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막판, 월 3천만짜리 족집게 선생까지 붙였는데...“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메가스터디 2015 대입 최종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정시지원 배치표를 보고 있다. 2014.11.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메가스터디 2015 대입 최종지원전략 설명회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정시지원 배치표를 보고 있다. 2014.11.15/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지난 17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카페 창가에는 잎이 다 떨어진 은행나무 옆으로 북한강이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카페에는 이번에 수능을 막 치른 수험생을 둔 강남 아줌마들이 모였다. 이들이 쏟아내는 수다에는 큰 전쟁을 치러낸 용사마냥 무용담이 넘쳐났다.
"OO엄마는 결국 막판에 질렀대요. 3000짜리를...", "네? 3000이요."
엄마들의 대화는 또래의 수험생을 둔 한 고소득 전문직 부부의 얘기에 집중됐다.
서울 유명 의대를 지망한 이 수험생을 위해 그 부모는 수능이 치러지기 몇 개월 전에 강남에서 유명하다는 월 3000만원짜리 과외를 시켰다고 한다.
국어, 영어, 수학 등 여러 명의 과외선생이 한 명에게 집중적으로 교습하는 형식이다. 수학의 경우 분야별로 2명 이상의 과외선생이 붙는다.
"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됐대요?"라는 질문에 한 엄마가 대답했다. "지난 주말 입시설명회에서 그 엄마를 만났는데 물어보지는 못했어요"라고 말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월 3000만원짜리 과외라니... 너무 한 것 아니냐. 차라리 그 돈 모아서 해외 대학 유학이라도 보내는 게 더 낫지 않느냐."
"미국 유학도 쉽진 않아요. 아이비리그 보내기는 이미 틀렸고 하위 대학에 보낸다 해도 연간 수억원의 비용이 드는데… 쉬운 게 없어요."
"우리 아이는 차라리 그런 족집게 과외라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는 하소연도 나왔다.
"돈 많이 준다고 해서 과외선생이 모든 학생을 받지는 않더라고요. 해결책이 안 보이는 학생을 덥석 받았다가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기회비용 손실에다 자신의 브랜드 명성에 흠집이 생긴다는 이유로…"
1대1 과외를 하기 전에 사전테스트를 거쳐 이른바 ‘싹수’가 있는 학생만을 고른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한 엄마는 "그 과외선생들은 조금만 끌어주면 성적이 확 오를 아이들을 골라내는 게 가장 좋대요. 일종의 성과급이라는 것도 있으니까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왜 있잖아요. 작년에 모 대기업에 다니는 동훈(가명)이 아빠가 동훈이 대학 떨어지고 난 뒤 과외선생을 고소하려다 관뒀다고 하자나요. 수능 막판에 계좌이체도 하지 말고 현금으로 1000만원 싸들고 오라기에 야밤에 부리나케 은행에서 돈 찾아다 갖다 바쳤는데… 한동안 동훈이 아빠가 화병을 앓았다고 그러더군요."
카페 탁자위에 올려놓았던 누군가의 전화기가 요란하게 부르르 떨었다. "응. 학원 숙제는 다했어? 간식 챙겨 먹고 차 조심하고 얼른 가봐. 엄마 곧 갈게."
통화가 끝나고도 그들의 수다는 끝이 없었다. 해질녘 북한강변에 붉은 해가 흐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