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중국집 군만두 서비스 무척 잘먹고 간혹 물만두같은건 직접사다 먹기도 했는데
아쉽군요. 헌데 이 만두소동 역시 일종의 언론권력 횡포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수년전의 그 공업용 쇠기름 사건 처럼요. 아래는 펌글입니다.
내가 '언론이 무섭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그리고 그것은 안티조선 때문도 언론
비평 때문도 아니었고, 내 피부에 다가와 있는 어떤 '사건'때문이었다.
그 사건의 이름은 '공업용 쇠기름(우지)' 사건이었다. 모두들 기억하시는가? 그때 참 굉장한 파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라면업계의 단독 주자였던 삼양은 그 사건으로 한 방에 넘어졌고 -
아직까지 그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 신문만 펴면, TV만 켜면, 사람들만 만나면 매번 그 이
야기가 거론되었다. 그 이후 라면은 모두 팜유(야자기름)으로 튀겨졌고 아직도 사람들에게 '공업용
쇠기름'사건은 기분나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지금 '쓰레기 만두'는 어쩌면 상대도 안될 정도의 파장
이었다. 그나마 '쓰레기'라고 하면 퀴퀴한 느낌이 나지만 '공업용'이라고 하면 치떨리도록 시커먼 기
름이 떠오르지 않는가.
내가 언론과 '담론'을 무서워하게 된 것은 그 사건의 진실을 알고나서였다. 그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
냐고? 간단히 말해 "그 쇠기름은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소를 잡으면 그
걸 덩어리로 파는 게 아니라 부위로 나누어서 판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쇠기름'이라는 품목을 12등
급으로 구분해서 판매한다. 이중 1등급을 eatable 이라고 한다. 익히지 않은 상태로 떠먹어도 되는
쇠기름으로, 소 한마리당 한 스푼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2, 3 등급은 익히거나 정
제하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다른 나라의 식품 업체들도 가공에 있어서 이 기름을 사용한
다.
'공업용 쇠기름'이라는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거론된 기름은 바로 이 2, 3등급의 기름이었다. 쇠기름
이라는 것 자체가 공업에 사용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2, 3등급의 기름은 값이 비싸 공업용으로 잘
사용하지 않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식품용으로' 잘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러나 이것이 'eatable'인 1등급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이것은 '공업용 쇠기름'이라는 낙인이 찍혔
고 사람들은 그걸 들은 순간 이미 이성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며 회사를 욕하
고 규제하지 않는다며 정부를 욕하고 '한국은 원래 이래'라며 한국 사회를 자학했다. 지금의 만두 사
건을 두고도 '공업용 쇠기름 사건 때도 그랬지만 우리나라는 역시...'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
로.
그 이후 나는 어떤 사건이 자극적인 '말'로 결정되는 것을 경계하게 되었다.
'쓰레기 만두'라는 소리를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때의 섬뜩한 기억이었다. 너무나 자극적인
말이었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또한 이상한 것은, 거론된 업체는 사
실 '거의 전부'가 아닌가? 물만두를 만드는 '거의 모든'회사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은, 그것이 어
떤 기업의 '관례'로 굳어져 있다는 소리와 같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못먹을 것이 관례로 굳
어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몸을 사리고, 분노하기 전에 알아보는것
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사들을 찾아보던 중, 발견한 검찰의 결론.
<영장실질심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이혜광 부장판사는 기록 검토결과 "최근 언론보
도처럼 모든 만두재료가 '쓰레기 무'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경찰이 제출한 수사기록
을 보면 무의 중간토막을 단무지용으로 잘라내고 남은 양쪽 끝 부분을 만두재료로 썼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만두재료로 쓰이지 않으면 쓰레기통으로 던져졌을 부분이긴 하지만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 업체에서 대장균 양성반응이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인체에 직접적으로 해가 된다
는 증거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구속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 불구속된 업주 2명은 모두 영세업주들로 실질심사에서 ‘일부 썩은 무가 포함되어 있었
는지 모르지만, 무를 가져가서 일일이 손으로 걸러내 세척하고 삶아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고 했
다.>
나는 저 말이 사태를 덮으려고 한 말인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만일 검찰의 말이 옳다
면, '쓰레기 만두'라는 말은 못해도 과민반응이요 잘하면 닭짓일 수 있다. 단무지를 만드는 데 쓰이
는 부분을 제외한 부분을 삶고 세척하여 사용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말이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 요즘은 어떤 사건만 발생하면 사회학적 의미를 부여하는 게 유행이
니 - 중요한 것은 만일 진실이 검찰 발표와 일치한다면, 최소한 '지금의 이 분노'는 광기일뿐 그 이
하도 이상도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 내의 온갖 비꼬기와 사회에 대한 극단적인 불신, 조롱... 은 상
당 부분 의미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만두에 쓰인 재료가 정말 인체에 해로운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것은 아마 공업용 쇠기름 때
도 그랬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알 문제이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쓰레기 만두'라는 자극
적인 이름에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다. 어제까지 먹어왔던 만두 속에 쓰레기가 들어있었다는 말을 들
었을 때의 섬뜩함, 충분히 이해하고 나도 물만두를 즐기는 입장에서 섬뜩했던 것 사실이다. 하지만
충분히 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자극적인 말로 사태를 호도하고 그에 따라 광분하며, '비꼬기'로 일
관하고 '한국 사회는 어쩔 수 없어-'식의 자학은 제발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만일 만두 속에 정말로
음식쓰레기가 아니 인간이 차마 못먹을 쓰레기가 들어있었다고 해도 지금의 광기는 옳지 않다.
식약청이 '쓰레기 만두'로 지적했던 취영루에 대해 오늘은 무혐의 판정이 내려졌다. 쓰레기 만두 리
스트에 대해 취영루는 '우리는 아예 만두에 무를 쓰지도 않는다'라고 반박했던 것이다. 진실이 무엇
이든, '쓰레기 만두' 리스트 속에 취영루는 오래오래 남아있을 것이고, 무혐의로 밝혀졌다는 사실은
곧 잊혀질 것이다. 어쩌면 팜유보다 훨씬 비싼 값에 거래되었던 공업용 쇠기름을 '맛을 위해'사용했
던 삼양처럼 취영루도 무너질지 모른다. 나머지 물만두 회사들도, 대법원에서 무혐의 판정이 내려
진 후에 이미 회복할 수 없는 '여론'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것
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사람들의 국가와 기업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것이고, 이것은 10년 전의 공업
용 쇠기름 사건이 그랬듯이 엄청난 상처로 남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말한다'는 것은 이미 하나의 권력을 발생시키는 것이며, 나 뿐이 아니라 세상에 영향력을 미치는 과
정이다. 제발, 감정적인 흐름에 휩쓸리지 말고 사건을 좀 더 지켜보고 무엇이 진실인지를 파악해보
자. 함부로 말하지 말자. 15년간 만두만 먹은 올드보이의 마지막 교훈이 '말조심해라'가 아닌가.
첫댓글 어디 글인가요? 퍼가도 되나요?
저는 디씨 인사이드에서 긁어 왔습니다.
저도 삼양라면사건 아직도 기억하는데... 역시나 진실은 먼곳에
원래 옛날부터(초등학교..) 맛!~ 하면 역쒸~ 불량식품이었죠.. 돌사탕,쫀득이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