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의 콩깍지] 15 - 후회
1. S 한강 다리 (낮. 경수의 꿈)
자전거를 탄 경수와 은영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즐겁게 다
리 위를 달려간다.
둘이 자전거를 타고 춘천에 가는 것이다.
경 수 아, 좋다! 난 춘천 진짜 오랜만에 가는 거야.
은 영 난 자전거 타고 가는 건 처음이야!
웃으며 나란히 달려가는 경수와 은영.
그러다 문득 나란히 멈춰 서서 강을 바라보는 은영과 경수.
은영이 손을 뻗어 바람에 날리는 경수의 머리카락을 만져준다.
기분 좋게 눈을 감으며, 은영의 손길을 느끼는 경수.
2. S 정미집 침실 (아침)
미소를 머금고 잠들어있는 경수.
누군가의 손이 들어와 경수의 머리카락을 만져준다.
손길이 닿자, 잠에서 깨며 눈을 뜨는 경수.
경수를 아주 가까이에서 내려다 보고있는 정미의 얼굴이 보인다.
(우아한 실내복을 입고 앞치마를 두른 정미가 침대에 걸터앉아 경
수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
경 수 (흠칫 놀라) 어? 니가 우리 집엔 웬일이니? 이렇게 아
침 일찍?
정 미 오빠, 여기 우리 집이야. 생각 안나?
경 수 (더 놀라) 뭐? (벌떡 일어난다.)
정 미 어제 필름 끊겼구나?
경 수 (얼른 침대 밖으로 나와 돌아서서 와이셔츠 단추 잠그
는) 우리 혹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
정 미 (그 말엔 대답 않고) 혼자서 무슨 술을 그렇게 마셨
어? 괴로운 일 있어?
경 수 어? 아니...
정 미 (한쪽에 둔 물잔 집어주며) 자, 꿀물 마셔.
경 수 (받으며) 니네 집으로 데려오면 어떡해...? 우리 집으
로 데려 갔어야지...
정 미 뭐 어때. 씻고 출근해야지? 칫솔 꺼내놨어.
정미 거실로 나가면,
아, 내가 왜 그랬지? 후회를 하는 경수. 꿀물 그냥 놓고 얼른 밖으
로 나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정미 집까지 왔다는 게 부담스러
운 것.)
3. S 정미집 거실 (아침)
거실로 나온 경수 어리둥절 둘러보면,
정미는 식탁에서 아침을 차리고 있고,
소파 위에 가지런히 경수의 자켓과 가방, 포장을 뜯지 않은 새 양
말 등이 놓여있다.
정 미 (국을 퍼 식탁에 놓으며, 손짓) 욕실 그쪽이야.
경수, 욕실은 힐끔 보고 소파로 직행한다. 새 양말 집어들까 하다
가 놓고, 급히 양복 자켓과 가방, 소파 밑에 놓인 도르르 말린 벗어
놓은 자기 양말을 집어들며,
(테이블 위엔 경수와 정미의 핸드폰이 나란히 보이는데, 그냥 두
고 나가는 것. 여기서는 슬쩍 화면 안에 핸드폰 들어와 있는 정도
만. 자세히 따로 안 보여줘도 될 듯.)
경 수 저기, 정미야! 나 그냥 갈게. 아침 차리지 마라. (현관
으로 향한다.)
정 미 (국자 든 채 급히 오며) 아니, 왜? 아침 다됐어?
경 수 (맨발에 급히 신발 신으며) 생각 없어.
정 미 면도도 하고 씻어야지? 그러고 그냥 가?
경 수 회사 밑에 사우나 있어...
이내 허둥지둥 현관문을 여는 경수.
자물쇠가 두 개고, 이것저것 돌려보지만 남의 집 문이라 잘 안 열
린다.
열린 줄 알고 밀고 나가려 하지만 안 열리는 것.
정 미 빈속인데 먹고 가? 나도 모처럼 밥했단 말이야.
경 수 아냐, 가야지. (마침내 현관문 열리자) 어제 고마웠다.
(도망치듯 나간다.)
정 미 참 내...?
약간 섭섭하고 기분이 나쁜 정미의 표정.
4. S 아파트단지 앞 거리 (아침)
허둥지둥 아파트 단지를 빠져 나와 참담한 듯 괴로운 경수.
일단 벽에 기대어 서서 가방 옆구리에 끼고 깽깽이 발로 양말부터
신으며,
경 수 (둘러보는) 여기가 어디야?
출근하거나 등교하는 사람들 경수를 이상하다는 듯 보며 지나가
고,
이때 빈 택시 지나가자,
경 수 (양말 신으면서) 어이, 택시!
양말 한 짝 신은 발 급히 신발에 꿰고 택시로 달려간다.
손에 들린 나머지 한 짝의 양말은 떨어뜨린 줄도 모르고 택시에 오
르는 경수.
택시 떠난다.
5. S 패밀리 레스토랑 (낮)
인경과 은영이 음식이 담긴 쟁반을 들고 와 식탁에 마주 앉는다.
인 경 너 장상두 그 사람 정말 만날려구?
은 영 (심란한 표정) 그럴까봐.
인 경 갑자기 왜 그래? 그 사람 좋아하긴 하는 거니?
은 영 좋아해 볼려구...
인경 걱정된다는 듯 은영을 보는데,
은 영 그 사람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싶어.
인 경 너 경수는 어떻게 생각해? 영진씨 말 들어보면, 경수씨
는 너 좋아하는 거 같던데...
은 영 말했잖아. 걘 날 너무 많이 알아. 사람이 감추고 싶은
부분도 있는 거잖아.
인 경 감출 필요가 없다는 것도 얼마나 좋은 건데 그래...?
(그러다 조심스럽게) 너 혹시... 경수네 집이 너무 어려워서 그러
니? 그래서 장상두한테 끌리는 거야?
은 영 (잠시 생각) 잘... 모르겠어...
인 경 은영아, 살아보니까 돈도 중요하긴 한데... 돈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너, 부부가 살기 어려워서 헤어지는 경우보다,
갑자기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깨지는 커플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거
모르지?
은 영 (쳐다보는) ....
인 경 서로 사랑하면 어려운 일이 생겨도 함께 극복하면서
애정이 더 깊어지지만, 사랑이 없으면, 승진하고 집사고 경사가 생
겨도, 행복을 같이 나누지 않아. 다 자기가 잘나서 잘된 줄 알고,
이혼만 안 했지 멀쩡하게 각자 딴짓하는 부부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러니?
은 영 하긴 그래...
인 경 너, 사랑이 뭐 그리 중요하냐, 사랑을 어떻게 믿느냐,
그따위 소리 집어치우고, 지극 정성으로 옆에서 기다려준 경수 잡
어! 걔가 왜 아직까지 장가도 안가고 여자도 안 만나겠니? 나중에
경수 놓친 거 후회하지 말고.
은 영 후회?...
인 경 그래, 후회!
고민이 되는지 심각한 표정이 되는 은영.
부제-‘후회’
6. S 마케팅실 (낮)
전화기를 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겨있던 은영이 수화기를 든다.
전화를 거는 은영. 신호음이 가는 소리 들린다.
7. S 정미집 거실, 마켓팅실(낮)
벨이 울리는 경수의 핸드폰을 누군가의 손이 와서 집어서 본다. 정
미다.
정 미 (발신자 표시를 보며) 최은영? (잠시 생각, 이내 전화
받으며) 여보세요? (은영 화면 와이프 되어 들어오며)
은 영 어머, 죄송합니다. 전화 잘못 걸었나보네요.
정 미 아니야, 은영아. 이거 경수오빠 핸드폰 맞아. 너 은영
이지?
은 영 (전화, 의아해서) 네, 그런데요? 누구세요?
정 미 나 정미야.
은 영 (놀라며) 뭐? 정미...?
정 미 그래 나야. 오랜만이다.
은 영 저기.. 니가 왜 그 전화를 받니?
정 미 (일부러 들으라는 듯) 어... 경수오빠가 어제 우리 집에
서 자고, 아침에 출근하면서 핸드폰을 놓고 갔네?
은 영 경수가 니네 집에서 자다니...?
정 미 어, 나 이혼하고 혼자 살아. 어떻게 그렇게 됐다.
은영 충격을 받아 멍한데,
정 미 이런 얘긴 만나서 해야 되는데... 우리 언제 한번 만나
자. 이 번호로 연락하면 되지?
은 영 어... 그래... (정미 화면 사라진다)
경황이 없어 그대로 수화기를 내려놓는 은영.
충격과 실망으로 당혹스러운 기분이다.
8. S 정미집 거실 (낮)
핸드폰을 끊으며 문득 심각한 표정이 되는 정미. 뭔가 생각하는 듯
한.
9. S 경수집 마당 (밤)
경수, 풀이 죽어 퇴근차림으로 들어오면, 낯선 여자 구두(정미꺼)
보이고
집안에서 정미와 경수모, 조부의 웃음소리 들려온다.
경수모 (E) 아니, 우리 경수하고 그런 일이 있었어?
정 미 (E) 네, 어머니. 경수오빤 제 첫사랑이에요.
조 부 (E) 이렇게 참한 색시를 두고 경수가 왜 여태 장가를
안 갔나 모르겠네?
경수모 (E) 그러게나 말이에요...
정 미 (E) 별말씀을 요...
경수, 들리는 소리에 놀라 집안으로 들어간다.
10. S 경수집 마루 (밤)
경수 들어서면,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던 경수모와 조부, 정미가 돌아본다.
탁자 위엔 낙찰 받은 경매문서가 보인다.
정 미 어머, 오빠?
경 수 (대뜸) 무슨 일이니? 니가?
경수모 (은근히 눈짓) 경수야, 얘기 다 들었다.
경 수 무슨 얘길 들어요? (정미를 끌어내며) 너 일루 나와
봐. 니가 왜 여기 와서 이래?
조 부 아이구, 왜 그러냐?
경수모 (문서 들어 보이며) 그래, 이 아가씨가 경매로 이 집을
낙찰 받은 걸 우리한테 그냥 돌려 주겠다는데?
경 수 (놀라며) 네? (정미를 본다.)
정 미 오빠, 나머지 돈 갚을 필요 없어. 지금 받은 정도루 그
냥 오빠한테 돌려줄게. 어른들 여기서 편히 사시라고 해...
조 부 아이구, 마음씨도 곱지. 얼굴만큼 이쁘구나.
경 수 (정미에게) 야, 나와. 나가서 얘기하자.
정미를 끌고 나가는 경수.
경수모와 조부 당황해서 본다.
11. S 동네 골목 (밤)
경수에게 끌려나오는 정미.
경 수 너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그래?
정 미 어머, 화났어?
경 수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돈 다 갚을 거니까, 이상한 소
리하지 마. 알았어?
정 미 너무 냉정하게 그런다? 내가 오빠 좀 도와주면 안돼?
내 앞에서 왜 자존심을 세우고 그래?
경 수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니까, 넌 상관하지 마!
정 미 오빠! 오빠하고 내가 남이야?
경 수 너 왜 지난번하고 말이 틀리니? 차라리 나 이사 갈게!
너 이 집 팔아서 차액 남겨!
경수 그대로 집으로 가버리는데,
정 미 (뒤에 대고) 오빠! 옛날이나 지금이나 오빤 왜 내 맘을
몰라줘? 난 내가 가진 거 오빠한테 다 줘도, 하나도 아깝지가 않아!
경 수 (돌아서며) 정미야, 너 왜 이러니...? 나한테 왜 그
래...?
정 미 (달려들어 경수의 목을 끌어안으며) 오빠, 난 어느 한
순간도 오빨 잊은 적 없어. 실은 이번에 우리 만난 거, 그거 우연
아니야. 나 오빠네 집 일부러 낙찰 받은 거야.
경 수 (놀라며) 뭐?
정 미 나 이혼한 것도 다 오빠 때문이야...
경 수 (정미의 팔을 풀며 쳐다보는) 뭐라구...?
정 미 생각해봐. 오빠랑 그런 일이 있고, 부부생활이 원만했
겠어? 내가 얼마나 고통을 받았는지 오빤 모를 거야.
경 수 ....
정 미 하지만 오빨 탓하고 싶진 않아...!
경 수 정미야... (잠시 후) 너 나한테 뭘 원하는지 모르지만,
난 그거 채워줄 수 없어. 그리고...
정 미 (말 막으며, 갑자기 우는) 내가 치사하게 돈 몇 푼 가지
고 오빠를 어떻게 하고 싶어하는 거 같애? 왜 내 맘을 그렇게도 몰
라? 오빤 나한테 아무 것도 안 해줘도 돼! 그러니까 제발 날 멀리하
지만 말아 줘...
경수에게 다시 기대어 우는 정미.
곤혹스러운 표정이 되는 경수.
12. S 오피스텔 앞 (밤)
은영, 약간 화가 난 듯 골똘히 생각에 잠겨 걸어오는데,
상두의 차가 보이고, 기다리고 있던 기사가 은영에게 다가서며 인
사를 한다.
기 사 안녕하십니까.
은 영 (그제야 보고) 어머, 웬일이세요? (차를 보는)
기 사 (차 문을 열며 타라는) 장회장님께서 뵙기를 원하십니
다.
은 영 네? 무슨 일로 요...?
기 사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일이라고, 꼭 오셨으면
하시던데요.
은영 잠시 갈등하며 망설인다.
13. S 고수부지 선착장 (밤)
차에서 내려 한강유람선으로 안내되어 가는 은영.
유람선에서는 실내악 연주소리가 들려오고,
은영이 걸어가는 주변에는 경호원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기사는 승선하는 입구에서 멈춰 서며,
기 사 들어가시죠. 배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은영 유람선을 바라보고, 잠시 후 배 안으로 들어선다.
14. S 유람선 (밤)
유람선으로 들어오는 은영, 둘러보면,
유람선 안은 온통 꽃과 촛불로 장식되어 있고, 한쪽에선 실내악단
이 연주하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등을 보이며 강을 바라보고 서있는 상두의 뒷모
습이 보인다.
(9부에서 경수와 함께 서있었던 그 곳이면 좋겠다.)
은영, 상두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면,
인기척을 느끼고 은영을 향해 돌아서는 상두.
상 두 어서 와요.
은영 멈춰 서며 상두를 보면,
상 두 은영씨가 안 올지도 모른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는
데... 와줘서 고마워요.
은 영 무슨 일인데요...?
상 두 (잠시 생각) 지난번에 내 마음이 어떤 게 진짜냐고 물
었죠?
은 영 ....?
상 두 남들이 보기엔 내가 화려하게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난 늘 외롭고 허전했어요. 실은 아직도 은영씰 사랑해요. 그게 내
진심이에요.
은 영 .....
상 두 생각해보니, 이제껏 은영씨 말고 다른 여자를 사랑한
적이 없었네요.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전 은영씨가 평생 편히 기
대어 쉴 수 있는 언덕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은영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약간 몸을 돌리면,
갑자기 은영을 향해 무릎을 꿇는 상두.
상 두 은영씨, 제 마음을 받아 주세요.
은 영 어머, 왜 이러세요? (주변을 살피며) 일어나세요.
상 두 은영씨 대답을 듣기 전엔 안 일어날 겁니다.
은 영 아니 그게...
상 두 (간절한 눈빛으로 은영을 올려다보며) 이번에 은영씰
우연히 다시 만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은영씨, ...은영씨
가 제 마음만 받아주신다면, 은영씨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
로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은 영 좀... 당황스럽네요.
상 두 저를 믿어 주십시오.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드리겠습
니다.
은 영 저기, 제발 그만 일어나세요...
상 두 먼저 대답을 주시면 일어나겠습니다.
은 영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그만 일어나세요.
상 두 제게 기회를 주신다는 뜻인가요?
은 영 (잠시 머뭇거리다) 네... 상두씨 마음... 받아들일게
요...
상 두 정말입니까? 은영씨?
감격한 듯 벌떡 일어나는 상두. 다리가 저린지 후들거려 휘청하며
잘 서지 못한다.
어머나, 하면서 얼른 부축하는 은영.
상 두 (영광인 기분) 감사합니다...!
은영 상두에게서 손을 떼고 난감해서 시선 돌리는데,
상 두 (감격에 차서 나도 모르게 사투리가 튀어나오는) 대학
에 입학하고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저 강변에 서서 이렇게 지나가
는 유람선을 본 적이 있었죠. 언젠가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면 저
배를 전세 내서 꼭 타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에야 이렇게 타
보네요. 다 은영씨 덕분입니다!
은영, 만족스럽게 웃는 상두의 모습을 당황스러운 듯 보다가,
문득 경수와 함께 유람선을 탔던 그 자리를 보며 기억을 떠올린다.
15. S 인서트 (9부, 경수와 함께 탔던 유람선 씬)
경 수 촌스럽게 누가 이런 걸 타나 했더니, 막상 타니까 좋
다.
그런 경수를 보며 함께 웃었던 은영.
16. S 유람선 (현재)
마치 생각을 지우려는 듯 가볍게 고개를 젓는 은영.
이내 상두에게로 물끄러미 향하는 은영의 눈길에서.
17. S 고급 의상실 매장 안 (낮. 몽타주)
고급 맞춤의상들이 죽 진열되어 있는 매장 안을 둘러보는 은영과
상두.
은 영 이러실 필요 없는데...
상 두 아니에요. 맘에 드는 걸로 골라요. 좀 입어도 보고? 내
가 꼭 사주고 싶어서 그래요.
은영이 난감한 듯 무심코 걸려있는 의상에 눈길이 스치자,
상두가 돌아본다.
상 두 아, 은영씨한테 잘 어울리겠네. (옆의 점원에게) 이걸
로 한번 줘봐.
은 영 어머, 아니에요.
상 두 이런 건 본 김에 사야 되요.
할 수 없다는 듯 점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가는 은영.
18. S 고급 의상실 매장 밖 (낮. 몽타주)
매장 문이 열리면서,
쇼핑백을 주렁주렁 든 상두와 은영이 나온다.
은영은 다른 옷과 핸드백, 구두 차림이다.
은 영 (N) 그는 내 눈길이 스치기만 해도 뭐든 사주고 싶어
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나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믿는 남자였다.
상두는 행복한 미소를 머금고 있지만, 은영은 좀 부담스러운 표정
이다.
그런 은영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무심코 옆 매장의 쇼윈도로 눈
길이 스치자,
상두 그런 은영의 눈길을 보고는,
상 두 (그 옆 가게로 들어가려는) 들어가죠.
은 영 (말리며) 어머,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상두를 말리는 은영과, 은영을 데리고 들어가려는 상두가 실갱이
를 한다.
겨우 상두를 데리고 그냥 걸어가는 은영. 진땀이 난다.
은 영 (N) 뭘 함부로 쳐다볼 수 없는 거만 빼면 다 좋았다.
19. S 고급 술집 (다른 날. 밤. 몽타주)
웨이터가 고급 포도주 병을 따고는, 글라스에 조금 따라 은영에게
내밀자,
그 잔을 받아 흔들어 향기를 맡는 은영
은 영 좋은데요, 이걸로 하죠.
웨이터가 은영의 잔에 포도주를 마저 따른다.
상두의 잔에도 포도주가 채워지고...
잔을 들어 부딪치는 은영과 상두.
은 영 (N) 가끔씩 그를 사랑하지는 않았다는 걸 느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분명 그에게 특별한 존재였고, 그걸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꼈다. 이 남
자라면 내 인생을 걸만 했다.
와인을 마시는 두 사람.
잔을 내려놓으며, 상두를 향해 웃어 보이는 은영.
20. S 고급 술집 출구 (밤. 몽타주)
술집에서 나오는 상두와 은영.
이때 어떤 여자와 재잘거리며 들어오던 준석과 송하나와 마주친
다.
(서로 피할 수 없는, 좀 좁은 통로 같은 공간이면 좋겠다.)
준석은 송하나가 아닌 다른 여자와 함께 다.
준 석 (놀라며) 어? 은영씨...? (상두가 누군지 알고 있는)
하 나 은영언니...?
은 영 (다소 당황하지만 태연한 듯) 오랜만이네요...
준석을 의식하며 상두의 팔짱을 끼는 은영.
은 영 가요. 상두씨.
상두는 내심 놀라지만 팔짱을 끼는 은영이 기분 좋다.
은영은 이내 상두와 함께 먼저 나간다.
비껴서있던 준석과 하나도 함께 안으로 들어간다.
문득 은영을 돌아보는 준석.
은영은 등뒤로 그런 준석의 시선을 의식하며 상두와 함께 다정하
게,
기사가 문을 열어주는 차안으로 들어간다.
차에 앉으며 준석 쪽을 힐끗 보는 은영.
준석이 고개를 떨구며 쓸쓸하게 돌아서는 모습이 보인다.
은영이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돌리면,
다른 쪽문으로 탄 상두가 은영 옆에 앉는다.
은 영 (N) 그리고 나는 그날 처음으로 이 남자를 만나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21. S 달리는 상두의 차 안 (밤. 몽타주)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있는 상두와 은영.
상 두 (기분 좋은) 제가 은영씨한테 원하는 게 딱 한가지가
있는데, 들어줄래요?
은 영 뭔데요...?
상두, 보석이 박힌 고급 명품핸드폰 줄이 달린 자기 핸드폰을 꺼
내 보이며,
상 두 (쑥스럽게) 저도 여기에 십자수 핸드폰 줄을 달고 싶어
서요...
은 영 (받아서 보며, 의아한) 네...?
상 두 얼마 전에 직원 하나가 십자수가 놓여진 핸드폰 줄을
보여주며 자랑하더라구요. 여자친구한테 선물 받았다는데, 참 부
러웠어요. (수줍게) 다른 건 필요 없구, 나도 그걸 꼭 받고 싶은
데...
은 영 (별일이라는 듯 웃으며) 네, 알았어요.
22. S 버스 안 (밤)
늦은 밤인 듯 뒷좌석에 앉아 쓸쓸하게 창 밖을 보는 경수. 핸드폰
벨 울려서 보면 발신자 표시란에 정미라고 뜬다. 전화 안받고 전
원 끊어버리는 경수.
23. S 경수집 마루 (밤)
경수가 들어서면,
마루에 김치냉장고가 있고, 경수모가 막 담근 김치를 저장용기에
넣고있다.
조부는 영광굴비 세트를 보고 있다.
경 수 (어리둥절 김치냉장고 보며) 뭐예요?
경수모 어머, 왔니?
경 수 그게 다 뭐예요?
경수모 (만족스럽게) 아, 글쎄 정미 그 아가씨가 김치냉장고
를 들여놓고 갔다.
조 부 나 먹으라고 영광굴비꺼정 사왔구나.
경 수 아니, 왜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이런 걸 받아요?
경수모 (알았으면 안 받았을 거라는 식) 글쎄... 나도 없는데,
낮에 와서 설치까지 다 해놓구 갔다지 뭐니...?
조 부 요즘 아가씨 같지 않고 속이 얼마나 깊은지 모르겠다.
어른도 다 알아보구...
경 수 (버럭) 엄만 공짜가 그렇게 좋아? 갑자기 왜들 이러세
요?
조 부 왜 그러니? 보니까 그 아가씨 싹싹하고 경제력도 있는
게, 난 아주 맘에 들던데?
경수모 그 아가씨도 너한테 마음 있는 거 같던데... 왜? 넌 싫
으니?
경 수 (답답하다는 듯) 엄마, 걔는... (차마 말 못한다.)
경수모 그 아가씨가 뭐...?
경 수 아니에요.
경수,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약간 섭섭하다는 듯 경수를 보는 경수모와 조부.
경수모 그럼 어떡하죠, 아버님? (용기에 담긴 김치 보며) 벌
써 다 썼는데...? 깨끗이 닦으면 될라나...?
조 부 굴비도 벌써 한 마리 궈먹었지 않냐. 큰일이네...?
24. S 경수방 (밤)
들어온 경수, 가방을 놓고 짜증이 난다.
이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다.
신호가 한참이나 가지만 받지 않자, 끊으려 하는데,
정 미 (E. 다 죽어 가는 목소리) 여보세요...
경 수 (대뜸 성질 내며) 너 왜 쓸데없이 남의 집에 이것저것
사다 놓고 그래?
정 미 (E. 몹시 아픈) 오빠, 나 죽을 것 같애. (비명을 지르
듯, 고통스럽게) 오빠!
경 수 (놀라며) 왜 그러니?
정 미 (E. 비명) 아...!
경 수 정미야?
25. S 정미집 거실 (밤)
비지땀을 흘리는 정미가 배를 움켜쥐고 벽을 부여잡고 고통스럽
게 현관문을 열면,
경수가 허둥지둥 들어선다.
경 수 어디가 아파서 그래?
정 미 (경수를 부여잡고) 오빠, 나 좀 병원에 데려다 줘. 아!
(억지로 참는 기색)
경 수 (정미 몸을 만지며) 아니, 왜 이렇게 차가워? 어디가
아픈데 그래?
정 미 모르겠어, 아! 나 어떡해... 아!
정미 배를 움켜쥐고 비명과 신음소리 그 자리에 고꾸라지듯 자지
러진다.
경 수 안되겠다, 빨리 업혀. 어서!
정미를 업고 나가는 경수.
26. S 응급실 (밤)
닝겔을 맞고있는 정미가 고통이 자자드는지, 눈을 사르르 감는다.
그 옆에서 의사에게 설명을 듣고있는 경수.
의 사 (남편 대하듯) 급성 장염인 것 같네요. 크게 걱정하실
건 없구요, 집에 가시면 하루정도 절식하시고, 미음 좀 끓여주세
요.
경 수 예...
의사 가고 나면, 정미를 내려다보는 경수.
경수 정미를 바라보다 나가려하면,
정 미 (눈을 뜨며) 오빠...
경수, 침대 옆에 앉는다.
경 수 이제 좀 괜찮아?
정 미 (끄덕이고는) 고마워...
경 수 나이도 젊어서 아프면 어떡하니?
정미, 경수를 바라보다 갑자기 눈물이 나는지 고개 돌린다.
경 수 왜 그래...?
정 미 (얼른 닦으며, 웃는) 몰라. 괜히 눈물이 나네? 누가 내
걱정 해주는 게 오랜만이어서 그런가? (그러다 더 얼굴 일그러지
며 운다.)
경수 그런 정미를 안쓰럽게 쳐다본다.
경 수 (휴지 뽑아 눈물 닦아주며) 애같이 왜 그래...
정 미 (웃으며, 눈물 닦는) 그러게 말이야...
정미 울음을 그치고, 물끄러미 긴 한숨을 쉰다.
경수 그런 정미를 말없이 보는데,
정 미 나 인생 잘못 산 거 같애... 어디서부터 단추가 잘못 끼
워진 걸까...?
경 수 갑자기 왜 그래...
정 미 옛날에 오빠하고 헤어진 다음에 홧김에 그 사람 만나
서 결혼하고... 거기서부터 잘못된 거 같애.
경 수 (잠시 후) 미안하다. 몰랐는데,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게
많구나...
정 미 아냐, 오빠. 오빠보고 뭐라고 하는 게... 다 내가 저지
른 일인데 뭐... 후회해봤자지, 뭐.
정미를 쳐다보다가 시선 떨어뜨리는 경수. 마음이 좋지 않다.
그런 경수를 쳐다보다 다시 눈을 감는 정미.
다시 물끄러미 정미를 보는 경수.
정 미 (눈 감은 채) 오빠, 난 괜찮아, 집에 가.
경수, 가지 못하고 주저하다가 침대옆 의자에 앉는다.
27. S 춘천집 전경 인서트(낮)
28. S 은영 춘천집 거실 (낮)
소파 탁자가 치워져있고, 상두가 은영부모에게 큰절을 한다.
은영과 은호, 소라가 뒤에서 보고 있다. 소라는 아기를 안고있
고...
상 두 (절을 마치고 앉으며) 진작 찾아 뵀어야 했는데, 인사가 늦
었습니다.
은영부 아냐, 아냐. 자네가 오죽이나 바쁜 사람인가...
은영모 그럼, 그럼.
은영과 은호, 소라도 나란히 앉고... 잠시 어색한 분위기.
은 호 (눈치 살피며) 매형, 저기, 옛날에 있었던 안 좋았던 일
은 그냥 다 잊어주세요.
상 두 (잠시 아리송) 옛날? (기억 났다는 듯) 아~! (농담) 그
야구방망이는 아직 이 집에 있어?
소 라 야구방망이요?
은 호 (상두의 어깨를 친근한 듯 잡으며) 아이, 참, 매형두...
왜 그러세요. (소라에게) 암 것도 아니야.
은영부모, 난처한 듯 애써 화기애애한 웃음으로 넘어가는 분위긴
데,
은영은 약간 좌불안석이고,
상 두 (은영부모를 향하며)제가 이렇게 찾아뵌 건 다름이 아
니라, 제게 따님을 주십사해서요...
은영부 (O.L)그래, 가져가게.
은영모 아이, 이이가?
은영부 (횡설수설) 어, 그래... 자네 정도면 흡족한 사윗감 아
닌가. 당연히 우리 은영일 행복하게 해주겠지. 내가 믿네.
은 영 (괴로운 표정인데)
상 두 그 동안 잘 키워주셨는데, 제가 도둑놈처럼 갑자기 나
타나서 데려가겠다고 하니까, 많이들 서운하시지요?
은영모 아니, 우린 전혀 서운하지 않네. 시원하지.
은영부 그래, 우리가 자네한테 절을 해도 시원치 않을 걸세.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
은 영 (후 더운지 입김 불며 손부채 부치는데)
은영모 부모님이 모두 생존해 계시지 않다구...?
상 두 예. 어머닌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돌아가셨구요, 아버
지께선 얼마 전까지 살아계셨는데... 작년에...
은영모 자네가 참 힘들게 살았겠구만.
상 두 그래서 더 빨리 가정을 이루고 싶습니다.
은영부 그래, 결혼식은 구체적으로 언제쯤 생각하고 있나?
은영모 나이들도 찼는데, 오래 기다릴 거 있나? 올 가을이라
도 식을 올리는 게 좋지 않을까...?
상 두 (은영을 보면서) 좀 더 당겨서 할까하는 생각도 있습니
다만... 어떠신지요?
은영부 우리야 뭐 상관 있나? 자네 일정에 맞춰야지. 자네가
큰일을 하는 사람인데, 안 그런가?
은영모 우린 혼수준비도 전부터 다 돼있었다네. (은영이 가리
키며) 얘가 임자를 못 만나서 죄 묵혀놨지.
은 영 (정말 괴로운데)
은 호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누난 여자로서 볼 건
없어요. 매형이 앞으로 잘 좀 봐주세요.
아니, 쟤까지? 하는 표정으로 은호를 보며 죽을 맛인 은영.
29. S 영진의 아파트단지 놀이터 (해질녘)
경수가 그네를 타고 있다가 일어나면,
영진이 띠를 해서 아기를 앞으로 안고있고, 양손에 장 보따리를 들
고 온다.
경 수 아니 왜 니가 육아휴직을 냈어?
영 진 (히죽 웃으며) 인경씬 일을 하고 싶어하고, 난 애가 좋
아서.
경 수 (장 보따리 보며) 그래서, 집안 일까지 다 하는 거니?
영 진 (보따리 내려놓고, 그네에 앉으며) 그렇지 뭐... 너무
그렇게 보지마. 난 요즘이 제일 행복하다. 애하고 있으면 시간 가
는 줄 몰라. (애를 들여다보며, 자신도 몰래 웃음) 방끗방끗 웃으
면 얼마나 귀여운데...
경 수 (따라서 그네에 다시 앉으며) 그래, 좋겠다.
영 진 (좋아 죽겠는)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너두
빨리 장가가라.
경 수 그래야지... (넌지시) 은영이 소식은 좀 듣니?
영 진 (괜히 눈치 보며) 몰라. 곧 결혼한다고 하는 거 같던
데... 그만 잊어버려라.
경 수 (놀라며) 벌써 결혼을 한대? 언제?
영 진 나도 인경씨가 전화통화 하는 거 옆에서 들은 거라, 자
세히는 안 물어봤어...
경 수 그래...
영 진 너 왜 그러냐? 답답하게? 그럼 사내답게 한번 확 밀어
붙여 보던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결혼이란 건 내가 해보니까
확 밀어붙여야 되더라구. 미적미적해서는 여자 마음을 못 잡아요.
경 수 알아. 나도 때가 되면 그렇게 할려 그랬지, 집 문제 좀
정리되고 그러면...
영 진 .... 너같이 준비해서 여자 만나고 준비해서 결혼할 것
같으면 이 세상에 아무도 결혼 못한다. 그냥 가서 얘기라도 해봐.
다른 남자한테 시집가면 안 된다고.
경 수 너무 늦었어. 이제 와서 어떻게 돌리겠니... 누가 나 같
은 남자를 믿고 살겠어... 똑같이 대학 나오고 똑같이 사회생활 했
는데, 누군 수백억 가진 CEO고 나는 이 모양인데...(하면서도 번
민하는)
괴로운 표정의 경수.
30. S 오피스텔 (밤)
상두의 차가 들어오고, 기사는 나오지 않고, 은영과 상두만 내린
다.
이때 오피스텔 계단에 앉아있던 경수를 보게 되는 은영.
무심코 고개를 든 경수, 상두와 함께인 은영을 보고는 표정이 더
착잡해진다.
상두도 은영의 시선을 따라 경수를 보게 되고,
경수, 마주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다가가면,
상 두 (약수 청하며) 오랜만입니다. 저 기억하시죠? 장상둡
니다.
경 수 (악수하며, 초라한 기분 우호적이지 않은) 서경숩니
다. 성공하셨대요?
상 두 아 뭐... 아직 보잘 것없죠.(경수의 안색 보더니) 술을
드셨네?
경 수 (취한 정도는 아니다. 퉁명스럽게) 네, 한 잔 했습니
다.
은 영 경수야, 너 왜 그래?
상 두 (여유있게 웃어넘기며 은영에게) 괜찮겠어? 혼자 두
고 가도?
은 영 괜찮아요.
상 두 (경수에게)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신 거 같은데... (은영에게) 나중에 전화할게.
상두 돌아서서 차로 들어가며, 약간 불쾌한 표정이 된다.
상두를 태운 차가 떠나고, 은영과 경수 둘만 남자,
은 영 오랜만이다.
경 수 좋아 보인다.
은 영 (보면)
경 수 정말이야. (비꼬는 투는 아니고) 돈이 좋긴 좋은가 보
다...
은 영 (기분 나쁘지만 참으며)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경 수 (비참한 기분) 다른 여잔 다 그래도, 넌 그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넋두리하듯) 은영이 니가 그럴 줄은 몰랐다...
은 영 .... 나도 그냥 여자일 뿐이야.
경 수 그래... (은영을 바라보며) 오늘 참 이쁘다.
은 영 (시선 피하고) 경수야! 나... (결혼해란 말 쉽진 않은)
곧 결혼해... (본다.)
경 수 알아.
은 영 그러니까 이제 그런 말 나한테 하면 안돼.
경 수 그것도 알아... 그래도 참 이쁘다... (슬픈) 난 처음 봤
을 때부터 니가 참 이뻤어. 너한테 뭐가 씌었는지, 그랬던 것 같
다. 니가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다 이뻤어. 바보 같이, 다른 남자한
테 간다는데, 지금도 이쁘다. (눈물 고여도 좋고) 나 너 사랑하는
데... 내 사랑은 안 받아 주겠지?
은 영 .... 난 결혼해...
경 수 그래, 알아! 그래서 이렇게 바보같이 찾아와서 말하는
거 아냐! 안 그러면 내가 이러겠니! (슬픈데)
은 영 너 왜 이러니... 너 만나는 사람 있잖아. 정미하고 만나
면서 나한테 왜 이래?
경 수 (놀라서 보면) ...?
은 영 우리 10년 전 처음 그때하고 똑같아졌네? 너 너무 양심
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니? 차라리 나한테 사랑한다고 얘기하지 말
고 정미를 사랑한다고 해. 난 널 좋게 기억할 권리도 없니? 너무 실
망이야.
경 수 (당황해서) 은영아! 저기, 정미는 말이야...
은 영 됐어. 그거야 니네 둘 관계니까 내가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너, 총각이 이혼녀 상처 줄려면 아예 만나지도 마. 정미가
그 사이에 어떻게 변했는지는 몰라도, 걘... 여린 애야.
경 수 ....!
잠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경수를 비껴 들어가는 은영.
은영도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다. 은영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면,
그대로 멍하니 남겨진 경수의 옆모습이 보인다.
31. S 장소프트 회장실 (낮)
좀머씨이야기 라는 책의 표지가 열리고,
‘넌 참 좋은 친구야. 서경수.’라고 쓰여진 사인을 보고 있는 상두.
잠시 생각하는 상두의 표정.
이때 인터폰 부자음이 울리면서,
여비서 (E) 회장님, 이이사님 오셨는데요...
상 두 (책 덮어 놔두며) 어, 들어오시라고 해.
상두 일어나서 외출을 하려는 듯 자켓을 걸치고,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이사(은영 성추행 했던 부장)가 들어온다.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있다.
부 장 (은밀한) 말씀하신 것 준비했는데요. 어디가 놓을까
요?
상 두 아, 지하주차장 내 차 트렁크에 좀 갖다 놔요.
부 장 예. 그러죠.
쇼핑백을 들고 다시 나가는 부장.
32. S 호텔 지하주차장 (밤)
주위를 살피며 상두의 차 트렁크에서 쇼핑백 두 개를 꺼내는 비
서.
그 옆의 트렁크가 열려있는 다른 고급 승용차의 기사에게 쇼핑백
을 건네준다.
쇼핑백을 받은 기사는 자기 차 트렁크에 쇼핑백을 싣고 트렁크를
닫는다.
트렁크를 닫으면, 그 차 옆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상두와 김의
원의 모습이 보인다.
김의원 사업자 선정은 무리 없이 순조롭게 되가니까 걱정 말
고.
상 두 (웃고 있지만 긴장한 표정 역력한)그럼 전 김의원님만
믿겠습니다. (스윙폼 잡으며) 언제 필드 한번 같이 나가시
죠?
김의원 (웃으며) 그러지....
김의원이 차에 오르자, 상두 90도로 꾸뻑 절을 한다.
김의원의 차가 먼저 빠져나가면,
상두와 기사가 걸어와 차에 오른다.
33. S 동 호텔 앞 상두의 차 안 (밤)
긴장이 풀린 상두 타자마자 피곤한 듯 눈을 감고 있는데,
운전기사가 백미러로 상두의 표정을 살핀다.
기 사 피곤하시죠?
상 두 (문득 눈을 뜨며 백미러로 눈이 마주쳤는지) 왜?
기 사 ...저기 회장님께 부탁 좀 하나 드릴까 하는데요....
상 두 뭔데? 말해봐.
기 사 저기 회장님께서 새로 매입하신 빌딩 말입니다. 거기
휴게실 운영권을 저한테 좀 주시면 어떻겠습니까? 고향에 살던 동
생이 올라왔는데 마땅히 할 일도 없고 해서요...
상 두 (잠시 생각) 그래? 동생이...?
기 사 (기대에 차서) 예...
상 두 (피곤하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화를 내는) 여태 그런 거
나 바라고 내 옆에 있었나?
기 사 아니, 그런 건 아닌데요...
상 두 딴 생각 말고, 시키는 일이나 잘해. (시선 돌린다.)
기사, 백미러에서 시선 거두며 섭섭하고 불쾌한 표정이 된다. 차
떠나고.
34. S 마케팅실 (낮)
실장과 직원들에게 청첩장을 돌리는 은영.
은영은 이제 마음을 결정했는지 편안해 보인다.
실 장 야, 이제 은영씨 보기 힘들겠네? 사모님 반열에 올라섰
으니?
은 영 실장님도 참... (사표도 내며) 저 그리고 이거요...
실 장 이건 또 뭐야?
은 영 사표요. 같이 일하다가 죄송해요. 아무래도 결혼을 하
게 되면....
실 장 당연한 거지. 내가 장소프트 회장 사모님 모시고 일 할
만큼 둔한 사람이야?
직 원2 그래도 섭섭하다...
은 영 (팀원들 보며) 미안해. 다들 그 동안 정들었는데...
실 장 해마다 우리회사 행사하면 잘 좀 봐줘?
은 영 너무 그러지 마세요...
35. S 경수 사무실 (낮)
경수가 무표정하게 일하고 있으면, 핸드폰이 울린다.
전화를 받는 경수.
경 수 여보세요?
두 팔 (E) 접니다, 형님.
경 수 아니, 자네가 어떻게... (나직하게) 지금 중국인가...?
S# 37-1 중국, 어느 허름한 거리 (낮)
남루한 몰골의 두팔이 구형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다.
두 팔 (주위 살피며) 예. 모두 잘 도착했습니다.
경 수 (E) 중국 어딘가?
두 팔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구요...
경 수 (E) 그래도 어딘지 알아야 우리가 연락을 할 것 아닌
가?
두 팔 안됩니다. 여기 와보니까, 떼인 돈 받아주러 한국에서
진출한 놈들이 많더라구요. 제가 해봐서 알지만, 그 놈들이 좀 무
섭습니까?
경 수 (E) 그럼 괜히 고생하지 말고, 들어와서 자수를 하지
그러나...?
두 팔 그건 아직 안되구요... 여기 옛날에 제가 도움을 좀 준
사람을 한 사람 만나서 어떻게 지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저기, 그러
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S# 37-2 경수 사무실 (낮)
경 수 (전화) 그래, 알았네. (급하게) 또 연락하게! 자주!
경수 한숨쉬며 전화를 끊는데, 여직원 다가온다.
여직원 누가 찾아왔는데요?
경 수 누가요? (보면)
사무실 입구에서 정미가 손을 들어 보인다.
경수, 놀라고 부담스러운 표정인데,
36. S 경수 회사 휴게실 (낮)
경수 얼른 정미를 데리고 걸어 온다.
지나가는 동료들이 경수와 정미를 힐끔힐끔 본다.
경 수 (나오며) 여기까지 왜 왔어?
정 미 그냥 지나가는 길에 들렀어. 왜 내 전화 안 받아? 그러
니까 왔지.
경 수 나 일해야 돼.
정 미 알았어. 금방 갈게. 너무 그러지 마... 잠깐 보고싶어
서 온 건데...
경 수 끝나고 전화할게.
정 미 정말 전화 할 거지?
경 수 그래.
정 미 그럼 나 요 근처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기다리고 있을
게.
경 수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려. 집으로 들어가.
정 미 괜찮아. 전화해...!
가는 정미.
숨이 막히는 경수.
37. S 은영 오피스텔 (밤)
십자수를 놓고 있는 은영.
초인종이 울리면 십자수를 놓고 현관으로 나간다.
은 영 누구세요?
인 경 (E. 성질 난) 나야! 문 열어!
은영이 문을 열면, 씩씩대며 들어서는 인경.
은 영 (반갑게) 어머, 웬일이니?
인 경 (들어오며) 이 인간을 어떻게 해버릴까? 남자들은 다
그러니? 가정보다 우정이 먼저야?
은 영 왜 그래? 둘이 싸웠니?
인 경 (소파에 털썩 앉으며) 나 그 인간 쫓아냈어. 아예 경수
씨네 집에 가서 살라 그랬어.
은 영 (놀라서) 애기는 어쩌고?
인 경 데리고 나갔어. 지가 잘 키우겠지, 뭐. 처음부터 기를
콱 잡아야 돼.
은 영 무슨 일인데 그래?
인 경 글쎄 영진씨가 나 몰래 경수씨 대출도 받아주고 보증
도 서준 거 있지?
은 영 무슨 보증?
인 경 얼마 전에 경수씨네 집이 경매로 넘어갔나봐. 그거 막
느라고 대출까지 받아주고, 보증까지 서줬다는 거야. 제 정신이
니? 어떻게 나 몰래 이럴 수가 있니? 1, 2년 안에 받을 수 있는 돈
이 아니야.
은 영 어머, 경수한테 그런 일이 있었니...?
뭔지 모르지만 걱정이 되는 은영의 표정.
38. S 경수집 마루 (밤)
정미가 찾아와서 같이 식사를 하는 식구들. 마루에는 과일 바구니
와 약주 선물 세트가 보이고 상위에는 정미가 사온 듯한 바다가재
요리가 푸짐하게 차려져 있다. 즐거운 경수모와 조부. 정미, 약주
를 따라드리고. 경수는 심란한데.
영진E 경수야!
39. S 경수집 마당 (밤)
대문으로 들어서는 영진. 띠로 아기를 안고, 기저귀가방을 들고 있
다.
영 진 (들어서며, 소심하게) 경수야...!
마루에서 경수가 나타나 영진을 보고 얼른 달려나오며,
경 수 아니, 여긴 웬일이니?
영 진 아 씨, 나 큰일 났어. 집에서 쫓겨났다.
경 수 뭐? 아니, 왜...?
조부와 경수모, 무슨 일인가 싶어서 마루에서 내다 보자, 영진 쭈
빗거리며 고개인사하고는 엉거주춤 돌아서는데,
경 수 (마당 한쪽 탁자로 데려가며) 일단 일루와 앉아봐.
영 진 (집안을 등지고 앉으면)
경 수 왜그래 너? 무슨 일이야?
영 진 (한숨만)
경 수 혹시...나 보증 서준 거 인경씨한테 걸렸니...?
그 말에 경수모는 면목이 없어서 집안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 정미가 나타나서 두 사람을 보며 이야기를 듣는다.
영 진 응... 인경씨가 가정이냐, 친구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
하래.
경 수 그럼 싹싹 빌고 가정을 선택해야지, 다 싸들고 여길 오
면 어떡해?
영 진 벌써 해볼 건 다 해봤지. 집 열쇠도 다 뺏겼고, 전화도
안 받아.
경 수 뭐?
영 진 당분간 니가 나 좀 재워줘야겠다. 돈 문제 다 해결되
기 전엔 다신 들어오지 말래.
경 수 ....
영 진 경수야, 보증선 건 그냥 두더래두 대출 받아준 돈만이
라도 어떻게 다시 돌려 줄 수 없을까...?
경 수 어떻게...?
영 진 나 좀 살려주라. 나 지금 이혼 당하기 직전이야.
이때 정미가 마당으로 나오며,
정 미 얼마나 되는데요? 급한 대로 제가 먼저 돌려드릴게요.
영 진 (뭔가 싶어 돌아보며) 네? 아니...?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경 수 (정미에게) 야, 왜 니가 나서고 그래...?
정 미 저 정미에요, 영진씨.
영 진 아~! 정미씨! 아니 근데 정미씨가 여긴 왜 와있어요?
(하면서 경수를 본다.)
착잡한 경수의 표정.
40. S 고급 보석매장 (낮)
반지를 끼어보는 은영. 흐뭇한 표정.
은영모 이게 장서방이 사준 반지란 말이니?
은 영 (수긍하는 웃음)
은영모 이게 도대체 얼마짜리야? (하다가)남자반지도 최고급
으로 보여주세요. 이 집 에서 제일 비싼 걸루요.
은 영 엄마...?
은영모 우리가 너무 떨어지면 안되잖니... 장서방은 요즘도 바
쁘니?
은 영 그런가봐.(반지 빼서 직원에게 주고)
은영모 그런가봐가 뭐야? 그런가봐가? 너 이제부터 회장 사모
님이니까 남편 일도 잘 챙겨주고 해야 돼.
은 영 (웃으며) 알았어...
은영모 우리도 있이 산다고 생각했는데, 장서방한테 비하면
새발의 피다. 니 혼수해주다 우리 집 기둥뿌리 다 뽑히겠다.
은 영 그러니까 대충해...
은영모 어디 그럴 수 있니?
이때 반지가 나오자, 들여다보는 은영모.
은영모 (반기며) 어머, 그래, 이 정돈 되야겠다. 근데 장서방
은 왜 이렇게 늦니? 손가락 사이즈를 재야 되는데?
은 영 ...?
41. S 장소프트 회장실 (낮)
부장이 옆에서 막 보고를 한 상황이다.
상 두 (벌떡 일어나며) 뭐? 그 놈이 검찰에 투서를 했다고?
부 장 예, 죄송합니다. 평소에 서초동 빌딩 휴게실 운영권에
대해 자주 얘길 하길래, 그러지 말라고 잘 타일렀는데, 거기에 앙
심을 품은 것 같습니다.
상 두 (왔다갔다 서성거리다 뒤로 넘어가려 하며, 사투리 억
양) 그 쉐끼... 그 쉐끼 지금 어딨어?
부 장 자취를 감췄는데요...
상 두 당장 내 앞에 모가지 끌꼬 와!
부 장 예. (나가려는데)
상 두 검찰 어디 어디 올렸어? 당장 전화해서 알아봐.
부 장 예, 지금 알아보는 중입니다.
상 두 가만있어봐, 가만있어봐... 그 놈이 어디까지 알고 있
지? 투서 내용이 뭔지도 알아보고!
부 장 예.
상 두 그놈을 빨리 잡아 들여! 우리가 먼저 잡아들여야 돼!
부 장 예. 알겠습니다. (나가고)
갑자기 불안한 표정이 되는 상두.
42. S 번화가 거리 & 상두의 차안 (밤)
은영이 서있으면 상두의 차가 와서 멎고,
차에서 운전기사가 튀어나와 은영에게 꾸뻑 인사를 하며 문을 열
어준다.
다른 기사로 바뀌었다.
은영 새 기사에게 인사하면서 타면, 차안에 상두가 앉아있다.
기사가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들어오는 사이.
상 두 미안해. 갑자기 중요한 일이 생겨서. 장모님은 잘 가셨
지?
은 영 네... 근데 운전기사가 바꼈네요?
상 두 문제가 좀 있어서, 그만 두게 했어.
은 영 네...(흐뭇한 표정으로 작은 선물 포장 내밀며) 저기,
이거...
상 두 (약간 정신이 다른 데 팔린) 이게 뭔데?
은 영 전에 나한테 받고 싶었다는 거요.
상 두 내가 뭘 받고 싶어했지? (하면서 풀어본다.)
은 영 어머?
포장을 풀면 십자수가 놓아진 핸드폰줄이 나온다.
이때 새 기사가 운전석으로 들어오고.
상 두 좋네. 출발하지.(이내 다른 곳을 본다.)
그런 상두를 이상하다는 듯 보는 은영.
43. S 레스토랑 (밤)
상두와 함께 채식과 생식요리를 같이 먹고 있는 은영. 억지로 먹
는 표정.
상두는 어딘지 초조해 보이고, 반쯤 생각이 다른 곳에 가있다.
은 영 이제 일주일에 두어 번은 나도 생식으로 먹어요.
상 두 그래? 참, 반지는 맘에 들어?
은 영 (미소 지으며 끄덕이고는) 내일도 바빠요? 내일은 꼭
같이 가야 되는데? 상두씨 손가락 굵기를 몰라서...
상 두 (미소 지으며) 그래, 내일은 같이 가지.
하지만 이내 밥 먹으며 굳어지는 상두의 표정.
은 영 (이상하다는 듯 보며) 무슨 일 있어요? 안색이 안 좋아
요.
상 두 내 안색이 왜?
은 영 나한테 뭐 말 못하는 거 있어요?
상 두 아니. 내가 은영씨한테 말 못할 게 뭐 있어? (미소지
어 보인다.)
은 영 (같이 미소 짓는) ....
상 두 참, 서경수라는 그 친구 아직도 만나?
은 영 가끔이요. 그냥 친구예요.
상 두 친구라...
은 영 (보면)
상 두 글쎄...? 내가 이런 말 하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
데... 난 남녀문제엔 보수적이라서 그런지, 은영씨가 다른 남자친
구 만나는 게 썩 기분이 좋진 않네?
은 영 ....
상 두 난 평생 은영씨 말고 다른 여자 만날 생각이 없거든.
그러니까 은영씨도 다른 남자 안 만났으면 좋겠는데... 너무 무리
한 부탁일까?
은 영 (잠시 생각하고) 걱정 말아요. 이제 그 친구 만날 일은
없을 거 같으니까...
상 두 그럼 다행이구.
이때 핸드폰이 울리면, 상두 핸드폰을 꺼내서 보고, 얼른 받는다.
상 두 (애써 자제하는, 굳은 목소리) 김비서, 너 어떻게 나한
테 이럴 수가 있니?
은영을 의식하고 급히 일어나 자리를 피하는 상두.
상 두 (멀리 가며 통화) 너 지금 어딨니? 일단 만나자. 만나
서 얘기해. 니가 사람들 만나봐야, 소용없어. 누가 니 말을 듣겠
니?...
이상하다는 듯 상두를 보는 은영. 뭔가 석연치 않은 느낌.
44. S 고급 웨딩드레스 숖 (낮)
테이블엔 찻잔이 놓여있고, 소파에 앉아 은영을 보고 있는 인경.
은영은 웨딩드레스 가봉을 하고있다.
인 경 어머, 너무 이쁘다. 너 상두씨 만나길 역시 잘했다,
얘.
은 영 어머? 왜 지난번하고 말이 틀려?
인 경 그거야 내가 경수하고 정미 사이를 몰랐을 때니까 그
랬지. (스스로 놀라며)어머, 이런 얘기 아직 하지 말랬는데...?
은 영 (씁쓸한 기분) 정미... 경수하고는 어떻게 되가?
인 경 어머, 너 정미가 이혼하고 경수씨랑 만나는 거 알고 있
었어?
은 영 (기분이 좋지는 않은) 응... 정미한테 들었어...
인 경 아무튼 정미 걔도 보통애가 아니지... 경수씨네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아 가지고... (은영을 향해) 그
집을 낙찰 받아서는 경수씨를 아주 꼼짝 못하게 하는 모양이야.
순간 무슨 소린가 해서 보는 은영.
인 경 (계속. 비아냥거리며 혼잣말) 그런다고 돈으로 남자의
마음이 붙들어 질지는 모르겠다만...
은 영 좀 자세히 얘기해봐. 정미가 경수를 붙들다니...?
인 경 (차를 마시며) 정미 걔가 이혼한 게 경수를 못잊어선가
봐. 솔직히 경수 걔가 그 정돈 아니잖니? 아무튼 그래서 경수네 집
도 경매로 턱 하니 사고 이번에 우리 돈도 정미 걔가 갚아줬나봐,
경수대신. 경수네 집까지 드나들고 아주 난리 났대. 경수네 집에서
는 아예 며느리 취급한다는 거 같더라.
은 영 (멍한) 그래...?
인 경 어떻게 그래도 첫사랑이 결국 이루어지네? 걔네두 참
파란만장하지 않니? 난 그런 줄도 모르고 너한테 경수 잡으라고 했
으니... 진짜 큰일 날 뻔했다, 얘. 너 장상두씨 만나길 정말 잘했어.
뭔가 혼란스러운 표정이 되는 은영.
45. S 고급 보석매장 (낮. 몽타주)
은영이 혼자서 매장 한쪽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상두를 기다리
고 있다.
은영은 경수의 소식을 들은 후 생각이 복잡하다.
(시간경과) 은영의 빈 찻잔을 치우고 물컵을 놓고 가는 점원.
은영은 시계를 보며 출입구를 본다.
점 원 신랑님께서 좀 늦으시나 봐요...?
(시간경과) 반지를 고르는 예비 신혼부부 한쌍이 보이고,
은영이 전화를 받고 있다.
상 두 (E)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늦게라도 꼭 갈려고 그랬는
데, 오늘은 힘들겠네?
은 영 (실망해서) 그래요... 그럼 할 수 없죠. 네.
핸드폰을 끊고는 일어서려던 은영.
나란히 반지 낀 손을 대고 들여다보며 웃는 신혼부부를 보게 된
다.
문득 경수가 반지를 줬던 때를 생각하게 되는 은영.
46. S 인서트 (9부. 의류회사 앞. 은영에게 엉터리 프로프즈를 하
던 경수.)
경 수 왜 웃어? 나 지금 프로포즈하는 거야?
은 영 (진지해지며) 프로포즈?
경 수 그래. 하다보니 떨린다, 야. (반지상자도 쥐어주고) 저
기, 그렇게 알고 일단 받어. 내일 연락할게. 간다!
47. S 고급 보석매장 (현재)
은영 혼란스러운 듯 일어나면,
직 원 (다가와) 신부님 예물은 나왔는데, 오늘 가져가시겠어
요?
은 영 아니요.
허둥지둥 그대로 나가는 은영.
48. S 보석매장 앞 (낮)
몇 번인가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전화를 걸까말까 망설
이는 은영.
49. S 카페 (밤)
은영이 앉아있으면, 경수가 와서 앉는다.
경 수 (따지는 건 아니고, 현 상황 받아들이고 초월한 기분)
청첩장 줄려고 왔니...?
은 영 아니...
경 수 그래. 나한텐 그런 거 주지 마라... 어디서 하는지, 언
제 하는지, 알고 싶지 않다. 축하한다는 말 같은 거 할 여력도 없
고...
은 영 (말 끊으며) 경수야...! 너 왜 나한테 말 안 했니? 집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말을 하지! 그리고 정미하고도 집 문제로 얽혀
서 꼬여있단 얘기 왜 안 했어?
경 수 (이제 와서 다 쓸데없다는 기분) 하면 뭐가 달라졌겠
니...? 너 같으면 그런 얘기 하고싶었겠어...?
은 영 (경수의 그런 태도에 더 속상하다.) ....
경 수 어차피 난 니가 원하는 남자가 아니잖아.
은 영 (본다.) ....!
경 수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아니었지. 기껏해야
성민이 다음에 2번 타자였고... 괜찮아, 다 괜찮아. 남자로서 니 앞
에서 한번도 환영받아본 적 없었어도 괜찮아...
은 영 아니야...! 그렇지 않아...!
경 수 너 나 왜 찾아왔니?
은 영 ....?
경 수 난 가난뱅이에다가, 빚 투성이야...너 청첩장 여기저
기 돌린 모양인데, 나랑 도망 갈 수 있어?
은 영 ....
경 수 그럴 거 아니면 나 찾아오지마. 어차피 결혼은 니네 회
장님하고 할거잖아.
은 영 ....
경 수 더 이상 나도 감정 때문에 힘들고 싶지 않다. 이젠 정
말 피곤해... (시선 피하고 일어나며) 결혼 잘해라.
이내 가버리는 경수.
은영 그 자리에 멍하니 남겨져 앉아있다.
뮤지컬-그 남자, 그 여자
50. S 포장마차 (밤)
혼자 앉아 있는 경수. 주위엔 쌍쌍이 앉아 있는 연인들.
뮤지컬-그 남자, 그 여자
51. S 오피스텔안 (밤)
혼자 옛날 성민이와 경수와 같이 찍었던 사진을 보는 은영
뮤지컬-그 남자, 그 여자
52. S 고수부지 선착장(밤)
계단에 앉아 유람선을 보며 은영이와의 시간을 추억하는 경수.
뮤지컬-그 남자, 그 여자 (F.O)
53. S 고급 호텔 룸 또는 술집 룸 (낮)
김의원은 창 밖을 향해 서있고,
상두가 김의원 옆에 가까이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상 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사건을 덮게 만드세요. 내가 잘
못 되면 김의원님도 성치 못할 겁니다.
김의원 (돌아서며) 지금 날 협박하는 건가?
상 두 일이 더 커지면, 나도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는 않을 겁
니다. 나 결혼까지 앞두고 있어요. 이 일로 내 모든 걸 잃게 되면,
김의원님을 가만히 둘 거 같아요? 내가 입을 열면 많은 사람이 다
칩니다. 난 혼자는 못 죽습니다!
돌아 나가는 상두.
심각한 표정으로 김의원이 다시 창문을 향해 선다.
핸드폰을 거는 김의원.
김의원 난데,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장회장 선에서 짤라야겠
어. 그럼 부탁하네.
핸드폰을 끊으며 창 밖을 내다보는 김의원.
54. S 호텔 복도 또는 술집 복도(낮)
상두 나오면 부장 기다리다가 황급히 따라나온다.
부 장 회장님!
상 두 말씀하세요.
부 장 잠시 외국에 다녀오시는 게 어떠신지요?(여권과 비행기표
를 내민다)
상 두 (물끄러미 여권을 보다가) 부장님이 다녀오시지요, 외국엔.
부 장 소나기는 피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없어요. 상황도 안좋고
요.
상 두 ....(걷기만)
부 장 출국금지가 걱정되시면 (은밀히)밀항이라도...
상 두 (멈추고) 저...
부 장 네?
상 두 (웃으며) 내일 제 결혼식장에 오실거죠?
부 장 회장님!!!
상 두 내일 뵙죠. (가려면)
부 장 (아연실색) 이러다 정말 후회하십니다, 회장님!
상 두 사랑은 모든 걸 거는 겁니다. 그래야 후회없이 사랑했다 할
수 있죠.(부장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55. S 신부 대기실 (낮)
은영의 웨딩 드레스를 만져주고 있는 인경.
인 경 기분이 어떠니?
은 영 좀 떨려...나...잘 하는 거겠지?
인 경 (눈 동그래지며) 너 이제 와서 왜 그래? (은영을 보더
니) 너, 후회하니?
은 영 (애써 웃으며)...그런건 아니고...
인 경 (표정 풀어지며) 기집애, 복에 겨워서. (은영을 살짝 안아주
며) 누구나 요맘땐 좀 불안해져.
은 영 ...그런가봐...
인 경 너, 잘 살아야 해.
은영 웃으며 끄덕이는데,
이때 은영모와 은호가 들어오며,
은영모 근데 왜 아직 신랑이 안 온다니? 은호야, 니가 전화한
번 해봐.
은 호 어, 그래. (한쪽에서 전화를 건다.)
은영모 하객들도 정말 많이 왔더라. 기자들도 많이 오고...
은 호 (전화) 매형이세요? 왜 아직 안 오세요? (사이) 아, 지
금 다 오셨어요? 예, 예. (전화 끊으며) 도착했대요.
은영모 그래? 우리도 나가자.
호들갑스럽게 은영모와 은호 나가고,
은영이 조금 설레기도 하고 예식을 준비하는 떨리는 표정.
56. S 결혼식장 (낮)
결혼식이 시작되고, 은영모와 은호, 소라의 모습이 보인다.
소라는 아기를 안고있다. 영진과 인경의 모습도 보인다. 기자들로
북적대는 식장.
사 회 (E) 지금부터 신랑 장상두군과 신부 최은영양의 결혼
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하객여러분께서는 모두 자리에 앉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먼저 신랑입장이 있겠습니다.
하객들과 가족들 돌아보면,
식장입구에 나타나 서는 장상두.
사 회 (E) 신랑 입장.
음악이 연주되면서 상두가 씩씩하게 걸어 들어온다.
57. S 대포집 (낮)
손님이 없는 술집 안.
소주를 앞에 놓고 무표정하게 물끄러미 앉아있는 경수.
장미꽃을 팔러온 할아버지가 들어온다. 둘러보고는 그냥 나가려다
가,
경수의 탁자에 비닐에 쌓인 장미꽃 한송이를 올려놓는다.
경 수 됐어요, 할아버지.
꽃을 내밀며 하나 사달라는 듯 싱글싱글 말없이 웃는 할아버지.
경수, 할수 없다는 듯 지갑을 꺼내 천원짜리를 꺼내 내민다.
노 인 이천원일세.
경 수 (한숨 쉬며 천원을 더 꺼내 내민다.)
노 인 (받으며) 젊은이가 낮부터 왜 혼자 술을 먹나?
경 수 그냥요... 낮술은 태어나서 처음 마셔보는데, 기분이
괜찮네요. 한잔 드릴까요?
노 인 됐네... 낮술은 몸에 안 좋아. 너무 많이 마시지 말게.
노인은 나가고,
테이블 위에 놓인 장미꽃을 내려다보다가 소주를 마시는 경수.
58. S 결혼식장 (낮)
단상 위에 상두가 서있고,
웨딩마치가 시작되면서,
은영부의 팔을 끼고 신부입장을 하는 은영.
천천히 식장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은영.
(은영의 시점) 상두에게로 조금씩 다가가는 카메라.
은영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상두.
점점 다가오는 은영.
상두, 은영부에게서 은영을 인계 받으려고 몇 걸음 걸어나오는데,
이때 갑자기 식장으로 들이닥치는 양복차림의 검찰직원들.
뭔가 싶어 하객들 약간씩 술렁거리는데,
상두에게로 직행해오는 검찰직원들.
상두가 은영을 맞아 손을 뻗고 은영이 상두의 손에 손을 얹으려는
데,
이때 양옆에서 상두를 붙잡는 검찰직원들.
검 사 장상두씨 주가조작과 사기 및 공금횡령, 뇌물공여, 알
선 수재 혐의로 긴급체포 합니다.
상 두 왜 이래요? 당신들 뭐야?
놀라는 은영.
이내 상두를 끌고 나가는 검찰직원들.
은 영 어머, 상두씨!
은영모와 은영부, 은호도 달려들어 말리고,
은영모 왜들 이러세요...
은영부 뭘 잘못 아셨겠죠? 지금 결혼식 중입니다.
상 두 왜 이래? 이거 놔? 난 죄 없어. 깨끗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는 결혼식장.
어떻게 해야할지 허둥대며 서있는 은영.
상 두 (끌려가면서 은영을 돌아보는) 은영씨! 은영씨!
끌려가는 상두를 보며 현기증을 느끼는지, 쓰러지는 은영.
인 경 (은영에게 쫓아나오며) 은영아!
상두를 따라가며 말리던 가족들, 그 소리에 모두 은영을 돌아보
고,
은영을 부르며 달려든다.
59. S 정미집 현관 앞 (낮)
경수가 장미꽃 한 송이를 들고 초인종을 누른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정미가 나타나면,
쓰러지듯 정미를 덥썩 안는 경수.
정 미 어머, 오빠...왜 이래?
경수, 장미꽃을 정미에게 준다. 기뻐하는 정미의 얼굴과
복잡한 경수의 얼굴에서 스톱.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