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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오르는 중에 조망, 오른쪽은 추읍산, 왼쪽은 우두산, 멀리 하늘금은 원주 백운산 라인
사실은 산에서 느끼는 행복이란 날마다 체험하는 수많은 자그마한 행복의 순간들로 이루어
진다. 절벽을 오르는 일, 장대한 전망, 청명한 하늘, 따뜻한 텐트 안에서의 식사, 등정하고 캠
프로 돌아오는 일, 비껴간 눈사태 등… 그리고 산 밑에서 산을 쳐다보며 “내가 정상에 있었
지”하고 생각할 때, (…) 그런데 이와같은 행복 자체를 느끼는 것보다 행복의 결핍을 오히려
강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다. 즉, 자기가 비참하게 패배한 산을 쳐다보는 순간 같은 때가 그렇
다.
――― 예지 쿠쿠츠카, 『14번째 하늘에서』
▶ 산행일시 : 2013년 12월 14일(토), 오전에는 맑음, 오후에는 안개와 눈보라
▶ 산행거리 : 도상 15.7㎞
▶ 산행시간 : 7시간 37분
▶ 갈 때 : 용문터미널에서 용문사 가는 버스 탐
▶ 올 때 : 연수2리 영어마을 앞에서 지나가는 음식점 봉고차에 편승하여 용문역으로 옴
▶ 시간별 구간(산의 표고는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 따랐음)
09 : 00 - 용문터미널
09 : 15 - 용문사 입구 버스종점, 산행시작
09 : 37 - 용문사
09 : 44 - ┫자 갈림길, 왼쪽 능선 길로 감
10 : 17 - 능선마루(656m)
10 : 48 - ┣자 갈림길, 오른쪽은 용각골 마당바위에서 오는 길
11 : 36 - 용문산(龍門山, 1,157m)
12 : 18 - ┼자 갈림길 능선, 직진은 배너미고개로 감, 백운봉 3.7㎞
12 : 27 - 장군봉(1,056m)
12 : 37 - △901m봉
13 : 00 - 헬기장
13 : 48 - 백운봉(△941m)
14 : 07 - 헬기장(683m)
14 : 41 - Y자 능선 분기봉(582m), 오른쪽은 두리봉으로 감
15 : 00 - 안부, 백운테마파크
15 : 29 - 삿갓봉(△472.5m)
15 : 48 - 태봉(456m)
16 : 22 - 갈월산(451m) 직전 안부, 왼쪽 골짜기로 탈출
16 : 52 - 연수2리 로그캠프, 산행종료
17 : 27 - 용문역
1. 용문산 남사면 도는 길
▶ 용문산(龍門山, 1,157m)
당초 오늘 산행계획은 농다치고개에서 소구니산, 마유산(유명산)을 넘어 용문산을 올랐다가
백운봉으로 가서 갈월산까지 빼려고 했다. 양평터미널에서 문호리 가는 첫 버스는 08시 20분
에 있다. 문호리 가는 버스는 중미산 자연휴양림 입구(농다치고개)를 경유한다. 그러나 어제
부터 불안했던 예감은 딱 들어맞았다. 새벽에 일어나보니 눈이 더 내렸다.
양평터미널 매표원은 확실하지는 않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갈 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적어
도 백현에서 편전산 올라 대부산으로 해서 용문산 이후의 계획을 소화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버스 출발시각이 임박하여 얼굴을 내민 기사님은 눈길이 미끄러워 농다치고개를 도저히 올
라갈 수 없어 아예 운행을 안 하겠단다. 낭패다. 버스가 가지 못하는 눈길을 택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용문사 쪽에서 오르자 하고 용문터미널로 간다. 새벽부터 길바닥에다 아까운 시간을 어지간
히 깔고 다닌다. 양평터미널만 해도 천호동으로 가서 구리역, 양평역을 경유하느라 버스와 전
철, 택시를 타고 왔다. 용문에서 용문사 가는 버스는 09시에 있다. 용문사 입구 버스종점까지
15분 걸린다.
용문산관광지라고 입장료 받는다. 2,000원. 이럴 줄 미리 알았더라면 버스종점에서 바로 리
오모텔 입갑판 뒤의 산자락에 붙어 소나무 숲길 지나고 유격훈련장 왼쪽 사면으로 돌아 용문
사로 갔을 것. 일주문 들어 용문사 가는 대로는 눈을 쓸었다. 길가에 판각하여 걸어놓은 거룩
한 말씀은 너무 오래되어 판독하기 어렵다.
동양 최대라는 용문사 은행나무는 엄동을 알몸으로 버티고 있다. 내가 더 춥다. 용문사 지나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눈 온 뒤로 서너 사람이 앞서 갔다. 그들 발자국이 서성거렸으
면 나도 서성거린다. 상원사 가는 갈림길 지나고 용각골 초입에서 능선길로 꺾는다. 어차피
오를 고도, 왕도가 있을까마는 계곡 너덜길 보다는 능선길이 낫다.
능선마루 656m봉까지 0.8㎞를 실한 세 피치로 오른다. 다 가파르지만 특히 세 번째 피치는
설벽이다. 눈 속에 묻힌 밧줄 찾아내 붙잡고 오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듯언듯 스치는 원경
기웃거리며 간다. 암릉에서는 주저 않고 우회로 따른다. 데크계단이 연속으로 이어진다. 군데
군데 조망처는 꼬박 들린다. 단연 추읍산이 그림 같은 가경이다. 내 걸음으로 줌아웃 한다.
암사면 데크잔도 지날 때는 아련한 옛날 길 추억한다. 용각골 마당바위 쪽에서 오르는 길과
만나고 쉼터 평상에 쌓인 눈 쓸어 배낭 벗어놓고 휴식한다. 이런 날도 거친 숨 다독이고 목추
기는 데는 얼음물이 제격이다. 폐부에서 느끼는 싸한 냉기가 오히려 시원하다. 나뭇가지에 쌓
인 눈이 떨어지는가 했더니 자세히 보니 눈발이 날린다. 용문산 정상이 가까워지자 등로의 눈
꽃은 한층 만발하였다.
인기척으로 헛기침 살짝만 해도 깜짝 놀라 산산이 흩어질 것만 같은 소담한 눈꽃이다. 카메라
망원으로 셔터 얼른 누르고 숨죽이며 지난다. 내 앞의 발자국을 다 추월하고서 눈길 어지럽히
지 않으려 주의한다. 그들도 설경 감상하느라 발걸음이 더디다. 장군봉 가는 ┫자 갈림길 지
나고 데크계단 내쳐 오른다.
용문산 정상에는 강풍이 분다. 철탑에 바람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다. 여태 청명하던 사위가
갑자기 뿌예진다. 조망은 무망하다.
2. 용문 가는 버스 안에서, 가운데가 백운봉
3. 용문산, 용문사 주차장에서
4. 용문사 은행나무
5. 용문봉
6. 가운데는 고래산과 우두산(오른쪽)
7. 멀리는 양자산
8. 추읍산
▶ 백운봉(△941m)
다시 장군봉으로 가는 갈림길. 석문인 용문을 들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평상 눈밭에다 간이
의자 펴고 사발면 요기한다. 귤은 얼었는지 껍질이 잘 벗겨지지 않는다. 깎아먹는다. 용문산
남쪽 사면 도는 길 1.0㎞는 환상의 눈꽃 터널이다. 산모롱이 돌때마다 전후좌우 또 다른 절정
의 가경에 진퇴양난으로 어쩔 줄 몰라 한다.
┼자 갈림길. 여느 때는 조망을 즐기고자 오른쪽 군부대 철조망까지 올랐는데 오늘은 안개가
자욱하여 글렀다. 가루눈 눈보라가 몰아친다. 아이젠에 스패츠를 찼겠다 에베레스트인들 못
오르랴 줄달음 한다. 바람이 등로에 모아놓은 눈을 막 무찔러 간다. 장군봉 넘고 함왕봉
(966m) 넘으며 그렇게 눈 지치는 재미는 줄었다. 용문산을 오르려는 등산객들을 자주 만나서
다. 살갑게 수인사 주고받고 그들 발자국 역행한다.
특징 없던 산릉에 눈보라가 치니 어엿한 겨울산의 체면이다. 바윗길은 조심스럽기까지 하다.
△901m봉 넘고 쭉쭉 내리다 너른 헬기장 지난다. 허물어진 함왕성 성곽 지나고 암릉 암봉을
오르내린다. 우회로도 약간 까다롭다. 선답자의 발자국이 있어 슬랩의 눈 헤치고 더듬을 잔재
미는 줄었지만 예의 살펴 그들의 난행(亂行)을 짚어내곤 한다.
┣자 갈림길 안부. 백운봉 0.65㎞. 가파른 오르막이다. 밧줄 잡고 세 피치 오르고 암벽 구간에
서는 철계단과 데크계단을 오른다. 경점일 전망바위에 올라 둘러보지만 안개와 눈보라로 다
가렸다. 백운봉 정상을 서둘러 벗어난다.
9. 고래산과 우두산
10. 용문산 가는 길
11. 용문산 가는 길
12. 가운데 동네는 용문
13. 멀리 오른쪽이 추읍산
14. 추읍산, 그 앞 능선은 오른쪽부터 삿갓봉, 태봉, 갈월산
15. 뒤가 천사봉, 용문산 정상에서
16. 용문산 정상
17. 용문산 남사면 도는 길
▶ 삿갓봉(△472.5m), 태봉(456m)
형제우물 가는 ┤자 갈림길 지나고 잠시 평탄하게 가다 삼태재 지나고 통나무계단 잠깐 오르
면 너른 헬기장인 683m봉이다. 헬기장 아래 Y자 능선 분기지점에서 착각했다. 오른쪽으로
‘두리봉’ 방향표지가 보이기에 비호고개는 왼쪽으로 내리는 줄 알았다. ‘등산로 아님’이라는
표지를 무시하고서 눈길을 새로이 냈다.
가파른 등고선과는 달리 완만하더라니 용화사로 빠지는 능선이다. 636m봉까지 갔다가 뒤돌
아간다. 왕복 1㎞를 헛걸음했다. 이런 때의 발걸음은 갑절로 힘들다. 두리봉 Y자 분기봉인
580m봉. 왼쪽 비호고개로 내리는 길목에 짧은 밧줄을 가로 걸어 등산로 아님을 표시했다. 선
답자의 발자국은 모두 오른쪽 두리봉으로 갔다. 혼자다.
비호고개로 가는 가파른 내리막이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로 손색이 없다. 수북한 낙엽 위에
눈이 쌓여 아이젠은 무용이다. 미끄러져 자빠지고 구르고 사분하게 내린다. 제동하게 붙잡을
잡목은 간격이 너무 성기다. 눈사람이 되어 내린다. 이 와중에 호주머니에 넣은 지도를 잃었
다. 지도를 찾으러 가자니 앓느니 죽는 편이 낫겠다. 지도 본 눈 기억으로 가보자!
안부는 백운테마파크가 들어섰다. 산중에 돈께나 쏟아 부었다. 화장실 뒤로 산릉에 붙는다.
354m봉 넘고 야트막한 안부가 비호고개다. 고갯마루 노거수에 오색천 드리운 치성터다. 치
성을 드리기 위해 머물 비닐하우스도 있다. 임도 건너 산자락 붙든다. 긴 오르막 새로이 산을
간다. Y자 갈림길에서 한참 머뭇거리다 왼쪽으로 간다. 운이 좋았다.
눈 속에 묻힌 삼각점이 발에 걸렸다. 주변을 둘러보자 ‘삿갓봉’이라 새긴 표지판이 눈에 띈다.
대구의 김문암 씨가 만들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놓았다. 완만한 오르내림이 이어진다. 눈보라
는 멎었으나 안개가 자욱이 덮친다. 으스스하다. 수적과 동무하다 이내 헤어진다. 어쨌든 주
릉만 따르다보면 갈월산 넘어 다문리로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태봉이다. ‘태봉’이라 쓴 낡은 표지기 한 장이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반갑다. 쭉
내린 안부에 이르러 옅은 인적 흔적 쫓아 그만 하산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발길은
관성으로 설사면을 올려친다. 이따금 내 오기를 부추겼던 ‘MHDJ CLUB’이라 쓴 무한도전 클
럽의 표지기가 자취를 감췄다. 나 또한 더 갈 욕심이 미지근해진다.
468m봉 넘고 등로는 안개로 어둠침침하다. 지도가 없어 현위치 파악조차 어렵다. (나중에 안)
갈월산 직전 안부다. 왼쪽 골짜기로 탈출 겸 하산하기로 한다. 등로가 눈에 덮였으려니 한 내
예단은 틀렸다. 걷기 사나운 너덜 골짜기로 빨려 들어간다. 잡목과 덩굴 숲은 발목과 목덜미
를 사정없이 잡아챈다. 얼마나 생사면을 누볐던가. 묵은 임도를 만난다. 그러나 이도 형극의
길이다.
개활지 나오고 도로다. 어딜까? 종종걸음 한다. 번듯한 건물이 나온다. 로그캠프다. 나도 잠
재고객이라 캠프관리직원 찾아 이곳 사정 두루 묻는다. 용문 가는 버스는 끊겼고, 용문까지
걸어간다면 40분 정도 걸릴 거라고 한다. 용문 택시부로 전화 걸었다. 주말이라 노는 택시들
이 없다고 한다. 수시로 전화 걸어 빈 택시 수배하기로 하고 일단 걷는다.
내가 비참하게 패배한 산을 쳐다보며 경기영어마을 앞까지 왔다. 용문산부페 사장님이 봉고
차로 손님들을 용문역으로 바래다주러 가는 도중에 차를 세우고 나의 행선지를 묻더니 타시
라고 한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좋은 일 한번 해보기. 영화 ‘버킷 리스트
(2007)’에서 모건 프리먼이 적은 두 번째 항목이다. 그 사장님은 그 영화를 보았을까? 내 기분
이 상쾌하다. 용문산부페가 부디 일익 번창할진저!
18. 용문산 남사면 도는 길
19. 용문산 남사면 도는 길
20. 용문산 남사면 도는 길
20-1. 용문산 남사면 도는 길
21. 백운봉 가면서 뒤돌아 봄
22. 백운봉 가면서
23. 백운봉 가는 길
24. 백운봉 정상
25. 비호고개, 백운테마파크
26. 연수2리 로그캠프 앞길에서 바라본 용문산
27. 구글어스 내려다본 산행로와 그 주변
첫댓글 용문산 백운봉으로 한바퀴 도셨군요, 저는 토요일은 일때문에,
일요일에는 편전산, 대부산, 유명산 쪽으로 갈려고 했는데,
갑자기 집에 손님이 찾아와서 토, 일요일 산에도 못갔다왔습니다.
먼거리 눈속에 수고하셨습니다........
요즘 날아 댕기시는듯
모 존거라두 드신거 아녀유
두리봉 전 헬기장에서 비호고개 내림 독도 난해로
잠시 알바를 했던 기억이.. 잘 봤슴다.
설국을 홀로 다녀오셨네요.. 구경 잘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