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012.4.23일 ‘대남특별행동소조’라는 조직을 내세워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보낸 공개협박을 놓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어떤 방법으로 어디를 공격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아 불안만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 언론 ‘3차 핵실험’부터 ‘무인 공격기 폭격’까지
북한의 협박이 연일 계속되면서 언론들 또한 ‘북한이 어떤 수단으로 어디를 도발할 지’를 놓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로이터, AP 등 외신들은 북한의 협박이 ‘3차 핵실험’일 것이라는 추측을 해외 소식통을 인용해 내놓고 있으며, 국내 언론들은 탈북자와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심리전에 불과하다’는 설에서부터 사이버 공격, 무인 공격기 폭격, 서북도서 포격 등 다양한 ‘설’을 내놓고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지난 4월 15일 군사퍼레이드에서 선보인 ‘UAV’를 미군의 RQ-9 리퍼나 MQ-1 프레데터처럼 무인공격기로 사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북한은 제트추진 방식의 TU-143 레이(일명 VR-3 Reis) 대형 무인기와 단거리 정찰용 프체라 무인기 등 UAV 500여 대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만든 고속 표적기 ‘MQM-107D 스트리커’ 여러 대를 중동에서 수입해 무인공격기로 개조했다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이런 UAV를 개조한 공격기들은 항속거리가 1,000km 미만인데다 속도도 음속 이하로 느리고, 레이더에 잘 잡히기 때문에 기습 테러용으로는 부족한 점이 많다. 만약 이 무인공격기에 미사일이나 폭탄 등을 장착한다고 해도 전방 일부 지역 외에는 공격이 어렵다.
여기다 한미 연합군이 “지금까지 북한군에서는 특별한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어 국민들만 헷갈려 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기: 쓸모있는 무기 ‘고정간첩’
그런데 언론과 ‘전문가들’의 분석 대부분이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바로 북한과 김정은의 성격, 남북관계의 특수성이다.
김정은이 볼 때 북한군의 무기 중 사용했을 때 전쟁은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가장 은밀하고 위력적인 무기는 우리나라에서 생활 중인 고정간첩과 수시로 드나드는 침투요원(정찰총국 소속 특수부대)이다. 김정은은 권력 세습 전부터 김영철 정찰총국장 등을 바로 옆에 두고 대남사업에 대한 ‘과외’를 받았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남조선의 버릇’을 고쳐놓겠다며 비밀작전을 펼친다면 최우선 수단은 바로 고정간첩일 것이다. ‘21세기에 고정간첩은 없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음은 실화다.
1997년 10월 27일 북한 대외연락부 소속으로 실제 부부인 최 모 씨와 강 모 씨가 울산의 한 커피숍에서 공안당국에 체포됐다. 당시 국정원 수사 결과에 따르면 최 씨는 1984년, 강 씨는 1986년 북한에서 공작원으로 선발된 뒤 남파 교육을 받던 1990년 11월 결혼했다.
이들은 1997년 3월 서울지하철공사 직원이자 고정간첩인 심 모 씨와 접선해 ‘유사시 서울지하철을 마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보고하라’는 등의 임무를 받은 후 잠수정을 타고 경남 거제시 갈곶리 해안으로 침투했다.
이들은 침투 후 20일 동안 전국을 돌며 ‘현지적응 훈련’을 마친 뒤 서울 구로동에 은신거점을 마련했다. 은신처를 마련하자 심 모 씨와 6번 접선하며 임무를 수행했다. 또한 최 씨 부부간첩은 관악산과 경주 민속공예촌 야산 등 6개 드보크(무인함)에 벨기에제 권총 3정과 실탄 170발을 숨겨두기도 했다.
최 씨 부부간첩은 10월에는 전국연합의 하부 지역단체인 ‘울간연합’ 간부 정 모 씨에게 접근해 “우리는 북에서 온 사람이다. 함께 월북하자”고 권유하기도 했다. 이때 정 씨가 이들을 공안당국에 신고해 결국 체포됐다.
이 사건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은 최 씨 부부가 아니라 고정간첩 심 모 씨다. 심 씨를 포섭한 사람은 1958년 남파 간첩이었던 당숙이었다. 당숙은 16살이던 심 씨를 포섭해 함께 월북했다. 심 씨는 북한에서 간첩교육을 받은 뒤 ‘교통고에 진학해 철도 분야에 취업하라’는 명령을 받고 내려왔다.
이후 심 씨는 1984년부터 서울지하철공사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그가 ‘슬리퍼셀(Sleeper Cell. 평소에는 평범하게 생활하다 명령이 내려지면 활동을 개시하는 잠복간첩)로 지낸 기간은 39년에 달했다.
이 같은 ‘고정간첩’ 체포 및 수사는 그러나 1999년 ‘국정원 숙정’을 통해 대부분 중단됐다. 법원 또한 ‘공안사건’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면서 기소율도 크게 낮아졌다. ‘국정원 숙정’과 함께 대공요원들의 대규모 강제해직 사태로 국정원은 물론 경찰, 기무사, 검찰 등의 ‘간첩 수사’는 대부분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탈북자로 위장한 ‘원정화 사건’, 20년 전부터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한 ‘왕재산 사건’, 2006년 10월 소위 ‘386정치인’ 연루설로 들끓었던 ‘일심회 사건’ 등 남파 간첩의 활동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08년부터는 남파간첩들이 중국 연변, 연길, 심양 등을 거쳐 우회침투하면서 '조선족'으로 위장하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위장하면 인천이나 제주에서는 여권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기 2: 어디를 어떻게 노릴까
혹자는 이 같은 남파 간첩의 수가 5만여 명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실제 ‘파괴 공작’이 가능한 간첩의 수를 10%로만 잡아도 5,000여 명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테러를 저지른다고 할 때는 어디를 어떻게 노릴까.
먼저 ‘악성코드’ 등을 활용한 사이버 테러가 가장 쉽다. 국정원, 경찰 등에 따르면 ‘악성코드’를 가장 많이 퍼뜨리는 수단이 바로 웹하드나 토렌트 파일 중 동영상 파일-특히 포르노 영상-이라고 한다. 이런 파일들은 다운로드 받아 실행하기 전까지는 악성코드가 활동하지 않거나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고. 2009년 ‘7.7 디도스 대란’의 ‘허브’ 역할을 했던 곳들도 대부분 대형 웹하드 업체였으며,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수단은 일본 포르노 영상과 한국 성관계 유출영상이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웹하드나 토렌트 사용자 수가 천만 명 단위를 넘어서기 때문에 간단한 몇 가지 조작만 하면 손쉽게 악성코드를 배포할 수 있다. 북한이 만약 이렇게 유통시킨 악성코드로 전력망이나 통신망, 교통정보망 등을 공격할 경우에는 대형 참사가 벌어질 수 있다.
사이버 공격이 아닌 직접 공격도 가능하다. 물론 사고로 위장하면 의심을 사지도 않는다. 대표적인 목표가 발전소나 변전소, 송전탑 등이다. 우리나라 전력 관련 시설의 안전도는 한심한 수준이다. 2011년 말부터 사고만 났다 하면 모두 발전시설이다. 고리원전 사고, 태안열병합발전소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곳에 만약 고정간첩이 활동하기 시작한다면 그 ‘재앙’은 상상을 초월한다.
2,000만 명 이상이 몰려 있는 수도권을 목표로 한다면 ‘다중이용시설’이나 지하철역을 노릴 수도 있다. 한 예로 2호선과 1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의 하루 유동인구는 50만 명에 달한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걸어 다니기도 어렵다. 여기서 화재나 폭발이 일어난다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테러’가 일어난 뒤 원인조사를 마칠 때쯤이면 북한에 대한 보복도 하기 어렵다.
주말이나 휴일에 코엑스에서 테러가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코엑스도 하루 유동인구가 8~10만 명으로 결코 작은 수가 아니다. 여기다 바로 위에는 55층짜리 유리 건물(무역센터)이 있다. 여기서 사고가 나 교통이 통제되면 서울시내 전역의 교통이 마비될 수 있다.
네이버나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같은 포털 업체나 IDC 또한 주요 목표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IT의존도는 높은 반면 이들 시설에 대한 물리적 보안수준은 낮은 편이라고 보안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만약 우리나라 인터넷 데이터의 절반이 테러로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사회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고정간첩을 이용하지 않고 잠수정을 사용해 국가 신인도를 엉망으로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 공장이나 거제 또는 울산의 조선소, 공항, 항만 등에 폭발물을 설치하거나 기습 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겠지만 앞서 사례에서 보듯 북한 간첩은 동해나 서해보다는 주로 남해로 침투해 간첩을 육지에 내려놓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의심하지 않는 우리 사회 분위기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생각하기 3: 北이 우리의 약점 보듯 우리도 北의 약점 이용해야
김정은 세력은 우리나라에 테러(또는 도발)을 가하기 위해 철저히 비대칭 전략을 구사한다.
우리나라와 북한의 가장 큰 비대칭점은 ‘정보의 투명성과 유통’이다. 우리나라는 정부나 기업 등이 한 마디만 하면 10분 내로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다. 반면 북한은 도통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가 없다.
북한은 지금까지 무력 도발을 저지를 때마다 ‘때리겠다’고 말하며 우리 사회를 긴장시킨 뒤 그 긴장이 풀어질 때쯤 기습도발을 했다. 이번이라고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가 동요하거나 긴장하는 분위기일 때는 ‘말’로 도발하다 선거나 각종 이슈로 딴 곳에 이목이 쏠릴 때에 맞춰 도발할 수 있다. 즉 우리가 북한에 비해 확실히 불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문제’는 해답을 품고 있는 법. ‘대남특별행동소조’의 협박 이유는 바로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이었다. 이는 김정은을 희화화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김정은을 공개적으로 ‘바보’ 취급한다고 해도 ‘종북세력’ 외에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 점이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가진 ‘비대칭적 강점’이라는 말이다.
북한 정권 입장에서 보면 김정은을 바보 취급하는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나 북한의 유튜브 계정, 트위터 계정을 해킹한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가장 얄밉다는 말이다. 북한이 협박을 하는 것에 맞춰 그들의 각종 선전도구를 해킹하거나 김정은을 멍청이로 묘사해 세계인이 사용하는 온라인 공간에 퍼뜨리는 것도 하나의 대응전략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협박을 할 때마다 대북심리전을 대규모로 전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북한은 분명 으름장을 놓겠지만, 지금 한미 연합군은 ‘도발에는 응징’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한 발’의 포격만 기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도발하기는 쉽지 않다.
즉 북한이 ‘대남특별행동소조’를 내세워 온갖 협박을 할 때마다 우리나라 네티즌과 언론 등이 그들을 조롱하고 비웃고, 정부가 대북심리전을 전개하면 그들은 지금까지 남한 사회를 움직였던 ‘공포라는 지렛대’를 잃어버린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