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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 평화신문 공동기획] 세계 물 협력의 해 - 목마른 하느님
(1) 물은 생명이다 - 가톨릭교회 가르침과 프란치스칸 영성 안에서 바라본 물
평화신문은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와 함께 새 기획 '목마른 하느님'을 시작한다. 전문가 기고와 현장 취재를 통해 인간 생명의 근원인 물의 소중함과 그 안에 깃든 영성적 가치를 전한다. 유엔(UN)은 세계 각국의 물 부족 상황을 전 지구적 차원의 협력으로 극복하자는 취지로 올해를 '세계 물 협력의 해'로 정했다.
성경과 그리스도교 전승은 물이 인간에게 주는 이로움에 관해 가르침을 준다. 물은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계시하시는 중요한 실제 순간과 상징적 순간에 함께한다. 구약 예언자들은 영적인 물과 지상의 물이 함께 흘렀던 한 장소를 영적 상징으로 여겨 지상의 물을 사용해 마음속에 그렸다.
이사야는 "내가 목마른 땅에 물을, 메마른 곳에 시냇물을 부어 주리라. 너희 후손들에게 나의 영을, 너의 새싹들에게 나의 복을 주리라"(이사 44,3), 그리고 "자, 목마른 자들아, 모두 물가로 오너라. 돈이 없는 자들도 와서 사 먹어라"(이사 55,1)하고 선포한다. 에제키엘(47,1-12 참조)은 성전 밑에서 솟아올라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 둑을 따라 흐르는 강이 되는 물을 봤다.
"이 강이 흘러가는 곳마다 온갖 생물이 우글거리며 살아난다. 이 물이 닿는 곳마다 바닷물이 되살아나기 때문에, 고기도 아주 많이 생겨난다. 이렇게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 47,9).
예수님께서는 요르단 강의 흐르는 물로 세례를 받으셨다(마르 1,9). 예수님께서는 "목마른 사람은 다 내게로 와서 마셔라. 나를 믿는 사람은 성경 말씀대로 '그 속에서부터 생수의 강들이 흘러나올 것이다'"(요한 7,37-38)하고 외치셨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누구신가하고 묻는 사마리아 여인에게 생명수를 주신다(요한 4,4-15).
십자가에 달린 예수님 옆구리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상징적 의미로 가득하다. 돌아가실 때에 이르자 예수님은 모든 이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신다(요한 19,31-37). 우리 영혼을 위해 예수님이 주신 생명수와 우리 몸을 위해 하느님의 창조 안에서 주어진 살아 있는 물은 하나는 자연적인 것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초자연적인 것을 위한 것이다. 둘 다 생명을 준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그리스도 전통에서 중요한 상징이다. 물이 없으면 모든 것이 죽는다. 물은 모든 생명체가 그것을 통해 생겨나고 존재하고 번성하는 기본 요소다. 물은 지구의 활력소이면서 40억 년간 진화해왔다. 또 정교하고 복잡하게 균형 잡힌 순환계를 유지시킨다. 공동선에 기여할 뿐 아니라 공동선의 일부다.
그러나 이 세상의 신선한 물 자원은 유한하며, 이제는 공공재화가 아니라 상품이 되고 있다. 현재 안전한 식수 부족은 10억이 넘는 사람들 복지를 위협한다. 또 24억 명이 적절한 위생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다. 가난한 나라의 도시 빈민들은 같은 도시의 중상류층보다 4~100배나 더 많은 물값을 지불해야 한다. 빈민들에게 물이 '생존권 문제'가 되고 있다.
본성상 물은 상품 가운데 하나로 취급돼서는 안 되며, 합리적이며 공동으로 사용해야 한다. 물은 공공의 선이기에 물 분배는 전통적으로 공공기관 책임에 속한다. 물 분배를 민간영역에 맡기더라도 물은 계속 공공의 선으로 간주해야 한다.
물에 대한 권리는 모든 인간 권리와 마찬가지로 인간 존엄에 토대를 두고 있다. 그렇기에 물을 경제적 효용 가치로만 여기는 단순한 양적 평가에 토대를 두지 않는다. 물이 없으면 생명은 위협받는다. 그러므로 안전한 식수에 대한 권리는 보편적이며 양도할 수 없는 권리다.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는 쓰임 많고 값진 물을 통해 하느님을 찬미했다. 쓰임이 많은 것은 인류는 물론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다. 생명을 기르고 자라게 하는 물 만큼 쓰임이 많은 것은 없다. 그리고 생명의 근원이신 하느님 뜻에 따라 생명을 기르기에 값진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는 하느님 뜻에 맞갖게 자신의 쓰임과 값을 살아가는 것을 가난(무소유)이라고 가르치셨다. 물질적 결핍을 통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뜻에 맞갖게 쓰이고 값을 내는 것이다. 물을 더 쓰임 많고 값지게 사용하는 것은 모든 생명을 위한 공공의 선을 지향하고 생명을 살리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993년 사순 담화에서 예수님께서 물과 목마름을 자주 언급하시며 성서적 측면을 말씀하셨다. 때로는 인간 활동이 불모지를 만들고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된다. 당장 이를 그만둬야 한다. 해결책은 이러한 상황에 처한 이들을 돕는 기관들의 헌신적 지원과 협력에서 찾을 수 있다. [평화신문, 2013년 3월 17일, 김정훈 신부(작은형제회, 주교회의 환경소위 위원)]
물 한 잔의 소중함
'물 한 병 1.5유로(2140원)'
외국 음식점에서는 물 한 잔도 공짜로 주는 법이 없다. 기자가 지난해 출장차 독일을 방문했을 때 그곳 물 값은 1.5유로였다. 조금 비싼 음식점에서는 2유로(2853원)가 넘었다. 일행은 "물 한 병에 2000원이 넘다니, 역시 우리나라가 최고야"라며 한국의 후한 물 인심에 높은 점수를 매겼다.
인간뿐 아니라 지구상 모든 생명체는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우리 몸의 70%가 수분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정도로 물은 생명에 절대적이다.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외계 생명체를 찾는 과정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찰하는 것이 물 존재 여부다.
물에 있어서만큼은 우리나라처럼 축복받은 나라도 드물다. 마실 물이 풍부한 한국인에게 물의 소중함을 인식시키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물을 아껴쓰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목이 마르면 언제 어디서든 물을 마실 수 있다.
건국대 환경과학과 황순진(요셉, 주교회의 환경소위) 교수는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금수강산으로 불릴 정도로 깨끗한 물이 많다"며 "낭비하는 것을 '물처럼 쓴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풍부했기에, 물의 소중함을 말하기란 전공교수인 자신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라 밖 사정은 매우 다르다. 전문가들은 "20세기가 블랙 골드(Black gold)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 골드(Blue gold)로 불리는 물의 시대"라고 역설한다. 물을 확보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급속한 인구증가와 수질오염 때문이다.
천주교 창조보전연대(대표 양기석 신부) 자료에 의하면, 지구 표면은 70%가 물이지만 바닷물이 97.5%다. 2.5%에 불과한 민물은 대부분이 남ㆍ북극 빙하이고, 나머지는 고산지대 만년설 또는 지하 깊숙이 있어 개발이 어려운 물이다.
따라서 70억 인구는 지구상 민물의 0.3%만 사용할 수 있다. 결국 지구 전체 수자원의 0.0075%만 인간이 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산업활동과 인구증가 등으로 갈수록 물이 오염돼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은 점점 줄고 있다. 국제적으로 물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그래서 나왔다.
우리나라 국민은 1인당 하루에 246ℓ의 물을 쓴다. 반면 아프리카 국민은 하루에 10ℓ로 모든 걸 해결한다.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州) 벨치히(Belzig)의 생태마을공동체 제그(ZEGG)에는 집집이 빗물받이 시설을 갖추고 있다. 비가 내릴 때 지붕 사이로 흐르는 빗물을 모아 대형 수조에 받아놨다가 화장실ㆍ청소ㆍ세차ㆍ세탁 등 일상생활에 사용한다. 물 부족 국가가 아님에도 독일 국민이 이렇게 생활하는 것은 한 방울의 물도 낭비하지 않으려는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이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이집트와 수단ㆍ우간다의 공통점은 강을 경계로 두고 전쟁을 치른 경험이 있거나 지금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국가 간 물 분쟁이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 평화신문 공동기획] 세계 물 협력의 해 - 목마른 하느님
(2) 생물학적 관점으로 본 물 - 창녕 우포늪 현장탐방
- 까치 한 마리가 물을 마시려 우포늪에 찾아왔다. 국내 최대 자연내륙습지인 우포늪에는 600여 종의 동식물과 곤충이 산다.
봄이 되면 경남 창녕 우포늪은 연둣빛 새순의 물결로 넘실댄다. 봄바람이 늪 주변에 사는 왕버들과 개구리밥, 생이가래에 손짓하면 이곳에서 겨울을 난 기러기떼는 딱새와 황조롱이, 박새들에게 작별을 고한다. 국내 최대 자연내륙습지인 우포늪을 10일 찾았다.
봄바람 가득한 우포늪
'바람은 나무가 일으킨다'는 말이 있다. 얼었던 물이 녹으면 나무들이 땅속에서 힘껏 물을 빨아올리는데, 물을 머금은 나뭇가지들이 흔들리면서 나비효과처럼 바람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시(詩)적 표현이지만, 나무가 물을 뽑아 올릴 때마다 실제 조금씩 흔들린다고 한다.
우포늪의 봄은 삭막했던 왕버들 가지에 물이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쑤시개처럼 메말랐던 고동색 나뭇가지가 옅은 연둣빛으로 보일 때면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는 봄이다. 물 덕분에 봄이 시작된다. 또 물이 있기에 깨알 같은 생명이 땅속에서 비집고 일어난다. 왕버들과 갯버들 등 줄줄이 서 있는 버드나무 가지들은 어느새 연둣빛 솜털들이 자라기 시작했고, 조팝나무에는 벚꽃처럼 흰 꽃이 만발했다.
- 먹잇감을 찾고 있는 남생이무당벌레와 썩은 나무에 둥지를 짓고 있는 쇠딱따구리.
우포늪은 2008년 창원에서 람사르 총회가 열리면서 람사르협약 습지로 소개된 덕분에 유명해졌다. 람사르협약은 습지 보호와 지속 가능한 이용에 관한 국제조약이다. 원래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이다.
우포늪 습지는 우포늪과 목포늪 등 네 개의 작은 늪으로 이뤄져 있다. 전체 면적은 231만㎡로 여의도 크기의 4분의 1이 조금 넘는다. 우포늪은 봄이면 호수같아 보이지만, 여름이면 개구리밥과 물옥잠, 가시연꽃 등이 수면을 가득 덮어 장관을 이룬다.
우포늪 생태해설가 이현휴(43)씨는 "늪(습지)은 물에 젖어 있는 땅 즉, 물도 아니고 뭍도 아닌 지역"이라며 "물가에 사는 새를 비롯한 다양한 생명을 품은 작은 생태계로,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자연 학습장"이라고 말했다.
늪이 품은 생명
에스키모인들은 화가 나면 자연 풍경을 바라보며 똑바로 걷는다. 자연을 바라보고 걸음으로써 자기 안에 쌓인 화를 쓸어내고, 자연이 주는 온화한 기운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다.
- 우포늪 전경. 우포늪은 여름에는 물이 안 보일 정도로 수생식물들로 뒤덮인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힐링 열풍이 불고 있다. 이는 결국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야 하기에 스스로 자연스러워지려는 행동을 하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포늪의 쇠딱따구리가 버드나무에 구멍을 내다 일을 다 했는지 '찌이익'하고 운다. 남생이무당벌레는 나무 위를 기어 다니는 버드나무잎벌레들을 좇느라 분주하다. 늪 한쪽에는 까치가 목을 축이려 물가를 서성대고, 왜가리는 작은 물고기를 찾으러 날아다닌다.
봄에는 늪 수심이 50㎝가량이다. 물과 흙이 닿아 있는 땅에는 만지면 솜털처럼 부드러운 생이가래 씨앗이 해변의 모래처럼 많이 쌓였다. 생이가래와 개구리밥이 뒤섞여 물인지 뭍인지 헷갈리게 질척거린다. 더듬이 달린 개미 머리처럼 보이는 매자기 씨앗과 인디안벼라고 불리는 줄, 갈대가 이곳 철새들 보양식이다.
우포늪에서 만난 다양한 생명들의 오케스트라 연주(?) 덕분에 '내가 원시 생태계 속에 있나'하는 착각이 든다. 물 덕분에 다양한 생명이 사는 우포늪은 인간에게 '자연과 어울려 살라''천천히 살라'고 말하는 것 같다. [평화신문, 2013년 4월 21일, 이힘 기자]
전문가 기고 - 물은 생명의 혈액이자 근원
주위를 잠깐만 둘러봐도 참 다양한 생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생물들이 다양하게 보일지라도 절대 예외를 찾을 수 없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 모든 생물은 세포로 이뤄져 있고, 세포의 모든 활동은 물이 바탕이 된다는 사실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 자체가 비록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도, 몸을 이루는 유기물질을 제공하는 것도 아니지만, 모든 생명대사가 물 안에서 이루어지도록 용매 역할을 한다. 그래서 물은 '생명의 혈액'이다.
모든 생명체가 물 없이 살지 못하게 된 생물학적 이유는 지구 생명체 역사 안에서 찾을 수 있다. 우주 폭발로 지구가 생겨났고, 강한 번개와 화산 폭발, 태양 에너지가 지구의 여러 가스를 버무려 유기물을 만들었다. 그 유기물들이 더욱 거대해져 서로 함께하는 상태가 됐다. 그리고 지금의 세포와 비슷한 형태의 원시세포가 만들어졌다고 과학자들은 믿는다.
그 후에 나타난 지구상 모든 생물은 그 때 있었던 세포로부터 유래한다. 처음 조상 세포가 지구에 탄생한 장소는 물이 존재하는 곳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화산이 폭발하는 바다 주변이나 뜨거운 진흙 물웅덩이 등 극한 상황에서도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이라는 분자가 지닌 특징 때문이다.
자연물 중에 물만이 온도에 따라 고체와 액체, 기체의 세 가지 형태로 바뀌며 존재할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생물세포는 50~80%를 차지하는 물에 의해 어느 정도 일정한 내부 상태를 유지한다. 만약 물 대신 알코올이 우리 세포를 만드는 바탕이었다면 지금과 같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몸은 70%가량의 물을 포함하고 있다. 살아 있는 상태는 몸 안에서 끊임없이 대사가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우리가 먹은 녹말을 분해하는 과정에 물이 필요하다. 물이 녹말 분자에 끼어들어 가야 한다.
따라서 모든 생물에게는 물이 필요하고, 물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에서만 살 수 있다. 바다 생물은 몸 안의 소금 농도를 낮춰 물의 농도와 양을 유지한다. 육지 생물은 그러한 재주가 없어 깨끗한 물이 존재하는 곳에서 산다.
담수 생물의 서식지는 작은 생태계다. 그 안에서 여러 생물이 서로 영향을 준다. 물의 얕은 표면에서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해 산소를 공급함으로써 물속 생물이 숨 쉴 수 있게 한다. 강바닥 모래에 붙어 있는 미생물은 유기물을 분해해 물을 정화하며, 그 미생물은 작은 조개나 고둥의 먹이가 된다. 그리고 이들을 먹는 작은 물고기와 큰 물고기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은 그곳에서 안정된 생태계를 유지한다. 그곳 물의 상태와 그 안의 많은 생물은 오랜 시간 적응된 상태로 그렇게 살 수 있다. 사람이 오염 물질을 뿌리거나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말이다.
금강에 설치된 공주보와 배제보에 관한 최근 조사에 따르면, 보 때문에 정체된 물 표면이 강한 햇빛을 받아 표층 수온이 올라가는 바람에 겨울에 자라지 않던 녹조가 많이 자랐다. 이른 봄부터 때 이른 수질오염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습지나 철새 서식지가 보 때문에 사라지면서 겨울철에 있어야 할 가창오리와 고니, 청둥오리 등이 전혀 보이지 않고 개체 수가 줄어들었다. 흐르던 물이 멈추고 그곳에 서로 고리를 짓고 있던 생태계가 바뀐 탓이다.
물과 관련한 과학적 사실을 연구, 발표하는 잡지 「Hydrological Science Journal」에서 물 부족 사태를 예견하는 논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세계적 물 부족 요인은 첫 번째, 인구 증가이며 두 번째, 지구 기후변화다. 세 번째는 국경을 넘나드는 강물의 운영이 꼽힌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 번째 요인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우리도 피할 수 없는 사안이어서 준비해야 한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 평화신문 공동기획] 세계 물 협력의 해 - 목마른 하느님
(3) 물에서 배운다 - 4대강 여주 이포보 일대 자연훼손 현장 탐방
- 흉물스럽게 남한강을 가로막고 있는 이포보. 보가 강물을 가로막아 물이 썩기 시작했다.
"이건 강이 아니라 썩은 물이에요. 맑디맑던 한강 상류가 4대강 사업으로 썩고 있어요."
5월 22일 경기도 여주군 남한강 이포보에서 만난 여주환경운동연합 전 간사 안은화(41)씨는 시궁창처럼 변해버린 남한강물을 바라보며 가슴을 쳤다. 8년 전부터 여주에서 살아온 그는 "4대강 공사 전 이곳은 주말마다 온 가족이 강가에 돗자리를 펴고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행복한 주말을 보내던 곳"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굴착기가 강바닥을 긁어낼 때마다 내 가슴이 파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그의 안내로 여주군 남한강 일대를 둘러봤다. 남한강은 더 이상 '생명을 품은 강' 모습이 아니었다.
흉물스런 이포보와 그 일대
취재 차량이 이포보에 도착하자, 눈에 들어온 것은 남한강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괴기한 모양의 건축물이다. 외계인이 타고 왔을 법한 둥근 우주선 7개가 다리 위에 착륙한 모습의 이상한 구조물이 강을 가로막고 있었다. 바로 이포보다.
이포보는 2011년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공사 완공 기념행사를 열었던 곳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대한민국의 4대강은 생태계를 더욱 보강하고 환경을 살리는 강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1년 7개월여가 지난 현재, 이포보를 흐르는 강물은 심한 냄새와 부유물질로 강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안씨는 "강은 흘러야 하고, 강바닥엔 모래가 있어야 그 모래가 오염물질을 가라앉히고 물을 정화한다"며 "모래를 죄다 긁어내는 바람에 남한강은 점점 썩어가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그가 설명을 마치고 물속에 손을 넣었다. 심하게 부패한 수생식물과 진흙과 같은 오니(汚泥)들이 잔뜩 딸려 올라왔다. 시궁창에서나 맡을 수 있는 역한 냄새도 났다.
이포보 위로 발걸음을 옮겼다. 보가 물 흐름을 막고 있어 유속은 제로(0)에 가까웠다. 보 위에서 내려다본 강물에는 이따금 쓰레기가 떠 있었고, 희뿌연 더러운 물거품이 보 밑에서 뭉게구름처럼 생겨나고 있었다.
차를 돌려 이포보 오토캠핑장에 갔다. 이곳도 역한 강물 냄새가 나기는 마찬가지다. 새롭게 조성된 이포보 오토캠핑장에는 강변 대신 강에서 멀리 떨어진 주차장 부근 야영장에 텐트가 처져 있었다. 강변에서 낭만적 캠핑을 기대했던 캠핑족들이 냄새 때문에 강 근처에는 얼씬도 못하는 모습이다.
- 여주군 일대에 쌓아놓은 골재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여주군에는 이러한 골재 산이 17군데나 있다.
인근 대로에 산더미처럼 쌓인 골재도 문젯거리다. 강바닥에서 퍼올린 자갈과 모래가 4년째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여주군 일대에는 높이 10m 규모의 골재산이 17개나 있다. 15톤 덤프트럭 100만 대 분량이다. 골재에서도 역한 냄새가 났다. 강에 사는 조개가 썩으면서 나는 냄새다. 바람이 불면 모래가 날려 인근 농작물에도 피해를 준다. 여주군은 매년 골재 관리비용으로 50억 원을 쓰고 있다. 지금까지 2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골재 관리비로 사라졌다.
여주대교와 신륵사 일대
여주대교에서 신륵사가 바라보이는 강 맞은편. 영월근린공원에서 강변유원지 방향 일대를 걸으며 수질을 살폈다. 강변은 충격 그 자체였다. 조그마한 선착장에 들어서자 물 흐름이 끊긴 곳에서는 각종 부유물과 쓰레기가 가득 차 있다. 팔뚝만한 누치 사체가 반쯤 썩어 물 위에 떠있었고, 파리떼가 들끓었다.
나뭇가지를 주워 강물을 저으니, 시커먼 진흙이 뿌연 강을 더 뿌옇게 만들었다. 가는 곳마다 악취로 숨을 쉬기 어렵다. 큰 자갈과 모래마다 부유물이 가득 붙어 썩고 있었고, 4대강 공사 때 버려진 폐건축자재도 강바닥과 모래를 오염시키고 있었다. '강을 이 지경으로 만들려고 수십 조 혈세를 쏟아 부었단 말인가'하고 화가 치밀었다. 고요히 수천수만 년을 흘러온 강에 손을 대 하느님 창조질서를 짓밟은 대가는 처참한 사체로 발견된 누치와 조개, 물고기들이 온몸을 내던져 설명해주고 있었다.
기자와 함께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던 안씨는 "그래도 희망을 품자"고 했다. 그는 "강은 창조된 그대로 흐르도록 두면 언젠가는 원래 모습을 되찾지 않겠느냐"며 "4대강 공사 때도 손대지 않고 남겨둔 아름드리 나무가 그래도 희망의 징표"라고 씁쓸해했다.
여주군 일대 남한강은 "강에 있는 물고기들은 죽고 강은 악취를 풍겨, 이집트인들이 강에서 물을 퍼마시지 못할 것이다"(탈출 7,18)는 성경 구절이 실현되기라도 한 것처럼 악취를 풍기며 썩고 있었다. [평화신문, 2013년 6월 2일, 이힘 기자]
전문가 기고 - 물, 모든 생명 하나로 묶어주는 매개체
지구는 에너지에 대해서는 열려 있지만, 물질에 대해서는 닫혀 있다. 다시 말해 지구에 사는 모든 존재의 생존에 필요한 물질 공급은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이 지속되려면 지속적으로 순환하면서 재이용돼야 한다. 이러한 물질순환은 지구가 생명을 부양하는 방식이다. 지구는 그러한 방식으로 생명을 번성하게 하고 유지해 왔다.
수문학적 순환(Hydrologic cycle) 즉, 물 순환(Water cycle)은 한정된 지구의 물을 끊임없이 순환시킨다. 태양 에너지에 의해 지표면의 물이 증발해 대기로 올라가면, 이 중 일부는 응결해 비나 눈 형태로 다시 지표면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땅속으로 스며들거나 지표면을 따라 흘러가고, 생물의 몸을 통과한다. 그리고 또다시 증발해 순환이 이어진다. 순환하는 동안 여러 자연적 과정을 거치며 물은 다시 깨끗해진다.
이 순환에는 토양이나 식물의 표면에서 곧장 증발하는 빠르고 짧은 여정도 있지만, 극지방의 빙하와 눈으로 머물면서 아주 천천히 이동하는 여정도 있다. 이렇게 각각의 고유한 상태와 속도와 다양한 여정을 포함하는 거대한 순환을 통해, 물은 지구 온도를 조절하고 서식지를 제공하며 모든 생명을 먹이고 기른다.
이렇듯 우리의 생명은 지구의 생명 부양 능력에 달려 있다. 생명을 부양하기 위해 온 지구가 함께 일하기에 우리 인간도 존재할 수 있다. 대기와 땅, 무수한 생물의 도움 없이 우리는 물 한 방울도 거저 얻을 수 없다. 자연의 자연적 기능이 유지돼야 우리의 생존도 보장된다.
강의 기능을 존중할 때 우리는 수질정화 및 홍수와 가뭄 완화, 비옥한 토양 유지 등의 생태적 서비스를 공짜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한다. 강이 요구하는 조건들을 수락하지 않는다. 대신 공학적 수단으로 물을 가두고 관리하고 통제한다. 그러한 결과가 어떠한가? 수문학적 순환의 속도와 흐름이 크게 훼손되고 강수 양상이 변화되면서 오히려 극심한 가뭄과 홍수, 초대형 폭풍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생태적 위기는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요인에 의한 결과만이 아니다. 우리 자신을 지구의 생명 부양 능력 덕분에 살아가는 피조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도덕적이고 영적인 위기이다.
물은 모든 생명을 하나로 묶어준다. 장구한 시간을 거쳐 순환해온 물은 현재의 생명만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생명을 연결한다. 장엄하고 경이로운 수문학적 순환은 오늘 우리에게 모든 생명이 서로 깊이 연결돼 있으며 인간도 이 생명공동체에 참여하는 참여자들임을 가르쳐준다. 모든 존재가 형언할 수 없는 거룩한 신비로부터, 그리고 서로 연결돼 있으며 공동의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시편 저자는 이 물의 순환에 감탄하며 하느님을 찬미한다.
"골짜기마다 샘을 터뜨리시니 산과 산 사이로 흘러내려 들짐승들이 모두 마시고 들나귀들도 목마름을 풉니다. 그 곁에 하늘의 새들이 살아 나뭇가지 사이에서 지저귑니다. 당신의 거처에서 산에 물을 대시니 당신께서 내신 열매로 땅이 배부릅니다. 가축들을 위하여 풀이 나게 하시고 사람들이 가꾸도록 나물을 돋게 하시어 땅에서 빵을,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술을 얻게 하시고 기름으로 얼굴을 윤기나게 하십니다. 또 인간의 마음에 생기를 돋우는 빵을 주십니다. 주님의 나무들, 몸소 심으신 레바논의 향백나무들이 한껏 물을 마시니 거기에 새들이 깃들이고 황새는 전나무에 둥지를 트네. 주님, 당신의 업적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 모든 것을 당신 슬기로 이루시어 세상이 당신의 조물들로 가득합니다"(시편 104,10-17. 24).
강을 훼손하는 것은 단순히 강이 제공하는 생태적 서비스의 손실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토마스 베리 신부가 지적하듯이, 그것은 우리를 인간답게 하는 지성적, 심미적, 영적 경험을 상실하는 것이다. 강은 우리 인간에게 물리적 자양분뿐만 아니라 내적이고 영적인 자양분을 제공한다. 강은 강의 방식으로, 존재의 깊은 신비를 드러낸다. 흐르고 머물고 넘치면서 온갖 생명을 품고 먹이고 기르는 강은 근원적 신비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한 경외감을 마주하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우리가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는지 깨달으면서 겸손하게 된다. 우리 인간은 창조세계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다. 생명공동체에 참여하는 참여자로서 고유한 자리와 역할을 갖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 평화신문 공동기획] 세계 물 협력의 해 - 목마른 하느님
(4) 동양사상에서 바라본 물 - 사람은 물이다
- 물은 유연함으로 다른 사물에 스며들어 그들을 유연하게 만든다. 메마른 땅과 마른 나무, 시든 식물 모두 신선한 물이 닿으면 부드러움을 되찾고 생명력을 회복한다. 사진은 일본 고토 오오세자키 등대와 바다.
물 위기, 생명 위기
세계는 지금 물 부족, 물 기근으로 심각한 존재론적 위기에 처해 있다. 세계미래학회를 비롯해 세계 지도자들은 물 위기로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물 기근은 지구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 난제다. 물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면 미래 세대의 존속은 보장할 길이 없다.
이를 유엔(UN)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가 바로 '세계 물 포럼'이다. 3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이 포럼에서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거의 수질 관리나 물의 공정한 분배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동아시아의 물 사상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태일생수」(太一生水)에서 물은 천지가 생기기 이전부터 있었으며, 이 세계의 만물생성에 절대적 조력자로 활동한다. 그런데 그 방식은 놀랍게도 매우 간단하다. 한 번은 채우고 한 번은 비우며 약함을 우선 돕는 것이다. 물은 천도(天道)를 실현하는 중심 주체이면서 자기가 없는 존재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춘추전국시대 성인들 삶의 모습은 모두 물을 닮아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의 취지는 물의 속성 자체에서 위기의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미래 세대의 윤리적 근거를 물의 존재방식에서 찾아보자는 것이다.
지혜의 상징
옛사람들이 덕을 닦는 데 물의 이미지는 매우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탕임금은 세숫대야에 '진실로 날로 새로워지면 나날이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진다(苟日新, 日日新, 又日新(「大學章句」)'라는 글귀를 새겨 매일 아침저녁으로 마음에 새겼다. 탕임금은 대야의 물을 통해 몸과 마음을 비춰보며 날마다 자신을 정화했던 것이다. 「논어」(자한편)에서 공자는 '가는 것이 흐르는 물과 같도다. 밤낮없이 쉬지 않는구나!'라고 함으로써 부단히 덕을 새롭게 하는 물을 찬탄한 바 있다. 또한 「논어」(옹야편)에서는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처럼 물은 일신(日新)의 상징, 지혜의 상징이었다.
사람도 물처럼 날마다 지혜를 얻어 새로워지지 않으면 변화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고인 물은 썩고, 썩은 물은 생명을 살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은 부단히 흐르면서 자기를 새롭게 하고 만물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그 힘은 물의 유연성에서 비롯된다. 유연성은 생명과 절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
노자 철학에서 유연성은 생명력의 원천이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지만 죽으면 뻣뻣해진다. 만물과 초목도 살아 있을 때는 유연하지만 죽으면 딱딱해진다. 그러므로 뻣뻣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러운 것은 살아 있는 무리다"(「도덕경」 76장).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에 조응하려면 생각과 마음이 굳어지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수양을 게을리해서 생각과 마음이 굳어지면 유연성을 상실하고, 유연성을 잃고 사고가 경직되면 남과 소통할 수 없게 된다. 불통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유연성은 소통의 수단이고,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그러므로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뻣뻣하고 단단해지는 죽음의 길로 빠져들지 않을 수 있다.
물은 자신의 유연함으로 다른 사물들에 스며들어 그들을 유연하게 만든다. 메마른 땅, 마른 나무, 시든 식물 모두 신선한 물이 닿으면 부드러움을 되찾고 생명력을 회복한다. 이 세상에 물보다 부드러운 것은 없다. 하지만 물은 어떤 견고함도 이겨낸다. 유연성으로 만물과 자유자재로 소통하고 생명을 유지하는 물보다 더 큰 지혜가 있을까 싶다.
사람은 물이다
동아시아 문헌 가운데 특별히 눈길을 끄는 것은 「관자」(수지편)이다. '사람은 물이다'라는 견해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주장이다. 수지편은 물을 인체의 감각기관을 형성하는 절대적 질료로 보았는데 그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은 물이다. 남녀의 정기가 결합하면 물이 흘러 (태아가) 형성된다. (…) 3개월이 지나면 오장이 형성되는데, 신맛은 비장을 주관하고, 짠맛은 폐를 주관하며, 매운맛은 위를 주관하고, 쓴맛은 간을 주관하고, 단맛은 심장을 주관한다. 오장이 다 갖춰지면 비장은 횡격막을, 폐는 뼈를, 위는 뇌를, 간은 피부를, 심장은 살을 생성한다. 그다음엔 아홉 개의 구멍(九竅)이 생긴다. 비장은 코를, 간은 눈을, 신장은 귀를, 폐는 구멍을 만든다. 5개월이 지나면 감각기관이 모두 완성되며 이 때 비로소 태아가 움직이고 산모가 태동을 느낀다. 열 달을 채워 태어나면 눈이 보이고(目視), 귀가 들리고(耳聽) 마음으로 생각한다(心慮).'
인용문에서 사람의 육신은 물에서 시작되고 물의 성장과 더불어 완성된다. 물에서 비롯된 감각적 기능은 고도의 인식능력으로 확장돼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까지 인식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이 사려하는 바는 거친 것뿐만 아니라 미묘한 것까지도 살펴 알 수 있다. 그래서 깊고 어두워 은미한 것은 물론 고요하고 적막한 것까지 살펴 알 수 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미묘함을 살필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지닌 최고의 인식능력이다.
인간은 이러한 인식능력으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며 잡을 수도 없는 도(道)에 대해 인식할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다. 도란 무엇인가? 노자 철학에서 물은 비가시적인 도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사물이다.
상선약수(上善若水)
「도덕경」 8장에서 물은 다투지 않고(不爭) 낮은 곳에 처하면서(處下)도 만물을 이롭게 한다(利物). 그러므로 거의 도에 가깝다(水幾於道). 그래서 진정한 선은 물과 같다(上善若水)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상선'은 도를 의미한다. 상선은 선악의 선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선악의 대척점에 서 있는 선은 개념상 늘 악과 다퉈야 하지만, 선악의 구별이 없는 상선은 다툴 필요가 전혀 없다.
다퉈서 이긴 선이라면 악이 불식되지 않는 한 다툼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물처럼 다투지 않으면서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이라는 것이다.
물이 상선을 실현하는 방식은 무위다. 물은 의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하려고 애쓰지 않지만 하지 못하는 것이 없다(無爲而無不爲). 물은 아무 의도도 목적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런데 만물을 만물이게끔 해주는 선을 실현하고 있다. 강바닥이 쩍쩍 갈라지는 가뭄도 한바탕 시원스레 쏟아지는 빗줄기면 금방 해갈이 되듯 물은 활력의 근원이다. 그럼에도 물은 자기를 주장하지 않고 오직 상대의 필요에 철저히 응할 뿐이다. 이렇게 무위함으로써 물은 무불위라는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선이 아니겠는가. 이런 물의 속성은 우리에게도 내재한다. 그렇다면 '부쟁의 선'을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의 속성을 본받아 성공한 사람이 바로 관중이다.
치세의 해법
관중은 3명의 군주를 모시며 물에서 배운 치세의 도를 실천함으로써 제나라를 최대 강국으로 만든 명재상이다. 관중은 항상 낮은 곳을 가장 먼저 채우면서 수평을 이루고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물에서 치세의 해법을 찾았다. 그래서 최저 수혜자들부터 우선 돌보는 정책을 펼쳤다.
예를 들면 세금을 낼 수 없는 가난한 이에게는 땅을 빌려주고, 장례를 치를 비용이 없는 이에게는 장례비를 대주고, 굶주리는 이에게는 먹을 것을 주고, 추위에 떠는 이에게는 옷을 주며 빈곤한 사람부터 구제했다. 그 결과, 천하 사람들이 모두 물 흐르듯이 그에게로 귀의했다.
노자도 「도덕경」 66장에서 같은 얘기를 한다. 물은 낮은 곳에 잘 처하기 때문에 강과 바다가 백곡의 왕 노릇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위정자가 자신을 낮추고 백성을 이롭게 하면 백성이 모여들어 저절로 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관중의 성공, 노자의 전략 모두 물의 존재 방식을 모방한 것이다.
물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날마다 사용한다. 그러므로 원한다면 우리도 선현들처럼 이런 성공적 삶을 살 수 있다. 바로 물에서 삶의 법칙을 구하고 '물처럼 생각하고, 물처럼 살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물 위기는 저절로 해결되고 미래 세대의 삶은 훨씬 더 수월해질 것이다.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 · 평화신문 공동기획] 세계 물 협력의 해 - 목마른 하느님
(5 · 끝) 물은 모두의 것이다 - 빗물은 훌륭한 수자원, 물 부족의 해법을 제시하다
물은 누구의 것일까. 최근 들어 다국적 기업들과 국제기구, 정부들마저 '물은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매매할 수 있는 상품으로 취급해야 하며, 물의 사용과 분배는 이윤추구 원칙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물은 인간이 소유할 권리가 아니라 사용할 권리만 있는 공공재이므로 사고팔아서는 안 된다.
정부의 물 민영화 움직임에 맞서 물의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빗물을 활용해 수자원 부족을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사)빗물모아 지구사랑(www.rainforall.org)이 제시하는 효과적 빗물 이용법을 살펴본다. (사)빗물모아 지구사랑(이하 빗물모아)은 지난해부터 매년 한 차례 '창의적 빗물 이용 경진대회'를 개최하는 등 빗물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홍보하는 비영리 단체다.
산성비에 대한 오해, 이제 그만
기상청에 따르면 2012년도 우리나라 강수량은 1529.7㎜. 이 가운데 50%가 넘는 770.6㎜가 여름철, 특히 장마시기에 집중됐다. 비가 여름 한 철에 몰려 쏟아지다 보니, '빗물' 하면 으레 '수해' 등 재난부터 연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빗물을 적극 활용하면 수돗물을 아낄 수 있고,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는 훌륭한 수자원이 된다.
우선 빗물에 대한 오해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빗물모아 관계자들은 '비를 맞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산성비 괴담은 틀린 말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과학교과서와 정부 문서, 학계 저서 등에 언급된 산성비에 대한 표현에 과장된 것이 많다는 것이다. pH 측정 결과, 내린 빗물은 약산성(pH 5.0, 중성=7.0)이지만, 받은 빗물은 알칼리성이고, 모은 빗물은 중성이 된다. 비는 내리면서 칼슘ㆍ마그네슘 등 땅 위나 먼지 중에 있는 알칼리성 물질과 섞이기 때문에 내리는 즉시 중화된다.
우유는 pH 6.4~7.6이며, 오렌지주스(pH 2.2~3.0)와 콜라(pH 2.5), 식초(pH 3.0)는 산성이다. 쉽게 말해 빗물이 아무리 산성이라 하더라도 오렌지주스의 100분의 1, 콜라보다는 500분의 1 수준의 산성이라는 결론이다.
상하수도 수처리 전문가인 빗물모아 공동대표 한무영(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빗물은 바이오필름이나 태양광 등으로 정수하면 정수장과 우물, 수입생수보다도 깨끗해 마시는 물로 지장이 없다"며 "빗물은 이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물로, 바로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빗물 활용방법
2007년 입주를 시작한 서울 광진구 자양동 스타시티는 빗물을 활용하는 대표적 건축물이다. 빗물을 모아 분수대 물과 공용화장실 물, 비상용수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빗물만으로 전체 수돗물 사용량의 20%를 충당해 그만큼 수도요금도 아끼고 있다. 게다가 건물이 주변 지역 빗물을 모으는 구조여서 인근 수해 절감효과도 거두고 있다. 일거양득이 따로 없다.
독일 브레멘주(州) 생태마을 공동체 '제그(ZEGG)' 마을에는 집집이 마당에 빗물 저장 탱크가 설치돼 있다. 지붕과 같은 경사진 곳에 작은 수로를 설치해 비가 내리면 자연스레 마당에 있는 빗물탱크로 모인다. 이렇게 모은 빗물은 세차와 화장실, 설거지, 화분 물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현지 주민들은 음용수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 빗물로 생활한다.
수원가톨릭대학교는 빗물은 아니지만,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지열시스템 파이프에 채우는 물로 활용한다. 또 사용한 물은 바로 버리지 않고 학교 화장실 물로 재활용해 낭비를 줄이고 있다.
빗물은 잘만 관리하면 지하수보다 안전한 수자원이다. 최근 구제역으로 전국 곳곳에서 가축 살처분이 이뤄지면서 침출수가 지하로 흘러들어가 깨끗한 지하수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때 빗물을 활용하면 오염 걱정을 하지 않고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 강 상류 지역에 습지를 조성하고, 빗물 저장시설을 갖춰 땅에 침투시키면 자연스레 지하수 양도 늘어나게 된다. 빗물을 하천에 흘려보내면 수질개선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산불진화도 가능하다. 산 곳곳에 빗물 저장고를 만들어 두고 빗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면, 산불이 났을 때 소방헬기가 가장 가까운 빗물 저장고에서 물을 실어 화재 현장으로 날아갈 수 있다.
빗물을 적극 활용하려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수원시와 남해군 등 50여 개 지자체가 '빗물관리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고 '레인시티'(Rain City) 반열에 올라섰다. 레인시티는 빗물의 중요성과 효용성을 인지, 빗물을 버리는 도시에서 모으고 이용하는 도시가 되도록 제도와 규정을 만든 도시를 뜻한다. 레인시티는 △ 빗물을 기본으로 하는 적극적 물순환 개선을 통해 자연스러운 물순환을 회복하고 △ 시민이 참여해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도시 △ 빗물을 스스로 공급함으로써 물 공급에 드는 에너지를 줄인 저탄소 녹색성장 도시를 지향한다.
앞으로 빗물로 세탁하는 세탁소와 빗물을 처리해 음료수를 만드는 카페, 빗물 목욕탕과 수영장이 등장할 날도 멀지 않았다. [평화신문, 2013년 7월 14일, 이힘 기자]
전문가 기고 - 물, 지구 생명체 공존 위한 공공재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한 후 광야에서 부딪친 어려움 중 하나는 기근과 목마름이었다. 하느님은 물을 터트려 주심으로써 갈증을 없애주셨다. 물은 광야에서 고통을 받는 모든 존재에게 생명의 원천이었다. 물은 사유물이 아니라 하느님 것이었다. 하느님의 창조물들은 그 물에서 생명을 얻었다. 하느님은 생명의 샘이시다.
우리나라 수자원 용량 중 43%는 증발되고 나머지 57%가 하천으로 흐르는데, 하천으로 흐르는 물 가운데 31%는 바다로 흘러가고, 이용 가능한 양은 하천수 13%, 댐 10%, 지하수 3% 정도이다. 그런데 도시화 등으로 지하수 침투가 줄고 사용량이 지나치게 늘어남에 따라 수량이 고갈되면서 지하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지하수위가 낮아지면 땅은 바싹 마른 카스텔라처럼 돼 지반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법원 판결들을 살펴보면 어느 토지 소유자가 새로 지하수를 개발함으로 인해 그 전부터 인근 토지의 지하수를 이용하던 사람의 용수에 장해가 생겨 분쟁이 발생한 사례가 자주 있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조치법'은 제주자치도 안에 부존하는 지하수는 공공 자원임을 규정하고 있다. 또 대법원 판결 중에는 지하수의 공적 수자원으로서의 성질과 기능 등을 언급한 것이 있다(대법원 99두7470 판결 참조). 법률적으로도 물의 공공성이 선언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22일은 국제연합(UN)이 지정한 '제21회 세계 물의 날'이었다. 그런데 그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한국수자원공사 위탁을 통한 정부의 물 사유화 정책을 비판하고, 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서울대교구 6월 23일자 주보에도 정부의 물 민영화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실렸다. 물은 상품이기에 앞서 인간의 삶 그 자체임을 강조하면서, 물이 민영화되면 수도요금 폭등과 투자 저하, 가난한 가정에 수돗물 공급이 중단되는 단수조치가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지금도 대도시 지역의 상ㆍ하수도 보급률은 100%에 가깝지만, 농어촌의 낙후 지역 보급률은 대단히 저조한 상태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효율성만 강조하고 물을 더 상품화하려는 물 민영화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하다.
서울주보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물은 생존에 필수적 활력소다. 그러므로 모든 사람은 물에 대한 권리가 있다. 모든 사람, 특히 가난한 이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물 사용과 물 관련 시설 이용의 지침이 돼야 한다"(「간추린 사회교리」 484항)는 교회 가르침을 상기시키면서, 실천방안으로 "공공재(상ㆍ하수도, 전기 등)를 민영화하려는 움직임을 주시하고 이를 막기 위한 활동에 연대합시다"라고 촉구한다.
그런데 물은 사람만의 것인가? 아직 우리나라의 도시민들은 물로 말미암은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하지만, 특히 인간에게 물을 빼앗긴 하천과 호소에 사는 생물들이 겪는 물 스트레스는 엄청나다고 한다. 그러나 모든 생명체는 하나의 근원에서 시작해 모두 연결돼 있다. 또 주위 사물과 생명체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그물망처럼 짜인 생명공동체 안에서 운명을 함께하고 있다.
앞서 본 서울주보는 또한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을 갖습니다'라는 실천방안을 제시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물 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의 방만한 물 소비 습관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의 공공성을 인간에게만 국한해 생각할 것이 아니라 창조세계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내가 물을 함부로 낭비하고 오염시킴으로써 하천수와 지하수를 함께 나눠 쓰는 온갖 생명체의 운명을 끝장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와 운명을 함께하는 다른 생명들의 생존을 위해 기꺼이 불편에 동참해야 하겠다. 빗물을 활용하거나 물을 절약하고 재활용하는 방안 등을 연구하고 실천해야 하겠다.
로마의 법학자인 울피아누스(Ulpianus)는 "정의란 각자에게 그의 몫을 돌려주는 항구적인 의지"라고 말했다. 자연세계의 물 중 인간에게 주어진 몫은 얼마일까? 지구 역사상 지금처럼 대량의 멸종이 벌어지는 지질학적 시기는 없었다고 한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인간은 세계에 대해서 좀 더 겸손하고 온유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의 주인이 아니라 청지기일 뿐이다.
생명의 공존을 생각해야 한다. 물은 생명의 원천으로서, 인간만이 아니라 지구 생명체 모두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공공재이다. 물을 모든 생명체에게 정의롭게 분배하고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일은 우리 인간의 의무다. 창조질서 보전만이 진정한 행복과 복지, 참 평화와 생명을 가져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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