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나들이로 제천과 영주에 다녀오느라 조금 피곤했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장거리 운전을 하여도 그다지 피로한 줄 몰랐었는데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아마도 나이탓이겠지 싶다. 막내네 과수원에서 종일 사과를 따고 저녁에 운전을 하고 와서 그런지 어제는 여느 날과는 달리 조금 피곤했다. 그렇다고 손놓고 놀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궁리를 했으나 하품만 풀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하루쯤을 쉬어간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도 없으니 모자라는 수면이나 보충할까 하고 쇼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이내 잠이 들고 말았다. 낮잠을 자다가 잠결에 꿈을 꿨는지 자다말고 벌떡 일어났다. 얼마나 잤을까? 비몽사몽인 상태로 시계를 봤더니 채 한 시간도 못 잔 것 같았다.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밖에 나와 도라지삽을 챙겨 도라지밭으로 가고 있는데 저만치 아내가 보였다. 걷기운동 하고 있는 듯했다. 그러고보니까 아내가 더 부지런하고 체력은 물론 정신력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추석무렵 3년생 도라지를 조금 캤는데 나머지를 캐려고 뾰족한 도라지삽을 땅에 푹 찔러 흙을 팠더니 큼지막한 도라지가 나왔다. 드문드문 나와 있는 줄기 부근을 파고 또 파면서 도라지를 캤더니 제법 나왔다. 밭크기에 비해 너무 빈약한 수확이긴 하지만 내게 주어지는 것이 이것 뿐이구나 싶고 너무 적은 양이라도 수확이랍시고 기분은 좋았다. 옆에 2년생은 잡초들 속에서 자라 마른 꽃대들이 제법 보였다. 씨앗을 받아놓았으니 캐고 난 밭에 뿌려놓아야겠다. 이상하게 도라지는 제대로 잘 키우지 못하는 것 같다. 뭐가 문제일까?
올가을에 해야할 일은 현관과 축대 사이를 막아서 장작집을 겸한 다용도 창고를 짓는 것이다. 그동안 임시로 지었다가 봄에 해체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리저리 궁리를 하고 있는데 얼마전에 마을 아우가 아이디어가 있다며 줄자로 재고 왔다갔다 하면서 살펴보더니 드디어 공사에 쓸 자재를 주문했다고 했다. 어제 늦은 오후 집에 올라와 함께 서울대 농생대가 있는 대화까지 가서 자재를 잔뜩 싣고 왔다. 생각 같아서는 그럴듯하게 짓고 싶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건축물이라 문제의 소지가 있어 비닐하우스 비슷하게 간이 건축물을 짓기로 한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을 아우 머리속에 들어있어 그냥 맡겨두기로 했다. 워낙 솜씨가 없는 촌부라서 공사를 하면 보조역할이나 할 생각이다. 아마도 한 이틀은 걸리지 싶은데 마을 아우 시간에 맞춰야만 하니까 언제쯤 시작하려는지 모르겠다. 이 공사만 마치면 겨울채비는 거의 끝나는데...
첫댓글 촌부님의 삶은
늘 준비하고 준비하고 준비하는 것이군요.
삶의 자세도 그렇구, 많이 배웁니다.
이렇게 준비하시니 늘 푸근함 맘으로
사모님과 알콩달콩 사실수 있다고 봅니다.
오늘도 행복한 가을날 맞으시길 바랍니다.
어제는 대공원 동물원둘레길을 걸었습니다.
무엇인가를 늘 생각 하시고
실천 하시는 촌부님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