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간 방치된 렉스턴이 주차장 경사 입구에 걸쳐 있었다.
운전석 바퀴 휠에 잡초가 자랐고, 쌓여 있는 먼지는 흙이 되었다.
선교사님 말에 따르면 사거리에 멈춰 버려 얼음땡이 되어, 겨우 집으로 왔는데
주차장 경사를 넘지 못해 반은 햇빛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현지인 카센터 직원은 미션 고장이라 했지만, 혹시나 해서 한국 카센터 사장님 진단을 받았는데 같은 결과였다.
그런데 미션을 구하게 되어 수리를 하였고 오늘 차를 인계받았다.
22년 된 폐차에 생기를 불어넣어 시동을 걸었는데 녀석이 힘을 받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은 상쾌하였는데
어라, 와이퍼에 워셔액이 나오지 않고,
운전석 창문은 중간에 멈추고,
백미러는 자꾸만 고개를 숙인다.
브레이크 ABS모듈 고장으로 수시로 브레이크 오일을 교체하라고 한다.
급한 대로 한국에 계신 송집사님께 부품을 부탁해 화물 택배로 받기로 하였다.
우리 렉스턴은 미소랑 동갑이다. 22년 되었다.
녀석이 처음 나올 때 ‘상위 1%만 탄다.’는 광고 카피처럼 이젠 1%도 타지 않는 전설의 차가 되었다.
특히 필리핀에 렉스턴은 흔하지 않은 모델이다. 부품 구하기 힘들어 팔지도 못한다.
언제 멈출지 모르는 불안이 존재하지만 녀석은 선교팀이 올 때 진가를 발휘한다.
7인승을 15인승으로
버리기 아까운 녀석이다.
아내는 엔진 소리만 듣고 녀석이 온줄 알았다. 뭐가 좋은지 클럽하우스까지 같이 갔다.
차량 스티커 발부 받아야 하는데, 세 종류의 스티커가 있다.
건물 혹은 땅 주인 스티커, 세입자 스티커, 상가 스티커 색깔이 다르다.
세입자로 신청했다가 계약서 미 동봉으로 교회 부지로 신청했다. 직원의 태도가 달라졌다.
와우~ 우리 교회 때문에 주인 되었다.
차를 몰고 교회 부지로 갔다.
못 보던 나무가 심겨져 있었고, 닭 여러 마리와, 고구마 야채를 재배하고 있었다. 누가 운막도 만들었는데
운막 안에 고단한 노인이 웃통을 벗고 앞니가 빠진 채 웃고 있었다.
교회 맞은편 변전소 야간 근무자인데 쉬다가 저녁에 출근한다고 한다.
“내가 이 땅에 주인이다.”하니, 금새 얼굴이 상기 되었다.
그렇게 그냥 웃고 나왔다. 하필 운막 있는 장소가 우리 집 강아지 자두가 묻힌 곳인데 인생 참 묘하다.
얼마든지 폐차시킬 수 있고,
얼마든지 쫓아낼 수 있고,
얼마든지 포기할 수 있는데,
왜 나는....
나를 보는 것 같을까?
나라는 존재를 주님 안에서 본다.
그리고 그 힘으로 살아간다.
주님 때문에 오늘도 기쁘고 감사하다.
교인들 점심 비빔밤 생각하는 아내가 고맙고,
내 주변 사람이 귀해서 고맙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마감하는 이 시간이 그래서 좋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