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자리의 제자리를 찾게하는 그림책"
2023년 하반기 일정을 마무리하며 어제 만난 그림책 막스 뒤코스 『제자리를 찼습니다』를 소개한다. 정말 오랜만이다.
글을 쓰는 것도 이런 그림책을 만난 것도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그림책을 올해도 많이 만났지만 밤새 이야기가 머릿속을 걸어다니고 멈춰섰다가 뛰어다니기는 오랜만이다.
끊임없이 자리를 옮겨가며 찾던 내 자리
그 제자리를 찾기 위해 오늘도 내 자리를 둘러 본다.
초록 풀밭, 들판의 어디쯤 되어 보이는 곳에 작은 연못이 있다.
온갖 풀들과 꽃, 곤충들이 모여 살고 있다.
그 연못 곁에 앉아 작은 풀꽃 입에 물고 콧노래라도 부르는 듯 뿌듯한 표정의 할아버지
바지는 오래되어 무릎을 기었고 낡은 모자는 그의 주름 만큼이나 오래 되어 보인다. 손바닥 위에 무언가 작은 것을 두 손가락으로 집어서 연못에 주려는 듯한 모습에서 그와 연못은 이미 하나이다. 이런 일치감, 온전하게 머물 수 있는 곳
우리가 항상 찾고 있는 그곳이다. 나의 쉼터, 안전지대, 다락방, 시간의 점들이 머물던 곳, 그런 곳
오래 앉아있어다고 보기에는 다리가 약해보이는 의자, 곧 접고 일어서야할 듯한 가는 다리의 의자, 하지만 이곳의 의자로는 너무 과하지 않고 적당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그 평온은 오래 가지 못한다. 어쩌면 할아버지 나이 만큼 오래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나이가 되도록 그곳에 있었으니까
그렇다면 인간에게 평온이란 나이든다고 저절로 와서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단순한 삶의 현상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인가.
그 땅은 소유주가 있었다. 주차장을 만든다며 할아버지와 연못은 내쫓김을 당한다.
비웃던 사람들 그들은 연못 근처에 있지만 그림책 전체에 나오는 사람들 처럼 연못에 동화 되지 못한다. 너무 당연한 것이 겠지만
지금까지 이 할아버지가 어떻게 살아왔지 알 수는 없지만 앞으로 이 사람에게 펼쳐질 일들이 예측되면서 독자는 살짝 절망감을 느낀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기꺼이 연못을 둘둘말아 어깨에 짊어진다. 그 무게는 다른 것과는 좀 다르다.
나도 얼마나 많은 순간을 내 연못을 어깨에 짊어지고 옮겨 다녔던가.
굽은 허리가 안타깝지 않다. 도리어 당당해 보인다.
그리고 시작된 연못과 할아버지의 제자리 찾기
그의 연못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있고
병원이나 학교 등에서는 환영 받지만 다양한 이유로 다시 연못을 접어야만 했다. 그리고 할아버지 스스로 연못을 지키기 위해(?) 접을 수 밖에 없었던 순간도 있다. 그러면서 연못은 점점 말라가고 더 이상 이곳에서 연못을 지킬 수 없음을 알았던 순간
할아버지의 선택은 멀고 먼 맨 끝 어느 도시
그리고 간절한 기도
내가 원하던 내 연못이 놓이길 바라던 장소들
그곳 보다 더 나은 곳
얼릉 접어서 옮겨야했던 순간들
그리고 가장 위험했던 장소
달려드는 많은 것들을 경계해야만 했던 순간들
그리고 지금 그 넓이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는 지금의 연못
할아버지가 연대하고 수용했던 타자
그렇게 찾게 된 제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