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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BBC 프롬스 / 런던 로열 앨버트 홀 / 102분>
=== 프로덕션 노트 ===
율리아 피셔(바이올린) &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연주 / 데이비드 진먼 지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안토닌 드보르자크 /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 / 교향곡 6번 '전원'
힌데미트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사단조 중 3악장 피날레(율리아 피셔 연주) / 1부 앵콜
'Evvia i soci'(플로리안 발저의 관현악 편곡) / 2부 앵콜
진먼과 취리히 톤할레, 10년의 세월을 마무리하는 아름다운 고별 공연 무대
2014년 7월 21일 런던 로열 앨버트 홀 실황.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 베토벤 <교향곡 6번> 및 앙코르가 수록되어 있다. 1995년에 취리히 톤할레의 음악감독이 된 이후 10년에 걸쳐 이 오케스트라의 발전을 이끌었던 데이비드 진먼은 바로 이 공연으로 임기를 마감했다. 드보르자크의 협주곡에서는 율리아 피셔가 독주를 맡아 명쾌하고 시원스런 연주를 들려주며, 슈트라우스와 베토벤에서 취리히 톤할레가 보여주는 민감한 반응은 존경하는 지휘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인 듯하다.
BBC 프롬스는 매년 7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두 달에 걸쳐 영국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로, 90여개의 콘서트로 이루어져 있으며 영국 최대의 음악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895년에 시작된 뒤 쭉 이어져 오고 있으며, 이 공연에는 120회에 해당하는 2014년 7월 21일의 공연이 담겨 있다. 이 공연은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와 데이비드 진먼 모두에게 특히 뜻 깊은 자리였다. 1995년에 취리히 톤할레의 음악감독에 취임한 뒤로 10년에 걸쳐 많은 개혁으로 이 악단을 스위스의 주요 오케스트라 정도의 지위에서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반열에까지 올려놓은 데이비드 진먼이 바로 이날 공연으로 임기를 마감했던 것이다. 진먼은 자신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점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 대단히 편안하고도 확신에 찬 태도로 악단을 이끌어가며, 어느 곡에서나 다이내믹을 섬세하게 통제하면서 유려하고도 활기찬 연주를 이끌어낸다.
슈트라우스의 <틸 오일렌슈피겔의 유쾌한 장난>은 대단히 부드럽고 세련된 연주로 세기말적인 관능미를 십분 살린 연주이며, 진먼은 베토벤의 교향곡에서 목관의 장식음을 섬세하게 다듬어 독특한 효과를 내고 있다. 한편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정상급의 바이올리니스트 율리아 피셔가 독주를 맡아 대단히 명쾌하고 시원스런 연주를 들려준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는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지휘자에 대한 마지막 예우인 듯 모든 곡에서 진먼의 지시에 최대한 민감하게 부응하고 있다. 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가 오랜 세월에 걸쳐 쌓아온 신뢰관계가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는가를 바로 이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백과 / 정이은 글>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Op.53
안토닌 드보르자크
이 곡은 1879년 작곡되어 1883년 프라하에서 초연되었다. 오늘날 바이올린 협주곡의 가장 중요한 레퍼토리 중 한 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의 도움으로
드보르자크는 이 곡을 쓰는 데에 매우 긴 시간이 걸렸고, 쓴 이후로도 이 곡은 여러 차례 수정되었다. 드보르자크는 이 곡을 쓸 때, 조언을 받을 만한 연주자가 필요했고, 완성된 작품을 연주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사람을 찾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드보르자크는 〈피아노 협주곡〉을 쓸 때에는 피아니스트 카렐 슬라프코프스키(Karel Slavkovsky)에게서 그런 도움을 받았고, 나중에 〈첼로 협주곡〉을 쓸 때에는 첼리스트 아누스 위한(Hanus Wihan)의 도움을 받는다. 문제는 바이올린에 있어서 이들의 수준에 필적할 만한 이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드보르자크와 브람스의 친분이 빛을 발했다. 브람스의 평생의 친구이자 베를린의 음악원에 교수로 재직 중이던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Joseph Joachim, 1831~1907)이 그를 도왔던 것이다. 요아힘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 장본인이었다.
수정에 수정을 거듭
요아힘은 드보르자크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쓸 수 있도록 계속 격려를 해주었고, 드보르자크는 1879년 6월 초에 이 곡의 작곡에 착수하여 9월에 악보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3개월 후인 1879년 12월 드보르자크는 이 곡의 악보를 베를린으로 보냈고, 이듬해 4월 요아힘의 조언을 얻기 위해 여행을 나서야 했다. 드보르자크는 요아힘의 조언을 듣고 5월까지 이 곡을 다시 수정했다. 주제는 그대로였지만, 많은 부분들이 수정되어야 했다. 드보르자크는 자신의 출판업자 짐로크에게 “화성, 오케스트레이션, 리듬, 발전부 전체를 아주 새로 썼습니다”라는 편지를 쓴다. 이후에도 요아힘과 드보르자크는 함께 수정을 위한 논의를 거듭했고, 결국 1882년 또다시 수정본이 만들어졌고 결국 그 다음해인 1883년이 되어서야 출판이 되었다. 그러나 이 곡의 초연은 다른 바이올리니스트가 맡았다. 젊은 바이올리니스트 프란티세크 온드릭(František Ondříček, 1857~1922)이 이 곡을 초연했고, 그는 비엔나와 런던에서의 초연에서도 협연자로 나섰다. 요아힘은 이 곡의 탄생에 큰 역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베를린 음악원을 운영하고 작곡과 지휘로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이 곡을 연주할 수 없었다. 또한 이 곡이 형식적인 면에서나 솔로 파트의 배치가 너무 ‘모던’하여, 보수적인 취향을 가진 요아힘에게는 적당치 않았다고 판단되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협주곡은 가장 큰 공을 쌓은 요아힘에게 헌정되었다.
1악장 ‘알레그로 마 논 트로포’
요아힘이 지적했던 대로 오케스트라의 도입부는 매우 간략하다. 도입부가 지나면, 바로 바이올린 솔로에 의해 주제가 등장한다. 2주제 역시 바이올린 솔로에 의해 제시된다. 두 주제 모두 분위기나 리듬적인 면에서 닮아있다. 발전부는 매우 간략하게 만들어져 있고, 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경과구를 거쳐서 끊이지 않고 바로 2악장으로 이어진다.
2악장 ‘아다지오 마 논 트로포’
바이올린 솔로는 이 악장에서 때로는 솔리스트로, 때로는 반주자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중간에 등장하는 f단조의 대조를 이루는 부분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엄청난 기교를 보여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두 개의 호른으로 반주되는 코다에 이르기까지 전원적인 분위기가 이어진다.
3악장 피날레: 알레그로 지오코소, 마 논 트로포
이 피날레 악장은 체코의 리듬과 춤곡에 대한 드보르자크의 명성을 잘 드러낸다고 할 만큼, 리듬적인 요소가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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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해설 === <2010년 7월 5일 네이버캐스트 / 최은규 글>
클래식 명곡 명연주
베토벤 교향곡 제6번 B♭장조 '전원' op.68
특성 : 각 악장에 표제가 붙어 있으며 3, 4, 5악장이 연달아 연주된다.
초연 : 1806년 작곡. 같은 해 빈 극장에서 초연
베토벤은 비슷한 시기에 전혀 다른 성격의 작품들을 동시에 내놓는 경향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교향곡 제5번]과 [교향곡 제6번]이다. 강한 추진력이 돋보이는 [교향곡 5번] ‘운명’과 이완된 리듬과 평화로운 멜로디가 담긴 [교향곡 6번] ‘전원’은 각기 1807년과 1808년에 연달아 작곡된 후 1808년 12월 22일에 빈 극장에서 초연되었는데, 그날의 음악회는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해 밤 10시 30분까지 무려 4시간에 걸쳐 계속됐다.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든 마라톤 음악회에서 베토벤은 작곡가로서, 지휘자로서, 독주자로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교향곡 5번]과 [교향곡 6번]뿐 아니라 피아노 협주곡과 피아노 독주곡, 몇 곡의 아리아, 그리고 [합창 환상곡]까지 연주하고 지휘했다.
4시간의 마라톤 연주회 - [운명 교향곡]과 같은 날 초연
이 역사적인 연주회를 지켜본 라이하르트는 지인에게 보내는 12월 25일자 편지에 그날 연주회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우리는 지독한 추위 속에서 6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그 곳에 앉아, 한 사람이 너무나 많은 장점과 강력함을 가질 수 있다는 격언을 확인했습니다. 여러 가지 작은 실수들이 우리의 인내심을 시험하긴 했지만, 음악회가 끝나기 전에 일어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음악회가 워낙 길고 힘들다 보니 공연 후반부에 연주가 엉망이 되는 사고도 일어났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환상곡(합창 환상곡 작품80)이 연주되었는데, 이번에는 관현악단이 연주에 동참하고 마지막에 가서는 합창까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기이한 편성의 연주는 크게 실패하고 말았지요. 관현악단의 연주는 완전히 엉망이 되었고 베토벤은 예술가로서의 열정으로 인해 청중과 주위사람들은 전혀 생각지 못한 채 연주를 멈추고 다시 시작하라고 소리쳤습니다. 나를 비롯한 베토벤의 친구들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때 나는 빨리 그곳을 떠날 수 있는 마차가 있었으면 하고 얼마나 바랐는지 모릅니다."
이 야심만만한 연주회는 결국 엉망이 되긴 했지만, 장장 4시간 동안 진행되는 베토벤의 심포니 연주가 가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당시 베토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바로 그날 연주된 베토벤의 교향곡 5번과 6번은 같은 날 초연되었으니 쌍둥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닮지 않았다. ‘운명’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교향곡 제5번]이 운명과 싸워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면, [교향곡 제6번] ‘전원'에는 인간의 괴로움과 투쟁이 아닌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제5번이 인간을 표현한 것이라면 제6번은 자연을 다루었으며, 전자가 응집력과 추진력을 갖춘 역동적인 음악이라면 후자는 관조와 명상이 흐르는 이완된 음악이다. 초연 당시 베토벤의 [교향곡 제6번] ‘전원’이 먼저 연주된 후 [교향곡 제5번]은 나중에 연주됐는데, 18세기 빈 고전주의의 우아하고 균형 잡힌 음악에 길들여진 그날의 청중들은 두 곡의 교향곡 중에서 ‘전원’ 교향곡을 더 마음에 들어 했다고 전해진다.
베토벤 [교향곡 제6번] ‘전원’의 표제는 작곡가 자신이 직접 붙였고 각 악장에도 표제가 붙어있다. 그러나 베토벤이 교향곡에 담아낸 전원의 모습은 단순히 전원 풍경을 묘사한 ‘음화’(音畵)는 아니며 자연에 대한 감정과 관념의 표현이다. 베토벤 자신도 [교향곡 제 6번] ‘전원’의 표제에 대해 이런 메모를 남기고 있다. “전원 교향곡은 회화적인 묘사가 아니다. 전원에서의 즐거움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환기시키는 여러 가지의 감정 표현이며, 그에 곁들여서 몇 가지의 기분을 그린 것이다.”
전원에서의 즐거움, 마음 속에 떠오르는 기분을 표현
베토벤은 ‘전원’ 1악장의 악보에 ‘전원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이라 쓰고 전원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단조로울 정도로 반복적인 음형으로 표현해냈다. 전개부에서 무려 72회나 계속되는 반복음형과 느린 화성 리듬을 통해 베토벤은 자연의 무한함과 자연 속에서 느끼는 평화로움을 담고자 했다.
2악장 ‘시냇가에서’에는 비교적 구체적인 묘사가 나타났다. 제1바이올린이 평화로운 선율을 연주하는 사이 저음 현 파트에서 물결치는 듯한 반주 음형이 나타나는데 이는 시냇물의 잔잔한 흐름을 떠올리게 한다. 2악장 후반에는 구체적인 새소리도 들려온다.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를 표현한 플루트의 연주에 이어 오보에와 클라리넷이 각기 메추라기와 뻐꾸기의 울음소리를 실감나게 묘사하며, 시냇가의 새소리에서 느껴지는 목가적인 분위기를 전한다.
'농부들의 즐거운 모임’과 ‘폭풍’, 그리고 ‘폭풍이 지난 후의 감사한 마음’을 노래한 3, 4, 5악장은 하나의 음악처럼 쭉 이어서 연주된다. 베토벤은 후반 세 악장을 연결시켜 마치 전원을 산책하며 보고 듣는 여러 가지 체험을 하나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로 엮어놓는다. 먼저 시골풍의 소박한 춤곡이 펼쳐지는 3악장에서는 평화로운 전원을 배경으로 농부들이 즐겁게 먹고 마시며 춤을 추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러나 흥겨운 음악은 갑자기 중단되고 제2바이올린이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음형을 연주하면 갑자기 폭풍이 몰려오듯 음악의 분위기는 급격히 어두워지고 난폭해진다. 찌르는 듯한 피콜로의 고음과 무시무시한 트롬본의 연주가 가세하여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부는 폭풍의 격렬함을 묘사한다. 짧지만 강렬한 4악장의 폭풍이 지나가면 5악장에서 폭풍이 지나간 것을 감사하는 아름다운 노래가 갖가지 형태로 변주되며 전원 교향곡은 절정에 달한다.
최은규
음악 평론가, [교향곡은 어떻게 클래식의 황제가 되었는가]의 저자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및 동대학원 석사, 박사과정 수료하고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부수석 및 기획홍보팀장을 역임했다. 월간 <객석> 및 <연합뉴스> 등 여러 매체에서 음악평론가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예술의 전당, 부천필, 풍월당 등에서 클래식 음악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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