 말이 돼?!
연경 : (놀라는) 강모야..?
강모 : (흥분을 가라앉히고) 지수 핸드폰 왜 안 돼?
연경 : (난감한) 그거.. 깨졌어..
강모 : (답답한) 하..! 차에서 기다릴 게. 지수 연락 되면, 바로 전화 해.
연경 : (그런 강모를 이상한 듯 본다)
씬/54 동백 집 마당 (오후)
동백 : (평상에 앉아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매니저님”이다) .. (전화를 끊어 버린다)
지수 : (동백 앞에 턱을 괴고 왔다 갔다 고민하며) 열 번을 웃겨 달라.. 다행히 제가 좀 웃길 줄 알죠!
음.. 그럼 가볍게 재밌는 얘기로 평상에서 데굴데굴 구르게 해 드려 볼까요?
동백 : 아, 데굴데굴 좋습니다. 기대됩니다.
지수 : (찡긋하며) 좀 더러운 얘긴데.
동백 : 더러운 얘기! 똥, 방구, 트름, 그런 거에 저 아주 빵~ 터집니다.
지수 : 그래요? 잘 됐네요.
동백 : 근데 제가 웬만한 더러운 얘기는 다 아는데요?
지수 : 이건 모를 걸요. 더러운 얘기의 최고봉이자 궁극의 더티 코메디거든요.
동백 : (박수치며) 와~ 기대돼~
지수 : 일단 제가 여배우란 사실을 잠깐 잊어주시고요.
동백 : 네!
지수 : 동백이란 아이가 있었는데요.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파서 화장실을 갔죠.
근데 웬일이예요? 볼일을 시원하게 다 봤는데 휴지가 없는 거예요.
동백 : 더러운 얘기는 꼭 화장실에 휴지가 없죠!
지수 : 없습니다. 꼭 없어요. 그래서 동백이가 고민을 하고 있는데.. 벽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요만한 구멍이 하나
뚫려 있고 이렇게 씌여 있는 거예요. 손가락으로 해결하시고 이 구멍에 그 손가락을 넣으면, 깨끗해집니다.
동백 : 오! 거기서 물이 나오나?
지수 : (짜증) 물 나오면 그게 웃깁니까? 끝까지 들으세요 좀.
동백 : 네.
지수 : 동백이는 (검지를 들고) 이 손가락으로 급히 해결을 하고 구멍 안에 손가락을 (동작을 하며) 넣었어요.
그런데 그 안에는 뾰족한 바늘이 있었던 거예요. (소리치는) 아! 따거! (검지손가락을 입 안에 쏙 넣는다)
동백 : (잠시 보다가 알아듣고는) 푸하하하~~~ (평상을 데굴데굴 구른다)
지수 : (뻐기듯 손을 털며) 제가 이정도로 웃기는 여자예요. (자신 있게) 한 번 웃겨 드렸어요.
동백 : (배를 잡고 웃으며) 아우.. 자꾸 생각나. 아.. 웃긴다..
지수 : 어머, 구동백씨. (하고 바닥에서 동백 배꼽을 줍는 시늉을 하고 동백 배에 붙여준다) 배꼽 흘리셨다?
동백 : (즐겁게 웃는) 배꼽.. 땅에.. 푸하하하하~~
지수 : 뭐야? 나 두 번째 이렇게 손쉽게 웃겼어? 구동백씨 웃음 너무 헤프다. 세 번짼 뭘 로 웃길까? (하다가 안으로 가며)
고무장갑 안에 있나?
씬/55 지수 집 앞 강모 차 안 (오후)
강모가 차 안에서 화가 나고 난감한 얼굴로 앉아 있다.
씬/56 지수 집 정원 (오후)
상철이가 정원에 앉아 문 밖에 강모 차를 지켜보고 있다.
상철 : 저것들.. 무슨 일이 생기긴 생긴 모양인데..? (노려본다)
씬/57 동백 방 (오후)
※ 필요한 경우, 현장에서 배우가 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교체하세요.
C#1 동백이 방 안에 앉아 있다. 미닫이 문이 확 열리고 지수가 나타난다.
지수 : (고무장갑을 머리에 쓰고 닭 날개 짓을 한다 싶더니, 의외로 소 울음소리를 낸다) 음머~
동백 : (웃는다) 푸하하.. 난 닭 소릴 낼 줄 알았어!
지수 : (고무장갑을 벗으며) 의외성! 코메디는 의외성이죠. 세 번째 웃겼어요.
C#2 동백이 방안에 앉아 있다. 미닫이 문이 확 열리고 지수가 나타난다.
지수 : (선글라스를 쓰고 서 있다)
동백 : (가만히 앉아서) 뭐가 웃긴 거지? (뭔가 하고 지수를 본다)
지수 : (선글라스를 멋있게 벗는데 얼굴에 또 선글라스 모양이 까맣게 그려져 있다. 공손히 인사하고는 미닫이 문을 탁 닫는다)
동백 : 크하하하~~!! (뒤로 넘어간다)
지수 : (OFF) 네 번째 웃겼습니다!
C#3 동백이 방안에 앉아 있다. 미닫이 문이 확 열리고 지수가 나타난다.
지수 : (김을 넓게 짱구처럼 눈썹에 붙이고 짱구 춤을 매우 짧게 춘다. 손을 옆으로 흔들며) 울라울라~ 울라울라~
(탁~ 하고 문을 닫는다)
동백 : 아하하하.. 난 저 문 닫는 게 더 웃겨!
지수 : (OFF) 뭐든 웃었으면 됐죠! 다섯 번 남았어요.
C#4 동백이 방안에 앉아 있다. 미닫이 문이 확 열리고 지수가 나타난다.
지수 : (고음 불가 흉내를 낸다, 김종서 <겨울비>를 부른다)
... (원음) 사랑~~ (매우 낮게) 해~~ (원음) 행복한 순간~~ (매우 낮게) 들~~ (동백의 눈치를 본다)
동백 : (안 웃긴 얼굴이다)
지수 : (손뼉을 딱! 치면서 한 발을 옆으로 들고 양 손을 개구리처럼 쫙 뻗으며 귀엽고 재밌는 포즈로 동백을 본다, 빠르게)
안웃겼구나~!
동백 : (그 모습에 웃음이 터져 버리는) 푸하하~~~!
지수 : (손가락으로 동백을 가리키며) 터졌어 터졌어! 뭐로든 터뜨리면 되는 거야! 나 몇 번 웃겼지?
동백 : (웃으며) 여섯 번!!
지수 : (뻐기며, 거만하게) 나 이제 좀 힘들다. 조금 쉬었다 웃겨드릴게요.
동백 : (웃으며) 그러십시오.
씬/58 지수 집 정원 (저녁)
상철 : (심각한 표정으로 강모 차를 보며, 전화 중인) 아저씨 어디야? 빨리 말해! 집? 누나랑 별 일 없지? 알았어. (끊는다)
씬/59 지수 집 앞 + 강모 차 안 (저녁)
강모 : (핸드폰을 열어, 문자를 다시 본다, “이제 당신은 지수씨를 만날 이유가 없으십니다. 구동백.”이라고 씌여 있다)
혹시.. 구동백 그 사람 집에..? (잠시 있다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차를 급히 출발한다)
씬/60 동백 집 마당 (저녁)
동백과 지수가 평상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동백 : 지수씨 역시 재주가 남다르십니다. 배우는 참.. 이것저것 잘 해야 되는 건가 봅니다.
여우주연상 두 번을 고스톱 쳐서 따신 게 아니군요.
지수 : 만족스러우셨나봐요, 칭찬이 이어지네? (동백을 보고 활짝 웃어 준다)
동백 : (지수가 웃자 따라 웃는다) 어허~
지수 : 어! 웃었다.
동백 : 아.. 웃었네요. 일곱 번 성공하셨습니다.
지수 : 뭐야? 구동백씬 내가 웃기만 해도 웃는 거야? (활짝 웃는) 동백씨~
동백 : (지수가 웃자 따라 웃는다) 어허~ 여덟 번..
지수 : 뭐야~! 그럼 내가 열 번만 웃기만 하면 되는 거였잖아! 그걸 모르고.. 내가 그 김을 붙이고.. 선글라스 그리고..
(낭패라는 듯) 아!
동백 : 두 번 남았습니다.
지수 : (웃어 준다)
동백 : (지수가 웃자 따라 웃는다) 어허~
지수 : 아홉 번! (웃어 준다)
동백 : (지수가 웃자 따라 웃는다) 어허~
지수 : 열 번 끝!
동백 : 예! 두 번 째 소원 임무 완료 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지수 :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뭔가.. 살짝 속은 기분이다.. 개운치가 않아.
동백 : (웃는다)
씬/61 동백 동네 거리 (저녁)
강모 차가 급하게 들어온다. 강모가 차에서 급하게 내린다.
강모 : (동백 집을 향해 뛰어 가는데)
강모 앞을 갑자기 막아서는 오토바이.
강모 : (놀라, 멈춘다)
핼맷을 벗는데 상철이다.
상철 : (강모를 노려본다)
강모 : (어이없다는 듯 상철을 본다)
상철 : (노려보며) 김강모씨 뭐야? 당신 동네 가서 놀아!
강모 : (어쩌지 못하고) 하..!
씬/62 동백 집 마당 (저녁)
동백과 지수가 평상에 앉아 있다.
지수 : 이제.. 기분 좀 좋아지셨어요?
동백 : (고개를 끄덕이고는) 덕분에, 많이 웃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지수 : (편안 마음으로, 미소 지으며 하늘을 올려다본다)
동백 : (지수의 미소를 보면서, 천천히 마음이 아파온다) 요즘 더 느끼는 건데 사람 사는 일은 참 신기한 거 같습니다.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지수씨랑 이렇게 우리 집 평상에 같이 앉아 있을 걸.. 불과 넉 달 전에는 상상도 못 했는데..
지수 : (귀엽게) 저도요. 여기서 이렇게 구동백씨랑 네모난 하늘을 보고 있을 지 상상도 못 했어요.
동백 : (지수를 보고 미소 지으며) 그러고 보면, 세상에는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거 같습니다.
지수 : (동백을 본다) 네?
동백 : 극동 영화제 있던 날, 제가 박경애씨한테 영화제 보러 가자고 했다가 퇴짜 맞았다고 했잖습니까?
지수 : 네.
동백 : 그게 퇴짜 정도가 아니라 실은 아주 제대로 무시를 당했거든요. 그때 기분이 어찌나 나쁘던지
혼자 국밥을 먹으면서 박경애씨 욕도 하고.. 데리고 사는 놈은 고생 할 거다.. 얼굴값 할 거다.. (피식 웃는다)
지수 : (웃으며 동백을 본다)
동백 : 근데.. 그 날 박경애씨랑 영화젤 같이 갔었으면.. 지수씨를 만날 수 있었을까요?
같이 갔었으면 지하철을 타겠다고 혼자 걸어가지 않았을 텐데.. 그러면 그 차 사고도 목격을 못 했겠죠?
지수 : 그랬으면 우리 못 만날 뻔 했네? 박경애씨 고맙다.
동백 : (웃으면서) 그러니까요.. 세상엔 정말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거 같습니다.. 슬프기만 한 일은.. 없는 거 같습니다..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지수를 보며) 지수씨도.. 행복 하고 싶으시죠?
지수 : (웃으며 동백을 본다)
동백 : 그러려면.. 웃는 거 밖엔, 방법이 없습니다.
지수 : (환하게 웃으며 동백을 본다)
동백 : 항상 웃으실 거죠?
지수 : (끄덕이며, 동백에게 환하게 웃어준다) 네!
동백 : (그런 지수를 보고 같이 웃는다) 어떤 일이 있어도.. 웃으십시오!
지수 : (웃으며) 근데 그런 얘긴 갑자기 왜 하시는 거예요? (웃는다)
동백 : (아무것도 모른 채 환하게 웃는 지수를 보자 울컥해 진다) 아.. 그냥 생각나서.. (눈물이 나려하자 급히 일어나며)
은단 좀 사오겠습니다! (급하게 달려 나간다)
지수 : (그런 동백을 한 번 본다) ...?
씬/63 동백 집 앞 (저녁)
동백 : (눈물을 흘리며 급하게 달려 나온다) ... (지수 생각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 (가만히 서서 입을 틀어막고 운다)
카메라 팬, 상철이 멀리서 울고 있는 동백을 바라본다.
상철 : (무슨 일이 생겼구나, 매우 걱정스러운 표정)
씬/64 동백 집 마당 (저녁)
지수 : (평상에 옆으로 누워 있다) 은단 사 왔어요?
동백 : (마음을 진정 시킨, 들어온다) 예!
지수 : 나 동백씨 열 번 웃겨 주느라고 너무 힘들었나봐요. 졸려요.
동백 : 그럼 어떻게 민지 방이라도 들어 가 주무실래요?
지수 : (눈을 감으며) 5분만 잠깐 누워 있을게요. 꼼짝도 하기 싫어.
동백 : (그런 지수를 잠시 본다)
씬/65 민지 방 (저녁)
동백 : (이불을 꺼낸다)
씬/66 동백 집 마당 (저녁)
동백 : (누워 있는 지수에게 이불을 덮어 준다)
지수 : (눈을 감고 있는) 고마워요. 나는 동백씨네 마당이 왜 이렇게 편한 지 모르겠어.
동백 : (그런 지수 옆에 앉는다) ... (지수를 잠시 바라본다)
지수 : (눈을 감고 나른한 말투) 근데 뭐 땜에 기분이 안 좋았는지 안 물어 봤네? 왜 그런 거예요?
(대답 없자, 눈 감은 채 나른한 말투) 말하기 싫으시구나. 어쨌든 내가 위로가 된 거 같아서 기분 좋다.
동백 : (잠시 있다가 용기를 내서) 지수씨..
지수 : (눈 감은 채, 나른한 말투로) 네..?
동백 : (진지하게) 지수씨.
지수 : (눈 감은 채, 나른한 말투로) 네..?
동백 : (진지하게) 저는... 안 되겠습니까?
지수 : (놀라 감은 눈을 번쩍 뜨는 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