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 언제나처럼 넋을 잃어.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 이렇게 아름다운 구름.
다시 1년만에, 먼 여정을 떠나.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내 마음은... 더 먼 곳을 헤매.
네가 있는 곳...
한밤중, 베니스의 마르코국제공항에 내렸어.
낯선 곳, 옷깃을 파고드는 스산한 추위.
아랫니와 윗니가 부딪치며 소리를 내. 딱, 딱...
아직은 베니스를 체감하지 못하겠어.
그냥, 여느 국제공항과 다를 바가 없고, 물비린내도 나지 않고...
미로처럼 운하가 얽혀 있다는, 베니스...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일단, 베니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를 탔지.
'로마광장'이 종점인 버스.
평범하게 고속도로를 달려.
조금씩 내 시야에, 검푸른 물이 들어와.
열 두어 시간의 비행 중, 내내 뜬 눈으로 있어 헛것이 보이는 걸까.
여기가 로마광장.
안구의 통증이 가시질 않는다.
사진마저 초점이 맞질 않아.
로마광장이지만, 그냥 버스장류장인 것만 같아.
그런데,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바로 이 자리에서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눈 한 가득 물이 들어차지.
코 한 가득 물비린내가 들어차고...
바포레토라는, 베니스만의 수상버스를 타고... 아르세날 선착장으로... 그리고, 숙소로...
어두운 골목골목을 헤집어 숙소로...
눈의 피로를 이기지 못한 나는, 곧장... 잠이 들어 버렸어.
비행하고 온 시간만큼 항해하는 꿈을 꾸며...
아, 하늘이 푸르르고 푸르르더라.
숙소가 바로 이 해양박물관 근처였어.
(해군박물관이라고도 하고, 해양역사박물관이라고도 하고... -_-;)
몇 걸음만 걸어나오면, 이렇게 운하가 있지.
베니스는 어느 곳이나 운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대문만 열면, 창문만 열면... 이렇게 물이 보여.
물이 깨끗하지는 않지만 (집안의 하수도가 죄다 흘러나오는 것 같더군.)
이 묘한 운치라니...
입을 하아 벌리고, 계속 계속... 사진을 찍었어.
유럽의 어느 곳에서도 이렇게 '골목'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본 적이 없어.
베니스는 정말이지, 이 좁은 골목골목이 역사를 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저 창문에 비친 하늘도, 앞집도... 얼마나 운치가 있는지.
골목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베니스에서 마주치는 사람의 80%는 관광객이야.
언젠가 듣기로, 베니스의 원주민은 베니스에서 살지를 못한다더라.
집값이 너무 비싸서, 안전한 생활터전이 되지 않기 때문이래.
대부분 타지인들이 관광객들을 상대로 돈을 벌어들인대.
음식점, 상점, 숙소 등 많은 것들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격?
넘실대는 지중해.
바다 옆에 앉아 책읽는 아가씨, 예뻐 보여서 한 컷.
역시... 책을 읽는 모습은 아름다워~ ^^
우리 나라거나 다른 나라거나...
나는 낯선 지방에서 만나는 우체통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
뭐라도 적어서 우체통에 집어 넣어야 할 것 같고.
휴일이어서 우체국은 창살을 굳게 하고 문을 닫았네.
우체국 옆에 있는 거라, 나름 깨끗한 우체통.
가면으로 유명한 베니스.
어느 곳에서나 이렇게 가면을 팔아.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다양한 가면들.
사람들은 어찌 이렇게, 물 위에 집을 짓고 살 생각을 했을까.
비가 오고 홍수가 나면 무섭지는 않을까.
물비린내가 때로는 역하지 않을까.
온몸에 습기가 차지는 않을까.
눈으로 보기에는 좋으나, 내가 살고 싶지는 않더라. 솔직한 심정...
하얗게 햇살을 받으면 더욱 좋을 것 같은 식당.
독특한 모양의 파라솔과 하이얀 테이블보가 인상적이었어.
죄수들이 지하 감옥에 수감될 때 마지막으로 건넜다는 탄식의 다리.
그 아래를 유유히 흘러가는 곤돌라.
오른쪽이 감옥이야. 네모 반듯한 창마다, 굵은 창살이...
다시 햇빛을 보지 못할 생각에 이 다리를 건너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고 하는데,
정말 깊게 한숨 나오는 그 유래 때문인지, 탄식의 다리가 보이는 곳에 서서 한참을 있었지.
나 또한, 가만가만, 숨을 쉬면서...
한 전쟁영웅의 동상 아래에서, 구슬픈 음악 소리가 들려.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거리의 음악가들.
나처럼 사진만 찍는 사람은 무한한 째림을 당하지.
공구상자같은 저 은색 케이스에, 몇 유로쯤 넣어주었어야 했을 것을.
작년까지는, 그래도... 조금씩 음악을 들려주는(내가 원해서 듣는 건 아니지만) 것에 대해
보상을 하고는 했었는데...
유로화가 너무 오른 시점이라, 한 푼도 아쉬웠을 때여서... -_-;;;
산 마르코 종루.
한번 올라가보고 싶었던 곳.
나는 높은 곳을 좋아하거든.
이곳에 오르면, 지중해의 푸른 바다도, 산 마르코 광장도... 한눈에 내려다보였을 테지.
다른 이들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멋스러운 각도로.
사람들은 이 높은 종루에 올라, 종이 땡 땡 치는 것을 감상해.
귀 아플 텐데 말야. 흠... -_-;
산 마르코 광장 입구에 있는 산 마르코 성당.
모두가 산 마르코 광장을 향해 등을 보이고 걷는데,
반대 방향으로 흐르듯 걷던 이 두 사내.
산 마르코 광장에 도열하듯 위풍당당하게 서있던 이 건물. 뭐였는지 모르겠네. 하하...
누구누구의 의견인지는 모르겠으나,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불린다지. 산 마르코 광장.
내 눈에는, 절대로... 가장 아름답지 않았어.
온통 비둘기 투성이었는걸. 끔찍할 정도로.
사람 수보다도 많은 비둘기들.
베니스 곳곳에 자리한 곤돌라 선착장.
자세히 보면, 곤돌라 회사마다 모양이 조금씩 달라.
너도나도... 곤돌라에 올라 골목을 유영해.
긴 노를 저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곤돌라.
한번쯤, 타보고 싶던 곤돌라...
둘씩, 셋씩, 넷씩 짝을 지어 곤돌라를 타.
돈을 조금 더 주면, 곤돌라지기가 노래도 불러준다지.
저 노를 저으려면, 어떤 자격증이 필요할까.
우리나라 나룻배 같은 저것.
그럼 저 곤돌라를 운전하는 청년은, 우리나라의 뱃사공?
베니스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다리인 리알토다리 근처에는, 상점이 많아.
그만큼 관광객들도 많지.
(정작 리알토 다리 사진이 없는 이유는... --;;)
바글바글...
괜시리 나는, 가방끈을 꼭 쥐었지.
사람들 옷차림도 참 다양하지.
패딩카파에서 반팔 반바지에 이르기까지.
누가 무엇을 입든, 신경도 쓰지 않아.
명품을 입든 로드샵표를 입든, 그런 문제는 조금도 중요하지 않지.
리알토다리 부근의 운하는 이렇게 규모가 커.
선착장도 양쪽에 나뉘어 있을 정도로, 이쪽 저쪽 모두에 사람들이 밀집해 있지.
바닷물속에 박힌 말뚝은 배를 묶어두기 위한 용도라는 거, 알아?
빈 곳에 낙서를 하는 사람들의 심리.
곤돌라와 바포레토와 수상택시가 한 곳에.
여기도 가면, 저기도 가면...
나도 하나 살 걸 그랬나? 클클...
사진만 봐도 훅... 물비린내가 끼쳐 오는 것 같지 않아?
얼마나 걸었을까.
산타 루치아 기차역(로마 광장 옆)까지 와버린 것 같아.
운하 바로 옆 자리에 앉아 점심을 먹었어.
피제리아 펍.
뭐, 그닥 유명한 식당인 것 같지는 않아.
그저, 운하 옆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자릿세가 비싸다는 것 정도가 특징일까.
베니스의 한 식료품 가게에서 만난 고춧가루 양념. (고추씨 양념? -_-;)
대학로에 있는 <디마떼오>에 가면, 저 양념을 피자에 뿌려 먹게 하잖아.
저거, 꽤 얼큰하고 맛있어. 그래서 냉큼 한 봉지 구입.
갈릭 어쩌구 하는 피자.
평범한 마르게리따 피자.
바닷물에 이쑤시개를 꽂아 놓은 것 같아.
여기는 산타 루치아 기차역.
나의 여정에 중요한 기점이 된 기차역이지.
베니스와 어울리지 않는 현대식 건물.
산타루치아 역 앞 다리에 올랐어.
왼쪽에 있는 것이 선착장이야.
노랑쌕 띠에 검정색 글씨를 잘 보고, 탈 것인지 내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지.
바다에 둥둥 떠 있어서 가끔 바람 불면 흔들리기도... ㅋㅋ
골목길이 아닌 꽤 큰 도로.
예쁜 간판이 있길래 한 컷.
베니스는 도무지, 바퀴 달린 탈 것이 생존할 수 없는 곳이야.
오직 든든한 두 다리로만 이동해야 하지.
자동차도 오토바이도 자전거도 휠체어도 유모차도...
운신하기가 힘든 곳이 바로 베니스.
그리고,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이동이 가능한 곳이기도 하지.
안토니오와 바사니오의 우정을 이야기한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이 아니더라도,
베니스는... 누군가와 친밀한 동지애를 느끼게 해주는 곳이야.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사람들,
이 골목을 지나 저 골목 쯤에서 다시 마주친 사람들,
함께 물비린내를 맡으며 망연히 바다를 쳐다보는 사람들...
모두모두에게, 진한 우정을 느끼게 되지.
말 한 마디 섞지 않아도.
베니스.
천 개의 골목과 천 개의 표정을 감추고 있는 곳.
다양한 색색의 가면처럼...
2008년 3월,
<출처 : ★유럽 여행정보★유럽 배낭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