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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훌쩍 떠날 수없고, 선뜻 벗어낼 수없는 자전주기
그 반복의 공전궤도에 싱긋싱긋 알록달록 하루한가슴 무지개사계를 입히는 그대 언제나 그자리 머물지나 아슴아슴 동동통통 꿈길한시선 내내그대는 별하나 은한강
다시 일상은, 늘 새록새록 깨어나는 미지의 동화 혜성의 전설......
그러나, 돌아보면 그대는 내 내 지펴진 詩와 月 너 없는 내內 그림자 바람에 내짓다가 내허무는 기대를 채웠다간 비워놓는 찰랑맺혀 입술에만 놀다가는 그대는 차 한 잔 술 한 잔 에 뜬 내. 달. 그림자.
그리고 그리고 나는 고배의 한 잔에 나는 결국 홀로가 자유로운게지 푸른 휘파람 억지스레 입술문다 기대는 착하지않으니 바람부는 대로 자유로이 나는 푸른 휘파람 고독한 나그네
별일 없이 몸과 영 나와 그림자 단 둘 뿐인 나는 지리산행 차창을 바라보다
누구를 사랑한다 하면서도
처음 성삼재로부터 발길을 옮기려던 마음이었건데 남부터미널에서 간발의 차이로 구례행 버스를 놓치곤 기차를 타고 가야할까... 어찌할까? 어여차 어데 마음 그대로 되는 법 있던가? 바로 다음 16:00발 원지행이 있으니 그로 지리산에 들기로 한다. 8월 15일 광복절 휴가시즌 막바지 끝무렵이라 막힘없이 시원스레 원지에 닿으니 19시 15분
중산리행 시내버스가 각 시간 25분 50분 마다 운행되어 내리자마자 손전등 하나를 사고선 7시 25분 원지시내버스를 타고 중산리에 도착하니 8시 10분 아침까지만 해도 게릴라성 빗줄기로 그간 입산을 통제했다 오늘 오후에야 해제 되었다며 시간을 참 잘 맞춰왔다고... 허나 지금은 밤이고 야간산행은 통제되니 새벽 3시경에서부터 입산이 허락될거다고...
그러나, 내겐 밤과 이슬 어둠은 문제가 아니었다. 내 체력이 관건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단시간에 천왕봉까지 주파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 움직이면 천왕봉 정상에서 해돋이를 맞이할 수 있으련데... 체력은 안 되지만 천천히 밤도타 걸으면 무릎에 무리가 가지않도록 몸의 벨런스를 적응시킬 수 있으리라 기본 체력이 저하되어있지만 난 내 발바닥의 균형감각과 어둠 속 내 눈의 담대함을 가지고 경건한 가슴과 큰산의 덕을 내 피부에 일치시키며 나를 믿고 산을 믿는다.
밤 9시경 매표소직원의 눈을 피해 바리케이트 사이를 잽싸게 고양이처럼 지나왔다 중산리 지리산기슭의 산길은 계곡을 타고 오르는 길 산중의 날씨를 장담하면 안되는 것 그간의 비가 그치고 날씨가 맑다는 일기예보와 지금 하늘이지만 구름이 여전히 넘실거리고 있고 그 하늘 마저 나뭇잎새에 가려 한치앞도 보이지않는 캄캄함 그 깊고깊은 오로지의 어둠 속에서 나도 없고 너도 없었다. 내 몸과 산의 경계는 어둠으로 이미 지워지고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야간산행 중의 길 위에서 나는 나여야하고 산은 산이어야 했다. 그것을 읽고 보게 하는 것은 오로지 내 손에 들린 손전등 난 내 눈을 열고 선객들이 먼저 내놓은 길과 내 발바닥을 믿으며 오른다 간혹 두려움이 들라치면 "옴 치림 옴치림..." 캄캄한 홀로의 길 위에서 아무리 호신진언을 외워도 두려움이 한번 밀려들면 소용없다. 그러나, 반야심경을 외면 마음이 참 의지가 된다. 왕오천축국전의 혜초스님이 그 험한 길을 건강하게 행했던 비결이 반야심경이라는 것이었단다. 반야심경을 한시도 놓지않고 암송하며 길을 지폈다는 혜초스님의 이야기를 어데서 주워들었는지 지금은 생각이 나지않지만 반야심경은 내 길 위에서의 의지처가 되어있었다. 그를 의지하며 이미 존재란 홀로이고 하나라서 나도 없고 너도 없다는데... 그 두려움의 근원으로 들어가면 '나'라는 원과 집을 만난다. 그 원과 집을 그대로 인정하며 순간의 염으로나마 나를 조금씩 조금씩 던져놓는다.
그러다보면 빽빽한 산림과 그 나뭇잎으로 더 한층 깊어진 어둠이 캄캄함이 참 아늑하고도 포근하다. 그 잎새 사이사이로 풀벌레소리 물소리 달없는 별이 또렷하여 숲의 요정과 신비함이 더욱 그윽하니 오를수록 물소리는 낮고 잎새 바람소리는 높아 눈썹 별총총 하늘은 가슴을 펼치다
혼자 보기 아깝고 그저 시간에 흘러보내기가 아쉬워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고 찰칵하였지만 별 하나 없는 칠흑의 검은 하늘만 담겨져나온다.
그저 흐름 하나만을 붙잡고 놓치지않고자 하였기에 불현듯 어느 무엇이 시선에 맺혀들지라도 무심으로 가장해서라도 외면하고 머물러있지 않고자 하였다. 그것이 또한 흐름이란 내 하나의 상에 갇혀 스스로를 묶어놓고 '흘러야 한다'는 상에 경직되이 머무르고 있는 소치였음을 뒤늦게 알았다 할까. 그로부터 감정에 소유욕에 솔직 당당히 마주하며 자연스레 흐르리라 하였지만 흐름과 머무름 그 간극은 애매하고도 어려워 스스로의 수렁에 허덕거리기도 한다. 디카를 가지지않음이 참 아쉬웠다는 소리를 참 어렵게 치장하며 내뱉고 있는 거다.
이리도 나를 만나 읽어가는 홀로의 중산리기슭야간산행이 너무도 맑고 청아하온데 중턱에 이르르니 푯말이 하나 보였다. '반달곰 출현 지역 - 조심' 가슴이 뜨끔. 곰과 마주치면 어쩌나... 밤길이라 도망치다간 낙상을 당할 텐데. 유비무환이라고 난 애초에 밤길 비추는 손전등 하나면 충분한 준비였건데 곰 출현이라니... 반야심경을 외어보지만 온전히 두려움이 물러가지않는다. 푯말을 보지못했다면 이런 두려움이 생기질 않았으련만 물론 마음의 준비와 경계를 미리 세워줌이겠지만 이제와서 두려워한다고 근심한다고 내 준비성이 달라질 것도 없는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나의 선택은 나의 업이로소 그 업으로 생사연이오니 그대로 받아들이겠다. 내 악의가 없다면 악의를 받지않으리라는 경건한 조심성을 무게중심하며 난 극단의 상황까지를 상정하고 다시 가슴을 담대히 편다. 이미 온길 든길 나를 송두리채 산에 맡기고 생사연을 홀연히 맞이하겠노라 심지를 세우니 걱정과 두려움은 내 명치끝을 후비며 꿈틀 도사리다 내딛어 오르는 한걸음 한걸음 땀방울에 뚝뚝 떨어져사라진다.
그리고 어느새 능선. 새벽 두시. 별은한강 시린밤하늘 마주 이고 걷다 땀을 식히는 능선을 타고 날리는 바람은 서늘타 저어기 로타리 대피소 불빛과 그 위에 법계사 불빛이 보인다. 잠이 오는듯 아니 오는듯 잠시라도 눈붙여 쉬어갈까 그대로 갈까 말똥말똥하다가도 언뜻언뜻 비몽사몽 로타리대피소 뜨락 이슬젖은 벤취에 누워 잠시 몸과 맘을 추수리다간 우리나라 해발 최고지절이라는 법계사나 함 둘러보지. 아직 산행통제시간이나 법계사의 적멸보궁은 열려있어 산객의 몸과 맘을 받아주니 한 배 한 배 구배 절하옵고 참선명상 쉬노라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세시 반이다
이런이런 예서 천왕봉까지 보통 시간반 거리고 해돋이는 다섯시라는데... 내 지금 예상 체력은 넉넉히 두시간남짓을 할애해야 쉬엄쉬엄 오를 수 있을 것이건만 법계사 적멸보궁에 너무 마음을 풀어두고 있지 않았는가
대피소에서 눈을 붙이고 오르는 선객들은 성큼성큼 나를 지나쳐가는데 역시나 눈 붙임없이 쉬었다오르려니 허기지고 잠은 쏟아져 우왓 돌았번지겠네-_-; 자유시간 하나와 영양갱 하나를 꺼내 입에 물고 야금야금 간질간질 천천히 씹어 넘기니 허기는 풀어지는데 눈꺼풀은 점점 달라붙으려하고 발걸음도 자꾸자꾸 천근만근 아아, 점점 날이 훤해지는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기진맥진 힘이 다하여 보폭을 좁히고 좁히고 겨우 겨우 한걸음씩 떼건데 날 밝아오는 속도와 저기 바로 앞에 천왕봉마루가 손짓하며 내 마지막 피치를 사르도록 한없이 재촉한다.
천왕봉샘물터 날은 이미 훤하고 빛무리가 동녘에 붉게 물감을 드리우고 해돋이의 일촉즉발을 예고하고 있다. 예서 볼 것인가? 봉우리까지 오르려다가 자칫 저 소나무숲에서 해돋일 맞이하면 제대로 볼 수도 없을 것인데... 아무렴! 내 처음 목표대로 중간에 해가 올라오면 내 인연이 거기뿐. 못 먹어도 GO다!
다섯 스물 네발로 기어기어 드디어 천왕봉 일망무제
산 깊고깊은 하늘과 맞닿은 가장 높고 높은 곳에서 처음으로 바다를 보았다!
모든 것으로부터 낮게 낮게 그러나 넓고깊게 바다는 그토록 늘 가장 낮은 데에서 그 모든 것을 받아 안고서 길러주기에 바다라고 그 깊고넓게 받아안아주는 하심의 극치, 바다로서 모든 생명의 안식처였노라고...
난 가장 높은 곳에서 전혀 뜻밖의 상상치 못했던 바다를 만났다
운해雲海 그 어느 것보다 고고하고 눈부신 바다다. 너무도 기상이 높은 천왕봉의 바다는 꿈틀꿈틀 모든 것을 받아 안아감싸며 가꾸어주어도 전혀 드러내지 않는 보여도 잡히지않는 신화와 같은 신기루 생명의 요람이었다
푸르스름 하얀구름바다 그 위에 서 싯뻘건 해돋이 눈부시다
섬과 봉우리
구름과 파도
산맥과 하늘바다 예 산봉우리 최고지를 딛고 서서 수평선을 그리는 파도의 춤을 보다
한 시간 여남짓 대장부 호연지기를 가슴 한가득 호흡하였건데 내려오는 길 후들거리는 다리무릎은 어쩔 수 없었다
하늘 향해 수직비상 올곧한 제석봉 고사목 구상나무의 천년 지조가 내 후들거리는 다리는 흔들거리는 가슴이라는 듯 찔러온다
칠순을 넘은 노부부의 싱싱하고도 넉넉한 호흡과 기색을 만나니 난 어띠 늙어갈려나 나의 청춘이 꼼지락꼼지락 요동친다
그 풍경과 만남이 주는 차오르는 기운에 절로 더욱 열리는 시야는 내 혼몽을 쫓아내고 오랜만에 무릎을 혹사시켰다는 관념보다는 무릎을 단련시키고 있다는 믿음을 내며 호흡을 걸음에 마추며 다리의 후들거림을 털어내간다. 이대로라면 백무동으로 하산하기 보다 아예 성삼재까지 종주를 해도 되겠다. 좋다! 장터목은 그냥 지나고 바로 세석으로 가자꾸나...
아침햇살이 뜨거우니 밤새 이슬젖은 차가운 바위들은 이제 데펴졌겄다 난 태양의 뜨거운 눈총을 수건으로 얼굴 가리운 채 바위에 등을 누이고 눈을 감는다. 헌데 막상 쉬이 잠이 안오니 에라, 배낭을 열고 남은 중산리막걸리를 꺼내들고 요기겸 쵸콜릿을 안주삼아 옆에 쉬어가는 산객에도 한 잔을 권하며 꿀꺽꿀꺽 그래도 잠이 안드니 억지 눈 붙일 필요없고 가다가 잠이 오면 어데든 등기대고 눈붙이면 되는 햇살 따가운 온돌 지천인 대낮능선이 아닌가? 이내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 움직인다.
태양이 작열하는 능선 터벅터벅 난 산객♡.♡
11:00경 세석대피소에 도착 그 2층 대청마루에서 핸드폰을 충전시키며 두어시간 눈을 붙였다.
영신봉 지나 어느 봉 짙몰려온 안개에 해와능선이 잠기니 내 앉은 봉우린 무해霧海에 고립된 섬이다
그 섬에서 안개를 해치며 나아가는데 어느 순간 나는 바다 속 해령을 걷고 있다 산정에서 본 그 구름바다에 깊이 잠수하니 구름은 안개로 흐르며 어느 새 산 능선은 바다 속 해릉이요 난 햇살 감춰진 霧海 속에서 비늘은 없고 깃털과 부리의 날개달린 해수들의 소리를 들으며 해저의 길을 숨가쁨없이 걷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얀구름 두둥실 그 사이로 푸른하늘 재열려 해님은 붉게 빼꼼방긋하야 농무바다는 켜켜히 흩어지는데 안개구름만이 길목 산죽 사이사이 걸쳐져 내 허릴 감돌며 간지른다
그간 진주남강이 발원하고 시작되는 지리산최고지 약수터 천왕샘약수로 목을 축이다 예 선비샘을 만났네. 선비의 꼬장꼬장하고 꼿꼿한 냉엄의 기상이 머물렀는가? 손을 오무려 목을 축일 새 손이 다 시렵고 얼얼한데 목을 넘어가는 선비샘의 청량함이란 세포 세포 알알이 시립고도 맑게 깨이고 촉촉히 열리더라네
18:10경 미리 예약해놓은 바 없으니 비집고 들어가 누울자리 생각도 못하는 벽소령은 어제 오늘 산로가 해제되고 몰려드는 산객들로 북적북적한데 벽소령대피소 위 이미 해는 지고 붉게 물든 서녘 하늘 위로 초생달이 어둠을 밀고있다.
그를 바라보며 도시락을 먹고있다. 쉴려는듯 밥알이 조금 삭혀져있었지만 아직 쉰내는 나지않음을 감지덕지하며 꾸역꾸역 맛나게 밀어넣었다. 더 지나면 쉴 것도 같으나 내 따로 취사준비를 해오지도 않았고 내일 정오까지 이 밤을 도타 쉬엄쉬엄 걷다가 중간에 요기하면 배곱지않고 성삼재에 다다를터인데... 설사 쉰밥이라도 감사함으로 먹으면 충분히 소화시켜주는 내 위장의 덕을 믿으며 남은 도시락 하나를 마져 먹으려다 배낭에 다시 챙겨넣는다.
물한모금 입안 행구며 축이곤 늘어지려는 몸을 구슬려 예 하룻밤 묵는다해서 더 발걸음이 가벼울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 연하천으로 일단 가보세.
연하천길 어둠이 안개구름 따라서 산능선을 타고오르고 있다 마치 이무기가 능선능선 그 등그림자에 깃들어 또아리를 트는듯이 가슴한자락 은근한 겁을 주고있었는데 그위에 초생달 하나가 등대처럼 상서럽게 발길을 지피어준다.
벽소령에서 연하천으로 넉넉히 시간반길 간간히 어둠속에서 마주오는 산객들의 말을 빌자면 연하천은 아예 잘 자리가 엄두가 안나 이렇게 어둠을 나서 벽소령에 가고있다고. 그렇다면 대피소 출입문전에 삐집고 들어가 새우잠 잘 생각도 말아야하는데...... 올커니 잠시 쉬어가는 예 바위의 온기가 좋구나! 반바지를 청바지로 갈아입고, 등산복외투를 꺼내입고선 수건을 깔고 배낭을 밴 체 서녘능선 저 멀리 초생달을 바라보며 살풋 눈을 감는다.
하늘지붕 별헤며 풀벌레소랠 자장가로 울룩불룩한 바윗자리를 사륵사륵 달래며 등골을 타오르는 찬기운을 다북다북 녹이며 최면을 걸듯 천지일여 물아일체 천지인 하나 를 염하며 달게 달게 잠에 든다 잠에든다
잠어귀를 맴돌다 눈이 뜨였다 서산능선에 걸렸던 초생달은 이미 잠기고 별도 구름속에 숨어서 온통 컴컴하다 다시 산 속에서 맞는 칠흑의 캄캄함 나와 너와의 경계가 사라지고 오로지 검정으로 하나다 두 눈꺼풀과 눈동자의 열림닫힘으로 내외의 경계를 느끼고 있는 청바지와 등산외투에 촉촉히 이슬맺혀 나의몸과 바위는 이미 하나로 숨쉬며 하늘과 맞닿아 호흡하고 있으니 천지와나 일여로다! 이 천지교통의 교감과 최면을 한가득 부여잡으니 언저리만을 헤맨 것 같이 언뜻 자다깨었지만 정신이 꼿꼿이 깨어난다 비로소 체온이 다시 살아오르는가 경직된 몸을 바위와 분리시켜 하나의 개체로 돌아오니 바위의 서늘함을 감수하는 살갗 속으로 피가 흐르는 생생함이 느껴진다. 하늘땅과의 일합에서 떨구어진 난 다시 몸과 맘을 주무르며 발길을 긴장시키고있다.
이제는 별도 구름에 먹혀 천지 더욱 검은 산야의 밤을 이고 걷는다 그리고 연하천대피소 도착 11:30 이다 대피소에 다 들어가지 못하고 비박하는 산객들도 샘 마당 여기저기 넘쳐 잘 못 발길을 내딛었다간 비박자들을 밟을까 조심코조심타. 바로 지나쳐갈까 하다간 잠이 부족한듯 정신이 비몽사몽하여오는 것 같아 대피소 시멘트통나무무늬벤취에 길게 누웠다 다시 천지일여를 최면하며 하늘지붕을 바라보다 한시간여 잠이 든듯 하였더니 굳어 차가와지는 몸과 맘에는 걸음이 해결책이라 이내 바로 토끼봉을 향하니 새벽 1:00가 조금
넘었다. 내리길 몸열기 윤활코 능선바람 시원해 별도 구름에 갖혀 온통 칠흑어둠일지나 나 산에 포옥 안긴 안온함이여 토끼봉을 지난 03:30 랜턴전구가 나가고 핸드폰 빠데리가 다 되어 더이상 옴짝달싹 못하고 그자리 꼼짝없이 날새기만 기다릴 수밖에 아아, 어둠은 더디 가고 바람은 더욱 서늘코 새벽안개는 점점 짙어져오는데
발 한번 잘 못 디디면 낙상이고 누울만한 데 없다 농무에 짙푸른 새벽은 더욱 멀고 바람은 찬데다 습해 잠청할 수 없는 내리막 숲 사이 폭 좁은 돌길 위에 멀거니 앉아서 겨우 호흡 하나 잡고 마하반야바라밀다 심경 관자재~~~ 천지인 삼재의 단전호흡에 반야심경을 얹어 호흡 속에 몸과 맘을 실으며 켜켜히 드러나는 기진맥진 피로에 맞서고 있다
이윽고 안개에 휘감겨 푸르게 시야를 밝혀오는 여명 그간 잘 버텨주고 탄력이 붙었던 다리와무릎은 허걱허걱한데 삼도봉 바로 빝 나무계단길 오르고 올라도 끝이 없다. 아침햇살이 드리워진 나무계단 한켠에 다시 등을 누위고 배낭을 볐다. 노숙자가 따로 없다. 간간히 발자락 끝으로 산객들의 발길이 지나치기도 하였지만 나는 무관심히 몸과 맘 그 지쳐 늘어진대로 시선들을 외면한 채 잠속으로 잠속으로
반야봉을 거쳐 노루목에 가고싶으나 도저히 여력이 되질않아 반야봉을 비켜서 가려니 그 하나의 염으로 축늘어진 몸과맘을 추수리며 다시 나무계단길을 오른다 무릎과 숨에 停心하며 한발짝 한발짝에 집중하고 남은 여정은 잊는다 한발 한발에 마음을 일구고 몸을 지피다보니 그여 노루목이다
남은 도시락 하나를 꺼내서 먹는데 어제 벽소령에서 먹던 밥보다 그리 더 삭지는 않았다. 그래도 난 혹시나해서 차분차분 꼭꼭 씹어넘기며 입과 식도 위에 停心하며 집중해서 먹는다 쉬어가는 산객들에게 물을 얻어담고 시간을 물으니 08:00가 조금 넘었다고 그렇다면 여유롭고 여유로운지고 난 지치면 길 옆에 누워 쉬고 무릎에 무리를 주지않도록 삼가 조심하며 남은 길을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는다
임걸령을 지나 드디어 09:50 노고단 삼신할머니제단 시간이 너무 절묘히 떨어졌다. 10:00부터 노고단재 산등성이 노고단마루 야생초밭 통제가 해제되어 개문한다 하니 등산화를 벗은 맨발의 자유로움으로 그 나무계단 노고단산등성이 길을 오르며 다시 몰려드는 산능선 안개의 춤을 상서롭게 느껴보다
느릿느릿 공사중인 노고단대피소를 지나 계곡물에 첨벙첨벙 발과 얼굴을 씻어내며 몸과 맘을 새롭게 단장하여 성삼재에 이르니 12시 20분 그간의 쓰레기를 휴지통에 다 버리고 구례행 차시간을 알아본다. 12시 45분발 시내버스가 있다.
구례행 버스를 타자마자 왜그리 눈꺼풀이 감기고 마는지 눈감았다 눈뜨니 구례버스터미널이다 버스에 내려 걸음을 내딛는데 온몸이 어찌나 아우성치는지 걸음도 겨우겨우 엉금엉금 떼어놓는다. 헌데, 왜이리 숨이 턱 막히도록 더운지 다 지나갔다 여겼던 막바지 여름의 발악인양 떼약볕이 한창이다. 상경하는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니 3시15분발 있어. 다시 엉금엉금 콩국수 식당을 찾아서 핸드폰을 재충전을 시키며 산행을 마무리지다. 막걸리피티한통 자유시간1개 크렁키2개 영양갱2개 마가레트5개 도시락2개에다 천왕봉에서 어느 대학생 동생에게 주먹밥을 얻어먹었고 세석에서 백도1캔을 사 먹은 것이 다였네.
마음은 있었으나 단디 계획한 것은 아니였었는데 산이 내 등을 받쳐준 은덕으로 종주를 할 수 있었는가 봅니다.
감사합니다! 함께 걸어준 벗이여 ~~~
_()_
2007. 8. 15. 19:00 원지~ 8. 17. 13:20 구례 처음 지리산 등정기
마음에 늘 담겨있어도 그저 흘러가는 순간일 뿐이라하고 사랑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그냥 그리움의 일편으로 좋아할 뿐 네 그리움을 내 그리움으로 알아주면 좀좋고 알아주지 못한다면 내 그리움이란 그리워서 그리워하기보다는 내 깊은 고독의 향연이라 하여 한쪽 입술을 실쭉 말아올려두고선 원래 고독이란 석양을 등지고 노을을 배경으로 긴그림자와 경주하는 나와 영의 곡예 너를 바란 적 없노라고 한걸음 한걸음 꼭꼭 발자국 깊이 내딛는다. 그토록 너는 나였다가 나와는 동떨어진 별세계 가끔 그리움이라는 통로를 열고 밤새 이야기하고싶은 소리와 메아리 사실 너는 구체화되기도 하다가 어느 막연한 추상성으로 숨어들기도 이 애매모호함을 떨치고 바로 거기 너를 바라며 떠올린 지리산행이었는데 정작 내딛은 그곳엔 구름과 바람뿐 실촉되는 너란 없었다. 너없는 그 하늘과 대지 정작은 너를 부정하는 외줄 하나 부여잡고선 나와 영의 경주를 마주하다 그 흔들리는 외줄을 꽁꽁 잡아틀어 동쳐매고자 풀고거두는 내 힘줄이 힘든 줄 모르고 지리산을 종주했구나. 그리고선 돌아와 다시 내 안에 너를 만나며 그리고있구나! 참으로 미운 너라고...... 아니면 청개구리인 내가 그리는 너라서 늘 엇갈리고 만나도 알지못하고 분명치 않는지...... 그렇지만 그런 넌 일상을 벗어나지 않는 내게 있어서 늘 반갑게 안겨오는 일상속 소담한 일상해탈로였다고. 한가위 잘 보내셨지요? 그간의 안부를 제 지리산 그리움의 연서로 인사 띄워보냅니다. 늘 건강하고 행복한 선향이로사! |
첫댓글 오랫만이십니다.사진을 뵈오니 더욱 반갑네요.좋은글 잘 읽었습니다.저도 함께 산행에 오른거 같습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