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은 말 그대로 살아있는 포크의 전설입니다. 20세기의 대중음악을 거론할 때,
비틀즈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 거봉이 바로 밥 딜런입니다. 비틀즈가 락으로 세상을
평정할 때, 밥 딜런은 달랑 통기타 하나로 세상의 시름을 노래했습니다.
비틀스의 앨범들이 그러하듯 밥 딜런의 앨범들도 대개 한 시대를 풍미한 희대의 명반
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63년에 발표된 [The Freewheelin' Bob Dylan]은 진정
한 포크 음악의 서막을 연 기념비적 앨범으로 칭송받고 있으며, [Bringing It All Back
Home](1965)은 포크에 일렉기타를 도입하여 포크락을 창시한 앨범으로 평가받고 있
습니다. 그런가 하면 뒤이어 제작된 [Highway 61 Revisited](1965)은 포크락을 완
성시킨 딜런의 마스터피스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밥 딜런의 음악은 상당히 저항적인데다 사회비판적인 메시지가 짙게 깔려있
는 탓에 그렇게 귀에 쉽게 잘 들어오지는 않습니다. 기타를 든 철학자라는 닉네임이
말해주듯 그의 노랫말은 시적이며 은유적인 표현도 대단히 많아 이해하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게다가 투박하고 거친 그의 음성은 듣기에도 거북할 정도입니다.
오죽했으면 포크사의 전설적인 명곡인 그의 'Blowing In The Wind'를 놓고, 한대수
씨 같은 이는, "처음에는 이상한 목소리로 주절대는 저런 곡이 어떻게 빌보드 1위를
차지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을 정도입니다. ^^
비틀즈와 롤링 스톤스마저 극찬했다는 저 유명한 'Like A Rolling Stone'도 사실 비
슷한 수준입니다. 희대의 명곡으로 명성이 자자하지만, 막상 라이브에서 밥 딜런의
목소리로 들어보면, 마음 내키는대로 마구 내지르는 듯한nbsp;그의 음성 때문에 귀가 다
아플 정도입니다. 같은 곡이라도 존 바에즈나 피터 폴 앤 메리가 불렀을 때,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밥 딜런이 20세기 대중 음악사의 거목임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Blowing In The Wind'는 피터 폴 앤 메리가 불러 빌보드 1위를 점령했고, 더 버즈
역시 밥 딜런의 'Mr. Tambourine Man'으로 차트 1위에 올랐습니다. 이후 포크와 락
의 숱한 뮤지션들이 그에게 곡을 받기 위해 줄을 선 것이나, 포크와 락을 섭렵하면서
당대의 거의 모든 뮤지션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에서, 거대한 싱어송라이터로
써의 그의 힘과 저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앨범 중에 그래도 가장 듣기 수월한 것을 들라면 아무래도 [Blonde On Blonde]
(1966)를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유머러스한 멜러디의 'Rainy Day Women'나 그의
음악에서 그리 흔치 않은 발라드틱한 'I Want You' 같은 히트 곡들이 대거 수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앨범 중에서도 이것이 가장 대중적인 앨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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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장 대중적이면서nbsp;끊임없이 리메이크되는 밥 딜런의 명곡 중에, 1973년 샘
페킨파가 연출했었던 영화 [Pat Garrett and Billy the Kid]에 삽입되었던nbsp;'Knockin'
On Heaven's Door'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는 음악을 담당함과 더불어 배우로
출연까지 했었습니다. 다분히nbsp;체제 저항적인 이미지의 밥 딜런이 출연해서 그런지, 영
화에서 무법자 무리들이 흡사 히피와 같은 모습들을 하고 있는게 무척 이채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