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명고] 32
씬1. 낙랑국, 하랍산 신각 앞 (밤)
어둠에 잠긴 하랍의 신각이 신비한 느낌을 준다.
씬2. 동, 하랍산 신각 안 (밤)
단군왕검의 진영만이 걸개그림으로 걸려있다. 아무런 장식도, 단도 없고.
한쪽에 물이 고이는 샘이 조그맣게 만들어져 있다.
퐁퐁- 지하수가 솟아 일정하게 차있는 샘에, 표주박이 떠있다.
자명, 자묵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녀, 한쪽에서 조용히 듣고 있다.
자묵 : 왕자실 부인을 살려주시겠습니까?
자명 : 차후가 대체 그대에게 무엇이길래? (자신에게 마지막까지 독약을 먹인 일로, 더는 존대하지 않는다)
자묵 : 살아 연모했고.. 죽어 연민하는 분입니다.
자명 : 하하하- (웃고) 차후는 악행이 많은 사람. 죽어 마땅합니다. 이곳을 나가면, 내 하늘을 대신해 그 여인을 벌할 것입니다.
자묵 : (고개를 끄덕인다) 공주님 손에 죽어야하는 분이 맞지요...
자명 : (잠시 생각하다가) 차후를 살려주면, 그대는 내게 낙랑을 구할 방도를 알려주겠소?
자명, 자묵을 뚫어질 듯한 시선으로 본다. (Dis)
씬3. 낙랑국, 진양궁 망루 (밤)
망루(혹은 연못 정자)에 올라 먼곳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 모하소. 동고비, 시립하고 있다.
최리, 모하소를 발견하고 걸음을 옮긴다.
태감장, “폐하께서 납시셨사옵니다” 전언하고, 최리를 따르려면.
최리, 손짓으로 따라오지 못하게 하고 모하소에게 간다.
모하소 : (멀리 동쪽에 시선을 두며) 하랍산이 보이질 않습니다.
최리 :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며..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를 찾기 위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오.
모하소 : (본다)
최리 : 자명인, 혼자 힘으로 근원을 찾아냈고,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찾고 있소. 당당하고 장하지 않는가?
모하소 : 기특하고,장하면서도, 딱하고·아립니다. 충분히 안아주지 못한 에미의 심정이 이렇듯 어리석습니다.
최리 : .. (모하소의 어깨를 가만히 북동쪽으로 돌려준다) 하랍은 저쪽이네.
씬4. 낙랑국, 진양궁 미앙전 라희의 침소 (밤)
라희, 잠들어 있다.
왕자실, 침상에 걸터앉아 잠든 라희를 사랑스럽게 본다.
왕자실 : 너는 손에 비리고 역한 것을 묻히지 말거라. 혈육의 피도, 그로 인한 비난도, 다 에미가 감당할테니..
내가 깔아준 비단길을 걸어.. 뭇백성에게 칭송받는 여왕이 돼야한다.
라희 : ..
치소, 들어와 조용히 왕자실에게.
치소 : 하랍에서 대장군이 돌아왔나이다.
왕자실 : .. (라희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 일어난다)
씬5.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밤)
왕홀, 서서 기다리고 있고. 왕자실, 들어온다. (치소는 밖에 있고)
왕홀 : (왕자실이 들어오면 즉시) 자명공주 약에 뭘 섞었습니까!
왕자실 : 칠점사 독이다. (자리에 앉고) 이번엔 확실히 숨이 끊어졌더냐?
왕홀 : 죽고,삶은 인간의 영역 밖이라고, 하랍의 신녀 말하더군요.
왕자실 : 아직 살아있단 뜻이냐..?
왕홀 : (가만히 왕자실을 보다가) 참으로 안쓰럽습니다.
권력은, 혈육의 피에 두 손을 담그고까지 지켜야할 만큼 가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왕자실 : 패자의 가치와 승자의 가치는 다르지.
왕홀 : 누가 이기고,졌는지는 먼 훗날 판단되는 것입니다.
왕자실 : 먼 훗날? 흐흥.. (웃고) 돌무덤서 썩어 문드러진 다음, 훌륭하다 칭송받으면 무에 기쁘리?
왕홀 : (안타까운) 누님.
왕자실 : (OL) 네 누나 왕자실은. 과거에 철퍼덕 눌러앉아 회한만 일삼지도, 오지 않는 미래를 몽상하며 한심한 꿈이나 꾸는
패배자가 아니다. 지금 바로 이 순간! 바로 이 시각! 오직 바로 이 자리!를 사는 사람이다.
왕홀 : ..
왕자실 : 현실의 사람이 되지 않으면 결코 승자가 되지 못하느니..
씬6. 낙랑국, 하랍산 신각 안 (밤)
자명, 자묵을 빤히 보며 재촉한다.
신녀, 흥미 있게 지켜보고.
자명 : 내 차후를 살리면, 그댄 내게 낙랑을 구할 방도를 일러주겠소?
자묵 : .. (고개를 젓는다)
자명 : 죽어 마땅한 차후의 목숨을 구걸하면서, 그도 못하는가?
자묵 : 사람이 명을 다하면 죽듯, 나라도 명을 다하면 죽습니다.
자명 : ? (무슨 뜻일까?)
자묵 : 삼황오제(三皇五帝)의 나라도 하(夏)·은(殷)·주(殷)도, 합려의 월나라, 구천의 오나라도..
누가 이겼다,졌다가 없이 스러졌습니다. 천하가 덜덜 떨던 시황제 영정(?政)의 진(秦)도.. 세월 속에 흩어졌지요.
자명 : .. (본다)
자묵 : 인간이 생,노,병,사 속에서 흩어지듯, 세상의 그 어떤 나라도 흥,망,성,쇠의 고리를 벗어날 수 없음이 대우주의 법칙.
그 고리를 끊을 힘이 우리에겐 없지요.
자명 : 손가락을 끊고, 허벅지 살을 베, 부모의 죽음을 막는 자식들도 있어요.
자묵 : (본다)
신녀 : ..
자명 : 낙랑도·고구려도 언젠간 망하겠죠. 하지만 낙랑,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나랍니다.
아직 멸망할 때가 아니기에, 하늘이 날 살리신 겁니다.
자묵 : 흐흠..
자명 : 단군왕검께서 낙랑을 붙잡으라고. 전쟁을 막으라고. 하랍에까지 부르신게 아닐까요?
신녀 : 자묵. 그건 저 아이 말이 맞아.
자묵 : .. (신녀를 한번 보고, 자명에게) 그러자면 놓아야할게 있을텐데요..
자명 : 세상에 죽은 이로 살겠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자묵 : .. (자명의 목을 향해 손을 뻗는다)
자명 : !! (놀라 몸을 비키려는)
이미, 자명의 목에 걸려있던 뿔피리가 자묵의 손에 넘어가 있다. (벗겨간 것은 아니다)
자묵, 손바닥을 펼쳐 자명의 뿔피리 목걸이를 본다.
자묵 : 목숨이 끊어진다고 마음까지 끊어지는 건 아니지요.
자명 : ..
자묵, 미소 지으며 자명을 바라본다. (Dis)
씬7. 고구려, 졸본성 성앞 (낮)
(자막) 고구려, 졸본성
게으른 군사들, 군복을 흐트러지게 입고 늘어져 있다.
호동과 태추, 우나루와 함께 도착했다.
군사1 : 뭐하느냐! 대장군님이 오셨는데! 연락도 못받았느냐!!
철상(졸본성 군두)과 군사들, 어기적거리며 일어나 창을 엉거주춤 꼬나 잡는다.
우나루 : 쯧쯧쯧.. 둬라 이미 버린 놈들. 뭘 바라리.
철상 : 우릴 버린 건 국내성이지요~
호동, 함거에서 나온다. 우나루, 함거 뒤에 묶었던 태추의 밧줄을 단칼에 끊는다.
우나루 : (호동에게) 해명태자 자결 후 대대로 뭐가 꼬였는지, 삐딱한 놈들이 삐딱하게 사는 곳이오.
호동 : .. (둘러본다)
우나루 : (진심이다) 내 손으로 그댈 가르쳤네. 고구려의 왕자가 지켜야할 것은 목숨이 아니라, 자존심 아니겠소? (손을 잡는다)
호동 : 자결은 안합니다. 고모부님, 이 제자 원래 비루한 놈이니, 비루하게 이곳에 터 잡고 살겠습니다. (미소)
우나루 : (호동의 손을 확-던지고) 맘대로 하게!! 이 우나루, 왕자에 대한 미련 따윈 이젠 진짜 땅바닥에 패대기칠 테니!
우나루, 자신을 따라 온 군사들에게 “가자!!”하며 돌아선다.
호동, 그 모습 보다 삐딱한 졸본의 군사들을 본다.
호동 : (태추에게) 군사들을 빠짐없이 옛 강국전 앞으로 집합 시켜라.
태추 : 뭐하시게요..?
호동 : 유폐된 왕자라도, 군사사열은 해야질 않겠느냐.
철상과 시선이 마주치면, 호동 빙그레- 웃어준다.
씬8. 동, 졸본성 앞 공터
호동, 초라한 졸본의 군사들 스무명 남짓에게 사열을 받고 있다.
호동과 태추, 군장을 했고. 군사들, 여전히 헤벌레한 차림이다.
태추 : 앞으로 졸본을 맡으실 호동왕자님께 군례를 올려라!!
철상 : 졸본을 맡는게 아니라, 쫓겨온 것이겠지~
태추 : 이 놈이!! (검에 손을 댄다)
철상 : 니가 군두면, 나두 군두! 해명태자 그리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두, 내 아버진 대장군이 되셨다!
(검에 손을 대고, 태추를 노려본다)
호동, 철상에게 다가와 다리를 굽히고 앉아 허벅지를 움켜 잡아본다.
철상 : (깜짝 놀라고, 불손하게) 뭐하십니까!
호동 : (일어나고) 군두하기에는 게으른 대퇴(大腿)구나. 대장군이 되려면 땀 좀 흘려야겠다.
(군사들에게) 지금부터 나와 졸본의 군사들은 하루 훈련을 이리 한다.
졸본1 : 뜬금없이 뭔 훈련요?
호동 : 간시에서 갑시까지 활! 묘시에서 진시까지 창! 손시에서 병시까진 검!! 오시에서 미시까진 수박!
곤시에서 경시까진 축국을 한다!!
철상 : 반역의 땅이라, 선대왕 시절부터 졸본의 군사들은 전장에도 나가지 않습니다!
호동 : 그건 어제까지다! (검을 뽑아 들고) 훈련에 불참하거나, 게으른 자!! 군령으로 목을 베겠다!!
씬9. 고구려, 졸본 호동의 몽타주
호동과 태추, 군사들과 훈련을 하고 있다.
20여명.. 줄 맞추어, 태권도 같은 지르기 동작(웃통벗은체...)하고 있다
창.. 찌르기 동작을 하고 있다. 검 방패 2개조로 나누어 훈련하고 있다..
사뭇 진지한 (힘들어하지만...) 호동, 태추.
씬10. 낙랑국, 진양궁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최리와 왕자실, 모하소, 왕홀, 모양혜가 모여 있다. (태감장은 밖에)
최리 : 자명의 문제는 이 자리로 매듭짓겠다.
모하소 : .. (왕자실을 본다)
최리 : 공주의 신분도 찾지 못하고, 스스로 하랍으로 들어간 아이. 그런 선택조차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낙랑이 두 개로 쪼개지든, 세 개로 쪼개지든, (왕자실을 본다) 차후를 단죄하겠다.
왕자실 : 태녀에 대한 믿음만 확고하시다면, 신첩 또한 여기서 접겠습니다.
최리 : 태대부인 역시, 반수전에 대한 원한으로 또다시 남부칠현을 이용하면 대역죄로 다스리겠소.
모양혜 : 명심하겠나이다..
최리 : 영안전도 반수전도, 자명의 일로 결코 반목해서는 안된다. 후원이 시끄러우면 나라가 기우는 법.
원후와 차후는, 자명과 라희의 어미이기 전에, 낙랑국 만백성의 어머니임을 명심하라!
모하소와 왕자실, 자리에서 일어나 읍한다.
왕자실 : 황공하옵나이다.
모하소 : 신첩.. 생각이 모자라 염려를 끼쳤나이다. 만백성의 어미가.. 본분임을 잊지 않겠나이다.
최리 : (밖에다 대고) 태녀를 들여보내라.
씬11. 동,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앞
라희와 태감장, 궁녀들, 대기하고 있다.
태감장과 궁녀, 문을 열면 라희 안으로 들어간다.
씬12. 동,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최리와 왕자실, 모하소에게 읍하는 라희.
왕홀과 모양혜, 일어나 라희에게 예를 표하고.
최리 : 호동을 달아나게 하고, 대장군의 군사를 죽음으로 몬 죄, 그 벌을 내리겠노라.
라희 : 지의를 듣사옵나이다..
최리 : 변란의 시대, 통치는 제왕학만이 다가 아니다! 어려서부터 검술을 가르쳤으나,
자기 몸 하나 지킬 수 없고, 적국의 수장과 겨룰 수 없다면, 태녀의 자격이 없나니.
모하소 : (최리를 보며) 태녀는 여자이옵니다.
최리 : 그러면 이제부터 사내가 되도록 하라. 청해헌의 가전무예를 내 직접 가르칠 것이며,
대장군과 태대부인은 영호장원의 가전무예를 남김없이 가르치라!
왕홀/모양혜 : 삼가 지의를 받드나이다.
라희 : 성심으로 배우겠나이다.
최리 : 또한 태녀, 이미 과년했다. 국익에 도움이 될 배필을 골라, 서둘러 혼인을 치를 것이다.
라희 : !!
최리 : 원후는 태모의 자격으로 혼례청을 설치하고 태녀의 혼인준비를 시작하라.
모하소 : 예, 폐하.
왕자실 : (라희에게) 어찌해 대답이 없느냐!
라희 : ..
라희, 가슴 아린 표정으로 최리를 본다. (Dis)
씬13. 낙랑국, 진양궁 성겸전 마당
라희, 최리와 왕홀에게 2대 1로 검을 배우고 있다.
모하소와 왕자실, 다탁을 놓고 일산 아래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라희, 왕홀의 검을 막지 못하고 검을 떨어트린다.
최리 : (노해서) 정신을 어디다 빠트리고 있는 게냐!! 너 같은 장수 때문에 뭇 군사들이 죽어나가리!
라희 : (당당하고 똑 부러지게) 혼인을 거둬주십시오.
최리 : !!
왕자실 : (벌떡 일어난다) 태녀야!!
라희 : 아직 제 마음이 준비 되지 않았나이다.
최리 : 연경(演境)서 그리 군사를 희생시키고도, 정신을 못차렸느냐!
라희 : 이 몸, 태녀가 된 그 순간부터 단 한번도 솔직할 수 없었습니다.
세 분께서, 제 마음을 태녀 자리 뒤에 가두고 감추라,감추고 살라, 끝없이 요구하셨나이다.
최리 : (못마땅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다른 사람들이 혹여 들을까봐 걱정되는...)
씬14. 동,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라희 : 연경서 외삼촌 병사 열이 목숨을 잃었지요. 네, 다 이 태녀 때문입니다.
최리와 왕자실, 모하소, 왕홀만이 있다.
라희 : 사람의 목숨이 다 같은 것입니까? 그 가치가 무게에 달아 기울지 않습니까? 왕의 목숨과 왕비의 목숨이 같습니까?
왕의 목숨과 일개 백성의 목숨이 같습니까? 일개 군사의 목숨과 태녀의 목숨이 같습니까?
최리 : 왕의 목숨과 군사의 목숨이 같진 않아도, 적어도 바라보는 시선은 같아야 한다. 아픔은 같아야 해!
라희 : 건 너무 형식적이고 도학적인 말씀입니다!
왕자실 : 입 닫지 못하느냐!!
라희 : (OL) 이 태녀에게는 호동왕자의 목숨 하나가, 군사들 열의 목숨보다 무거웠습니다. (이미 작정했기에, 거침없는)
저는 말입니다!! 제 마음 안에서 호동왕자의 목숨이 더 무거워질까 두렵습니다!
왕홀 : 태녀마마! 지금 얼마나 위험한 말씀을 하시는지 알고 계십니까!
라희 : 그러니 아바마마!! 시간을 주십시오. 지금 당장 다른 사내와 혼인하라하지 마십시오!
제 마음 안에서 호동왕자가 가벼워지고,가벼워져 새털처럼 날려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주십시오!
최리 : (분노한 눈길로 라희를 본다) 낙랑의 죄인이 되고 싶으냐?
라희 : 솔직한게 죄는 아니옵니다! 몰아붙인다고 이미 생겨난 마음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왕자실 : (안타까운) 입 다물라! 입 다물어!! 그만 쳐 닫으란 말이다!!!
최리 : 너를 폐하고.. 대장군을 후계로 세우고 싶은 마음이 치미는구나.
모하소 : (최리를 본다) 라희에게 호동왕자, 첫정이옵니다. 그 정을 어찌 그리 쉬 접겠습니까?
최리 : ..
라희 : (가련하지 않고, 당당하게) 통촉해 주시옵소소, 아바마마! (부복한다)
씬15. 낙랑국, 전경 (밤)
밤이 깊어진 낙랑국의 전경
씬16. 낙랑국, 진양궁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밤)
태감장과 궁인들, 불 밝힌 칠지등을 놓고 조용히 밖으로 나간다.
침통한 분위기 속의 최리와 왕자실, 모하소, 왕홀.
라희, 여전히 바닥에 부복해 있다.
최리, 서성거리다가 발걸음을 멈추고 부복해 있는 라희를 본다.
최리 : 왕이란 말하는 자가 아니라, 귀 기울이는 자다.
라희 : (올려다본다)
최리 : 참된 왕의 귀는 범부와 달리 (자신의 귀를 만지며) 여기에도 있지만, (가슴을 누르고) 여기에도 달려 있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도 귀를 달고 있거늘. 어찌 용인 왕이 귀를 열지 않고, 경고망동 입을 여는가?
라희 : 아바마마. 수없이 많은 날들을.. 참고,참고.. 이 태녀 입을 열었나이다.
제게 호동을 놓을 시간을 주십사.. 청원 드린 것이옵니다.
모하소 : .. 폐하..
최리 : (라희를 보다) 너나, 영안전,반수전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너를 믿고,아끼는 낙랑의 백성들을 생각해.. 잠시 혼인을 미룬다.
라희 : (기쁜) 아바마마!! (일어난다)
최리 : 지금부터 태녀는 호동을 내려놓고, 그 마음 안에 낙랑국을 다시 담아라.
라희 : 그리하겠나이다.
최리 : 낙랑국과 낙랑의 백성들로 네 마음을 다 채우지 못한다면, 라희를 태녀의 자리에서 내리고, 대장군으로 국본을 세우겠다.
라희 : 명심하겠나이다, 폐하...
라희, 읍하고. 최리와 모하소, 왕자실, 왕홀, 근심어린 표정으로 라희를 바라본다. (Dis)
씬17. 낙랑국, 하랍산 차차숭 있는 곳 (아침)
신녀, 차차숭과 미추, 일품이 기도 하는 모습을 본다.
미추, 신녀를 향해 돌아본다.
미추 : 신녀님!! 우리 공주님은 깨나셨나요!
차차숭 : 오늘도 나오시지 않으면, 박차고 뛰쳐들려 했습니다!
신녀 : 두 발 달린 것들 치곤, 꽤나 귀여운 녀석들이군.
씬18. 낙랑국, 하랍산 신녀의 집 방안
달랑 한 칸의, 살림살이 없는 빈방이다.
차차숭과 미추, 일품, 신녀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
차차숭 : (놀라서) 문을 막으면 공주님, 뭘 먹고 목숨을 잇는단 말입니까!
신녀 : 하늘의 뜻 읽는 신녀가 그리 쉬우냐? 섣불리 하늘을 보면 최리의 말처럼, 혹세무민하는 미친년 되기 십상이니.
미추 : 굶어 죽구 나서 신녀가 되믄 뭐하나요?
신녀 : 그 안에 먹을 게 없다 누가 그러더냐?
차차숭 : 아, 물론. 샘이 있으니. 그 웅뎅이에 혹.. 물고기나 물뱀이나 뭐 물길 따라 올라올 수두 있을테니,
잡아먹을게 영 없는 건 아니겠으나.. (하는데)
신녀 : 이런 끔찍한 것들을 봤나! (피식-웃고) 하늘을 대신해, 살아있는 모든 생명들을 안쓰러이 여겨야 하는 게
신녀의 본분인데, 뭘 먹어?
일품 : 공주님은 보통 사람으루 살아왔습니다. 배고픔 먹어야 하고, 잠오믄 자야하구. 그러다 정말 생명을 잃으실 수도..
신녀 : (냉정하게) 그렇담 죽어야지.
씬19. 낙랑국, 하랍산 신각 앞/신각 안
출입문이 나무판으로 가려지고 있다.
자명, 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며, 하늘의 뜻을 배우고자 집중하고 있다.
신녀의 감시 속에 차차숭과 미추, 일품, 망치질로 입구를 막고 있다.
차차숭 : 이.. 문은 언제 열리나요?
신녀 : 때가 되면 절로.
미추 : 때가 안되면요?
신녀 : 자명의 무덤이 되겠지. (차차숭에게) 솔잎에 보리 섞어 빻은 가루가 한 자루는 있다.
일품 : ... (안에다 대고) 공주님!! 우리가 밖에 있습니다!! 겁먹지 마십시오!
신각 안의 빛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자명, 여전히 집중하고.
일품의 소리가 들린다.
(일품의 소리) : 공주님!! 하늘의 뜻을 읽는 그날까지. 단장님, 아줌마, 소인. 예서 한발짝도 뜨지 않겠습니다!!
씬20. 낙랑국, 하랍산 신각 안
자명의 앞에, 자묵이 스르륵- 나타난다.
자명 : 차후를 한번은 용서할테니, 내게 낙랑을 구할 방도를 일러주십시오.
자묵 : (뿔피리를 보며) 그 주인에 대한 집착은 끊었습니까?
자명 : .. 아무리 끊어보려 해도 끊어지지가 않습니다.
자묵 : 보고 싶으십니까?
자명 : 그냥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목이 메인다) 구미구미 일각일각이.. 아픕니다.
자묵 : 집착이 들어선 자리에는 다른 것이 들어오기 어려우니, 하늘의 뜻을 알고자 한다면.. 그 마음을 비우십시오. (미소)
자명 : ..
씬21. 고구려, 졸본 호동의 몽타주
겨울바람 소리 요란하다.
눈 내리는 전경. 혹은 눈이 쌓인 모습(1,2부의 한 장면을 인서트컷으로)
호동, 털 달린 겨울옷을 입고 자신의 숙소에서 라희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국내성과는 달리, 평민숙소 같은 방)
호동 : ..
(호동의 소리) : 라희, 이번에 보내는 글은 그대에게 닿을지 모르겠소.
나를 살려준 그 일로 인해, 그대가 얼마나 고초를 당했을지.. 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소.
씬22. 낙랑국, 진양궁 미앙전 라희의 침소
라희, 역시 겨울옷 차림이고. 방 한쪽에 숯불 화로가 놓여 있다.
라희, 도수기가 전하는 호동의 두루마리 편지를 받는다.
도수기 : 졸본에서.. 또 글이 왔습니다.
라희 : (받는다)
라희, 도수기가 읍하고 나가면 편지를 연다.
라희 : ..
(호동의 소리) : 국내성을 떠나, 삭풍 몰아치는 이 궁벽한 졸본에 있으니, 그대가 더욱 그리워지오.
꿈길을 따라, 라희에게 갈 수 있다면.. 미앙전의 문턱은 이미 내 발길에 닳아 먼지가 되었을 거요.
라희 : ..
라희, 답글을 쓰려고 붓을 든다. 두루마리를 펼쳐서 ‘好童王子’라고 쓰다 붓을 놓는다.
라희, 자신이 쓰던 글을 숯불화로에 넣는다.
호동의 두루마리 편지를 잘 말아, 자신의 머리끈을 풀어 소중하게 묶은 다음, 반닫이 장을 연다.
장 안에 궤가 있다. 라희, 궤를 열고 두루마리를 넣는다. 그 안에 호동이 보낸 두루마리 편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라희 : .. (가슴이 아픈)
씬23. 고구려, 졸본 호동의 몽타주 (성 앞 공터)
시간이 흐른다. (다시 여름)
호동의 군사들이 불어나고 있다. (50명준비)
호동이 짠 훈련계획에 따라 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성곽위에서 바라본 군사들. (CG합성 200여명)
씬24. 낙랑국, 하랍산 신각 안
자묵, 자명의 얼굴을 가만히 본다.
자묵 : 조금은 가라앉으셨군요.
자명 : (환한 미소)
자묵 : 억지로 미래를 보려하면 자신의 생명을 태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후회하지 않겠습니까?
자명 : 낙랑국을 지킬 방도가 그것 밖이라면 그리 해야죠.
자묵 : 하나라 우 임금은 덕이 많아, 두 마리 용이 내려와 임금을 지켰습니다.
자명 : .. (본다)
자묵 : 한나라 무제의 대신 동방삭은 사람이 아니라 원래 세성의 신선이었습니다. 믿어집니까?
자명 : 아뇨.
자묵 : 이 자묵의 존재는 믿기십니까?
자명 : 반쯤요. 반은 꿈이 아닌가 싶고, 독 때문에 보는 환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묵 :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은 서푼의 지식으로, 하늘을 다 안다 생각하지요.
내 마음을 그물처럼 덮고있는 편견과 오만을 걷어 버리면, 못 믿을게 없습니다. 마음을 더 깊이 열어보십시오..
씬25. 낙랑국, 라희의 몽타주
라희, 왕홀과 최리에게 검을 배운다.
라희, 모양혜에게 검과 암기를 배운다.
라희의 경공술과 검 실력이 (1부에서 북을 찢던 그 수준으로) 비약 발전하고 있다.
씬26. 낙랑국, 하랍산 신각 앞/신각 안
일품, 칼을 들고 나무판으로 막은 신각을 지키고 있다. 그 위로 계절이 흐른다.
자명, 신녀가 되기 위해 자묵의 지도를 받고 있다.
단군왕검 진영 앞에 간절히 기도 하는 신녀의 자세다.
씬27. 자명과 호동의 몽타주
자명, 간절히 기도하는데 머릿속에서 호동이 낙랑으로 쳐들어오는 모습이 살짝 지나간다. (1부의 모습)
자명 : !! (흠칫)
자묵 : .. (자명을 본다)
씬27-1. 호동 성 (시제는 D혹은 N)
밤이다. 북소리가 둥둥- 울리고 화톳불이 밝혀진 가운데 졸본성 모의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군사 50명+무술연기자10명)
호동, 자신의 직속 부대를 훈련시키고 있다.
철상이 지휘하는 부대와 태추가 지휘하는 부대가, 청,홍기를 나부끼며 전투를 하고 있다.
철상 : 저희 청군사들, 낙랑국 놈들 역할을 하려니 사기가 떨어집니다!!
왕자마마! 다음번 전투에는 태추군두에게 낙랑국 놈을 시키십시오!!
태추 : 어딜!! 감히 위대한 고구려군을 넘봐!! 넘볼 걸 넘봐야지!!
호동 : 하하- (웃고) 철상의 군사든, 태추의 군사든, 상대의 대기를 뺏는 이는 후일 대장군으로 봉하겠다!!
그 증표로, (자신의 검을 들어 보이며) 이 왕자검을 내리겠노라!!
군사들, 신나서 “와와와와!!!” 소리친다.
철상 : 청군!! 낙랑의 군사들은 사력의 다해, 고구려 놈들을 막으라!!
청색 대기를 펄럭이면, 철상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태추의 군사들에게 덤빈다.
태추 : 동요치 마라!! 홍군, 너희들은 우리 고구려 호동왕자님의 친위병사들이다!!
자부심을 갖고 낙랑의 군사들을 궤멸시키라!!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자!!
호동, 갑옷으로 무장하고 높은 단위에 서서 그들의 전투를 본다.
씬28. 낙랑국, 라희의 몽타주
왕자실, 반수전에서 라희에게 독을 가르친다.
다탁 위에 올려진 독약들.
라희 : 이게 다 뭡니까?
왕자실 : 이 에미, 너에게 이제 독을 가르치려 한다.
라희 : 이런 사술은 배우지 않겠습니다.
왕자실 : 죽이고 싶을 만큼 미운 인간이 없는데, 어찌 죽을만큼 사랑을 할까.
라희 : ..
왕자실 : 궁에서 몸을 지키려면 독을 알아야 한다. 네게 독을 쓰려는 자들이 있고. 네가 독을 써야할 정적들이 생길 터이니.
라희 : ..
왕자실, 독약의 재료를 하나하나 들어 설명한다.
왕자실 : 이건 노옹발이다. 할미꽃 뿌리로 만든 독약이지. 봄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강하지.
라희 : .. (냄새를 맡아본다)
왕자실 : 내장이 끊어져 피를 토하게 되는 단점이 있어 독살의 흔적이 남는다. (다른 것을 보며) 이건 협죽도다.
가지를 자를 때 흐르는 진액이 상처에 닿기만 해도 죽을 만큼, 독이 강하다만.. 아쉽게도 왜국과 안드라에서 나는 것이다.
왕자실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시간이 흐른다)
왕자실과 라희의 옷이 바뀌었다. 치소, 시중을 들고 있고.
라희, 작은 약함지에 노옹발을 빻기도 하고, 환을 빚기도 하고.
왕자실 : 칠점사 독은 조심해야 한다. 자칫 네 몸에 상처가 있으면, 오히려 네가 당하느니..
라희, 약 그릇에 금바늘 같은 암기를 담그고 독을 붓는다.
치소, 장갑을 건네면 라희, 장갑 끼고 핀셋 모양의 집게로 바늘을 집는다.
씬29. 낙랑국, 왕홀의 몽타주
왕홀, 말을 타고 하랍산을 향해 홀로 달려온다.
왕홀, 신각 앞에 온다. 신각 출입문은 여전히 봉해져 있다.
차차숭과 미추, 일품, 읍한다.
왕홀, 자명이 있는 막힌 전각을 본다.
차차숭 : (고개를 젓는다) 공주마마 아직이십니다..
왕홀 : ..
어느 밤.
왕홀, 다시 말을 달려 하랍산을 향해 온다.
차차숭, 이번에도 고개를 젓는다.
차차숭 : 송구합니다.. 대장군님..
왕홀 : ..
왕홀, 멀리 신각이 보이는 곳에 홀로 앉아 있다.
씬30. 낙랑국, 왕검성 율구헌 정원 (밤)
왕홀, 웃통을 벗어젖힌 채 홀로 검을 수련하고 있다.
모양혜, 나온다.
왕홀 : (본다) 주무시지 않구요?
모양혜 : 나는 늙어 잠이 없어졌다만. 홀이 네가 잠못 드는 까닭은 자명공주 때문이냐?
왕홀 : ..
모양혜 : 하랍산을 자주 찾는걸 알고 있다.
왕홀 : 안타깝습니다.. 공주님은 왜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는지.
모양혜 : 흐흠.. (살피다가) 사랑하고 있구나.
왕홀 : 형수님!
모양혜 : 고구려궁에서 내, 말하지 않았더냐. 사람이 사람을 보는 가장 깊은 눈이.. 연민이고, 안쓰러움이라고.
왕홀 : ..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양혜 : .. (왕홀을 본다) 내가 짐스럽겠구나.
왕홀 :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모양혜 : 너도 욕정이 있는 사내가 아니더냐. 이, 모양혜가 없었다면, 자명공주든. 태녀든..
홀이 네가 도가의 도사 마냥 이리 살 이유가 없으니..
왕홀 : 형수님이 살아계신 동안 효도를 다할 것입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왕홀, 검을 들어 다시 수련을 시작한다.
모양혜 : (혼잣말) 효도라... 흐흠.. (서운한 시선으로 왕홀을 본다)
씬31. 낙랑국, 하랍산 자명의 몽타주 (낮)
자명, 자묵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
자묵 : 오제 중의 한분인 황제(皇帝)에겐 적이 쳐들어오면 방향을 알려주는 지남차(指南車)가 있어,
치우가 아무리 법술을 부려 들판에 안개를 뿌려도 반드시 빠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믿어지십니까?
자명 : .. (고개를 젓는다)
자묵 : 황제에겐, 기(夔)란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신기한 북이 있어, 치우족을 물리쳤지요.
그 북소리, 오백리 밖에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 믿기십니까?
자명 : 못믿겠어요..
자묵 : .. (미소 짓는다)
자명, 홀로 있다.
자명, 배가 고프다. 표주박으로 샘의 물을 뜨고 자루에서 한줌 가루를 꺼내 탄다.
마시려는데, 신각의 천정에서 물 한방울이 똑- 하고 떨어진다. 표주박에 떨어지는 한방울 물소리가 전각을 가득 울린다.
순간, 귀가 터질 것처럼 큰 북소리가 둥둥- 들려온다.
(플래시) 자명의 눈 앞에, 거대한 자명고가 일순 보여진다.
자명 : !!
자묵과 신녀가 함께 나타난다.
자묵 : 북방의 천제 전욱(?頊)에게는 저파룡(猪琶龍) 가죽으로 만든 북이 있었지요.
그 소리는 맑고도 신비한 힘이 있어, 전쟁에 이 북이 없어서는 안되었다 합니다.
자명 : (OL) 믿어져요!! 믿어집니다!!
자묵 : (본다)
자명 : (흥분한) 그 북을 봤어요! 그것이 황제의 북인지! 전욱의 저파룡 북인지! 낙랑의 북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신비한 북을 봤습니다!!
자묵 : (미소 짓는다) 마지막 관문만이 남으셨군요.
자명 : (본다)
자묵 : 뿔피리의 주인은 끊어 내셨습니까?
자명 : .. 못했습니다.. (자묵을 본다) 차후를 연모하는 그 마음으로, 날 이해할 순 없는 건가요?
자묵 : 세상에 이해 못할 것은 없지요. 다만, 그 마음이 낙랑국과 고구려에 어찌 작용할지..
자명 : 마음을 끊어내진 못했지만.. 숨기는 법은 알았습니다.
호동왕자에 대한 정으로, 낙랑국 삼십만 백성.. 고구려 십팔만 백성의 피를 부를 만큼 이 신녀, 어리석지는 않습니다.
자묵/신녀 : (자명을 본다)
자묵과 신녀, 자명에게 읍한다.
신녀 : 자묵과 나는 이제 그만 떠납니다.
자명 : 스승님.. (일어난다)
자묵 : 차후마마를.. 살려주겠다는 그 약속을 잊지 마십시오.
신녀 : (자묵을 보며 혀 찬다) 쯧쯧쯧..
자명 : 지키겠습니다, 반드시. 그러나 꼭 한번입니다.
자묵 : (고개 끄덕이고) 공주마마..이 늙은 귀신의 청을 들어주고..스승으로 대해준 그 마음을 봐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지요.
자명 : 예, 정성으로 듣겠습니다.
자묵 : 운명이란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고,설킨 것. 하늘의 뜻이 씨줄이라면, 인간의 오욕칠정은 날줄입니다.
해서.. 하늘의 뜻대로 다 되지도 않지만, 인간의 뜻대로 다 되는 것도 아닙니다.
신녀 : 자묵의 말을 명심하십시오, 공주님.
자명 : 두 분 스승님의 가르치심을 잊지 않겠나이다.. (깊이 읍한다)
씬32. 낙랑국, 하랍산 신각 앞
(자막) 이년 후. 낙랑국 하랍산
차차숭, 미추, 일품 기도 드리고 있는데...
자명 걸어 나온다...
세 사람, “공주님!!!” 반갑고, 울 것 같은 심정으로 부른다.
자명, 얼굴이 맑고 기품 있다. 마음의 찡그림이나 오욕칠정을 놓은 이의 얼굴이 주는 신비함이 감돈다.
차차숭과 미추, 일품, 자명이 조금 어렵다.
차차숭 : 공주님.. 걱정했습니다.. 혹시 승천이라도 하셨을까..
자명 : 인사도 없이 죽을린 없잖애~ (천진하게 웃는다)
미추 : 아휴, 우리 공주님 맞으시네~ 신녀가 되시니 어렵고 무서워 어찌 대하나 했어요~
일품 : 스무다섯달 만에.. 문후 여쭈옵니다. 무사하셔서 기쁘옵니다, 마마.
자명 : (미소 짓고) 세 사람에게 각각 임무가 있습니다.
차차숭 : 무엇인지..?
자명 : (일품을 보며) 그대는 궁으로 가, 폐하를 모셔오세요.
일품 : 예, 마마.
자명 : (차차숭과 미추를 보며) 두 분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것이라.. 힘들고 위험한 일을 주려합니다.
차차숭 : 이미 목숨을 공주마마께 내었습니다. 저희가 할 일이 무언지..?
미추 : 이 인간은 좌우간 목숨 거는 일이라면, 왜케 신이 나는 거야.
(흘기고, 자명에게) 공주님, 차차숭이랑 이 미추만 할 수 있는 일이 뭔가요?
차차숭과 미추, 자명을 궁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Dis)
씬33. 고구려, 졸본성
칠상과 군사들이 지키고 있다.
태추, 말을 타고 성안으로 뛰어 들어 온다..
태추 : 왕자님!! 왕자마마!! 왕자마마!! (소리 지르며 뛰쳐 들어간다)
씬34. 동, 호동의 침소 (밤)
수염도 기르고 중후한 모습의 호동, 낙랑국 지도를 보고 있다.
태추, 보퉁이를 들고 들어온다.
호동 : 꽤나 요란하구나? 완월헌엔 잘 다녀왔느냐?
태루 : 아, 예. (보퉁이를 한쪽에 놓고) 공주마마가 옷을 챙겨 주셨습니다.
호동 : 옷 때문에 요란한 건 아닐테고. 국내성 소식을 풀어봐라.
태추 : 놀라실 일, 세 가지가 있습니다.
호동 : (미소) 그렇게나 많이? 심약한 왕자 충격주지 말고, 약한 것부터.
태추 : 왕자님이 졸본서 반란군을 기르고 있다는 상소가 강국전에 빗발치고 있습니다.
호동 : 또?
태추 : 국내성에서 해애우 왕자님의 태자책봉식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호동 : 해애우가 벌써 그리 자랐단 말인가.
태추 : 어찌나 애 답지 않게 체구가 큰 지, 칼 차구 전장에 나가도 되겠답니다.
호동 : 흐흥.. 아바마마께서 기쁘시겠군. (미소 짓고) 둘 다 놀랍지 않다. 세 번째 것은?
태추 : 이번 중추절에, 낙랑국 건국 일곱해 축연을 기해, 낙랑공주가 혼인한답니다.
호동 : !! (놀라는) 상대가 누구냐!!
태추 : 청혼상대야 수도 없이 늘어졌으니, 최리가 고르기만 하면 되는데. 어쨌든 왕자님은 아니겠죠.
호동 : ... 국내성에 은밀히 전언을 보내라. 아바마마를 봬야겠다.
태추 : 예! (문쪽으로)
호동 : (잠시 보다) 진양궁 세작으로부터 다른 전언은 없었느냐?
태추 : (돌아본다) 뭔 전언요?
호동 : 뿌쿠의 소식은 없었느냐?
태추 : 왕홀과 혼인해, 율구헌에 꽁꽁- 파묻혀 잘 살고 있으니 아무 소식이 없는 거겠죠.
호동 : ...
씬35. 동, 호동의 침소 앞 복도 (밤)
문 열리고 태추, 나온다.
태추 : .. (호동의 숙소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씬36. 고구려, 국내성 완월헌 여랑의 침소 (태추의 회상)
(자막) 고구려, 국내성 완월헌(玩月軒) 우나루 대장군 저택
여랑, 호동의 옷가지를 챙겨주고 있다.
태추, 그 앞에 서 있고.
여랑 : 이미 뿌쿠는 낙랑국 장수들을 벤 일로, 최리의 손에 죽었다.
태추 : 사실이옵니까!! 마마!!
여랑 : 내 너에게 헛소릴 지껄이리!
태추 : 그것이 아니오라.. 딱해서... 뿌쿠도 가엾고.. 왕자님도..
여랑 : (OL) 그 계집, 최리의 손에 죽지 않았다면, 이 여랑의 손에 죽었으리!! 누구 때문에 호동이 졸본으로 쫓겨 갔는데!!
태추 : ..
여랑 : 호동이 이 소식을 알면 낙랑을 또다시 밟을 터.
혹여라도 호동의 귀에 뿌쿠 얘길 불어 넣는다면, 네 놈 혓바닥을 잘라버릴 께야!
씬37. 고구려, 졸본성 호동의 침소 앞 복도 (현실/밤)
태추, 머리를 벅벅- 긁고 걸어간다.
씬38. 동, 호동의 침소 (밤)
호동, 생각에 잠겨 있다.
(플래시) 31부,씬2
자명 : 나, 대장군과 혼인해요.
호동 : 왕홀과 행복하냐? 그 정이, 태산만큼 켜켜히 깊어졌느냐?
(눈매가 매섭다) 나, 이미 낙랑으로 떠날 준비가 다 됐다. 기다려라, 뿌쿠야.
씬39. 낙랑국, 진양궁 영안전 모하소의 침소 (밤)
모하소, 바느질을 하고 있다. 자명에게 입힐 신녀옷이다.
문 열리고, 동고비 들어온다. (동고비, 세월이 지나 몸이 나았다)
동고비 : 마마!! 원후마마!! 하랍산에서 일품이 왔나이다!!
모하소 : (벌떡 일어난다) 자명이가 드디어 나왔구나!!
동고비 : 예. (고개 끄덕이고) 성겸전에서 폐하를 알현하고 있나이다!
씬40. 낙랑국, 진양궁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밤)
최리, 일품에게 이야기를 듣고 있다.
모하소와 동고비, 들어온다.
최리 : 어서 오시게, 원후.
일품 : (모하소에게 읍하고, 동고비와 시선 마주치면 웃는다)
동고비 : .. (고개 끄덕이며, 미소 짓는다)
모하소 : 일품아. 오랜 세월 공줄 돌보느라 고생했다. 공주 건강은 어떠냐?
일품 : 그 긴 시간 화식도 끊으셨는데.. 건강하십니다. 이 세상 사람 같지 않으십니다.
모하소 : 이 세상 사람 같지 않다는 건..?
일품 : 소인 같은 천한 눈으론 뭐라 표현하기가..
최리 : 만나보면 알게 되겠지. 자명이 나를 불러, 밝으면 하랍으로 떠날 것이오..
모하소 : 신첩도 함께..?
일품 : 폐하만 뵙고자 하셨습니다.
모하소 : 내게 따로이 전하는 말은..?
일품 : 없었습니다.
모하소 : .. 그래.. (서운한)
씬41. 낙랑국, 진양궁 일각 (밤)
일품, 걸어간다.
소소, 칠지등을 들고 치소와 함께 걸어가다 얼핏 일품을 본 것 같다. 걸음 멈추고 뒷모습을 바라본다.
치소 : 뭘 꾸물거리느냐? 태녀마마, 기다리시는데.
소소 : 행카이를.. 본 것 같아서요..
치소 : 뿌쿠 죽고 떠났다 했는데, 유령이라도 봤느냐?
소소 : ..
치소 : 거지꼴로 찾아와 울구불구 매달리길래. 고구려궁에서 태녀마마 모신 정 생각해 거둬줬으면 시비 일에나 전념할 것이지.
퍽하면 사내에게 한눈 팔구. (흘기고)
소소 : 송구하옵니다, 여관장님.
씬42. 낙랑국, 진양궁 미앙전 라희의 침소 (밤)
라희, 소소의 시중을 받으며 어깨 안마를 받고 있다.
소소 : 태녀마마, 뿌쿠가 죽은 건 틀림없나요?
라희 : 그래. (소소를 보고) .. 왜 그러느냐?
소소 : (라희 앞으로 마주서면서) 아뇨.. 그냥 좀 이상해서요..
라희 : 내 눈으로 확인한 일이다. 흐흠.. 오랜만에 그 아이 이름을 다시 듣는구나. (노곤한 듯 눈을 감는다)
씬43. 낙랑국, 하랍산 일각 (다음날/낮)
최리, 태감장과 호위무사들과 함께 온다.
차차숭과 미추, 일품, 다가와 절한다.
차차숭 : 여기서부터는 신녀님의 거처이오니.. 송구하오나, 폐하께서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최리 : 알았다. (말에서 내린다, 태감장을 보고) 태감장.
태감장 : 예, 폐하. (비단 보퉁이를 미추에게 건넨다)
씬44. 낙랑국, 하랍산 신녀의 집 마당 (혹은 공터)
최리, 홀로 걸어온다. 뒤따라오는 세 사람. 미추, 보퉁이를 들고 있다.
기다리고 있는 자명. (하늘의 뜻을 알게 되면, 마음의 그림자가 사라지기에 천진난만하고 오히려 밝아진다)
최리 : 자명아...
자명 : (환하게 미소 짓는다) 이곳까지 오시게 해 송구하옵니다. (읍한다)
씬45. 낙랑국, 하랍산 신녀의 집 방안
최리와 자명, 다탁에 앉아 있다.
자명 : 신녀, 자명. 낙랑에 거대한 북을 만들고자 합니다.
최리 : 수인(垂仁)·함의(含義)·충지(充智)·돈례문(敦禮門) 진양궁 사방 네 곳과,
정광(正匡)·효명(曉明)·현덕(玄德)·천추문(千秋門) 왕검성 사방 네 곳 망루에 이미 전고가 있다.
자명 : 이 북은 전쟁을 알리는 전고가 아니라, 전쟁을 막는 북이옵니다.
최리 : (농담이라 생각하는) 그런 북이 어찌 있느냐?
자명 : 황제께서 치우족을 물리쳤던 기(夔)의 북이고, 북방의 천제 전욱(?頊)께서 지니셨던 저파룡(猪琶龍)의 북을,
단군왕검께서 낙랑에 내리려 하시나이다.
최리 : !! (자명의 말이 예사롭지 않다) 네.. 어찌 그런 것을 다 아느냐?
자명 : 누구나 하늘을 두려워하나이다. 하늘이 어여삐 여기는 나라를 두려워함은, 고구려나, 백제·목지국 매한가지 일터.
그들은 감히 낙랑의 신물이 두려워 도발하지 못할 것이옵니다.
최리 : 황제의 북이나.. 전욱의 북은 스스로 울렸다.
자명 : 낙랑의 북 또한 스스로 울릴 것이옵니다.
최리 : !! 가능하겠느냐?
자명 : 믿으소서.
최리 : ... (본다)
자명 : 이 신녀, 단군왕검께 고제(告祭)를 올리기 위해 진양궁으로 곧 가겠습니다. 북을 준비해 주소서.
(준비해 둔, 설계도를 꺼내 내민다)
최리 : .. (펴본다. 그 엄청난 규모에 놀란다) !! 이.. 거대한...
(인서트) 자명이 그린 자명고의 설계도면.
최리 : 진정 이 북을 스스로, 울리게 할 수 있겠느냐?
자명 : 참으로 진실된 일념은 태산을 옮기고, 바다를 가릅니다. 믿으소서.
최리, 자명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Dis)
씬46. 낙랑국, 왕검성 율구헌 마당
왕홀과 모양혜, 부달, 부퉁 등의 가신들, 시종들, 노비들, 예를 갖춰 최리를 맞는다.
왕홀 : 폐하, 어찌 신을 궁으로 부르시지 않고, 이 누추한 곳으로 몸소 납시셨나이까!
최리 : 지나던 길에. 대장군하고 술이나 한잔 나눌까 하고. 지난날 영호장원서, 내 곧잘 태대부인 밥을 맛있게 먹었지.
부달 : 태대부인 마님, 음식 솜씨를 보옥방(保玉房) 궁인이 어찌 따르겠습니까~
최리 : 태부(부달의 벼슬이 올랐다)의 말이 맞다. (웃는)
모양혜 : 생선국을 씨원~하게 끓이겠나이다~
씬47. 동, 율구헌 한 방
최리와 왕홀, 부달이 다탁에 앉아 있다.
다탁 위에 자명이 준, 자명고 설계도가 펼쳐져 있다.
부달 : 이런 북이.. 가능하겠습니까!! 만든다 쳐도, 어찌 스스로 울리겠습니까!
왕홀 : 폐하, 신은 믿습니다.
화식을 끊고, 스무다섯 달을 하랍 신각에서 사신 공주님이라면, 능히 이 북을 울릴 수 있을 것입니다.
최리 : (고개를 끄덕이고) 이는 낙랑의 신물이니. 고구려 무휼의 귀에는 물론이오. 우리 백성들 귀에도 들어가서는 안된다.
부달 : 그렇지요~ 신물은 신비함이 있어야 신물이 되지요~
최리 : 태부는 한나라 양주 땅을 훑어 황소가죽 삼백장을 은밀히 들여오고.
(왕홀에게) 대장군은 신물을 모실 전각을 서둘러 지으라.
왕홀 : 예, 폐하!!
부달 : 잘생긴 황소놈 가죽을 벳겨오겠나이다!! 폐하!!
씬48. 고구려, 졸본성 연병장 (성앞 공터)(다른날/낮)
호동, 태추와 함께 국내성으로 가기 위해 군사들의 사열을 받고 있다.
처음과 달리, 군기가 바짝 들어 형형한 군사들.
철상 : 졸본의 군사들이 마마를 호위하겠나이다!!
태추 : 대왕마마께서, 왕자마마와 이 태추만이 청화북문을 넘을 수 있다 하셨다.
철상 : 궁에서, 마마가 졸본의 무리들과 반역을 꿰하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는데 어찌 군사 없이 가시렵니까!!
호동 : (졸본성의 군사들을 본다) 내, 너희들 가슴의 한이 무엇인지 안다!! 기다려라!!
당당히 졸본의 군사로 호동의 군사로, 고구려의 군사대접 받을 수 있는 날을 만들어 줄 것이다!!
군사들, 창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함성을 지른다.
호동과 태추, 말에 올라 연병장을 지나간다.
철상 : 왕자마마!! 다녀오십시오!!!
철상과 직위 있는 군사들, 군례를 올리고.
군사들, “왕자마마 만세!! 만세!!” 외치며 여전히 창으로 땅바닥을 두들기며 환호한다. (Dis)
씬49. 고구려, 국내성 전경
씬50.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대무신왕의 집무실
대무신왕, 우나루, 을두지, 송옥구, 추발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송옥구 : 졸본의 군사들,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 하옵니다. 호동왕자의 사병이지, 그들은 결코 고구려의 군사가 아니옵니다.
대무신왕 : .. (우나루를 본다)
우나루 : 원래 졸본의 군사 수는 유사시에도 성 안팎을 다 합쳐 오십을 넘을 수 없도록 선대왕께서 정하셨습니다.
호동왕자의 군사 오백을 넘었나이다.
추발소 : 국내성 저잣거리에도 졸본에서 왕자가 쳐내려온다,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을두지 : 말을 삼가게! 소문은 소문일 뿐. 호동왕자 반역한다는 증거가 되질 않소!
송옥구 : 백성의 입은, 천심이고 민심이다. 우보가 늘 입에 매달던 소리가 아닌가?
을두지 : 폐하의 군사가 일만 팔천입니다! 고작 오백으로 반역을 꾀할 만큼 호동왕자가 어리석습니까!!
대무신왕 : ..
송옥구 : 궁지에 몰리면 쥐가 괭이를 물지. 비류나부는 이 송옥구가 말려 잠잠하지만
사오나부에서 연일 해애우 왕자마말 태자로 세우시라 주청 드리고 있으니, 호동왕자 위기를 느낄 수도 있지.
을두지 : 고추가 어른!! 왕자의 군사면 폐하의 군삽니다!! 모략 하지 마십시오!!
송옥구 : 모략? 내가 지금 모략을 하는가? 호동왕자의 고모부인 대장군에,
한때 스승이었던 남부사자까지 구워삶아, 작당질로 모략하는 걸로 보이시나!
대무신왕 : (우나루를 본다) 대장군은 말해보라. 비류나부와 작당질을 했는가?
우나루 : 신은 오직 폐하의 신하일 뿐입니다. (보고) 졸본 군사들 성분이 아주 나쁩니다.
부여 유민, 선비족 유민. 그놈들을 어찌, 폐하의 군사요, 고구려 군사라 보겠습니까?
추발소 : 다 떠나서, 유폐된 왕자가 자숙하지 못하고. 군사를 기르는 것부터가 말이 안됩니다!!
대무신왕 : .. (일어난다)
을두지 : 폐하!!
대무신왕 : 호동의 행동이 반역인지,아닌지 의견이 모아지면 다시 말하라. (나가는)
씬51. 고구려, 국내성 청화북문
호동과 태추, 말을 달려 청화북문을 넘는다.
태추 : 졸본성의 왕자마마, 폐하의 부르심을 받고 오셨다!!
군사들, 호동을 보며 쑥떡쑥떡 거린다.
씬52.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마당
대무신왕, 어린 해애우와 장난삼아, 연습삼아, 작은 목검으로 칼싸움을 하고 있다.
송매설수와 여랑, 일산 아래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시녀장, 흐뭇하게 보고.
해애우 : 얍! 얍!! 얍!!
송매설수 : 오~ 폐하, 해애우가 제법입니다.
대무신왕 : 어딜 아비한테 기어오르느냐~ 받아라! 얍! 얍!!
송매설수 : (박수를 치며 박장대소 한다)
여랑 : .. (속상해서 눈물이 찔끔 난다)
송매설수 : (여랑에게) 공주, 좀 봐요~ 폐하가 해애우에게 밀리고 있어요~
여랑 : 후우.. (한숨, 혼잣말로) 우리.. 불쌍한.. 호동일 어쩔꼬..
송매설수 : (매섭게 본다) 불쌍하긴 뭐가 불쌍하단 말이오? 폐하의 눈을 피해 군사나 기르는 패덕한 왕자가.
씬53.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앞
호동과 태추, 걸어온다.
대무신왕의 웃음소리, 해애우의 “얍얍!” 소리가 난다.
호동 : .. (의아해서 안을 본다)
씬54.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마당/오선전 앞
호동과 태추, 오선전 풍경을 보고 있다.
해애우, 작은 목검으로 대무신왕을 찔렀다.
해애우 : 아바마마~ 소자가 이겼습니다~
대무신왕 : 그래~ 해애우가 이겼구나~
대무신왕, 해애우를 번쩍 안아 든다. 해애우, 꺄르륵- 좋아서 웃고.
대무신왕 : 어서어서 자라거라. 애비가 더 늙기 전에, 검술을 다 배워야지~
해애우 : 히- (웃는)
호동 : .. (그 모습을 본다. 두 눈에 서글픔이 고인다)
내시장, 문득 호동을 본다.
내시장 : (놀랐다) 왕자마마!!
그 소리에 오선전 마당에 모인 사람들, 입구로 시선을 돌린다.
호동과 태추,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여랑 : 호동아!! (일어나서 다가간다)
호동 : .. (미소 지어주고)
호동, 대무신왕 앞에 선다.
호동 : 죄인 호동, 폐하의 부르심을 받고 졸본에서 돌아왔나이다. (읍한다)
대무신왕 : .. (호동을 본다)
송매설수 : 왕자, 어서오너라.
호동 : (읍한다) 어마마마. 문후 여쭈옵니다.
송매설수 : 졸본이 살기 좋은가 보구나. 전보다 혈색도 좋아지고, 왕자의 풍모가 중후하구나.
호동 : 칭찬의 말씀 황공하옵니다. (해애우를 본다)
송매설수 : (다가와서) 해애우야~ 인사해야지. 형님이시다. 졸본으로 유폐되지 않았으면 우리 해애우의 스승님이 될뻔 했지~
해애우 : (읍한다) 형님. 해애우입니다.
호동 : .. (가만히 본다)
해애우 : (웃는다)
호동 : (해애우를 번쩍- 안아 준다) 갓난쟁이가 많이도 컸구나~ 아바마마께 검을 잘 배워, 이 형님의 좋은 신하가 되려무나~
송매설수 : .. (표정 변한다)
대무신왕 : .. (호동을 보다) 따라오너라.
씬55.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대무신왕의 집무실
대무신왕과 호동, 들어온다.
을두지, 추발소, 우나루, 송옥구, 각기 호동에게 자신의 심리상태에 맞게 인사한다.
을두지 : 왕자마마.. (깊이 읍한다)
호동 : .. (미소 짓는다)
우나루/추발소 : 오셨소?/오셨습니까? (냉랭하니 인사하고)
송옥구 : 오~ 왕자님!! 실로 오랜만이옵니다~ 졸본의 군사들과 매일 훈련하고 지내신다더니, 건강해지셨습니다~
호동 : 외조부님이야 말로, 해애우 재롱에 더 젊어지셨습니다.
송옥구 : 하하- 고맙습니다. 앞으로 삼사십년은 작은 왕자마말 지켜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무신왕 : 다들 편수전 밖으로 나가 있으라. (내시장에게) 하덕도.
“예. 폐하” 하고 다들 물러간다.
을두지, 호동왕자의 손을 한번 잡아주고, 나간다.
씬56.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의 침소
송매설수와 송옥구, 초조하게 앉아 있다.
시녀장, 들어온다.
송매설수 : 호동, 폐하와 무슨 얘길 하더냐?
시녀장 : (고개 젓는다) 누구도 편수전 가까이 들어갈 수 없나이다. 호위군사들까지 다 내보내셨습니다.
송매설수 : (송옥구를 본다) 아바님..
송옥구 : 초조해하지 마세요. 오나부가 해애우를 지지하고. 무휼의 마음이 이미 호동에게서 뜨고 있어요.
송매설수 : ..
씬57.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대무신왕의 집무실
대무신왕과 호동, 말없이 앉아 있다.
호동 : (입을 뗀다) 해애우가 귀여우십니까?
대무신왕 : 요즘 들어 아버님 생각을 많이 한다. 아버님은 어째서 도절,해명 두 형님을 죽였을까?
어째서 한 배로 낳은 자식인데.. 나를 귀애하셨을까?
호동 : 늦게 본 자식이 귀한 것입니까?
대무신왕 : .. (일어나 서성인다) 두 형님이 네 할아버님을 실망시킨 거다.
호동 : (본다)
대무신왕 : 도절형님께 기대했다가 무너지자 해명형님께로 그 기대를 옮기고.
둘째 형님께 실망하시자, 내게로 당신의 기댈 옮기신 거지.
호동 : 소자에게 더는 기대하실 것이 없습니까?
대무신왕 : 졸본의 군사는 너의 군사냐? 내 군사냐?
호동 : 고구려의 군사요, 대무신 폐하의 군사입니다.
대무신왕 : 졸본의 군사는 호동의 군사냐! 나 무휼의 군사냐!!
호동 : 폐하!! 신 호동, 이년 전 약속드린 대로, 낙랑을 칠 폐하의 정예군사를 길렀사옵니다!! 무얼 염려하시나이까!!
대무신왕 : 자신의 눈앞에서 길러진 군사 열이, 자신의 눈 밖에서 길러진 군사 백보다 소중한 것이다. 그것이 왕의 본성이다.
호동 : 고구려 땅 어디도, 폐하의 눈길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사옵니다.
대무신왕 : .. (호동을 보다) 낙랑의 군사는 강해졌다.
호동 : 지난 번 네 관문이 깨어진 후, 최리와 왕홀이 의당 군사를 키웠겠지요.
대무신왕 : 최리의 딸이 곧 혼사를 정한다. 호동, 너는 그 혼인의 후보 명단에 들어있지 않다.
호동 : ..
대무신왕 : 오나부는 해애우를 원한다.
호동 : ..
대무신왕 : (침통한) 호동아.. 너, 이 아비에게 어찌 낙랑을 주겠느냐?
호동 : 배수의 진을 치고 마지막 기회를 얻고자 합니다.
대무신왕 : (본다)
호동 : (자리에서 한쪽 무릎 꿇고 군례 한다) 지난날 졸본에 저를 버리셨다면, 이번에는 낙랑으로 버려주소서!!
대무신왕 : 흐흠..
호동 : 신, 호동 낙랑국 태녀와 혼인해 최리를 안심시키고. 정예군으로 하여 낙랑을 쳐 아바마마께 그 땅을 바치겠나이다!!
호동, 대무신왕을 강하게 바라본다. (Dis)
씬58. 낙랑국, 진양궁 성겸전 마당 (다른날/저녁)
최리와 모하소, 왕자실, 왕홀, 모양혜, 류지 등의 신하들이 모여 라희의 검술을 보고 있다.
이년 동안 일취월장한 라희, 세워진 대나무를 전부 베어버린다.
왕홀 : 장하십니다, 태녀마마.
모양혜 : 놀라운 발전입니다.
라희 : 고맙소. (최리를 본다)
최리 : 이제, 무예가 경지에 이르렀으니. 그 혼사를 정하고자 한다. 태녀는 준비가 되었느냐?
라희 : 예, 폐하. 이 태녀, 낙랑국을 위해 혼인하고자 합니다. (읍하는)
최리 : 하랍산의 신녀께서 내려와 단군왕검께 인사드리는 고제를 마치고. 그 신탁을 들어 혼인을 정하겠노라!!
왕자실 : ... (혼잣말) 하랍산.. 신녀.. (의아하지만 자명이 아닌, 원래 하랍산 신녀라 생각한다)
모하소 : .. (미소 짓는다)
씬59. 낙랑국, 하랍산 산 아래 (다른날/낮)
궁에서 보낸 마차가 대기하고 있다.
차차숭과 일품, 미추, 기다리고 있다.
자명, 미추의 도움으로 모하소가 보낸 신녀옷을 입었다. 눈부시게 고운 모습이다.
미추 : 세상에 공주마마!! 이리 고우시다니. 원후마마께서 기쁘시겠어요. 손수 지으신 옷을 입으신 마마를 보시면.
자명 : (미소) 고제 올려야 하니, 이만 떠나죠.
씬60. 낙랑국, 달리는 마차
자명, 마차에 타고 있다. 일품이 마차를 몬다. 그 뒤를 말 타고 따르는 차차숭과 미추.
자명, 열린 창으로 고개를 내밀고 밖을 바라본다.
씬61. 낙랑국, 은포관문 앞
(자막) 낙랑국 은포관문, 고구려 접경지대
왕홀, 부퉁과 함께 시찰을 하고 있다.
왕홀의 시선에, 호동왕자와 태추, 미친 듯 달려오는 모습.
부퉁 : (아직 못알아보고) 누구냐!! 멈춰라!! 고구려 놈들 아니냐!!
호동과 태추, 말에서 뛰어내린다.
왕홀 : !! (알아봤다) 호동왕자!!
호동 : 오랜만이오, 대장군.
부퉁 : 고구려의 왕자가 또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왕홀 : 졸본에 유폐되었다 들었습니다만..
호동 : 졸본을 탈출해 오는 길이오. 고구려의 왕자, 호동. 낙랑국에 망명을 요청하오!!
왕홀, 놀라서 호동을 본다. 두 사람, 서로를 보는 모습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