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개표중계방송은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합니다. 대략 예견된 상황이긴 하지만 비슷하게 펼쳐지는 것도 놀랍고 간만에 만난 영웅 비슷한 인물에 대한 기대가 신선했기에 더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소도시의 지극히 빈곤했던 가정출신으로 운동권이 대세였던 시대에 대학을 다녔던 사람으로, 알게 모르게 패배의식이 무의식을 지배하는 심리적 갈등이 있었습니다. 매학기 등록하는 것이 늘 당면과제였으니 의식은 강한 운동권이었지만 몸은 늘 알바체제, 순수한 시대적 갈등조차 때로 사치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게 체바라, 피델 카스트로, 마하트마 간디, 호찌민, 호세 리살 등등, 그들 국가의 영웅으로 남은 지도자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유복한, 일부는 거의 귀족급 집안 출신입니다. 묘하게 끝까지 자기뜻을 굽히지않고 시대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일 수도 있습니다. 새로 부각된 돌풍의 주역도 전형적인 그런 배경을 가지고 있지요. 끝까지 버틸 힘이 있을 것이라 응원해 봅니다.
이번 투표는 저 개인에게도 특별했는데 태균이의 첫번째 투표참가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선거관리원이 투표박스에 태균이 혼자 들여보내야 한다고 했지만 제가 눈치껏 잘 끝내도록 마무리해주었습니다. 밖에 나와서 거리에 걸려있는 후보 플랭카드를 가리키며 태균이가 무엇을 했는지 설명해주었습니다. 물론 이해하기 어려웠겠지요.
오늘은 태균이 준이 도예수업이 재개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등잔밑이 어둡다고 우리 아이들을 친절히 지도해 줄 수 있는 도예전문가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민속촌 안에 있는 도예방이었고 덕분에 민속촌을 일주일에 두번은 거닐어보게 생겼네요.
사실 물레를 이용해 도예를 하는 것은 두 녀석에게는 처음이라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이지만 과거 도예경험들이 있는터라 생각보다 빨리 익숙하게 받아들입니다. 선생님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도 기분좋습니다.
이렇게 첫수업을 마치고 간만에 민속촌 산책. 날씨가 좋아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은데 외국인 관광객 비율이 꽤 높습니다. 우리도 휴일의 유유자적 산책을 즐깁니다. 앞으로는 도예마치고 바로 주간센터로 향해야 하기에 오늘같이 유유자적한 날은 별로 없을 듯 합니다.
알게 모르게 태균이가 남겨준 사진들은 엄마를 미소짓게 해줍니다. 민속촌은 사진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봄꽃 대잔치 분위기입니다. 이제 자주 가야하니 주당 변화를 생중계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민속촌 만으로 만보가 안되서 점심먹고는 모구리야영장 오름산책로를 좀더 걸었는데, 모구리야영장의 텐트공간이 비어있는 곳이 별로 없을 정도로 만석입니다. 우리가 이용하는 동안 인라인장에서 누군가와 부딪쳐 본 적이 없는데 오늘은 급기야 아이들이 꽤 북적이고 체력단련장도 예전의 한적한 분위기가 아닙니다.
이제 모구리야영장도 한동안 우리만의 장소는 아닐 듯 합니다. 준이에게 찾아온 동작마비 증세가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주기적으로 돌출하는 동작마비 증세가 한동안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얼굴은 밝고 감정기복에서 별로 시달리지 않는 듯 하니 다행입니다.
화창한 봄날, 우리는 바빴지만 태균이에게는 역사에 남을 날이었습니다. 일단 도예에 있어 새로운 시작의 문을 열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봅니다. 어찌나 힘이 좋은지 물레돌리다가 무너뜨린 진흙들이 어찌나 많은지 태균이 스스로 사진을 찍어놓았네요.
첫댓글 태균씨 다시 도예 하게 된 점, 넘 다행입니다.
준이는 운동만이 살길 같은데, 마비가 더 진행 안되게 무슨 처방이 없을까? 싶게 걱정스런 모습이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선거 결과가 썩 만족스럽진 않습니다. 마음 졸이며 살고 싶지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