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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후지쯔배 9일 개막식, 10~14일 3회전 걸쳐 4강 가려내
V15 노리는 한국 최강의 8명 출사표… 일본은 7명, 중국은 5명
도요타덴소배가 중단 사태를 맞아 일본 주최의 유일한 세계대회가 된 후지쯔배. 후지쯔배는 경제한파 속에서도 최초의 세계대회라는 자부심과 긍지로서 23년의 전통을 잇고 있다. 도중 우승 상금이 깎이는 아픔도 겪었지만 후지쯔배는 가장 오래된 대회로 세계바둑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 후지쯔배가 봄내음 가득한 4월, 벚꽃이 만발하는 일본 도쿄에서 23번째 개막을 선포한다. 4월 9일 대진추첨을 겸한 개막식을 시작으로 10일 1회전(24강전), 12일 2회전(16강전), 14일 3회전(8강전)을 갖는다. 8강전을 한국과 중국에서 번갈아 개최해 왔던 예전의 시스템은 없앴다. 그래서 4강까지를 가려내는 1차전 일정이 길어졌다.
○●… 마음의 고향 같은 후지쯔배
한국에 있어 후지쯔배는 고향처럼 푸근하다. 정감이 간다. 최다 우승 횟수(14회), 10연속 우승 등의 찬란한 실적과 함께 침체기마다 한국바둑의 버팀목이 되고 활력을 불어넣어 준 기전이다. 이른바 한국과 친한, 친한(親韓)적 기전이다.
지난해 비씨카드배(5월 구리), TV바둑아시아선수권(6월 콩지에), 춘란배(6월 창하오)가 연거푸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을 때 그 흐름을 끊은 것도 7월 강동윤의 후지쯔배 우승이었다.
다만 그 이후 우승을 이어가지 못한 것은 애석하다. 12월의 삼성화재배, 올 2월의 LG배가 다시 콩지에의 품으로 들어갔다. 그로 인해 세계타이틀 지형도는 한국 2개(응씨배ㆍ후지쯔배), 중국 5개(비씨카드배ㆍ삼성화재배ㆍLG배ㆍ춘란배ㆍTV아시아)로 불균형이 심화됐다. 올 들어 남녀단체전인 농심배와 정관장배 우승으로 달아오른 기세를 이어받아야 할 후지쯔배이다.
●○… 최다, 최강의 군단 출격
우승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일단 병력수에서 앞선다. 한국선수는 총 8명으로 라이벌 중국(5명)은 물론 주최국 일본(7명)보다도 많다. 8명 출전은 17회, 19회와 더불어 역대 최다. 이는 전기 대회에서 1~3위를 싹쓸이함으로써 대회시드 3장을 독차지한 덕분이다. 8명이 출전했을 때마다 우승을 차지했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많을 뿐 아니라 강하다. 한국랭킹 1위부터 6위까지가 총출동하고, 나머지 2명도 10위권 안에 포진해 있다. 그중 4명은 대회 우승 경력자이다. 과거 이보다 더한 화력을 갖춘 적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막강한 진용이다.
○●… 이창호의 3연속 준우승 징크스
8명은 한결같이 우승 후보다. 누가 정상을 밟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 먼저 이창호에게 거는 기대가 높다. 이세돌이 휴직한 상황에서 거의 중국세의 유일한 대항마로 활약했고, 올 들어 보여주고 있는 활발한 행마 또한 믿음을 준다.
이창호는 징크스라고 해야 할지 불운이라고 해야 할지 진기록 하나를 갖고 있다. 20~22회의 연속 준우승. 세계대회를 통틀어 동일대회 3연속 준우승은 이것이 유일하다. 대단한 준우승이지만 정상 일보직전에서 번번이 낙마한 것을 두고 팬들은 몹시 가슴 아파했다. 어떤 식으로 털어낼지 궁금하다.
●○… 완전회복 마침표 찍으려는 이세돌
돌아온 제왕 이세돌. 그가 없는 동안 한국바둑은 중국에 맞서 몸살을 앓다시피했다. 2009년 하반기부터 불고 있는 중국의 강세. 이는 이세돌의 휴직기간과도 맞물린다. 일인자의 빈자리는 클 수밖에 없다.
세 차례 우승한 이세돌은 조훈현과 더불어 대회 최다우승자로 등재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4년간은 4강 진출도 한 번에 그치고 있다. 한때 4관왕까지 치솟았던 세계타이틀은 현재 다 떨어져 나가고 없다.
이세돌은 복귀하자 마자 노도와 같은 기세로 단숨에 비씨카드배 결승에 올랐다. 아울러 패배를 모르는 17연승 질주. 후지쯔배를 완전회복의 무대로 삼고 있다.
○●… 신규 타이틀홀더의 양성소
지난 22회를 치르면서 14명의 우승자를 배출했다. 그중 한국기사는 7명. 그 가운데 유창혁ㆍ이세돌ㆍ박영훈ㆍ박정상ㆍ강동윤 등 5명이 후지쯔배를 통해 세계대회 첫 우승을 누렸다. 그뿐 아니라 일본의 다케미야 마사키ㆍ린하이펑ㆍ조치훈ㆍ오다케 히데오에게도 후지쯔배가 첫 세계타이틀이었다. 새 스타의 산실로 자리해온 것이다.
한국선수 중 목진석ㆍ김지석ㆍ박정환이 세계대회 우승 경력이 없다(목진석은 6번째, 김지석과 박정환은 첫 출전이다). 과연 이 3명 중 후지쯔배 무대에서 금빛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 밖에도 2회 우승자 박영훈은 9번째, 최철한은 6번째, 전기챔프 강동윤은 3연속 출전하고 있다.
●○… 입술 깨무는 중국, 일 내려는 일본
중국의 출전자는 5명이다. 전기보다 한국이 2명 늘어난 것에 비해 중국은 2명 줄었다. 중국선수는 전기와 동일하다. 줄어든 2명에서 씨에허와 저우뤼양이 빠졌을 뿐이다. 콩지에의 강세가 이어질 것인지, 구리의 명성이 되살아날 것인지가 주목된다.
10회 때 고바야시 고이치 이후 우승컵을 든 지가 까마득한 일본. 그럼에도 매년 개최하는 것이 고맙다. 일본은 톱 랭커 장쉬(4관왕이다)를 필두로 본인방 하네 나오키, 천원 야마시타 게이고 등 타이틀홀더가 주축이다. 그러나 7명 중 누구 하나 3위 안에 입상한 적이 없다.
○●… 2회전 시드 한국 4명, 중ㆍ일 각 2명
한국은 2회전 시드에서도 유리한 입장이다. 전기 1~3위를 차지한 강동윤ㆍ이창호ㆍ박영훈을 비롯 이세돌이 2회전에 직행했다. 이는 국가별 전기 8강진출자 수에 따른 것. 중국은 콩지에와 구리, 일본은 장쉬와 야마시타가 시드를 받았다.
24강 토너먼트로 결승까지 단판승부로 진행되는 후지쯔배의 우승 상금은 1500만엔(약 1억7000만원),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초읽기 1분 10회)이다. 한게임바둑은 일본 현지에서 직접 생생한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