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잔뜩 흐리다.
프라하에 왔을때부터 추워지고 비가오고 흐렸다.
가는 곳마다 날이 흐리니 비를 몰고 다니는 것 같다며 서로에게 위로의 말을 건냈다.
체스키크롬로프를 떠나는 날이다.
오전에는 마을 곳곳을 더 누볐다.
지나가다 성당이 보이면 잠시 들어가 앉아있고
작은 소품가게가 보이면 구경하고
옛날 마을사람들이 사용했던 기구들을 구경하고
책방에 들러 체코작가의 그림책을 샀다.
아이들과 구글번역기를 들고 그림책을 볼 생각에 신이 났다.
체코에서 버스를 타고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국경을 넘는 순간, 버스는 잠시 멈췄다가 출발했다.
국경을 넘는 일이 이렇게도 쉽다니.
전라도 남원에서 경상도 함양으로 넘어가듯이 부드러웠다.
체스키크롬로프에서 오스트리아 린즈로
오스트리아 린즈에서 기차를 타고 할슈타트로 간다.
기차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말소리와 창밖에 펼쳐진 알프스 산맥을 보며 책을 읽었다.
[페터 한트케의 소망없는 불행]
p45
자유 의지에 따라 사는 것, 가령 평일에 산보를 간다든지, 두번째로 마신다든지 하는 등의 일은 말할 것도 없이 괴물이나 하는 짓이었다. 사람들은 기껏해야 노래를 같이 하자거나 춤을 추자고 요청할 때나 자유 의지로 할 뿐이었다.
페터 한트케 어머니의 삶을 쓴 에세이이다.
그 당시 고단한 어머니의 삶을 아들이 담담하게 썼다.
문학과 예술의 향유지였던 오스트리아 이곳에서도 여성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자유 의지에 따라 기차를 타고 할슈타트로 가는 나는 어떠한가.
너무나도 멋진 풍경 앞에 감탄과 더불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첫댓글 날씨가 반짝더좋아졌음 좋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