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입이 시급한 호찌민 신호등 체계
얼마 전, 횡단보도가 노랗게 칠해진 모습을 보았다.
학교 앞 아동 보호구역에는 횡단보도가 노란색으로 바뀌고 있던 것.
이제는 누구나 알법한 상황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늘 보던 하얀색의 횡단보도가 노랑 옷을 입다니, 무슨 일인가 싶었다.
계속 흰색일 줄 알았단 말이다.
최근 집 앞의 횡단보도가 대각선으로 바뀌었다.
이제 신호 두 번을 기다리지 않고, 한 번에 건널 수 있었다.
보행자로서 편리한 변화였다.
그런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건, 친정 엄마였다.
오랜만에 우리 집에 놀러 온 엄마는 대각선으로 한 번에 건너올 수 있는 횡단보도를
평소처럼 가로 한 번, 세로 한 번, 총 두 번의 신호를 기다려 건너왔다.
"엄마 한 번에 오면 되는데..."
"그래?
몰랐어.
늘 하던 대로 건넜지.
그런데 이상하게 신호가 긴 거야.
못 본 새 바뀌었구나."
두 번에 건너왔다는 엄마의 행동이 작은 헤프닝처럼 귀여웠다.
이렇듯 신호등의 변화는 사람들이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아무생각 없이 마주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호찌민 여행에서 있던 일이다.
호텔 앞의 작은 길,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하나밖에 없었다.
맞은편의 신호등이 없으니 신호가 바뀐 건지 알 수 없어 고개를 뒤로 꺾어 확인하고 초록불이면 서둘러 건넜다.
신호는 어찌나 빨리 바뀌는지...
잠깐만 한 눈을 팔면 금방 빨강불이 되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처음에는 야박하다 생각했지만, 신호가 자주 바뀌었다.
오히려 보행자에게 건널 기회가 여러 번 주어져 좋았다.
신호등이 하나밖에 없다니..
'감으로 건너라는 건가?'
한동안은 어리둥절다.
여행의 일정이 끝난 후,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가는 길이었다.
도심의 큰 도로로 진입하자 오토바이가 다니는 길, 차가 다니는 길로 나눠져 있었다.
훨씬 정돈된 장면이었다.
또한 교차로에 차를 위한 신호등에 얼마의 시간이 남았는지 숫자로 표시되어 있었다.
또렷하게 알려주는 시간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딴짓을 하다가도 숫자를 보며 출발 준비를 할 수 있었다.
<호찌민의 신호등체계>
횡단보도 신호등 하나. (작은 길)
도로 위, 차를 위한 숫자 표시등. (큰 도로)
낯선 문화였다.
몇 년 전 파리여행에서 본 공유 킥보드처럼 신기했다.
(공유 킥보드는 곧 한국에 상륙해 흔한 풍경이 되었지만)
언젠가 우리 도로 위에도 숫자 신호등이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아니, 도입되었으면 좋겠다.
좋은 건 정착되고, 불필요한 건 덜어내었으면 좋겠다.
대각선 횡단보도 신호등이야 말로 8개의 신호등이 동시에 바뀌니, 이제 호찌민처럼 4개를 없애도 좋지 않을까?
아니, 두 개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예산 절감)라는 생각이 든다.
신호등 전문가는 아닙니다만...
신호등이 하나밖에 없는 호찌민 작은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